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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도 갈망했던, 한계령!!! --신상훈--

바이크리2002.12.10 09:19조회 수 5843추천 수 8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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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꿈에서도 갈망했던, 한계령!!!
작성자: 신상훈
작성일자: 2001년 12월 26일
게시번호: 4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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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헉! 헉!
둥! 둥! 둥!
켁! 켁! 켁!
몸이 아파서 나는 소리가 아닙니다.
마음이 아파서 나는 진동도 아닙니다.
숨통까지 조여오는 심장의 피돌기가 손끝에서 따뜻한 체온으로 피어오르는 소리!!!
바라는 것을 성취하였을 때 황활한 격정이 노을 위를 둥둥 떠다니는, 정상의 극치에서나 맛볼 수 있는 소리!!!
절묘하다 못해 기기묘묘한 2중주의 합창곡이 땅거미를 헤집고 부채살같이 곱게 빛나는, 종내에는 별빛으로 승화되는 무언의 소리!!!

동공을 크게 벌리고 흐르는 촉수를 곤두세워 은하수를 지나는 한 점 별빛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가슴을 울리며 흐르는 눈물, 손으로도 만져지지 않는 진한 감동이 폭우처럼 쏟아지는 이 순간!!! 한계령도 고요히 청년의 호흡을 가다듬어 주고 있는 이 순간!!!

은은한 묵화같이 어둠이 내리는 한계령 정상에서 지락한 환희의 극치를 발산하고 있습니다.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은 이 평화의 순간을 박제하여 가슴에 안고 살렵니다. 뱀처럼 꾸불꾸불한 한계령 고개를 넘어, 정상의 휴게소에서 곧게 뻗어버린, 더 이상의 기력도 미력도 남아있지 않은---

세상의 모든 것, 생의 모든 것, 그러니까 인간의 역사는 필연의 법칙이 지배하는 결정론의 무대가 아니라 도전과 응전의 역학적인 무대입니다. 역사의 도전보다 우리의 응전력이 강할 때 우리는 역사의 주인공이 되는 겁니다. 오늘만큼 주인공이 된 나도 응전력이 강했고 도전의식이 팽배하였기 때문에 오늘 여기, 한계령에 서있는 것입니다.

8월15일 새벽 6시에 어제저녁 준비해 놓았던 짐을 챙겨들고, 베란다에서 미리부터 기다리고 있는 분신(分身)인 자전거를 곱게 안아 마당에 내려다 놓았습니다. 녀석도 어제 저녁 한 잠도 잠을 자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아마 나보다 더 설레임이 컸던 것 같습니다. 녀석의 눈이 탱탱부은 것만 봐도 알 것 같았습니다. 녀석이 말합니다. 오늘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중도에 포기하지 말고 목표한 곳을 가자고. 한계령 고개에서 쓰러져 죽어 진토가 된다하더라도 끝까지 가자고. 그리고 즐겁게 라이딩을 하자고---

청년은 자전거를 너무 사랑합니다. 퇴근후 베란다에 고이 모셔저 있는 녀석만 보아도 하루의 피곤을 다 잊을 수 있으니까요. 청년이 자전거를 특별히 좋아하는 것은 나도 그렇고 녀석도 그렇고 서로가 거짓없는 순수한 감정을 나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녀석이 가자는 곳을 나는 말없이 따라 주었고, 내가 가자는 곳을 녀석도 아무런 토도 달지 않고 따라 주었답니다. 생의 발전은 이렇게 순수가 토대를 이룰 때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특히나 태고의 숨결이 아직도 묻어있는 자연을 여행할 때는 ---
7월 어느날 무더위가 욕정을 발하고 있는 날, 녀석이 하도 보채길래 녀석과 함께 내가 태어난 고향을 갔습니다. 강남구 역삼동, 말죽거리 은광여고 뒷동산이 제 고향이랍니다. 아직도 배냇물이 촉촉이 배어있는, 흙내음 물씬 풍기는 그 곳.

소년시절 함께 자랐던 떡갈나무, 소나무는 아름드리가 한 팔을 더 보태었지만 옛적 향취는 그대로 였습니다. 빗자루를 만들던 싸리나무도, 하이얀 아카시아꽃을 따먹던 아카시아 나무도 많이 컸고 덩치가 커졌지만 노스탤지어의 향수는 아직도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유달리 컸던 한 그루의 밤나무도 그대로 있습니다. 그 밤나무 밑에서 원 웨이 티켓 팝송을 들으며 밤나무 가지처럼 몸을 흔들었던 중,고시절의 추억이 밤송이 안에 담겨 있습니다. 그 유년시절의 고향동산은 꽃대궐이었고 꽃피는 산골이었습니다. 맑은 물이 수풀속에서 여울지게 울고, 다람쥐는 분주히 도토리를 줍던 그곳. 초저녁 굴뚝에서 구름처럼 피어오르는 유년의 추억들이, 따뜻한 아랫목 같이 남아있는 고향. 지게, 삼태기에 담아도 담아도 못자랄 것 같은 고향의 푸근함. 그 곳을 녀석과 함께 다니는 기쁨이란---한 번 상상해 보십시요.

