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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만의 끝

靑竹2006.10.09 21:30조회 수 1699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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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대교를 건너면서 한 컷.
잠실벌 상공의 우중충한 대기가
서글픈 조국의 요즈음 현실 같습니다.

예전에 헬멧을 쓰지 않고 나온 사람에게 호통까지 치던 제가
갑자기 서너 달 전부터 헬멧을 배낭 뒤에 매달고 두건만 두른
날건달이 돼서 라이딩을 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발 아래에선 닳아빠진 소달구지 바퀴의 소음처럼
늘 삐걱거리며 시끄러운 소리가 났지만
클릿 페달을 처음 산 날 잔차포에서 시승을 한 지
3초 만에 자빠링을 한 아픔으로 인해 쉽게 빠지게 한답시고
극단적으로 느슨하게 해 놓은 장력을 무려 2년이나
방치한 채로 무심하게 달리기만 했지요.

집에 오기 바쁘게 기름칠하고 닦고 조이던 제가
어느덧 매너리즘에 휩싸여 일손을 놓는 바람에
그만 제 자전거는 연탄집 흰둥이 강아지꼴로
천덕꾸러기가 되어 가는 요즘이었죠.

거기다 타는 자세는 어땠다구요.
핸들바가 무신 피아노 건반도 아닐진대
손바닥을 가지런히 편 채로 손을 올려놓고
고속으로 달리는 버릇이 언제 생겼는지도
몰랐지요.

그러다가 오늘 결국 날아갔습니다.

초창기엔 돗수가 있는 선글래스를 끼고 다니다가
동네건달 달밤에 나이방..윽..아니, 선글래스 끼고
떵폼을 잡듯 무슨 겉멋이 들었는지
돗수도 없는 진한 고글을
그것도 땅거미가 지는 해거름에..ㅠㅠ

아무튼
사고 순간 개요입니다.

속도: 27~8km/h
노면: 15cm 정도 높이의 턱을 고글 덕에(?)보지 못함
클릿: 느슨한 장력이 결국 충격으로 한 쪽 발이 빠짐
손의 그립: 손바닥을 쫙 편 상태로 가만히 그립 위에 얹혀 있다가
노면의 충격과 클릿페달에서 발이 빠지는 충격으로 사뿐히 미끄러짐.

경계석 모서리에 찧기 싫어
다이빙으로 몸을 날려 옆의 보도블록으로 날아가
미끄러지면서 장갑의 손바닥 부분이 구멍이 숭숭 나고
걸레처럼 되면서 안 그래도 부실한 무르팍을 갈았습니다..으흑흑..

팔순이 넘으신 제 아버님 젊으셨던 시절의 별명이
'대추방맹이'셨답니다. 저도 그 피를 이어받았음인지
찰과상으로 끝났습니다만, 집에 와서 갈기갈기 찢어진
장갑을 벗으니 손바닥이 퉁퉁 부었네요.

아무튼 자고 나야 알겠지만
내일 부터는 안전장구 철저히!!!!
자세도 안전모드로 환원!!!!!! 입니다.

여러분 안전한 라이딩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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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6
  • 네, 명심하지요. 많이 아프셨겠네요..
  • 하루 이틀 다니신 길이 아닐텐데
    그런 일도 있군요.

    저도 작년에 꼬마 피하느라고 다친 무릎이
    이제는 알아주지 않는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높은 포복이 안됩니다.
    처음에는 마누라 눈치가 보였었지요 ㅡ,.ㅡ

    빠른 쾌차를 빕니다.
  • 그정도의 충격에 찰과상이라면 다행이라고 생각됩니다.
    앞으로의 더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을테니 잘 된 일이라고 여겨집니다. 저 역시 마음가짐이 좀 고쳐지네요.
    쾌차하시고 몸 아껴쓰십시오.
  • 역시 안전에는 따로고수가 없습니다. 5년 운전한 분도다 10년 운전한 분이 그보다 15년 운전한 분이 늘 조심한다고 하고 사고도 없다합니다. 조심해야겠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 저도 추석전에 비슷한 상황으로 앞으로 날았습니다.
    잠깐의 방심이 결국 사고로 이어지더군요.

