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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 땅끝마을 자전거로 다녀오기(제3일차)

........1999.08.16 09:12조회 수 2538추천 수 47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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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차 2일차에 이어 3일차 입니다.

제3일차 1999.8.10.(火)
이동구간 : 해남 유스호스텔 -> 토말 -> 진도대교 -> 함평
이동거리 : 소계 184.74 ㎞, 누계 566 ㎞
주행시간 : 소계 9:50, 누계 27:37

05:20 해남유스호스텔을 나섰다.
아직 어두운 도로를 달리니 앞에서 비둘기 만한 새가 놀리듯 앞에 가서 앉고 또 날라가곤 하다가 자전거 속도에 못 당하겠는지 산으로 날라가 버린다. 백도치라는 고개 정상에 올라 체인 오일을 주입했다. 새벽과 낮에 체인 소리가 틀리는 이유가 기온차 때문인지. 드라이 오일임에도 불구하고 낮에는 오일이 눅진눅진하고 새벽엔 말라서인지 소리가 거슬린다.
새벽 자전거타기는 항상 상쾌하다. 갯내음이 느껴지고 얼마안가 송지 학가리 입구 슈퍼에 도착(06:30) 음료수 포카리스웨트 큰병 1개를 샀다. 오지에 있는 매점은 다 비싸다.
2500원
누계거리 23.07 /AVS 21.2 주행시간 1:05

다시 달렸다. 맞바람이 보통이 아니다. 목적지에 빨리 가고 싶은 마음에 더 세게 밟았다. 땅끝까지 왜 이리 멀게 느껴지는지 마치 거제도 해안가를 구비구비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돌아 가듯이 계속 반복되는 해안도로를 가다보니 끝인 것 처럼 보여 이제 다 왔구나 했더니 산이 앞에 또 있다. 문득 도연명의 평무진처시청산 이란 구절이 생각난다.
맞바람을 안고 언제 저길 가나?

가다보니 땅끝주유소 그리고 주차장, 송호리 해수욕장의 텐트들
아침식사 준비를 하는 수영복 차림의 사람들
다시 시작되는 오르막 길 양쪽 콘크리트 벽에는 웬 그 많은 낙서들.
올라가기도 힘든 경사에 맞바람은 어찌 고약하든지?

다시 내리막길 강풍이 부니 내려가기도 힘들다. 내려가 보니 이거 어떻게 된 상황인가? 앞에 언덕이 또 있다. 이틀간을 죽어라 달려 왔는데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전망대를 향하여 다시 오르막. 문이는 완전히 낙담하고 지친 모습이 역력하다. 드디어 전망대 주차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전망대는 없었다. 산위로 걸어 올라가야 한다니.
누계거리 37.85/17.7 구간거리 14.8 누계시간 2:07

자전거를 놔 두고 갈 수는 없고 끌고 올라 갔다.
전망대에 올라 여기 저기를 둘러 보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바다 쪽으로 돌계단이 있어 내려가니 토말이라고 한자로 새겨진 비석이 있다.
계속 밑으로 내려가는 돌계단이 있었으나 올라온 거리를 감안시 자전거를 메고 내려 갔다가는 올라올 엄두가 나질 않았다. 바닷가로 가는 길이 있겠지 하고 주차장으로 돌아와 신나게 내리막을 내려 왔다. (이래서 바닷가에 있다는 토말 기념탑은 결국 보지 못했다)

기념탐을 보려고 선착장 주위를 맴돌아도 입구를 찾지 못한 채 아침식사를 하기로 했다.
식당이 즐비했고 민박을 한 관광객들은 저마다 아침을 먹거나 설거지 하느라고 분주한 모습이다.

“땅끝 갈매기 둥지”라는 식당에 갔다. 일부러 가리비죽(10,000원)과 백반(5,000)을 주문해서 부자간에 반반씩 먹었다. 죽 맛도 그만이었고 백반도 밑 반찬이 정갈하고 맛이 있었다. 반찬 하나 하나에 정성이 들어 있었고 나중에 가족들과 오면 다시 들러야 겠다는 생각에 명함을 부탁 했다. 전화 0634-534-9192
머리를 짧게 깎은 주인인 듯한 남자가 어디서 왔는냐고 묻길래 평택에서 일요일 아침에 출발해서 2일만에 도착했다고 하니까 대학생들이 6~10일만에 심한 경우는 보름만에 자전거로 오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그리고는 대부분이 너무 질려서 자전거를 차에 실어 보낸다고 한다.