아직 갓밝기가 피어오를 무렵, 집 마당에 사뿐히 내려앉은 녀석의 모습은 외씨버선을 신은 듯 날렵하게 떠날 갈 채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자는 둥 마는 둥 새벽부터 부산떠는 아들을 본 엄마는 걱정과 근심으로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유년부터 마음먹은 것을 해내는 성격을 알기 때문입니다.
배낭에 각종 장구를 준비해 두었습니다. 500km이상을 달리는 여정인지라 행여 녀석의 몸에 어떤 이상이 생기면 진단하고 치료하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엄마가 마지막으로 묻습니다. 그래 몇 명이나 가는 거여. 거짓말로 여럿이서 간다고 하고 싶었지만 솔직히 말했습니다. 혼자간다고. 이것아 강원도 양양이 옆동네인줄 ---. 채 말이 끝나기고 전에 대문을 닫고 기다리는 자전거에 몸을 실었습니다. 엄마 걱정마슈, 사막에서도 살아올 나유-라고 속으로 되 내이면서---.

애야!! 가자, 갈 길이 멀구나!!!
녀석의 단단한 두 팔을 꼭 잡아 애무하여 줍니다.
핼멧을 단단히 턱에 조여매고, 배낭을 어깨에 걸치고 기나긴 여정을 향하여 잠실을 출발합니다. 새벽 6시 동녘하늘에는 흰구름과 흑구름이 뒤섞여 세력다툼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느편이 이기느냐에 '따라 소낙비가 오느냐 마느냐, 흰구름이겨라!!! 힘차게 응원하여 줍니다. 엊저녁 예보에는 날씨가 맑겠다고 했는데 ---

잠실선착장 포장된 도로위에는 엊저녁에 내린 빗물들이 아귀다툼격으로 이리튀고 저리튀고 --- 난장판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갈길이 바빠 고수부지 자전거 전용도로를 고속질주 합니다. 양쪽 사이드로 쫘쫘 갈라지는 보랏빛 물살이 시원함을 더해줌니다. 흙탕물이 등짝에 붉은 선을 선명하게 스케치합니다. 어설프게 내리는 이슬비가 조금은 걱정이 되었지만 서울만 벗어나면 맑은 하늘이 지천으로 널려 있을 것 같았습니다. 시속 30km로 달리니 벌써부터 한계령을 넘어 양양에 도착한 듯 마음은 은빛 바다위를 질주합니다.

잔뜩 오만상을 하고 있는 서녁하늘과는 다르게 동녘하늘에는 상서로운 빛이 얼굴을 보이곤 하였습니다. 붉게 붉게 홍조띤 어리디 어린 얼굴이 반갑기만 합니다. 제발 울지만 말아다오, 빌고 빌었습니다. 네가 울면 더없이 힘들어 진단다. 탄탄히 검정신발을 조여맨 자전거 바퀴가 물살을 가르고 햇살을 가르고 바람을 가르고 안개를 가르면서 팔당대교에 도착하였습니다.

아리따운 처녀네가 치마 속살을 살짝 드러낸 듯, 백설같이 희디흰 수밀도의 오롯한 유방을 드러낸 듯 봉글봉글한 물안개가 낙수하는 물을 따라 띠를 이루며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팔당대교는 졸고 있는 듯 물안개를 솜이불 삼아 목언저리까지 끌어당겨 덮고 있었습니다. 구름속을 달릴 때 물안개는 몸을 휘감아 떨어지질 않습니다. 잠깐이나마 정이 들었는지 이별을 아쉬워하는 듯합니다. 미로의 안개터널을 나오니 늦은 휴가를 가려는 차량행렬이 번호순으로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검은 옷, 흰옷, 빨간 옷을 입은 차량들은 자기보다 몸집도 작은 자전거가 사이사이 누비며 고속질주하는 모습을 우두커니 보고있을 따름입니다. 이따금 심하게 트림하고 울부짖는 놈들은 갓길로 나와서 다른 동료의 정직함을 비웃습니다. 관습적으로 승인된, 법적으로 규범화된 그래서 누구나 준법해줄 것을 믿는 금기의 약속을 저버리는 삼류들입니다.  다중이 굳게 믿고 지키는 규범의 범주를 일탈하는 데서 흥미와 스릴을 즐기는 저속한 무리---. 그래도 더 많은 사람은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는 것을 믿으며 살고 있답니다.

