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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산 다시 만나기 -- 강원도 인제 방태산 (1)

onbike2005.08.09 11:08조회 수 8305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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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새벽에 자전거타러 집을 나서본 것이 얼마만이던가...
온씨는 자신이 존경해 마지 않는 밴드 <크라잉 넛> 레코드를 자동차
창문이 부서져라 최고로 볼륨을 높여 틀었다. “남이 불러주는 대로 받아
쓰는 받아쓰기는 싫어... 이젠 나만의 답안지를 만들꼬야..” “나는 오늘도
빨대와 함께 미친 세상을 비웃을꺼요..”머 대충 이런 내용의 가사가 틀에
박힌 도시 생활에 무뎌진 온씨의 가슴을 찢고 밀려 들어왔다.
참아라. 온갖 부당하고 거짓된 짓꺼리들에 대한 분노를 함부로 터트리지
말고 잘 참아두었다가 이렇게 하루, 먼 강원도 산으로 잔차갖고 떠나는 날
모조리 쏟아버려라. <크라잉 넛>같은 넘들은 무대에서 쏟아버리고, 너같이
분노를 남과 소통할 재능도 타고 나지 못한 소심하고 평범한 넘은 아무도
모르게 깊은 산중에나 가서 잔차 하나 벗삼아 모두 쏟아버려라. 차창으로
메탈 사운드의 굉음을 토해내며 영동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온씨의 승용차는
강원도 인제군 방태산에 가까워올 수록 그 속도가 더욱 더 빨라졌다.

2.
12명이나 되는 대부대(?)가 강원도 인제군 월둔교 아래 모여들었다.


<온씨: 아~ 쓰바 이 더운데 어케 올라가냐..>
<주변: 미친넘, 지가 오자구 해노쿠선..>

온씨는 그 중 네사람과는 그날 처음 대면하였다. 전혀 일면식이 없던
사람들이었지만 오래 전부터 알아왔던 것 처럼 이내 왁자하고 끈끈한
유대가 12명을 보이지 않게 묶어준다. 크든 작든, 사회에 유익하든
해롭든, 일단 일탈이라는 것은 이렇게 사람들을 연대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하산지점인 방태산 너머 현리에 차를 갖다놓고 오느라 시간이 많이
지체된 다음, 오전 11시 45분 경 온씨는 휙휙 가볍게 박차고 나가는
동료들 사이로 20킬로에 육박하는 내리막질 전용 자전거의 무게를
페달을 밟는 두 다리로 불안하게 느끼면서 잔차 인생 두 번째의 방태산
탐험을 시작한다.

3.
8월 초순의 태양열, 그걸 그대로 복사하여 토해내는 짱돌 투성이 임도 -
일행은 거의 원적외선 돌구이가 되어가고 있다. 아무리 그래도 쉬엄쉬엄
끌고 올라가면 그다지 무리될 것도 없으리라 생각했던 온씨는
슬슬 걱정이 앞섰다.



왜 하필 이리 무거운 잔차를 끌고 왔느냐... 사실 휴양림쪽 하산로는 집에
있는 가벼운 하드테일 잔차로도 충분히 내려옴 직하다는 걸 온씨는 이곳
저곳의 산행정보들을 통해 알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도 굳이 무거운 내리막질
전용 잔차를 끌고 온 것은, 좀 다르게 내려가 보고 싶어서였다.
하드테일로 내려가려면 길을 어르고 달래면서, “좀 내려가도 될까요오..”하고
길한테 사정하면서, 말하자면 길의 눈치를 보면서, 내려가야 한다.
그러나 이넘을 타고 있으면 사정은 다르다. 이넘은 길을 호령할 수 있게 해준다.
내 앞을 가로막는 그 무엇 앞에서도 물러서거나 돌아가지 않을테니 알아서
비키라는, 산 아래 속세에서는 그 어디서도 용납되지 않는 기고만장함을
만끽하게 해준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친구들 사이에서, 그 누구에게도 상처
주는 행동은 못하는 소심한 성품의 소유자 온씨는 죄없는 방태산길을 희생양
삼아 남을 배려하지 않는 막무가네의 권력을 휘두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온씨는 방태산 등허리의 채 반도 못와서 방태산 길들 중 가장 나긋
나긋한 임도 오르막의 기세에 눌려 그 호기를 접어야 할 절대절명의 위기를 맞는다... 그래 자연을 보호해야지....

그러나 방태산에는 물과 바람이 있었다. 임도 옆 계곡의 차디찬 계곡물과,
작렬하는 태양열에도 조금도 그 기운이 꺾이지 않은 서늘한 바람 줄기가
온씨의 기력을 보태준 덕분에, 온씨는 그 위기를 넘기고 마침내 월둔고개
정상에 올라설 수 있었다.

4.
월둔고개 - 거기는 운명의 갈림길이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여기는 월둔고개>

온씨는 딴에는 번장의 책무를 다한답시고, 거기서 옵션(!)을 제안한다.
원래 계획했던 코스대로 진행할 그룹, 여기서 오르막길을 접고 아침가리골
임도로 방동까지 갈 그룹, 방동고개 입구에서 고개 오르막길을 버리고 조경동
계곡 트레킹으로 전환할 그룹, 이렇게 소비자 취향을 배려한 탄력적인 코스
진행을 제안했던 것이다! 물론 마지막 조경동 계곡 트레킹 옵션은 우리의
자연이 스머프, 자연의 품속이 언제나 그리운 포스트모던 음유시인,
바이킹님의 제안이었다. 조경동 계곡! 염천에 이 얼마나 듣기만 하여도
한기가 전해오는 매력적인 이름이냐! 오리지날 아침가리골이냐 조경동계곡
트레킹이냐는 방동고개 앞에서 정하기로 하고, 월둔고개 마루에서 일행은
구룡덕봉을 향해 계속 임도를 기어오를 그룹과 아리따운 아침가리골 내리
막질에 탐닉할 그룹이 서로 작별을 고하고 갈라섰다.  



<월둔고개에서 구룡덕봉으로...>

..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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