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알밤, 혹은 꿀밤
허나 정작 꿀밤은 밤이 아니라 도토리의 한 종류지요
올해도 밤 풍년이 들었습니다
===============
내 고향집
안채, 바깟채 1, 바깟채 2, 외양간, 헛청
이렇게 5채가 넓다란 마당을 둘러 서 있다.
시골집 치고는 큰 집이었으나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 그리고 8남매 12식구가
기거하기엔 언제나 좁았다.
황토를 이겨 쌓은 돌담이 호위하고
농가에 어울리지 않게 마당 한가운데는 장방형의 화단이 자리를 잡고 있다.
돌담 바로 너머에는 300여평의 텃밭이 있어서
배추, 상추, 가지, 깨, 고추, 고구마, 감자가 골고루 자라며
언제나 맛난 먹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집안과 텃밭 주변으로는
배나무, 앵두나무, 가중나무, 감나무, 호두나무
그리고 밤나무.....
밤나무도 종류대로 있었는데
9월 초면 쩍쩍 벌어지는 올밤
보통밤
그리고 10월 서리를 맞아야 여문다는 서리밤나무....
해마다 이맘쯤 밤이 익을 무렵에는
어머니께서 새벽 잠에 빠져있는 막내 아들에게
"막둥아! 어여 일어나 밤 주어와야. 뒷집 상덕이가 다 주어간다"시며 깨우셨다.
밤나무 아래에는 언제나
반들반들 장수하늘소 등처럼 번들거리는 짙은 갈색의 주먹만한 알밤이
나뒹굴고 있었다.
바지주머니에 가득 담고도 남아 양손에 넘치게 밤을 주워 집으로 들어오면
어머니께서는 정지에서 밥을 하시다 내다 보시며 대견한 미소를 짓곤 하셨다.
그때부터 나는 밤 줍는 것을 좋아 했다.
주머니가 불러오면 마치 내 마음이 꿈으로 가득차는 것처럼
벅차 오르곤 했다.
그 막둥이가 자라 도시로 나간 뒤
한동안 밤 줍는 재미를 잊고 살았다.
MTB를 타면서 산을 헤메기 전까지 수십년 동안을......
=======================
작년 9월 30일 토요일로 기억된다.
전주에서 근무할때
자전거를 타고 모악산엘 갔다.
금산사를 돌아 남들이 다니니 않는 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다보니
길섶에 알밤이 널려 있다.
그때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막둥아 밤 주어야!"
나는 본능적으로 밤을 주었다.
하나 하나 담다 보니 어느덧
20리터 배낭에 가득하다.
어머니께 칭찬받고 싶은 욕망에
나는 서둘러 하산하기 시작했다.
어머니께서 손짓하시며 막둥이를 부르신다.
나의 페달링은 더 빨라졌다.
그리곤 급경사 커브길을 돌다가 넘어지며 잠시
정신을 잃었다.
잠시 후 깨어나 보니
나는 2-3미터를 날아 길 옆 덤불속에 나뒹굴고 있었고
자전거는 배수로에 처박혀 있었다.
"자전거"는 스크래치 하나 없이 살아 남았다.
그제야 손바닥에 통증이 느껴진다.
가죽장갑이 칼로 도린듯 잘려져 있고
깊숙한 상처에서는 검붉은 피가 샘처럼 흘렀다.
경찰은 친절하게도 나를 인근 병원에 데려다 주셨다.
손바닥에 8바늘 실밥을 달고
한손으로 자전거를 타고 10여키로를 달려 집에 왔다.
===============================
어제 일요일...
오후 늦게 우면산에 갔다.
선바위쪽으로 올라가는데
길가에 장수하늘소 등 처럼 번득이는 알밤이 또 떨어져 있다.
어머니 칭찬 받을 욕심에 하나 하나 줍다 보니 어느덧
저지 뒷주머니에 가득하다.
그리곤 서둘러 집으로 달려 내려오다 커브길에서 360도 텀블링 했다.
어머니께서 보호하셨던지
정강이에 가벼운 스크래치만 남았다.
========================
고향 집 텃밭의 아름드리 서리밤나무는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3년만에
시름시름 말라가더니
지금은 덩그마니 줄겅이만 남았다.
********************
왈바 식구 여러분
풍성한 추석 맞으세요^^
허나 정작 꿀밤은 밤이 아니라 도토리의 한 종류지요
올해도 밤 풍년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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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집
안채, 바깟채 1, 바깟채 2, 외양간, 헛청
이렇게 5채가 넓다란 마당을 둘러 서 있다.
시골집 치고는 큰 집이었으나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 그리고 8남매 12식구가
기거하기엔 언제나 좁았다.
황토를 이겨 쌓은 돌담이 호위하고
농가에 어울리지 않게 마당 한가운데는 장방형의 화단이 자리를 잡고 있다.
돌담 바로 너머에는 300여평의 텃밭이 있어서
배추, 상추, 가지, 깨, 고추, 고구마, 감자가 골고루 자라며
언제나 맛난 먹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집안과 텃밭 주변으로는
배나무, 앵두나무, 가중나무, 감나무, 호두나무
그리고 밤나무.....
밤나무도 종류대로 있었는데
9월 초면 쩍쩍 벌어지는 올밤
보통밤
그리고 10월 서리를 맞아야 여문다는 서리밤나무....