배낭에서 지도를 뽑아 갈 길을 확인합니다. 이 길이 맞는가, 저 길이 맞는가? 이정표의 글을 잘 확인할 수 없어 서울에서 양양까지 흰띠를 두른 지도를 보고는 양평방향에서 좌로 돌아 44번 국도로 접어듭니다. 이제부터는 4차선의 긴 도로가 맞이하여 줍니다. 팔등신의 미녀 각선미같이 쭈쭈빵빵한 포장된 도로가 여름철의 바람을 여과없이 얼굴과 팔 다리를 주물러 줍니다. 덩달아 녀석도 좋았는 지 더 가속을 냅니다. 주인님 갑니다, 꼭 잡으셔---이잉.

양평땅을 뒤로하고 홍천으로 가는 길은 서서히 기력이 쇠잔해갑니다. 오전의 날씨에 대한 걱정은 스러지고 작열하는 사막의 열사가 금방이라도 삼킬 듯이 떼거지로 덤벼듭니다. 얼굴을 할퀴고, 목을 물어뜯고, 팔뚝을 꼬집고 그럴때마다 진물은 그칠줄 모르고 육수를 뿜어냅니다.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도 이미 치유기능을 상실하였습니다. 겨드랑이의 빽빽한 숲속에서는 끈적끈적한 땀이 분수를 이룹니다. 한손으로는 녀석의 손을 잡고 한손으로는 숲속의 잡목들을 다듬어 줍니다. ---------
시원한 수박 한 덩이가 그립습니다. 국도 옆에는 갓 꼭지를 떼어낸 과일들이 더위를 몸으로 인채 풀이 죽어 누워 있습니다. 단내를 맏고 달려드는 날파리에게 시달려 좀채 잠을 자지 못하고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는 과일들의 피나는 적자생존의 몸부림,
5월의 잉어보다 더 팔딱, 촐딱대는 태양은 점점 몸을 부풀리고 있습니다. 독기품은 복어배와 같이 퍼저오르는 진공의 공간속으로 빨려들어 갈 것만 같습니다. 진공의 공간이 싫어! 싫어!! 열심히 페달링을 합니다. 그러나 처음 출발할 때와는 다르게 속력은 많이 줄었고, 머리 손 발 목 허리 허벅지등 뻐근하지 않은 곳이 없었습니다.
애야 좀 쉬었다 가자!!! 녀석의 등을 쓰다듬어 주고 행길 옆의 과일상에 잠시 엉덩이를 붙였습니다. 엉덩이가 아파 제대로 않을 수도 없었습니다. 열기로 가득찬 입속의 탁한 공기를 길게 내 뿜으며 과일상의 아줌마에게 물었습니다. 이 길이 홍천가는 길이 맞냐고. 아줌마는 땀으로 범벅이 된 나를 딱하다는 듯이 바라다 볼 뿐입니다. 옥수수 수염이 바람에 날리는 것을 보고서야 샛바람이 부는 줄 알았습니다. 오늘은 녀석도 주인을 잘 못만나 고생을 합니다. 녀석을 1년전 저잣거리에서 처음 만날을 때 그리 날렵하지도 건강해보이지도 않았답니다. 그런데 녀석이 나를 만나고 부터는 건강과 날렵미를 되찿지 않았겠습니까. 명마는 명장을 알아보고, 명장은 명마를 알아보는 것 같았습니다. 이것이 서로에 대한 궁합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홍천군에 진입하니 허기진 막장들이 아우성이었습니다. 아침도 거른 채 달려왔더니만 도저히 에너지원을 보충할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이곳까지 오는데 초콜렛과 같은 행동식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몸은 자꾸 늘어저 갔고 속도는 더 이상 낼 수도 없는 지경이었습니다. 달리다 보면 휴게소가 군데 군데 있었지만 굳이 먹을 양식을 사지 않았습니다. 우선은 최대한 빨리 멀리 갈려고 욕심을 냈기 때문입니다. 녀석도 나의 마음을 아는지 그냥 참고 앞으로만 갔습니다. 그러나 녀석도 지쳤는지 말합니다. 다리가 아프니 쉬어가자고---. 혼신의 힘을 다해 시야가 보이는 언덕까지 오르니 오른편에 홍천휴게소가 입을 크게 벌리고 있었습니다. 녀석을 음지가 있는 마당에 편히 뉘어놓으니 그새 잠이든 모양입니다. 간단히 요기를 하고 찬찬히 지도를 보니 설악산 진입로에 인제가 큼지막하게 보입니다. 지금까지는 그리 어렵지 않게 왔는데 지금부터가 체력싸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휴게소에서!!!
등받이가 있는 의자에 등을 한껏 젖히고 초목이 빼곡이 들어선 맞은편 야산을 바라보면서 친구에게 전화를 합니다.
K야! 나다.