    얼굴다치는 걸 방지하기 위해 팔을 X자로 하면서 날아가서
    다행이 팔꿈치 조금까지고 다리에 피멍 생기고 했는데...
    다음날 일어나니 갑자기 가슴통증!

    며칠 끙끙거리다 오늘 병원가서 치료받았습니다. 다행히
    뼈는 이상없고 약먹고 물리치료 꾸준히 받으랍니다.

    몇년전에도 넘어져 골절로 고생했는데 그간 물러터진 정신상태
    고쳐먹으라고 경고받은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분간은 자전거보면서 손가락 빨구있는 신세죠.

    청죽님도 빨리 쾌유하시길 빌며
    다른분들도 안전한 라이딩 하시길 기원합니다.
    늘 조심하세요!
  • 요즘 해이해져가고 있음을 청죽님 글을 보고 화들짝 정신을 차리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고?가 초심을 잃는데서 비롯된다죠?
    하루빨리 쾌차하시고 좋은 글 많이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 헉~ 많이 다치지 않으셨기를 바랍니다. T^T
  • 엄마???....
    안전운행에 관하여...늘 저에게 모범이시자...스승이신 청죽님께서....이런 아픔(??)을...

    많이 안다치셨는지요....
    느슨한 마음이라기 보다는 혹여..과도한 업무에 의한....피로 누적???

    사진은 저의 얼짱(??) 각도를 찾아주신 그카메라(??) 인것 같은데...
    암튼..조심하시고요...
    (요즘 저도 핸들바에 손만 얹어놓는 경우가 많아졌는데....쩝...경각심이...)
  • 2006.10.10 00:41 댓글추천 0비추천 0
    많이 다치진 않으셨는지요? 27km/h면 상당히 빠른 속도인데..
    자전거는 안 닦아도 헬멧은 꼭 착용하시는 것이 좋을 것같습니다.
    늘 조심한다고 해도 일어나는 게 사고입니다.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헬멧만은 꼭...
  • 마음 놓으면 아니되옵니다
    항상 전방 주시에 긴장해야 합니다
    ~~~~~빨리 나으셔요
  • 저도 광교산을 자주 올라 항상 같은 코스로 다운을 하는데 여느때와 같은 곳을 넉 놓고 쉽게 내려오다 앞으로 꼬꾸라져 무릎은 찧어서 찰과상을 입었습니다. 항상 언제나 어디서나 자만은 금물이더군요^^ 마이 안아프시길 바랍니다^^
  • 2006.10.10 11:57 댓글추천 0비추천 0
    靑竹 님이 건강한 체질을 타고 난 것도 큰 축복입니다.
    저는 아무리 노력을 해도 그때 뿐이지요. 그래서 그때 뿐인 날을 늘려가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 저도 일욜날 내곡동 주변의 아마죤 정글이라 일컫는 산의 능선을 몇 개 타고
    내려 와서는 임도타고 오는 도중에 앞 바퀴 옆에 돌맹이가 걸려 지대루 측면으로 날랐지요..
    방딩이가 샥기능을 해줘서 그런지 그리 아프진 않았는데
    손바닥은 아직도 퍼렇게 멍들었네요..
    넘어지는 것도 기술이라카던데요....축구선수가 자빠지려거나 충돌을 피하려 할 때의 낙법처럼
    우리도 낙법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속히,
    쾌차 하시길 바랍니다.
    너무 바쁘시다고 건강 소원하시지 않으시길...
  • 아픈 일인데... 연탄집 흰둥이 강아지에서 또 쓰러집니다. ㅋㅋㅋ
    왜 자꾸 웃음이 나죠? 깔깔깔~~~!^^
  • 날건달이란 단어에서 한참을 웃었는데 사고가 있었군요. 빨리 쾌차하시길...
  • 靑竹글쓴이
    2006.10.11 17:05 댓글추천 0비추천 0
    걱정들 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첫날 자고 일어나선 괜찮은 듯하더니만
    저녁이 되면서 전신이 쑤셔오기 시작합니다.
    물파스 ,스프레이파스, 붙이는 파스, 동원령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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