해마다 이맘쯤 밤이 익을 무렵에는
어머니께서 새벽 잠에 빠져있는 막내 아들에게
"막둥아! 어여 일어나 밤 주어와야. 뒷집 상덕이가 다 주어간다"시며 깨우셨다.
밤나무 아래에는 언제나
반들반들 장수하늘소 등처럼 번들거리는 짙은 갈색의 주먹만한 알밤이
나뒹굴고 있었다.
바지주머니에 가득 담고도 남아 양손에 넘치게 밤을 주워 집으로 들어오면
어머니께서는 정지에서 밥을 하시다 내다 보시며 대견한 미소를 짓곤 하셨다.
그때부터 나는 밤 줍는 것을 좋아 했다.
주머니가 불러오면 마치 내 마음이 꿈으로 가득차는 것처럼
벅차 오르곤 했다.
그 막둥이가 자라 도시로 나간 뒤
한동안 밤 줍는 재미를 잊고 살았다.
MTB를 타면서 산을 헤메기 전까지 수십년 동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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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 30일 토요일로 기억된다.
전주에서 근무할때
자전거를 타고 모악산엘 갔다.
금산사를 돌아 남들이 다니니 않는 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다보니
길섶에 알밤이 널려 있다.
그때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막둥아 밤 주어야!"
나는 본능적으로 밤을 주었다.
하나 하나 담다 보니 어느덧
20리터 배낭에 가득하다.
어머니께 칭찬받고 싶은 욕망에
나는 서둘러 하산하기 시작했다.
어머니께서 손짓하시며 막둥이를 부르신다.
나의 페달링은 더 빨라졌다.
그리곤 급경사 커브길을 돌다가 넘어지며 잠시
정신을 잃었다.
잠시 후 깨어나 보니
나는 2-3미터를 날아 길 옆 덤불속에 나뒹굴고 있었고
자전거는 배수로에 처박혀 있었다.
"자전거"는 스크래치 하나 없이 살아 남았다.
그제야 손바닥에 통증이 느껴진다.
가죽장갑이 칼로 도린듯 잘려져 있고
깊숙한 상처에서는 검붉은 피가 샘처럼 흘렀다.
경찰은 친절하게도 나를 인근 병원에 데려다 주셨다.
손바닥에 8바늘 실밥을 달고
한손으로 자전거를 타고 10여키로를 달려 집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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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일요일...
오후 늦게 우면산에 갔다.
선바위쪽으로 올라가는데
길가에 장수하늘소 등 처럼 번득이는 알밤이 또 떨어져 있다.
어머니 칭찬 받을 욕심에 하나 하나 줍다 보니 어느덧
저지 뒷주머니에 가득하다.
그리곤 서둘러 집으로 달려 내려오다 커브길에서 360도 텀블링 했다.
어머니께서 보호하셨던지
정강이에 가벼운 스크래치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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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집 텃밭의 아름드리 서리밤나무는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3년만에
시름시름 말라가더니
지금은 덩그마니 줄겅이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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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바 식구 여러분
풍성한 추석 맞으세요^^
기억이 또렷한 게 새롭습니다.
어젯저녁 제가 좋아하는 상수리묵을 먹었습니다.
논밭에서 나는 작물과 산채 외에 먹거리가 귀했던 깡촌에서
상수리가 익어서 떨어지는 시절은 대단한 호기였지요.
당시 '엑스란'이란 이름으로 불리웠던 질긴
가로줄 무늬의 나일론 셔츠는 저의 6남매가
상수리를 줍는 자루의 역할을 했더랬습니다.
어머니께서 뒤울안에 커다란 항아리를 깨끗이 씻어 준비해 놓으시면
우리 여섯 남매들은 앞산, 뒷산으로 쏘다니며
아름드리 참나무 아래에 떨어진 상수리들을 주워
그 나일론 셔츠의 아랫단을 움켜서 그 상수리들을 담아
뒤울안의 커다란 항아리로 매일 날랐지요.
가끔은 나이 차이가 좀 나는 짓궂은 외삼촌들과 함께 가면
덩치가 큰 외삼촌들이 참나무를 걷어차는 바람에
후두둑 떨어지는 상수리에 맞은 빡빡 민 중머리에
혹 깨나 났던 기억이 나는군요.ㅋㅋ
항아리가 다 차면 어머니께선 절구에 그것들을 빻아서
상수리묵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정말 입에서 살살 녹았었죠.
상수리묵을 꽤 많이 만드시긴 했으나
어머님의 명으로 그 묵들을 큰 사발에 담아
이웃집으로 이웃집으로 돌리다 보면
실제 식구들이 먹을 수 있는 묵은 아주 적었죠.
당시엔 그게 좀 못마땅했으나
지금은 그런 마음씀씀이들이 점차로 없어져가는 것만 같아
되려 아쉽기만 합니다. 그립기도 하고요.
입추가 지난 지 오랜데
가을 인수위는 뭘 하고 있는지
한낮의 맹렬한 더위는 복날을 무색케 합니다.
그나저나 저 가을 타는 게뷰..
탑돌이님 글을 읽다 보니 갑자기 야밤에
잔차를 끌고 산으로 가고 싶은 거 보니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