아직도 잠을 자고 있구나. 여름 휴가를 내어서 너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려고 했는데 --- 네 몸이 아프니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은 어려웠겠지. 지금 내가 전화하는 곳은 홍천휴게소란다. 지난번에 말한 것을 지금에서야 실행하는 거란다.
K야!! 너는 알겠지. 내가 얼마나 학수고대하던 여행이란 것을. 찬란했던 모란꽃 마저 시들어 버린 6월 어느날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희망 서운케 무너진 그 날, 나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만들기 위해 서점에 들렸지. 두달 후에 있을 한계령을 정복하기 위해 ---. 대한민국전도가 그려진 지도를 사들고 집까지 단숨에 뛰어와 펴드는 순간, 얼마나 심장이 크데 뛰던지 꼭 지진이 나는 것 같았어. 그리고 곧 내가 가야할 한 점 도시를 보았지. 양양이었어. 주저없이 양양을 택했던 것은 미시령을 넘어 속초로 가는 길보다 한계령을 넘어 양양으로 가는 길이 더 어렵고 힘겹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망설임없이 이 길을 택한 거야. 한계령보다 더 어려운 다른 길이 있었다면 나는 판단의 여유도 없이 또한 그 길을 택했을 거야. 그것이 나의 도전의식이자 본성이었으니깐. K야!! 퇴근 후 독서할 틈도 없이 영면의 세계로 들어갈때도 나는 언제나 이 지도를 머리맡에 놓았지. 찬란한 슬픔의 봄을 위해---
K야!!! 쉽게 자동차에 의지하며 힘 안들이고 여행할 수도 있겠지. 고등학교 친구에게 자전거로 잠실에서 한계령, 양양, 강릉, 삼척, 태백, 영월, 원주, 다시 잠실까지 오는 프로젝트를 말했던니 미쳤다고 하더군, K야!! 너에게 종종 말했던 중세의 일화가 생각나니. 아벨라드와 옐로이즈 그 둘은 로미오와 줄리에보다 더 사랑했지. 옐로이즈 집안의 반대로 결혼을 하지 못했지. 둘이 계속 만나니깐 여자집안의 삼촌들이 아벨라드를 잡아다가 거세해버렸지. 그들은 20년의 차이임에도 서로를 깊이 사랑했었지. 아벨라드가 죽은 후, 옐로이즈는 그 누구와도 결혼을 하지않고 오직 아벨라드의 무덤을 지키며 여생을 마쳤다는 --- 아!!! 지고지순한 유아독존격의 이 사랑애기를 대할 때마다 가슴에는 꽃잎, 꽃잎, 꽃잎----순수의 절정.
K!!! 서로가 사랑했기 때문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나, 내가 자전거에 영혼을 싣고 유람하는 것이나 무엇이 다르겠어. 비록 길위에서 비명에 횡사한다해도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이 였다고 자신해. 나를 지켜주는 한 대의 자전거가 있으니 말이야!!!
이야기가 너무 길어 졌군. 몸조리 잘하고 한계령 정상에서 전화할께.

어느 정도 체력이 회복되어 다시 핼멧을 눌러쓰고, 곤히 자는 녀석을 겨우겨우 일으켜 세워 도닥거렸습니다. 자 지금부터는 다운힐이다. 힘차게 바람을 맞자꾸나. 시속 50km의 굉음이 옥수수 팔다리를 흔들며 요란스럽게 달립니다. 5분이나 왔을까 다시 지리한 업힐이 시작됩니다. 오르고 내리고----.끝없이 반복되는 가운데 체력은 서서히 바닥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조그마한 언덕만 보아도 지레 겁이 납니다. 해질녁까지는 한계령정상에 다달아야 하는데---
끝없이 반복되는 업힐과 다운힐!!! 쥐어 짜도 뿜어 낼 것 같지 않은 육수는 육신을 통째로 삼키우고, 한 낮의 더위는 전봇대 꼭대기에서 위풍당당 위세를 부리고, 잡풀위의 메뚜기도 축 늘어진 어깨쭉지를 힘없이 너풀거리고 있는, 더 이상 땡볕이 들어갈 수 없는 오후의 맹열---
압축소잔하는 육체, 머리마저 들기 버거운 지금도 있는 힘을 다하여 햇볕이 길에 드러누워 있는 언덕을 오르고 있습니다. 오르고 나면 다시 내리막길이겠지---희미해져 가는 눈꺼풀마저 내 의지권 밖에서 멋대로 놀아나고---

