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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몰래 바이크(?)

........2003.07.09 14:11조회 수 952추천 수 1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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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 오후6시에  자주 가는 팔로스힐이란 곳에 가면 시카고 잔차클럽(http://www.cambr.org/) 멤버들이 '핫도그라이드'라고 이름붙인 정례 라이딩이 있다.....는 소리만 듣고 한번도 간 적은 없었다.

지난 수요일 저녁 집에 돌아와 넘 좋은 날씨에 미친척하고 팔로스힐로 갔더니 왠 주말도 아니고 라이더들이 와글와글했다. 아하~ 이거이 그 핫도그라이드구나 생각이 났다. 올해는 멤버등록을 안해서 미안하기도 하고 해서 걍 혼자 라이딩을 시작했는데 10분 후 생각이 바뀌었다. 매일 똑같은 코스만 타기보단 이 친구들이랑 타면 새로 개척한 싱글도 알 수 있겠다 하는 생각에서였다. 약 10분정도 잔머리를 굴려 그 무리들이 간 반대 방향으로 가니 금새 만나 쑥스럽지만 힘을 내어 같이 타자고 말을 걸어 보았다. 역쉬 하드코어 라이더들이라 반갑게 OK! 머 골초들이 같이 담배 한 대 태우자고 하면 환영하는 것과 같은 이치 아닐까?  
암튼 그래서 나까지 15명이 뭉쳤다.
근데 이 넘들이 참 가관이었다. 마치 서부영화에나 나올듯한 인상에 (언놈은 종다리 바깥쪽에 황당하게 위아래로 길게 15센티 정도의 구멍이 깊게 나 있어서 너 이거 지금 다친거냐고 물어봤더니 오래전에 체인링에 찍혀서 근육이 파열된 상처란다 )서로 욕지거리 마구 해 가며 땀 빨빨 흘리고 타는데 통나무 장애물에서 멋지게 버니홉핑 못하고 두바퀴 한꺼번에 뜨는 넘은 나밖에 없는 듯... 어떤 젊은 녀석은 프리 바이크로 점프 후에서 유유히 앞바퀴 윌리 한채로 계속 가는데 정말 혀를 내 두를 만큼 잘 탔다. 서서히 걱정이 앞서기 시작.
맨앞 선두를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게 달리는데 따라가니 왠 길도 아닌곳을 이 친구들조차도 거의 끌고 지나가는 것이었다. 완전히 수박통만한 돌밭의 오르막내리막의 연속이었다. 내가 하도 혀가 빠져서 빌빌하니까 내 앞에 녀석 하는 말이 이 길은 그리 자주 타지는 안는단다. 암튼 간신히 밀고 끌고 그 지역을 벗어나니 도로를 탄다. 잠시후 못가본 지역앞에서 서더니 클럽짱인 녀석이 경고를 하는 것이었다. "여기부터는 잔차 금지 구역이다. 서로 알아서 조심해서 타되 될 수 있으면 산개해서 공원경찰(4바퀴짜리 오두바이로 순찰하는)들한테 걸리지 않게 조심하도록!"
허걱! 그 말로만 듣던 몰래 바이크(illigal trail riding)였다. 소문에 의하면 약 7년 전쯤 시카고 지역에서 가장 재미난 싱글로 유명한 이곳이 자연훼손을 이유로 잔차 라이딩이 금지되어 상대적으로 덜 재미난 팔로스힐이 떴다는데 지금 바로 그 금지된 싱글을 타려는 것이었다.
약간 으스스한것이 해는 어스름하게 지고 있는데 트레일 입구에는 높은 나무에 녹이 슬고 림이 보기 흉하게 휘어버린 잔차가 걸려있는 것이 아닌가! 마치 서부영화에 인디언이 백인 총잡이를 죽여서 나무에 매단 것같은.....
좀 더 들어가니 빨간 색 잔차금지 사인이 나왔다. 그래도 아랑곳 하지 않고 열라들 달려간다. 애라모르겠다 나도 걍 막 달렸다. 산 속 깊숙히 들어오니 정말 멋진 싱글트랙이 나온다. 구불구불 통나무장애물에 간간히 멋진 점프대도 있고....암만 생각해도 누군가가 계속 타고 있었던 것 같다.
흐흐흐...수박서리 재미 곱하기 100 이다. 한참을 신나게 타다가 도로로 나와 주차장으로 오니 8시 반. 해는 이미 떨어졌고 물백에 물도 다 먹은 지 오래였다. 약 3시간동안 빡세게 탄 셈이었다.
서로 무사 귀환을 축하하듯 어느 녀석 트렁크에서 맥주들을 꺼내서 마시며 다시 떠들기 시작한다. 나는 어울리기엔 그리 친하지도 안고 해서 부지런히 잔차를 차에 올리고 잘 탔다고 악수한번씩 하는데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과연 이 친구들이 매주 토요일날 트레일을 삽으로 다지면서 불법라이딩하지말라고 운동하던 그 모범 라이더들인가 하는.... ' 매주 토요일 모범 라이딩의 지킬박사들이 수요일 해질 녘이면 하이드로 변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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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린 후기 몰아서 쓰자~ 하늘공원 & 대낮 초안산~ (by 지방간) 사고 그리고 깨달음.... (by 노바(이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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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읽고 나니 왜이리 가심이 뛰는건지... 멋진 분위기가 전해지는 글이네요. 지금 사무실인데 바로 자전거 들고 뛰쳐나가고 싶습니당 ㅜ.ㅜ
tmdcjfdk
2003.07.08 조회 1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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