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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험난했던 시베리아 바이칼호로의 대장정 라이딩-(7)<<<<<

mandolin2004.09.01 21:09조회 수 1142추천 수 16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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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광복절이며 일요일인 4일째는 이 필자가 상상외의 봉변을 겪고 속된 말로 정말 개망신을 당한 날이기도 하다.
숙소에서 러시안 식(?) 갈비탕으로 아침을 먹고는 원래의 예정대로 앙가라강 서북쪽의, 시계박물관이 있다는 앙가라스크로 방향을 잡고 우선 이르크추크 역 맞은 편 지역에 있는 벼룩시장부터 찾았다.
먹거리부터 의류 완구 기계류에 심지어 고물 잔차 프레임까지 없는 것이 없을 정도.
허나 판매자나 방문객들은 오히려 진귀한 복색의 우리들을 쳐다 보는 일에 푹 빠지는듯 했다.
특히 이 곳서도 내 잔차에 메단 태극기를 보고는 반가운 얼굴로 다가오는, 고려인으로 보이는 노인들과는 미소를 나누며 말이 안 통하는 만치 악수를 나누는 수 밖에 없었다.
이날 일부러 루불을 마련해 갔지만 둘러봐도 살 것이 없어 그냥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리고 다운타운으로 통하는 앙가라다리 입구를 거쳐 북쪽으로 그것도 좀 한가로운 길을 찾는 답시고 골목길로 들어 갔다가 헛걸음질도 한 뒤에 큰 길로만 달리다 보니 어느새 이르크추크시의 맨 북쪽다리를 건너게 돼 앙가라 강 서안이 아닌, 강 동안으로 넘어 가게 됐다.
허나 다리를 넘어 가면서 다운타운과 연결되는 앙가라다리와 이 다리사이에 수림이 비교적 많고 넓은 자연공원이 건너편에 보였고 사람들도 보여 우리팀도 매연을 더 마시기도 지겹고, 또 어제 바이칼 행으로 과로한 만치 이 공원지역서 가벼운 라이딩을 하면서 쉬자는데 의견이 뫃아져 숲속으로 들어 갔다.
아직 정오 정도밖에 안 되었고 또 전날 바이칼에서 수많은 러시안들과 친교를 나눈 만큼 신변의 위험따위는 상상치도 못했다.

역시 앞장 서서 오솔길을 따라 1백미터쯤 들어 가자 바로 좀전에 넘어 온 다리밑 강변이 나오면서 길이 끊겨 잔차를 끌고서 상류쪽으로 옆길을 찾아 나섰고 3백미터쯤 가자 오솔길은 더 좁아지며 강변에서 좀 떠드는 소리가 들려와 꼬부러진 길로 더 나가다 보니 20대초반으로 보이는 10명정도의 러시아 청년들과 딱 마주쳤다.
대낮인데도 술을 좀 마신듯 한명은 누워 잠이 들었고 다른 한 두명은 수영을 하고 있었는데 숲속서 갑자기 나타난 이 삐에로를 보고는 우선 환성을 올렸다.
내 뒤를 따르던 서회장등은 재빨리 그냥 되돌아 나가자는 싸인이었지만 `설마..`라고 생각했고 또 어떤 불상사가 야기 된다고 한다면 뒤를 따르던 일행들에게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겠다는 생각에 고글부터 벗고 맨 얼굴로 당당하게 혼자 나서서 보디랭귀지로 `수영을 하러 왔구먼. 내가 사진이라도 한장 찍어 보랴?`고 하자 내 디카앞에 나와 서서 어께동무를 하는 등의 포즈를 취했다.

사각을 두 세차례 수정하고는 셔트를 누르고 `오케이~  댕큐~  굳바이~`라며 잔차를 끌고 되돌아서려 하자 6~7명이 달려와 저마다 뭐라고들 하며 잔차를 붙잡는다.
그 들의 말 가운데 `포토`라는 말도 있어 주민등록증과 명함이 들어 있는, 수첩을 꺼내 이메일 주소도 있는 명함을 꺼내 건네 주려했으나 꺼내기도 전에 통째로 빼앗아 버려 나도 모르게 재빨리 다시 빼앗아 바지 호주머니 속에 넣어 버렸다.
그야말로 사면초가이고 진퇴양난인 상황에서 이런 승강이를 하다가 나도 모르게 평소의 습관대로 화가 난 표정으로 `이게 무슨 짓이냐?는 뜻의 괴성인 `다이~`라는 소리를 내 뱉았다.

그러자 4~5명이 내게 옆발차기와 스트레이트를 날리기 시작했고 한 녀석은 잔차에도 발길질이다.  
무저항이면서도 발차기등은 용케 피했으나 오른쪽 광대뼈 밑에 날라 든 잽과 왼쪽 눈밑에 날라 든, 강하고 빠른 스트레이트는 피할 수가 없었다.
왼쪽 눈에 번개가 번쩍하고 이 통에 모래 턱위에 넘어 졌지만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수 있다.`는 말을 상기하며 오뚜기처럼 발딱 일어나려 하자 이번에는 5~6명이 사지를 붙잡고 번쩍들어 앙가라 강물에 던진다.