무엇을 얻고자 이곳에 왔던고
변증법적 삶의 파고가 끝없이 시작됩니다. 쇠하는 육과는 다르게 혼은 새롭게 나를 무장시키고 있습니다. 무엇에 대한 막연한 자신감이 아닌 현재의 부족한 점을 부정하여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나!!! 새로운 나도 다시 부정하여 결국에는 합에서 통일되는, 비등점을 지향해 가는 그런 자신감. 달리는 자만이 생득할 수 있는 시너지효과 이자 방사효과가 아닐까?

양양 133km 이정표에게 반가이 작별윙크를 하고 부지런히 바람과 벗하며 신남을 지나 원통에 도착하니 해는 뉘엿뉘엿 길게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고소도치처럼 바늘깃을 치켜들고 살아있는 만물을 금시라도 꿰메어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할 것 같은 태양의 작열도 솔나무 끝에서 먹이를 찾는 새의 부리에 이리 쫓끼고 저리 쫓끼고 ---

정말로 지친탓일까? 옥녀탕 휴게소 푯말이 지친 마음을 위무하여 줍니다. 조금만 쉰다는 것이 --- 서울 잠실에서 이곳 177km지점까지 달려오니 쉬는 시간은 그림자를 따라 자꾸만 길어지고. 옥녀탕 휴게소에서 정상까지 오르기 위해 체력을 다시 비축하기 시작했습니다. 옥녀탕의 기암절벽이 하늘에서 두레박을 타고 내려온 선녀같이 은은한 향기를 풍깁니다.
편안하게 몸을 식히고 옥녀탕의 기경을 감상하기 위해 댓돌위에 모로 누웠습니다. 모로보니 아리따운 처녀네의 주름치마같이 아름답기만 합니다.

안녕하시나이까!!! 서방님!!
소녀 인사드리나이다.
저는 춘추시대 오나라와 월나라가 와각지쟁을 벌릴때 월나라에서 오나라로 보내진 서시이나이다. 저는 전생에 서방님과 부부의 연을 맺기로 했었나이다. 저는 서방님을 사랑했고, 서방님 또한 나 하나만을 이뻐하셨나이다. 집안이 빈한한지라 서쪽에 있는 작은 동산에서 나무를 하다가 월나라의 채홍사에 선발되어 사랑하는 서방님과 헤어지게 되었나이다. 나를 위해서도, 가족을 위해서도, 나라를 위해서도 채홍사에 끌려간 것이 아니나이다. 이 한몸 다치는 것은 괜찮지만 서방님에게까지 해가 되는 것은 막을 수 밖에 없었나이다. 서방님은 저보다 더 소중하기 때문이나이다. 서방님은 섬섬옥수 제 손을 어루만져 주셨고, 칡넝쿨을 둘둘말아서 왕관을-, 토끼풀을 어여삐 묶어 반지를 -이름없는 들꽃을 가져다 내가슴에 심어주었나이다. 언제나 서방님 자신보다 나를 위해 주셨나이다. 뒷산, 앞산에서 밤꽃향기 흐드러지게 피어날 때 서방님과 갈대가 우거진 언덕을 가이없이 뛰었나이다. 개구리가 노루가 토끼가 참새가 우리를 시기했나이다. 뛰다가 허기지면 머루, 달래를 따다가 나에게 주었나이다. 백옥의 얼굴 입언저리가 검은 물이 들었을 때 서로의 얼굴을 보며 깔깔 웃었나이다. 서방님은 맑은 하늘을 보며 나를 꼭 안아 주셨고, 나는 서방님 품에서 이슬보다 더 영롱한 마음을 보았나이다. 서방님!!! 비록 제가 오나라왕 부차에게 몸을 주었고 그와 살 수 밖에 없었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서방님과 같이 했나이다. 서방님!!! 매화는 일생 추워도 그 향기를 팔지 않는 법이나이다. 그 향기는 오직 서방님 것이나이다. 서방님 오늘이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르나이다. 오늘 서방님을 뵈고 나니 더 이상 여한이 없나이다. 서방님, 이승에서 맺지 못한 사랑!!! 다음 생에서 서방님과 만나 백년해로 기약하나이다. 서방님, 물러가기 전에 마지막 부탁을 드리나이다. 한계령 정상에서 양양으로 내려갈 때는 조심 조심 또 조심하여야 하나이다. 반드시 모자를 쓰고 --- 그래야 다음 생을 약속할 수 있나이다. 소녀!!! 마지막으로 서방님께 절을 올리나이다. 내내 기체 보존하소소!!!!!!!!!!

