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마산에서 수원까지 2박3일 혼자가는 여행<마지막>

realmaster2003.10.23 03:21조회 수 982추천 수 1댓글 4

    • 글자 크기


마지막은 좀 늦게 나왔네요 연일 계속되는 음주에 지쳐서 ...ㅡㅡ;;
존칭 생략하고 시점이 왔다갔다하지만 너그러이 봐주세요~^^ 드디어 세번째 날입니다.
---------------------------------------------------------------------

조금 늦게 7시에 일어났다. 짐을 챙기고 나서 밖을 보니 약간 흐리다. 이제 짧

은 이번 여행의 마지막날.. 오늘도 어제와 비슷하게 옷을 챙겨입고 출발~ 마지

막날은 처음부터 별로 힘들지 않을거라 생각했었다. 먼저 대전시내로 들어가

엑스포 과학 공원, 월드컵 경기장을 거치기로 했다. 시내라서 역시 차가 많다.

하천을 따라 나 있는 32번 지방도를 쌩쌩 달린다. 날씨가 흐리고 이른 아침이

라 약간 서늘했지만 운동하는데는 이런 날씨가 더 좋은 것 같다. 다시 17번 국

도로 바꿔 올라 대전 대덕구의 중심으로 향했다. 엑스포과학공원은 초등학교

수학여행 이후 9년 만에 찾는 곳이다. 하천을 따라 계속 달리다 보니 한빛탑의

꼭대기가 눈에 들어왔다. 9년만의 해후..감동적이다. 곧 바로 공원입구를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입구를 찾고 보니 문은 잠겨있고 공원 안에는 아무도 없었

다. 한빛탑 사진을 한 장 찍으려고 했는데 이런..하는 수 없이 눈치를 슬금 보다

가 "공사중 출입금지" 팻말이 있는 엑스포 다리 위로 갔다. 슬금 들어가니 사진

이 훨씬 좋게 나올 것 같다. 그리고 그 곳에서 태어나서 본 것 중에 가장 큰 턴

버클을 봤다.(턴버클: 두 개의 케이블 또는 로드를 양쪽 끝으로 물고 있으며 턴

버클의 양끝은 오른나사, 왼나사로 구성돼 케이블또는 로드의 장력을 조절합니

다.) 그리고 엑스포 다리를 자세히 보니 현수교와 일반 교량을 섞어 놓은 듯했

다. 다시 출발...중간에 KALST를 지나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주위에서

본 사람들은 모두들 똑똑하게 생겼다는........


9시16분에 충남대학교 앞에 도착했다. 아침을 시켜놓고 마산에 있는 친구들에

게 전화를 했다. 충남 지역 번호를 알려주며 이런 저런 이야기 하면서 힘내란

말을 들었다. 전화를 끊고 음식점으로 돌아오니 주문한 음식이 떡하니 나와 있

었다. 음식은 맛있고 사람들도 친절했다. 얼른 먹고 다시 출발. 대전 월드컵 경

기장에 도착했다. 느낌에 악기 '장구'를 닮은 듯 하다. 32번 국도를 타고 공주

로 향했다. 이번에도 삽재라는 고개를 만났는데 그 간 터득한 인내와 노래로 가

뿐히 넘고 다시 신나는 내리막을 내려와 전국 각지의 알아주는 도사들이 출몰

한다는 계룡산자락을 스쳐 지나갔다. 참..부끄럽지만 역사에 관심이 지독시리

도 없었던 나는 무령왕릉이 공주에 있다는걸 처음 알았다.


11시쯤 되니 속에서 반응이 온다. 체중을 감량하라는 신호다. 비도 오기 시작했

다. 얼른 화장실을 찾기 시작했다. 두리번 하다보니 공주버스터미널이 눈에 들

어온다. 아싸~외치면서 터미널 화장실로 향했다. 자전거도 거치대도 있어 딱

이란 생각도 든다. 물론 100% 믿지는 못하지만 없는 것 보다는 낫다. 거치대에

자전거를 묶어 놓고 잽싸게 화장실로 향했다. 거의 2분만에 모든 작업(?)을 끝

내고 얼른 거치대로 달려갔다. 거치대를 바라본 순간....이런 ...자전거가 감쪽

같이 사라졌다.

