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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홀로 라이딩 ㅡ ,.ㅡ

구름선비2006.10.09 18:03조회 수 1358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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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속한 까페에 쓴 글입니다.
===============================================
야간 근무를 하면 몇 번이고 까페에 들어가 본다.
혹시 누가 들어와서 무슨 얘기를 써 놓고 갔나,
좋은 사진이 올라 온 것은 없나,
유익한 내용의 정보는 없나 해서....

이게 오래 전부터 습성화 된 것이니
내용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일상화가 되어 버렸다.

교대근무를 하면서 부터 회원들과의 라이딩은 이미 물 건너 간 것이 되었다.
그래도 시간이 맞는 분이 좀 있어서 발자국에 써 놓고,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한다.

요즘은 그것도 지쳐서
그냥 발자국을 남기고 보면
혹시 시간 되는 분이 전화를 하거나 댓글이라도 달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몇 자 끄적여 보지만

모두 바쁜 회원들,
나처럼 시간이 많은 회원들이 없다고 보면
댓글을 원하는 것부터가 무리다.

누구나 다 입장이 있는 것이고
사정이 있다.
나의 사정이라면 내 시간은 많지만
다른 회원들과 어울릴 시간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라이딩은 늘 혼자가 되고
혼자한 라이딩에 누가 관심이 가겠는가
같이 가서,
같이 땀을 흘리고,
사진을 찍어야 할 말이 있는 것이지

같이 가지도 않은
혼자 간 사진,
혼자 간 글에 댓글을 달아 달라고 하면 무리라는 것을 안다.

야간 근무중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고
쉴 시간이 되면 또 한번 발자국에 글을 남긴다.
'내일 시간 되시는 횐님들 연락하세요'.
'내일 오후에 잔차 타실 분'

그러나 아무런 댓글이 없을 것을 알고 올리는 글이니
그저 공허한 내 독백이다.

어제도 발자국에 몇자 적었다.
당연히 아무런 댓글이나 문자가 없는 것이니
전화기는 쳐다 보지도 않는다.

그런데
오늘은 문자가 왔다.
'몇 시에 가실 거예요?'
'오늘 잔차 타시면 연락 주세요'

두 사람이다.
워매 고마운거^^

그러나 출발시간이 가까워 왔을 때
한 분이 전화를 하였다.
'사정이 있어 못 갑니다'

그리고는 바쁘게 점심 식사를 하고
다른 한 분과 만날 약속 장소로 향한다.

시간이 좀 있으므로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혹시 먼저 와 있지 않나 찾아 본다.

아직 안 왔다.
다행이다.

먼저 와서 기다리게 하는 것은
너무 미안해서
내가 먼저 가 있는 것이 편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는다.
약속을 어길 사람은 아니다.
약속시간에서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오게 될 방향을 자주 쳐다보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문자를 확인한다.

'다리가 아파서 못갑니다'
이런!
이런!

문자를 확인했어야 하는건데....

그래도 좋다.
항상 혼자 가지 않았던가

내가 개척한 호젓한 산길은 언제나 나를 반긴다.

오늘은 업힐이 쉽지 않다.
혼자라서 그런가. 아니면 날씨가 흐려서 기분이 그런가?

몰래 몰래 찾아온 젊은 남녀, 또는 젊지도 않은 남녀가
휴지를 버리고 가는 곳
그 곳에도 밤톨이 떨어져 있지만
오늘은 내리기 싫다.

내가 개척하고 몇 사람들을 데리고 왔던 길이지만
그렇게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없다.
그저 내가 혼자 좋아하고 혼자 애용하는 길일 뿐이다.

그래도 누군가가 지나간 잔차 발자국이 있다.
브레이크를 너무 잡고 간 것을 보니
나처럼 초보자의 행적이다.

며칠 전에 좋은 밤을 많이 주운 곳에 멈췄다.
오늘은 밤이 없다.

몇 톨 주워 넣고는
거미줄도 없는 좁은 싱글을 내리 달린다.

아스팔트에 내려왔다.
아직 기온은 반팔 반바지를 입어도
춥지 않고 그렇다고 덥지도 않아 좋다.

이제는 정형화된
마부의 길로 간다.