서시!! 서시!!! 서시!!!! 가지마오!!! 가지마오!!!! 제발 나를 두고 가지마---!!!???

계곡에서 불어오는 한 떨기 바람에 잠을 깨보니 사위가 고즈넉이 가라앉았습니다. 옥녀탕에서 보이는 기암절벽이 전생의 서시였습니다. 달덩이 같은 이마, 상현달 같은 눈, 포도송이보다 더 검은 눈동자, 초승달처럼 휘어진 눈썹, 사과씨를 가져다 놓은 비공, 토끼털보다 더 고운 풍성한 귀밑머리.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19살 처녀의 얼굴입니다. 가만히 가만히 기암절벽에 입맞춤을 합니다. 명년에 서시, 당신을 만나러 오겠다는 말과 함께. 물아일체의 순간입니다.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되는 높은 경지 말입니다.

아름다운 기경과 명년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다시 약진합니다. 조금 체력이 회복된 듯 합니다. 조금이나마 쉬고 나니 페달링하는데 큰 지장을 받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흑거미가 엉금 엉금 사위를 물들이기 시작하였을 때 원기도 고갈되어 가기 시작했습니다. 계곡의 물소리가 괄괄괄거리며 흐를 때, 숨소리도 똑같이 괄괄괄 거렸습니다. 무엇보다도 점점 고무풍선처럼 덩치가 커지는 흑거미가 겁이 납니다. 야간장비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흑거미가 두려워하는 밤의 눈(라이트)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한 굽이 오르면 평탄한 길이 나올려나-- 한 굽이 접어들면 내리막길이 있으려나-- 기대와는 다르게 더 험하게 오르막길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헉!헉!헉!
이 곳 한계령은 오염원도 없고 산새도 투명하고 공기도 맑아 숨쉬기에 더할 수 없이 편안한 곳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숨소리가 잦아들고 목구멍까지 질식할 듯이 꽉꽉 조여오고 있었습니다. 흑거미가 산소를 모두 먹어 치웠나 봅니다. 목줄기에서는 일자로 선 시퍼런 핏줄이 살려고 길을 쓰고, 발모가지는 이따금 뒤틀려서 깽깽거리고, 엉덩이는 치도곤을 맞은 듯이 활활거리고, 손가락 마디마디는 모래알처럼 따로 따로 놉니다. 키 큰 나무를 뿌리채 흔들고 가는 거대한 바람덩이가 그나마 위안이 될까요. 조금씩 조금씩 정상에 오르고 있었지만 그만큼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탯줄을 자르고 나서 많은 힘든 일이 있었으니 오늘의 정상등정도 그 하나입니다. 역류하는 시간이 흘러가면서 정상에 다가갑니다. 호흡마저 혼수상태에 접어듭니다. 소금물의 미꾸라지와 같이 팔딱 팔딱거리는 순간!!! 갑작스럽게 피돌기가 급류에 휘말리고, 혈관이 팽창합니다. 가까운 곳에서 베토벤의 운명교향곡이 들리는 듯합니다. 콰 - ㅇ! 콰 - ㅇ! 콰 - ㅇ!
두 - ㅇ! 두 - ㅇ! 두 - ㅇ!
정상에서의 교향악은 그렇게 시작된 것입니다.