식사 후 이제부터 진도대교로 가기 위해 거리계를 0으로 했다. (09:40)
바람이 등뒤에서 강하게 불어 주니 언덕 오르기도 수월하고 시원했다.
오던 길을 돌아가니 일일히 길을 물어 볼 필요도 없었고 감속없이 신나게 달렸다.
중간 중간에 갈증을 해소하려고 잠시 목을 축인 것을 제외하고는 달렸다.

화산면 현산면 고개 입구에서 어제 불티재에서 만난 무쇠자전거 팀 2명을 지나 쳤고 그들이 우리를 알아 보고는 거수 경례를 해 왔고 나도 호각을 불어 아는 체를 했다. 고개 정상에 그늘에서는 남은 2명이 쉬고 있었다. 우리 부자와는 달리 그 팀의 특징은 건너 편 쉼터라도 쉴 곳은 다 쉬고 주행을 하는 모양 이었다.
나는 건너편 쉼터를 이용하려고 위험을 무릅쓰고 도로를 횡단하지는 않는다.
쉬고 있던 일행중 하나가 알아 보고는 벌써 땅끝을 다녀 오세요 하고 반긴다.
어디서 잤느냐고 물으니 해남읍에서 자고 출발하는 길이란다.
잔 곳은 비슷한데 이 친구들 엄청나게 슬로우 템포로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누계거리 28.48 / 21.6 주행시간 1:18

화산초교앞에서 가좌리(진도방향)로 방향을 틀어서 방조제를 지나 한자리로 들어 섰다. 그늘이 전혀 없는 정말 사막을 횡단하는 대상들이 이런 심정이었을까? 하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정말 엄청나게 뜨거웠고 염전이 여기 저기에 있어서 더욱 짠 생각까지 들었다.
한자마을 삼거리 매점에서 포카리스웨트 큰병 하나(2,500원)를 사서 나누어 담고 남는 것은 마셨다. (11:40)
누계거리 43.16 / 23.0 구간거리 15 주행시간 누계 1:52

한자리 매점에서 언덕을 넘어 3키로 쯤가니 18번 국도가 나온다.
계속 그늘하나 없는 무더위와의 전쟁이다.
거기에 더하여 진도, 목포로 가는 차가 과속으로 연달아 달려오니 차도 부담스럽다.
어디 뜨거워도 냇물이라도 있으면 다리 밑이라도 들어가 쉬어야겠다고 찾았지만 산이라고는 없는 간척지역이었다. 가다보니 돌멩이로 쌓여진 것 같은 이상한 산이 나타났는데
아마도 옥광산이었는지 지나다 보니 옥 공예품이 온통인 옥동리를 지나 계속 헉헉 거리고 갔다. 이글거리는 태양이 이렇게 원망스러웠던 적이 있었는지?
완전군장 구보를 자주 했던 군복무 시절에도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는데...
배낭을 맨 등허리가 불을 지펴 놓은 것 같이 뜨겁고 어깨를 누르는 통증이 참기 어렵다.
사우나에 들어가 있다고 생각하지 해도 도저히 못참겠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거의 참는 것이 한계에 왔다고 생각할 때 삼거리가 나왔고 주유소에 가서 물어 보니 남쪽 길로 5분 거리에 진도 대교란다.
신나게 갔다. 어라? 식사할 곳이 없다. 음식점이 즐비할 줄 알았는데 ....
할 수 없이 대교 입구 팔각정에 있는 횟집으로 갔다. (12:40)
누계거리 62.79 / 23.0 구간거리 20 주행누계 2:43
너무 더워서 필사적으로 달렸고 높은 언덕이 없어서 인지 속도는 빨랐다.

