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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산투어(3/30) 후기 (세 가지 사건)

ohenry2003.03.31 14:41조회 수 717추천 수 6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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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후기만 읽다가 용기내어 한 번 써 봅니다.



남들 후기에는 투어 중간중간의 여러 가지 풍경이나 다운힐, 업힐에서의

도로 상태, 다른 라이더들의 근황 및 대화 등이 묘사되는데, 나는 투어 후에

도대체 아무 기억이 없다. 아주 심한 사건 외에는...

사실 이것이 내가 산악잔거를 즐기는 첫째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항상 머리가

복잡해서 세상사를 잊고 살았으면 하는 게 건강관리를 위한 첫째 소망이다.

그런데 산악잔거를 타고 산 속으로 들어 가면  정말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업힐에는 힘들어서, 다운힐에서는 무서워서...

투어 후에도 기억에 남는 사건 세 가지만 아래에 기술하고자 한다.



잠실선착장 출발 후 바이크슈트님과 이런 저런 왈바관련 이야기를

하다가 양평휴게소에서 곰탕으로 아침을 해결한 후 유명산 초입에 도착.

곰탕 국물을 마셔서인지 소변이 마려웠다. 멀리 점찍어 둔 으슥한 장소를

다녀 오니 다들 출발한다. 나도 얼른 쫒아 가야지...

약간의 다운힐과 수많은 업힐을 반복함으로써 겨우 정상도착하니 경치가

정말 좋다. 정상 부근에 서서 경치감상하는데 옆에 서 있던 등산객 한 분(A)이

말을 건다.

         이 자전거 타고 온 게 아니고 메고 온 거겠지.

         이걸 어떻게 타고 와? 말해 봐. 메고 온 거지?

나와 비슷한 나이의 낯선 남자로 부터 반말을 들으니 불쾌한 것 보다는

기분이 나쁘지 않다. 헬맷 쓴 내 모습을 20대 정도로 보는 모양이다.

         대부분은 타고, 아주 일부분 끌고 온다고 봐야죠.

          엥... 무슨... 아니 이걸 어떻게 타고 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옆의 다른 등산객(B)이 거든다.

           아니 이 사람, TV도 못 봤어? 이런 자전거는 천만원 짜리도 있다는데.

등산객 A가 다시 나에게 묻는다.

           천만원 짜리 자전거도 있어? 이 자전거는 얼마야? 30만원?

내가 답한다.

            천만원은 아주 비싼 거구요. 보통은 백에서 삼백 정도 합니다.

두 등산객 모두 놀라는 표정을 짖는다.



점심식사하라는 소리가 들리고 주위를 보니 다른 분들은 가방에서 도시락을

꺼낸다. 허걱, 도시락을 싸 오는 거였나? 아니 참 도시락을 준다고 하였던

것 같은데... 왜 나한테는 안 줬지?

저 퀵실버님, 도시락 어딨어요? 저 아직 못 받았는데...

엥 못 받으셨어요? 어쩐지 4개나 남더라.

어디서 줬어요?

출발지 주차장에서 다 드렸는데요.

그러고 보니 내가 잠깐 소변 보러 간 사이에 배급이 이루어 졌던 것이다.

아니 산에 와서 쫄쫄 굶고 가게 생겼네. .. 가져 온 행동식이나 먹을까?

라고 속으로 생각하는데 퀵실버님 말씀,

번장(레드맨)께서 (도시락)갖고 오실테니 좀 기다리시죠.

예 알겠습니다.

남들은 다 먹는데 혼자 우두커니 서 있자니 한심하기도 하고 X팔리기도 하고

배도 고파 오고 젠장... 이 나이에 이 무슨 창피...

잠시 후 여성 라이더 분 께서 일단 같이 먹자고 하셔서 끼어 앉아 빈대를

붙었다.(고교 졸업 후 얼마만인가?)

좀 있으니 레드맨님 도착. 도시락 더 필요한 분 찾는다. 도시락 받으면서

말씀드린다.

        이 무거운 걸 메고 올라 오시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다른 분들이 농담을 던진다.

        혹시 출발지에서 일부러 피하신 거 아녜요?




점심식사 후 유명산 표지돌을 끼고 기념촬영, 이윽고 하산. 계속 다운힐이라는

노을님 말씀에 긴장됨을 속으로 느낀다.