엄청 당황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힘들게 여기까지 왔

는데 여기서 끝인가...경찰서가서 신고하고...아.....' 일단 주위를 살피기 시작

했다. 어디론가 가고 있을 자전거 도둑을 찾아보기 위해. 조금 진정을 하고 거

치대를 다시 살폈다. 그런데 엥??아까랑 거치대가 조금 다르다. 아까는 분명 묶

어 놓은지 오래된 듯한 오토바이가 없었는데.... 순간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휴

~..내가 자전거를 세워 놓고 들어간 입구와 급한 마음에 빨리 나온다고 나온

출구에 각각 1대씩 총2대의 거치대가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세워놓지

도 않은 자전거를 출구쪽 거치대에서 찾았던 것이다. 어쨌든 다시 전열을 가다

듬고 출발~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해 찝찝했지만 어째 자전거는 더 잘나가는 느낌이

다. 도로에 딱 붙어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공주에서 천안으로 넘어가기 직전

ㅊ휴게소에 들러 물과 양갱을 챙긴 후 다시 고개를 천천히 올랐다. 이제 왠만

한 고개는 쉬지 않고 넘을 수 있다. 기쁘다...드디어 23번국도가 끝나고 1번 국

도가 나타났다. 수원까지 뻗어있는 도로다. 이제는 무조건 1번만 타고 가는 것

이다. 노래에도 등장하는 천안 삼거리를 지나 천안시를 가로 질렀다. 비오는 날

씨 탓인지 호두과자 좌판은 보이질 않았다.


사실 이 이후부터는 내가 몇시쯤 어딜 도착했는지 정확히 생각이 나지 않는다.

비 때문에 잘 멈춰서지도 않았을 뿐더러 그와 함께 지도도 자주 안 펴봤기 때문

이다. 1번 국도만 따라가면 되는 것도 있고.. 성환이라는 곳에 도착해서 경기도

로 넘어가기 직전이라고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다. 지금껏 도에서 도로 넘어 갈

때에는 험한 고개가 많았다. 그래서 이번엔 어떤 고개가 기다리고 있을까 걱정

을 했지만 마지막 경기도는 쉽게 입성을 허락했다. 1번 국도상에서는 고맙게

도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경기도와 충남이 경계를 지우고 있었던 것이다.


드디어 경기도!! 사진한장 찍고 다시 페달을 밟았다. 평택이 경기도에서의 첫도

시였는데 이 곳은 꽤나 도시 환경이 좋은 것 같다.  여행의 말미라 그런지 도시

가 왜 이리도 길까하는 생각도 했지만 가로수는 건강하고 자전거도로도 있어

느낌이 참 좋다. 4시쯤 평택시 진위면에 도착했다. 옷이랑 가방이 정말 "개

판"이다. 비만 안 왔으면 좀 괜찮았을텐데 온갖 길 위의 분진이 빗물을 매개삼

아 자전거위에 올라타 버린 것이다. 이런.....


오산에는 그 뒤 10분정도 후에 도착했다. 이제 거의 다 왔다. 그.러.나.  오산은

평택보다 더 긴 것 같다. 가도 가도 오산이다. 오산 오산.. 거의 다 온 것 같다

는 내 생각은 오산인가....

나중에 안거지만 1번국도는 오산이라는 도시를 끝에서 끝으로 잇고 있었다. 그

래서 그렇게도 길게 느껴졌던 것 같다. 오산은 생각보다 작은 도시였던 것이

다. 그리고 오산 다음에 바로 수원인줄 알았는데 중간에 화성이 자리잡고 있었

다. 화성에서 달리다 보니 끝이 안 보이는 직선 도로가 하나 보인다. 나중에 지

도에서 살펴보니 지도상에서 정말 자로 잰 듯한 직선도로다. 끝이 없어 보이는

길 중간에서 사진 한 장 찍고 다시 페달질하는데 눈에 띄는 이정표가 휙~하고

스쳐지나간다. 수원. 드디어 도착이다. 5시 정도 된 것 같다. 이제 잠시후 면 학

교다. 기나긴 직선도로를 달려 수원시 곡선동에 도착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내 여행이 마지막으로 꼬이기 시작했다. 수원서 1년반이 넘게 살았지만 국도