“동그라미”횟집에서 회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문이를 생각해 매운탕(23,000원)을 맵지 않게 해 달라고 해서 먹으면서 울돌목의 센 물살을 내려다 보면서 휴식도 취했다.
주인 아줌마가 고구마와 메추리 알을 싸 주면서 가다가 간식으로 먹으라고 한다.
음식도 맛이 있었는데 인심도 말씨도 아주 곱다.
식사 후 지척에 있는 진도대교를 건너가 보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 대교를 건넜다.
대교 밑 계단으로 내려가니 찬 바람이 인다.
문이야 여기서 한숨자고 가자 하고 벌렁 누웠다. 40분 가면을 취하고 바다를 보니 소용돌이는 정말 대단했다. 충무공의 울돌목 전투가 상기된다.
너무 시간을 지체할 수 없어 다시 나섰다. (15:00)

문이가 소변이 마렵다고 하여 화장실에 들른 사이 전을 벌리고 있던 웬 중년 아저씨가 마셔보라고 돈 받지 않는다며 주는 것이 회향 차 였다. 한약재 4가지를 달인 물을 부자간에 마셨는데 갈증해소에 상당한 도움이 되었고 저녁때 잘 때까지도 한약 내음이 입속에 은은히 남아 있었다. 자전거 주행만 아니었으면 사서 가져 갔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문이 자전거 핸들 그립이 찢어져 떨어져 나가기 일보 전이다 아직도 천리길을 가야 하는데 큰일이다. 아마 기어 변속기가 그립시프트 타잎이라 변속시 비틀려서 그리 된 모양이다. 장거리 주행을 하니 여러 가지 개선할 점이 나온다.
집에 가면 래피드 화이어 타잎으로 바꿔 줘야지
긴 화원반도를 따라 계속 가다가 청룡리에서 목포약국에 들렀다. (15:45)
누계거리 77.17 / 22.3 구간거리 14.5 주행시간 3:26
약국주인은 시골치고는 우아하고 지성미가 있는 50대의 아줌마 였는데 반창고(1,500)를 사서 그립에 감아 응급조치를 했다.
약사 아줌마는 문이를 보고 어찌 아빠를 따라 나섰느냐고 대견하다고 연신 감탄과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계속 달렸다 오늘 중 함평이나 영광까지는 가야 한다.
땅끝까지 간 40키로와 지금까지를 더하면 이미 117키로 이지만 하루 빨리 집에 가서 푹 쉬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방대한 금호와 영암 방조제를 지나면서 이런 대역사를 생각하고 만든 사람들에게 존경심을 표한다.
그늘 하나 없는 810번 도로를 계속 따라 가다 보니 멀리 유달산인 것 같은 모습의 산이 보인다. 목포다! 직진을 하니 선창 (잘 된 선택이었다. 음료수 공급을 해야 했다)
우회전을 해서 대불방조제로 바로 갔으면 영산호 하구둑 건너까지 갈증을 해소할 방법이 없었다. (16:55)
누계거리 97.6 22.6 구간거리 20.5 주행누계 4:19
포카리 스웨트 큰병하나 2,500원
다시 출발 말로만 듣던 대불공단, 대불방조제를 지나는데도 만만한 거리가 아니 었다.
여러 차례 쉬고 영산호 하구둑을 지나 1번 국도로 진입했다. 넓은 도로와 무수한 고개를 넘으면서 쉬고 고구마도 먹고 무안을 지나 함평읍에 도착 (19:40)
누계거리 144.18 / 21.4 구간거리 46.6 주행누계 6:43 (땅끝 포함시 8:50)

오늘 코스는 사막 같은 그늘이 없는 황량한 지역이 대부분이었고 아주 힘들었다.
함평에 도착해서 숙소를 찾으니 눈에 띠지 않는다.
할 수 없이 식당을 찾아 저녁을 먹으며 묻기로 했다.
에너지 소모가 극심했던 날이고 문이가 좋아하는 축산물도 좋은 곳 같아 삼겹살을 맥주를 곁들여 먹었다. 막걸리를 달라고 했더니 없단다. (15,000원)

여관엘 들러 (25,000원) 곰곰히 생각해 보니 고창 선운사를 경유하는 코스는 고개가 많아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초 법성을 경유하려던 계획을 수정 23번 국도를 따라 즐포로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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