메뉴 건너뛰기


어버이날

rkfhtn992003.05.09 08:50조회 수 656추천 수 1댓글 7

    • 글자 크기


효자(?) 아들과 어버이날 양재동에서부터 강변도로 완주기

처음 글을 올리는 군요..
5년 동안 애지중지 닦고 기름치고, 속도면에서는 남에게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던 입문용 잔차를 배반하고 고2 아들에게 물려준 후, 거금을 들여 유명 잔차로 바꾼지 어언 몇일, 그 동안 동반 riding을 그리 졸랐던 나에 대해, 아빠와는 안 탄다고 버팅기던 아들이 웬일인지 어버이 날을 맞아 효도하겠다고 같이 riding을 하잔다..
기분 좋은 마음에 따라나선 효도 동반 라이딩의 출발은 좋았다.. 고가에 더 가볍고 드레일러의 성능도 좋은 내 잔차의 위력을 믿고 따라나선 그길.. 결론적으로 죽다 살아 났다..
양재천변 길을 따라, 아들의 뒤를 쫓아 달려나간 길은 잠실 체육관 한강 변 자전거 도로에서 이미 판가름이 나고 있었다.
길이 잘들은 잔차에 고2의 엔진을 가진 아들 뒤를 쫓던, 나의 40대 후반의 엔진은 발란스를 잃어버렸고, 이 놈아는 뒤도 안 돌아보고 광나루 쪽으로 내 달렸다.
“헉~ 헉~ 헥~ 헥~” 점차 멀어져가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며 점차 자포자기되어가는 내 모습만 남았다.
얼마나 더 갔을까?
휴대폰 소리..
“아빠 어디쯤 와?” 아들의 밝은 소리가 더 기를 죽게 만들고 있었다..
“넌 어딘데?”
“광나루 가기 전 자전거 휴게소..”
머리를 굴려서라도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
“응 아빠 체인이 조금 이상이 있어서.. 곧 갈게..” 휴 이게 뭔 꼴인고..
다시 5분 후에 도착하자 마자, 이 놈아가 하는 말..
“아빠는 체인 보면서 조금 쉬었을 테니까.. 바로 출발하자..”
“으~응 그래.. 근데 아빠 체인이 조금 이상하니까 천천히 가자.. 응?”
비굴한 사정조….

그 이후는 더 이상 이야기를 안 해도 아실겁니다.
제가 어제 아들에게 가장 많이 한말이..
‘아빠가 이상하게 오늘은 목이 자주 마르다..’, ‘배 안고프니? 뭐 좀 먹고 가자..’, 급기야는 ‘아빠 전화할 때가 있는 데.. 잠시만..’ 그리고 낮잠자는 친구녀석에게 쓸데 없이 전화해서 욕까지 먹었다.
그리고 88Km의 왕복 길을 간신히 마치고, 집에 와서 오늘 아들의 효도를 생각하며 뻗어 버렸다..

아들의 그 아이러니한 효도를 마음 속 깊이 담으며.. 휴~
그리고 잔차의 고/저가, 품격보다 정비와 엔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으며….


    • 글자 크기
빵꾸 & 남산 홀로 라뒹 (by Tomac) 초보의 산악 잔차질 (by ........)

댓글 달기

댓글 7
  • 수고하셨습니다 ^^;
  • 자전거 타는 아빠라면 누구나 그려봄직한 부러운 애피소드입니다. 맘이 짠해지는군요. 추억거리가 더욱더욱 쌓여가는 부자지간 되시길...
  • "그리고 낮잠자는 친구녀석에게 쓸데 없이 전화해서 욕까지 먹었다" ㅋㅋㅋ....저 부상중이라 너무 웃으면 욱씬거립니다. T_T
  • 2003.5.9 11:45 댓글추천 0비추천 0
    우 하하하하...
    넘 부럽네요.저도 그러고 싶은데 큰애가 딸이라서 영,,,,
    좋은 관계를 잘 이뤄 나가시길 빕니다.
    넘 부럽네요
  • 2003.5.9 17:45 댓글추천 0비추천 0
    휴, 어제 일을 기화로 부쩍 장성해버린 아들보다전 딸이 더 부럽습니다..
    딸이 있었으면 딸이랑 발란스를 맞추어야 될 형편이니..
    참 그리고 어제 집에 거의 다가오는데.. 앞의 아들내미는 먼저 가 버렸고 지친 몸으로 양재천변을 따라 돌아오는중에, 젊은 두분이 지금 나왔다고 같이 타자고 했는데, 너무 힘들어 거절할 수 밖에 없었고, 따뜻하게 말도 못 전했네요. 만약 이 글 읽으시면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 2003.5.9 19:57 댓글추천 0비추천 0
    아~ 그런 말씀 마십시요. 저는 집안에 저빼고는 남자라고는 없습니다.
    여자만 셋 하고 마눌까지 넷이랍니다. ㅎㅎㅎ
    아량은 많지만 잔거는 혼자 타야 하는 외로움이 있답니다.
    저는 힘들어도 좋으니 가족과 함께 라이딩 한 번하는 것이 소원이랍니다.
    정말 부럽습니다.

  • 허거..저번 일자산 라이딩에서 우리 아버지가 그랬을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네요. 잘 따라오시길래 무식하게 쐈는데..ㅡ.ㅡ;;
    앞으론 생각하면서 달려야 겠네요^^
이전 1 ... 61 62 63 64 65 66 67 68 69 70... 385다음
첨부 (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