무려 4년간의 주말 잔차타기 외에도 무려 6년가까이나 주중에 1.2키로씩 두차례의 수영을 해오고 있는 나로서는 깊은 물에서도 당황하지 않겠지만 물 깊이가 무릅밖에 안돼 곧 바로 일으나 걸어 나오자 이 때 벗겨진 핼멧 때문에 대머리임이 들어 나선지 이들은 좀 멈칫, 얼굴이 곱상하고 좀 착하게 보이는 두 녀석이 다가와 옷 매무세를 고쳐 주고 술이 약간 남은 보드카 병과 잔, 그리고 오이쪽까지 가져와 술을 권한다.

나는 어이 없어해 하면서도 `야이 쌍*들아! 너희들은 너희 애비나 할애비도 패냐?  쨔시아 ! 니들이 사는 이 도시의 국회의원도 우리 고려인이여 쨔시야 !`라고 중얼 거리며 술잔을 받아 마시는데 어느새 내 디카를 뺏아 간 두 녀석이 저만치서 카메라 조작을 못해 원숭이가 이상한 물건을 만지듯하는 것이 보여 `야~ 무식한 놈들아 ! 너희들 그것 가져가도 프로그램도 없을테니 사용도 못해.`(공항 상가에서도 일반 카메라뿐 디카는 안 보였음)라고 중얼 거리기도 했다.
좀 꺼림직해 반잔의 술을 반만 마시고 돌려 주자 녀석이 나머지를 다 마시고 내가 한번 베어 먹고 남은 오이쪽도 먹어 치우는, 괜찮아 보이는 녀석도 있다.

이쯤되자 내 디카로 바이칼등지에서 찍은 사진이 1백여매에 이르고 있음을 깨닫고는 두 녀석에게 보디랭귀지로 이를 대충 표현하고는 제발 돌려 달라며 사정도 해 봤다.
허나 둘은 불가능하다는 듯 조금도 주저없이 완강하게 머리를 가로 저었고 그저 낮은 소리로 `고` `고` 한다.
사실 카메라하면 중학때부터 취미여서 니콘등에 망원랜즈까지 한 가방이 있지만 잔차여행에서는 간편성이 제일 중요한것 같아 몇달전에 옥션에서의 값 싼 덤핑 품이며 아주 소형인 대만제 디카를 볼과 15만여원에 낙찰 받았고 메모리까지 20만원 남짓한 자금이 들어 간 것이나 그래도 카메라보다 사진이 더 아까울 지경. (그래서 이 글에 올린 사진들은 거의 다 서회장이 찍은 거다.)

아무래도 되돌려 받기는 어려웁게 보여 `그래 이 비겁하고 거지같은 자식들아! 나두 디카 하나 강제 원조해주고 간다.`고 중얼거리며 그냥 되돌아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하여튼 먼 옛날 고교시절 서울 청운동 하숙집앞에서 깡패 동급생에게서 건방지다는 이유로 매를 맞은 이후로 처음 얻어 맞은 사건이었다.
돌아 나오는데  눈앞에 데려가지 않는다며 앙탈을 부리던 마누라등의 얼굴도 떠올랐다.
너무도 어이없는 이 사건에 마치 내가 너무 질시를 많이 받아 결국은 저주까지 받은 결과인지도 모를 일이고,  또  무슨 귀신이라도 붙어 이런 봉변을 당한 것이 아닌가하는 등의 온갖 상념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위의 사진은 벼룩시장가운데서 가장 한가 했던 의류 시장 풍경이고 아래 사진은 사건이 있었던, 자연공원 초입의 버스정류장으로 사건 뒤에는 피해상황을 점검한 곳이기도 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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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자전거여행-6편- (by gugjarang) >>>>>멀고도 험난했던 시베리아 바이칼호로의 대장정 라이딩-(6)<<<<< (by mando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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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매일 좋은 여행담을 듣고 있었는데...험한일을 당하셨군요...앞으론 평탄한 여행담만 있기를 기대하면서...
  • 거, 아주 나쁜 놈들이구만요. 무식한 것들이 떼거리로 몰려다니면서 행패부리는 것은 전세계 어딜 가나 있군요. 앞으로 남은 여정 안전하게 라이딩하시기를 기원합니다.
  • 러시아가 치안이 안좋다더니 그 실상을 그대로 전해주시는군요. 기가 막힙니다. 청심환이라도 좀 드셔야겠군요. 아무튼 후기 잘 읽고 있습니다.
  • mandolin글쓴이
    2004.9.2 15:42 댓글추천 0비추천 0
    어이구~ 이교수님까지 보시고 계시네요..반갑습니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8월15일 광복절 날의 얘기네요..아마 러시아는 기분이 안 좋은 날이었던 모양이죠...ㅎㅎ
jycjhm
2004.09.12 조회 2041
샛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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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raman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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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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