정상에서!!!
정상에서 불어오는 바람탓일까!? 황홀한 서정을 혼자 갖기가 아깝습니다.
K에게 전화를 합니다.
K!! 여기는 정상이야, 한계령 정상말이야! 샤워를 했다는 너의 말이 나마저 시원하게 해주는 구나, 나는 용광로에서 나온듯이 땀으로 범벅이야. 뭐라구? 한여름에 고생을 사서 하냐구. 글쎄, 고생이라기 보다는 내 의지의 표현이라고 생각해. 노력도 없이 손쉽게 목표를 이룰려고 하는 것을 얼마나 경원시 했니. 오직 하나의 목표를 위하여 분골쇄신 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차이점 아니겠니. 또한 무위도식하는 다른 사람과 나의 차이점이기도 하지.
K!! 내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자전거를 교환했을 때, 다들 미쳤다고 했지! 아무 가치도 없는 자전거와 바꾸었다고. 하지만 너는 거위와 승용차를 바꿨지. 승용차가 재산가치가 높고 편리성이 있다고 말이야. 下學의 경계를 넘으면 上學의 고매성을 만나는 것 같아. 보는 것, 같이 있는 것 자체가 즐거운 그런 종류 말이야.
K!! 네가 승용차를 추구한 거나, 내가 자전거를 탐닉한 것과 어떤 차이가 있겠니. 본질에서는 차이가 없다고 봐. 네가 문명의 이기를 편하게 누리는 반면, 나는 고달프지만 좀 더 가까운 곳에서 자연의 거친 호흡을 느끼고 싶었어. 그래서
生我者 父母(생아자 부모), 成我者 一車也(성아자 일거야)라고 신조처럼 말하곤 하지!!!
나를 나아준 것은 부모요, 나를 이루게 한 것은 한 대의 자전거라는 의미지.
성장하는데 풍부한 감수성을 심어주고, 자연을 관조하고 조망할 줄 아는 것은 자전거에서 비롯된 것이지, 마음도 오직 아름다움의 이데아를 지향하는 것도 같아.
유년시절 나보다 큰 짐자전거로 논두렁, 밭두렁, 뱀딸기 가득한 신작로 길을 달렸던 것에서부터 성년인 지금, 그 향수를 못잊어 옛적향기가 그득한 북두칠성을 추구하는 것도 一車가 成我(1대의 자전거가 자아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여정)하는 과정이지.
K!! 오늘 정상에 오르면서 나는 한 마리 가시나무새였어!!!
일생에 한 번 울기위해 가시나무를 찾아 다니는, 가시나무를 찾으면 가시나무에 찔려서 피가나고, 절정의 고통으로 죽어가는, 죽어가면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로 우는, 오직 하나의 목적을 위해 자신을 시련과 고난의죽음으로 승화시키는 가시나무새!!! 오늘 나는 영락없는 가시나무새였어. 등정하면서 몸이 지치면 쉬었다 갈지라도 절대로 네발로 끌고 올라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차라리 끌고 올라갈 바엔 오던길로 되돌아가 집으로 가리라고. 끌고 갈바엔 애당초 여기에 오지 않았다고.
얘기가 한없이 나오는 것 같아, 다음에 만나서 자세히 말하기로 하고 이만 전화 끊을께.

조금이라도 앞을 볼수 있을 때 하산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여 지친 녀석의 등짝에 올라탑니다.
휘∼이∼잉!!!  휘∼이∼잉!!!
화살보다 빠르게 달립니다.
이제는 칠흑보다 더 캄캄한 밤입니다.
전형적인 개와 늑대의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친숙했던 주위의 사물이 낮설게 보이고, 느껴지는 시간말입니다.
다정했던 개가 이 시간부터 늑대로 변하여 야성을 들어낼 것입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질주합니다. 앞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짙은 안개마저 수풀사이에 몸을 웅크리고 있다가 순식간에 달겨듭니다. 내려오다가는 멈춰서서 안경을 닦습니다. 손맷자락에 쓱 한번 문질러 안개를 걷어 냅니다. 그리고 달립니다. 다시 문질러 닦고----
뒤에서 차가 지나가면 비켜 줍니다. 차보다 빨리 달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잠시나마, 차의 큰 눈이 도움을 줍니다. 차가 지나간 공간에는 어둠과 안개가 다시 벌떼같이 몰려 듭니다. 불안합니다. 앞을 볼 수 있는 것은 차가 지나가는 곁눈이 있을 때 뿐입니다. 장님으로 달리니 속력을 내는데는 한계가 따릅니다. 비켜주고 타고-- 반복됩니다. 무리에서 이탈하여 엄마를 부르며 날아가는 반딧불이 고요함을 더해줍니다. 고요함은 또 하나의 불안을 잉태하는가 것 일까요. 그때 순간의 정적을 깨는 외마디 비명이 깊은 잠속의 수풀들을 깨웁니다.
아∼ㄱ, 아∼ㄱ, 악-악???
그 비명은 살기 위한 몸부림일까? 죽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순응일까?
아직도 의식이 있다는 증거일까?
몸이 솟구쳐 올랐습니다.
쿠∼ㅇ.
머리가 포장도로위에 그냥 냅다 거꾸로 쑤셔박힙니다. 허공을 날다 날개쭉지 꺽인 새 같이.
의식이 없는 듯, 잠시 머리가 띵하며 이제는 죽었구나하는 생각이 온 몸을 휘감습니다. 움직이고 싶어도 움직일 수 없는 ---  반대편 차선에서 경적음을 내고 가는 차량에 의해서 정신을 가다듬고 간신히 몸을 추스립니다. 생과사는 떨어지거나 나눠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늘 붙어 다닙니다. 조금의 방심, 자만은 곧 죽음입니다. 단단한 대비는 등불이고요. 보호장구를 갖추고 하산하여 죽음만은 면한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야성의 늑대에게 물어뜯긴 곳이 한 두군데가 아닙니다. 핼멧에 금이 가고, 팔꿈치의 살갗이 너덜너널 피뭉치에 엉겨붙고, 무릎에서는 붉다 못해 검은 색 피가 야광처럼 빛나고, 하얀색 팬티는 누가 보아도 색깔있는 팬티로 착각 할 정도이니깐요.
무엇보다도 양양까지는 몇킬로가 더 남았는데 오른쪽 다리가 접혀지지 않을 정도로 통증이 심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반대편차선으로 내동댕이 쳐진 녀석을 일으켜 세워보니 멀쩡하여 한시름 놓았습니다. 녀석마저 상처가 깊었다면 내가 녀석을 엎고 양양까지 갈 판이었으니깐요. 절름거리며 양양에 도착하여  하루를 편히 쉬었습니다. 쉬고나도 오른다리는 그대로 였습니다. 어제 약국에서 사다가 흠뻑 바른 약도 별로 효험을 내지 못했습니다. 약사는 병원에 가보라고 했지만---

