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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 두바퀴 돌기.....

........2002.01.27 05:19조회 수 641추천 수 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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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리기 전 오랜만에 관악산을 한번 더 타자는 마음으로 산을 오릅니다.
이번엔 풀코스입니다. 자준이(굴렁쇠 회원)가 번개 올리면서 코스를 잡은데로 탈려고 합니다.
일단 번개가 올라오면 그데로 한다는 철칙(?)에 따라 실행을 결심합니다.
근데 이넘이 코스는 빡세게 잡아놓고 저는 직장일 핑계로 쏙 빠져 버렸습니다. 괴씸한 xxx
그러나 굴렁쇠팀이 어떤 팀입니까. 무대뽀 정신에 입각하여 그저 관악산을 두번 올랐습니다.
이 코스가 어떤 코스냐...
일전에 번개했던 코스에서 한바퀴를 더한 호압사-칼바위-안양 석수(채석장)-삼막사-서울대, 그야말로 검증된 묻지마의 진수를 느낄수 있는 코스입니다.

총 라이딩시간: 5시간의 머드라이딩
인원은 저포함 7명
손형-캔델레프티,
나형-KHS DH100,
정형-신테시바주카,
희배-GT LTS,
래준-코나SEX1,
민규-산안드레아스,
한울-다들 아실것이고

면면을 보시면 아실테지만 하드테일은 캔델밖에는 없습니다.
프리라이딩을 지향하다보니 대세가 풀샥으로 기울고 있슴입니다.
위의 잔차들중 나형이나 정형의 잔차는 다운힐 전용입니다. 그러나 앞 체인링을 32T나 36T로 개조하여 프리라이딩이 가능하도록 한 넘들이죠. 이 두분 형님들 앞에서 저는 명함도 못내밉니다.
40대의 나이에도 관악산 칼바위를 20KG이 넘는 놈들을 짊어지고 오르는 고통이 어떤건지 지난번 번개를 함께하신 분들은 아시리라 짐작합니다. 짜릿한 다운힐을 위해 업힐의 즐거움(?)을 희생한 하나의 선택입니다.

10시, 2호선 구로공단역에 다들 모여 오늘의 산행을 시작합니다.
아직 신혼기분을 내는 희배씨가 동료들을 위해서 김밥을 싸가지고 왔습니다. 이미 세아이의 아빠인 저는 이런거 상상도 몬합니다. 그저 라이딩 끝나고 부랴부랴 귀가하여 아이들과 놀아줘야 다음라이딩을 보장받습니다.
아! 나도 저런시절이 있었건만...
길거리 카페에서 300원짜리 커피로 인사를 대신하고 산행을 시작합니다.

칼바위 꼭데기까지는 99% 업힐입니다. 듀금입니다. 거의 한달을 자전거와 친하지 못한 저로서는 오랜만의 라이딩에서 오는 버거움에 심장이 터질듯합니다.
하지만 위에 말한 두분때문에 티도 못냅니다.
그때, 손형님 잔차의 체인이 끊어지는 남의 불행에 저는 속으로 환호성을 지릅니다.
이제 쉴 수 있으니까요...
응급처치를 하고 징그러운 업힐을 다시 시작합니다.
따뜻해진 날씨 탓으로 길이 장난이 아닙니다. 타이어의 트레드가 안보일 정도로 흙이 묻어납니다.
급한업힐에서는 슬립이 일어나 가뜩이나 힘든 업힐에 힘듬이 배가됩니다.

아이고 호압사...
앞에 보이는 절벽은 언제나 그렇듯이 마음속에 포기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러나 내리막의  즐거움을 위해서는 이만한 고통쯤은 견딜만합니다.
다들 잔차를 짊어지고 한숨한번 쉬고 오릅니다. 정상을 올려다 보면 기가 질리기에 기냥 땅바닥만 보고 묵묵히 오릅니다. 아니 숨이 턱에 차고 한겨울에 사우나 한것처럼 온몸이 후끈거리기에 말조차 나오지 않습니다.

드디어 정상
잔차가 망가지거나 말거나 털썩 내려놓고 다들 주저 앉습니다. 멀리 서울시내를 조망하며 싸온 김밥을 나누어 먹고 내리막길로 접어듭니다.
다들 이제부터 행복의 웃음을 입가에 머금으며 마음을 다잡아먹고 내리막으로 치닫습니다.
안양초입 채석장까지 7~8KM  99% 다운힐입니다. 지난번에 끌고 내려간길을 이번엔 다 안장위에서 내려간다는 각오로 평속 40KM로 내려갑니다.
등산객들은 그들이 보기엔 불가능한 내리막을 우당탕탕 내려가는 우리들을 보며 환호성을 지릅니다. 최대한 등산객들을 보호하고 미안한 마음을 가슴속에 새기며 최대한 서로간의 거리를 좁히고 속도를 유지합니다.
서로들 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의 얼굴은 "바로 이거야" 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즐거운 시간은 너무 짧습니다. 한 20분간의 다운힐이었지만 채 5분도 않된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진흙이 온몸을 휘감고 있어 다들 꼴들이 말이 아닙니다.