개울가에서 다시 밤 줍기....

가을 태풍이후로
한 번도 비가 내리지 않아
나뭇잎이 말라서 떨어진 곳이 많다.

프라타나스가 운치있게 서 있는 길을 지난다.
여기서 사진을 찍으면 좋겠다.
나뭇잎이 날리고
역광에 라이더를 배치하면 좋겠다.

정상에서 가지고 온 연양갱을 아구아구 먹는다.
혼자 먹으니 별 맛이 없고
빨리 먹게 되니까
물만 더 마신다.

직장 후배를 데리고 갔다가
몇 번 넘어지게 한 곳
나도 처음에는 무서웠던 곳이
매너리즘에 젖은
라이더를 반긴다.

뒷 브레이크를 잡고
미끌어져 보고,
낮은 나무 뿌리를 뛰어 넘어 보고,

혼자서도
잘 하는 나는
착한 어린이

대머리산 삼거리의
오후 햇살은
항상 아름다운데

오늘은
미국에서 건너온
불청객
미국자리공이 꽃씨를 잔뜩달고
바람이 불기만을 고대하고 있다.

저놈의 식물
혼자 가는 라이더의
미간을 찌프리게 하는 놈이다.

회원들은 이런 나를 이해하려나
'왜 동네 라이더가 되어야만 하는지'
'왜 정기 라이딩에 참석을 안 하는지'

혼자 하는 라이딩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해서 좋다.

내일은 주간 근무이고
모레는 쉬는 날이니
혼자라도 화야산이나 다녀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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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 구름선비님~ 글이 시 한편 읽는 느낌이네요~ 저도 홀로라이딩이 너무 싫어서 동호회 분들한테 개인적으로 문자나 전화로 졸라대기는 하는데~ 가끔 시간이 안 맞거나 사정이 있어 혼자 해야 할 경우에는...아예 라이딩을 포기할 때도 있습니다. ^^
    구름선비님처럼 홀로라이딩하면서 사색도 하면 좋으련만 아직 내공이 부족해서인지 혼자서는 아무리 재밌는 길을 가도 재미가 없으니 이제 큰일이네요...
    혹시 담에 기회되면 매너리즘에 빠진 라이더를 깨워주는 저 코스...안내 부탁드립니다. ^^
    늘 건강하세요~ ^^
  • 안녕하세요?
    구름선비님의 꽤나 적적하실 심정이 느껴집니다.
    정말 절친한 벗이 하나 늘 곁에 있어
    라이딩을 함께할 수만 있다면 참으로
    그 만한 낙이 없을 겁니다.

    저도 예전엔 자전거벗과 날만 새면 어울렸는데
    일이란 장벽에 다람쥐처럼 갇힌 채 짬을 내어
    쳇바퀴라이딩으로 소일하고 있습니다.

    산이 너무 그립습니다.

    항상 건강하십시오.

  • 적적하신가봐요...
    가끔의 나홀로 라이딩은 여유를 느끼게 해줄 수 있어서 좋은데요... ^^;
  • 어쩌면 같은신세이신지...^^ 구름선비님 서식지가 어디세요?
  • 구름선비글쓴이
    2006.10.9 21:22 댓글추천 0비추천 0
    우량아님,
    시 까지야 되겠습니까? 그냥 넋두리 정도로 봐 주십시오.
    청죽님,
    오늘은 혼자 가면서 별 생각을 다 했습니다. 포장도로에 죽어 있는 유혈목이에까지
    여러가지 생각이 나더군요.
    뻘건달님,
    항상 하는 나홀로 라이딩이었는데 오늘은 날씨 때문인지 좀 센치해 집니다.
    산로님,
    남양주시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 남양주 좋은데에 사시는 군요^^
  • 한 편의 서정시인듯......
    한 편의 수필인듯....홀로 라이딩을 물흐르듯 심중적 색채가
    마치 황토빛 야산밭에서 막 캐낸 붉은 고구마 같은 글 입니다요...
    감사히 잘 읽고 갑니다...
    늘...건강 하시길 바랍니다...월매 않있으면 구름선비님 위로하러 갈끼니끼리
    쪼매만 귀둘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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