열심히 나름대로 다운힐에 성공하다가 행글라이더 활공장 근처 다운힐에서

길이 워낙 울퉁불퉁하다 보니 옆에 길 아닌 곳으로 빠졌다. 이 곳은 웬일인지

스폰지처럼 폭신하고 길보다 울퉁불퉁해서 잔차 조정이 매우 어려웠다.

고전 끝에 앞으로 고꾸라지며 잔차던지기와 몸으로 받기를 실행. 말로만

듣던 그 어려운 기술을 두 가지나 해낸 역사적 순간이었다. 다행히 바닥이

푹신해서 아무 부상없이 일어 날 수 있었다. 지나는 라이더들 마다 한 마디...

        괜찮으세요?

        네 괜찮아요.

남들은 다 잘 내려 가는데 나 혼자 넘어 지다니... 기분 x럽다.


이상 지난 일요일(3/30) 유명산 투어에서 제게 일어 난 기억나는 사건들이

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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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산 번장하다~ (by 레드맨) 지난금요일 나홀로 수원산 --;; (by 지방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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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 ㅎㅎㅎ 번개가 즐거우 셨다니 감사합니다. 담에는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여 개인 보험을 들고 라이딩 하겠습니다^^( 다치시라고 하는건 아니고요, 블랙이글님 말에 동감하기에 혹시 모를 불상사에 대비책으로)
  • 오헨리님 글 올리시는거 첨 봤는데...잼있네요~~ㅋㅋ
    저두 오헨리님이랑 그분들이랑 대화할때 옆에 있었거덩요...증말 당혹스럽더군요..저한테도..이거 얼마냐고?? 저기 내려갈수 있냐고?? 전부 타고 올라왔냐고?? 좀 쪽팔렸어요..그때 정상에 다른 동호회 사람들도 많았잖아요..ㅠㅠ 글구나서 그분들 가방에서 소주한가득 꺼내시더니 "화이팅~!!"하믄서 산 정상에서 소주 돌려 드시더군요...
    nahnim 말씀에 그분들 같은 동네 술먹자 동호회 일거라더군요...ㅋㅋ
    암튼 수거하셨습니다. 담에 또~~~ 같이 타요~~ 그럼 즐라하세요..
  • 한번에 한가지 기술만 펼치세요 --;;; 위험합니다 --;;;; ㅋㅋ 아 나도갔었어야 하는뎁 TT
  • 뭐 산에서 타다보면 넘어지기도하구 혼자 뻘쭘하니 끌고가기도하고 그런거죠 뭐 ^^;; 전 작년 유명산 가을소풍가서 제대루 자빠져서 한달간 요양한 녀석인걸요 ^^
    봄 유명산 소풍은 놓쳐버렸으니 가을 소풍을 기약해야겠군요.
    기다려라 유명산! 불끈 ㅡㅡ;;
  • 오렌리님 가면서 오면서 좋으신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운전자가 영 재미가 없어서 심심하셨으리라 봅니다. 담에 같이가시면 재미있는 레파토리 미리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심야잔차님 아직 봄소풍은 지나간게 아닙니다. 이건 걍 전초전으로 나들이 갔다 온거구요...조만간 정식봄소풍이 있을것으로 압니다.
  • ohenry글쓴이
    2003.4.2 09:47 댓글추천 0비추천 0
    오가는 차안에서 즐거웠습니다. bikechute님은 운전하시느라 고생하시는데 저는 졸기도 하고 편히 앉아 있어서 죄송햇습니다. 운전해 주신 데 감사드립니다.
  • 오~헨리님 간혹 번개리플 보긴했습니다. 이젠 제대루 일취월장 하셨을것 같군요.. ㅜ.ㅜ 전 여지껏 산이라곤 남산까지 쳐서 10여회 될라나.. 가끔 출퇴근 이용시 장충단 공원정도.. ㅜ.ㅜ 아.. 종교를 버리고 저도 산행을 해야될라나봅니다. 이러다 벼락 맞으면 어쩌죠? 암튼 기회되면 다시 뵈옵기를 간절히 바라옵니다. 건강하게 잘 타세요~
  • ohenry글쓴이
    2003.4.4 08:14 댓글추천 0비추천 0
    날초님, 다음에 같이 라이딩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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