이제 한바퀴 돌았습니다.
이제부터 가장 싫어하는 온로드 업힐 4KM. 삼막사로 다들 출발합니다. 고개 초입 계곡엔 오토바이 트라이얼을 하는 사람들로 북적됩니다. 내리막은 저들만큼 할 자신이 있지만 오르막은 엔진을 쓰는 저들을 당해낼 재간이 없죠. 하지만 자전거의 동력은 바로 우리 몸이 아닙니까. 저들보다 더욱 짜릿하고 무공해 스포츠를 즐긴다는 자부심이 마음속에 새록새록 솓아납니다.
오토바이의 굉음에 등을 떠밀리며 그곳을 벗어나 삼막사로 오릅니다. 위를 쳐다보니 기가 질립니다. 하지만 예전엔 이곳을 한두번 쉬고 정상을 밟았던 기억을 되세기며 업힐을 합니다.
아이고 이거 장난이 아닙니다. 바뀐 자전거와 그동안 내버려 두었던 몸관리 덕에 예전의 저는 간곳이 없습니다. 끌다 타다를 반복하며 올라가는 길에 왠 핼맷도 안쓴 아저씨가 자전거를 타고 내려가며 하시는 말씀 "왜 끌고 가세요"
"니도 한번 이거 타봐" 하는 말이 이빨 끝에 걸립니다.
4KM 이거 아닙니다. 아마도 직선거리의 표기일거란 생각밖에는 들지 않습니다. 계속 신도들을 나르는 차들을 바라보며 좀 안태워주나 하는 야속함이 맴돕니다.
코너를 몇개를 돌았는지 기억에도 없이 계속 나타나는 코너에 다시 끌기를 반복하며 결국 정상에 도달합니다.
빡센 오르막에 다들 배가 꺼져 가방을 뒤져 얼마나 오래된지도 모를 쵸코바와 사탕을 나누어 먹고 마지막 휴식을 취하며 땀이 식기전에 다시 출발합니다.

아! 이제 또 행복을 향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걸 온몸으로 채감하며 내리막의 각오를 새롭게 다집니다. 안장 낮추고 다운힐 모드로 변신...
이곳부터는 장난이 아닙니다. 평균경사도 40도의 싱글을 잘도 내려갑니다. 앞에서 타고가면 덩달아 타고가고 하며 하산을 합니다. 거의 다 미쳤습니다. 즐거움의 괴성을 지르며 경사를 내려오면 이제부터 자연이 만든 호박돌들의 향연이 기다립니다.
이제부터 서울대까지 끝없이 이어지는 낙차큰 자연석 계단입니다. 이곳은 상당히 신경쓰이는 길입니다. 수십번 이곳을 지나 왔지만 올때마다 다른 길을 타는것 같은 느낌은 다시금 이곳을 찾게 만듭니다.
지난번 번개때 손가락 인대가 나가신 분도 이곳에서 넘어져 일어난 사고였죠.
물 흐르듯 몸을 잔차에 의지하며 거의 다 내려왔을 때.
갑자기 출현한 등산객으로 인하여 페달을 놓치는 사고를 당합니다. 몸의 중요한 부위가 프레임과 접촉합니다. 말이 안나옵니다. 남자분들은 다들 아시죠. 그 아픔을...
주변의 많은 등산객들 덕분에 표정관리가 않됩니다. 그저 나무를 부여잡고 속으로 몸부림을 칠 수 밖에는...
아마도 주변 등산객들도 속으로 꽤나 웃었을겁니다.
이리저리하여 다들 무사히 서울대 입구에 도착, 산에서 못피운 담배 한개비를 꺼내어 입에 물며 오늘의 감흥을 예기합니다.

오후 3시 다들 배들이 고파 쓰러지기 일보직전인 상태라 주변의 밥집부터 살피며 온로드를 이동합니다. 뒤에서 보니 등판이 누런 흙색이더군요.
늦은 점심을 먹고 다들 각자의 가정으로 봉사활동을 하러 열심히 집으로 갑니다.

다음에는 관악산의 스노우 라이딩을 기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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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Re: 아니, 이러시믄.. (b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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