일단은 아픈 몸을 이끌고 강릉으로 출발했습니다. 양양에서 강릉까지 그렇게 먼 거리가 아닌데도 오른 다리의 통증이 심하고, 펴고 오므리고가 되지 않아 거의 왼발에 의지하여 갈려니 체력이 더 소진되었습니다. 하조대, 주문진을 거쳐 강릉도착하였지만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인해 이틀을 더 쉬었습니다. 그래도 몸이 낫지 않아 할 수 없이 서울발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버스안에서 차창을 바라보며 한편으로는 한계령을 등정한 것에 대하여는 뿌듯하였지만, 중도에 포기한 것에 대하여는 울분을 달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나는 지금 세계가 그려진 지도를 머리맡에 놓고 잠을 자며 쓰디쓴 짐승의 쓸개를 혓바닥으로 핥으며 명년을 기약하고 있습니다. 오직 굳은 맹약만이 능히 뜻을 펼 것입니다. 오직 와신상담(臥薪嘗膽)하여 천하에 호연지기를 펼것입니다.

글을 쓰는 지금, 기억에 남는 것은 신나게 언덕을 수십킬로 속력으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허벅지에 쥐가 날정도로 땀을 뻘뻘 흘리며 한계령을 올랐던 것입니다. 죽을 지언정 포기할 수 없는 열정말입니다. 그것이 생의 어려움을 초극하는데 많은 도움을 줍니다. 여러분도 한 마리 가시나무새가 되어 보십시요. 도전과 응전만이 생의 영광을 안을 수 있다고 보면서 ---

                                                        2001.12.24
이글은 8월 15일에 여행하였던 것을 12월 25일에 글로 남긴 것입니다.

                        서초패왕(초의 항우)을 가장 존경하는 신상훈씀.

추신 : 글을 잘 다듬고 퇴고를 하여야 하지만 시간적인 여력이 없어 그냥 졸필로 올린점 너그러이 포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 당시 주요 리플**********************

* 정말 좋습니다. 유려한 필체, 생동감을 느끼게 하는군요......(산초)

* 生我者 父母(생아자 부모), 成我者 一車也(성아자 일거야) 아....이거 정말 죽음입니다.......(Bikeholic)

* 저는 그 어려운 길을 특히, 혼자 여행한 사람들 얘기를 들으면 감탄이 나올뿐입니다........(알핀)

* 귀한 글을 쓰느라고 한계령을 넘는 것과 비슷한 어려움도 있으셨을 겁니다. 다 쓰신 후에 그와 같은 기쁨도 있으셨겠지요. 옥고를 통해 빛나는 세계를 보여 주신 것 다시, 감사 드립니다. 건강하세요!.........(임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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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ER` 1편 -빠이어- (by 바이크리) [대회후기] 광덕산 대회 (초급베테랑) --수류탄-- (by 바이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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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굵은
2004.08.05 조회 5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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