를 타고 돌아다닌 적이 별로 없었던지라 내가 알고 있는 "기준점"을 찾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1번 국도를 계속 타다가 방향을 바꾸면 되는데 이런이런....원

천쪽으로 빠져 버려서 s전자 디지털센터 인가 하는곳으로 갔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처음보는 길이었다. 결국엔 지나는 사람에게 길을 물었다. "저..a대가 어

느 방향이에요?" 학교 1년반 다니면서 자기가 다니는 학교가 어디에 붙어있는

지 모르다니..그것도 타지도 아닌 수원시 안에서..쪽 팔렸다. 물론 지나던 사람

은 내가 그 학교 학생인걸 몰랐을 테지만...알았을려나??

넙죽 인사하고 다시 출발했다. 드디어 내가 아는 곳이 나왔다. 원천유원지. 이

제 진짜 정말 확실히 도착한 셈이다. 저 멀리서 학교병원 꼭대기가 보인다. 감

동에 감동.. 마지막으로 힘찬 페달질을 해 학교정문에 도착했다. 시간은6시. 기

나긴 여행의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그 먼길을 정말 내가 자전거를 타고 왔는

지 정말 아련하기만 하다. 여행의 순간 순간이 필름처럼 머릿속을 착착 스쳐

가......지는 않았다. 그냥 도착했구나하는 생각만 든다. 하하.. 아무 사고없이

잘 도착했다. 성공한 것이다. 고장나지 않고 끝까지 잘 달려준 자전거도 고맙

고 고장 안난 몸에게도 고맙다.  


후기..

역마살을 밑천 삼아 떠난 이번 여행. 도망치듯이 출발해서 슬그머니 수원에 도

착했다.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고 이런 기분에 자전거를 타는

구나 할 때도 있었다. 그래도 역시 사람인지라 기쁠 때 생각이 더 많이 난다. 살

아가면서 기억에 남을 만한 추억거리를 하나 만든 셈이다. 오늘은 내가 입대하

는 날이다. 드디어 그 날이 온 것이다.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육십령을 넘던

그 마음가짐으로 이겨 낼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꾸준

히 하다보면 생각보다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는 것. 이번 여행의 참 큰 수확이

다. 걸어가다 보면 걸어가다 보면 걸아가다 보면.......



    • 글자 크기
아래 topgood 님. 글이 안보입니다. (by Bluebird) 미시령/한계령 투어 후기 (by myfeel)

댓글 달기

댓글 4
  • 축하합니다. 그리고, 군생활도 몸 건강히 잘 마치고 오세요.
  • 여행을 떠나고 싶게 하는 글입니다. 맞습니다. 힘든 고개를 넘던 마음가지이면 군생활도 잘 하실거고, 나름대로 의미도 많이 찾아오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럼 건투를 빌며...
  • 아.. 수원 A대에 다니시는군요...ㅎ 저도 수원삽니다만.. 그 근처를 자주 지나댕깁니다.
    저랑 상황이 많이 비슷하신거 같아요. 저도 조금이으면 군대에 가거든요..
    그리고 이번 여름에 여행도 다녀왔구요.

    암튼.. 대단하십니다. 멋진 여행후기에요.. ^_^
    위엣분 말씀처럼 건투를 빕니다! 화이팅!!
  • 살아가면서 기억에 남을 만한 추억거리가 뭐가 있었나..한참을...생각해보니...ㅡ,.ㅡ; 그리 많지가 않네요...헐~ 그래도 아직 젊으니...기회는 많겠죠 크크~
    여행 후기 정말 잘 읽었습니다.
    군대도 잘 갔다 오시구요~ 홧팅!
Bluebird
2003.11.02 조회 786
무소의뿔
2003.10.30 조회 767
도라지
2003.10.26 조회 1325
myfeel
2003.10.22 조회 4619
이전 1 ... 43 44 45 46 47 48 49 50 51 52... 385다음
첨부 (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