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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중라이딩 - 맹랑한 상상

靑竹2010.07.18 02:02조회 수 1233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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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 년 전에 중풍으로 쓰러졌다가 자전거타기로 기적같이 건강을 회복하신 분. 초창기에 같이 많이 탔었는데 전원생활을 하신다며 점촌으로 내려가 정착하는 바람에 못내 서운했다. 모처럼 상경한 이 형님을 샵에서 만났다.

 

 

 

외상값도 갚을 겸, 마실도 갈 겸해서 거세게 내리는 장맛비 속으로 자전거를 몰아 샵에 들렀더니 2년 전에 전원생활을 한답시고 경북 점촌에 내려가신 휘파람 형님이 모처럼 올라오셔서 만났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는 그간 지낸 이야기들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다가 통닭에 맥주 세 병을 시켜서 먹었는데 역시 비가 오는 날에 먹는 음식은 유난히 맛이 있는 것 같다. 엠티비를 처음 접하던 무렵에 이 형님과 자주 같이 라이딩을 했었는데 벌써 십여 년이 넘었으니 세월이 참 무상하다. 

 

 

 

 

 

▲본격적인 장맛비에 중랑천 수위가 꽤 높아졌다. 

 

 

 

그런데 술을 마시고 화장실에 들르는 걸 깜빡 잊었다. 비도 심하고 저녁도 되고 했으니 20km정도만 타고 집에 돌아가 저녁을 먹을 요량으로 휘파람 형님과 헤어져 중랑천을 달리는데 마신 술 탓에 방광이 당겨온다. 남들이 하는대로 해 보려고 보는 사람이 없는 교각 뒤로 돌아가 보았으나 역시 난 노상방뇨 체질은 못 되는 위인이라 도로 나와서 그저 참으며 달리려니 그도 참 고역이다. 마음이 급해지니 해괴한 발상을 하게 되었는데... 어려서 소변을 잘 못 가린다고 키를 쓰고 소금을 얻으러 다닌 적이 여나므 번 된다는 데에 생각이 미치니,

 

'그래, 옷에다 실례하는 건 어려서부터 내가 소질이 좀 있는 편이잖여?'

 

'이렇게 비가 퍼붓는데 우산을 들고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본들 눈치나 채겠어?'

 

'투명한 빗물과 색깔이 조금 달라도 설마 사람들 눈썰미가 그렇게까지 좋으려구.'

 

'중랑천의 수질에 조금은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겠지만 뭐 산책객들이 데리고 나온

견공들도 무수히 실례를 하는데 뭐.'

 

'그리고 어차피 집에 가면 금방 세탁할 옷들인데 뭐.'

 

'그리고 또 그래. 집에 도착할 무렵이면 내린 빗물이

바짓단 아래로 줄줄 흘러내릴 정도로  무지막지한 이 비에

옷에다 실례한들 거의 흔적이 남아 있지 않을 정도일 걸?'

 

'건강을 위해서 자신의 소변을 마시는 사람들도 있다던데

몸에 바르는 것도 어쩌면 괜찮지 않을까?'

 

 

소변이 급하니 이처럼 별 어처구니 없는 망상을 하다가 급기야 예정된 거리의 절반 정도에서 기수, 아니 핸들을 돌려 집으로 허겁지겁 돌아오고 말았다. 득달같이 화장실로 달려가 볼일을 보고 나니 새삼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역시 남아 대장부는 이 정도는 참을 줄 알아야지. 아무렴.'

 

'문화인의 긍지를 지키려는 나의 이 노력은 참으로 숭고한 거라고 봐.'

 

마누라가 모르고 자전거 유니폼들을 세탁기에 넣고 빨다가 지퍼가 고장나는 바람에 엊그제 세탁소에 맡겨 거금 7천 원을 주고 튼튼한 지퍼를 새로 달았는데 이렇게 지퍼를 새로 단 옷이 세 벌이다. 세탁기에 지퍼를 망가뜨린 후로 자전거 유니폼은 늘 손빨래를 한다. 그런데 빨래를 하는 일이 귀찮아야 되는데 럴럴럴 콧노래를 부를 정도로 즐거우니 뭔 일인지 모르겠다. 

 

 

 

장맛비와 바람에 자전거와 함께 녹아들다.

 

 

 

 

 

 

 

 

 ▲강한 비바람에 갈대들이 몸서리를 치다.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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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5
  • 비 오는 날 라이딩을 즐기시는 靑竹님의 글을 여러 번 본 터라
    오늘도 비가 오니 나가셨겠구나 하고
    혹시 나가셨나요? 하는 글을 쓸까 말까 망설였는데
    결국은 나가셨네요.

    저는 너무 오래 참고나니
    오줌이 나오지 않아서 힘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 정도는 아니셨나봐요. ㅎㅎ

  • 靑竹글쓴이
    2010.7.18 18:58 댓글추천 0비추천 0

    어린 시절, 가뭄이 심해 메마른 황토가 날리곤 하던 날의 하교길에서

    몰려온 먹구름이 떨어뜨린 굵은 빗방울이 '투두둑' 소리를 내며 땅에 떨어지면서

    황토 먼지를 일으키는데, 그 때 물씬 풍겨오는 흙냄새를 맡는 게 그렇게 좋았습니다.

    도시에선 그런 흙냄새를 맡기 힘들었는데 언젠가 사패산에 오르다 비를 만났을 때

    오랜만에 그 흙냄새를 맡고는 가슴이 뭉클해지며 그리움이 울컷 솟더군요.

     아마 그런 이유들로 비를 좋아하나 봅니다.

    언제 백봉산에 가면 선비님 뵈러 한 번 가 봐야겠네요.ㅎㅎ

     

  • 발칙한 상상을 하셨군요~~

    읽어 나가면서 언제 거사를 치루나 내심 기대하였는데 급 실망입니다 ㅋㅋㅋㅋ

    비만오면 나가시는 모양이죠?~~;

  • 쌀집잔차님께
    靑竹글쓴이
    2010.7.19 03:16 댓글추천 0비추천 0

    교각 뒤로 아무리 숨었어도 멀리서 누가 보는 것 같아

    민망한 마음에 거사를 치르지 못하겠더군요.ㅋㅋ

    인간이 상당히 소심합니다. 켈켈.

     

    비만 오면 나가는 게 아니라,

    늘 나가다 보니 비도 맞는 거라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그런데 처음 젖을 때가 좀 껄끄럽지 일단 흠뻑 적시고 나면

    샤워할 때의 시원한 느낌만 듭니다.

    이제 비가 좀 그쳤네요.

  • 목욕탕에서...슬~~쩍

    수영장에서....킥킥

     

     

    미안하기도 합니다만, 암튼 재미잖수...?

  • 뽀 스님께
    靑竹글쓴이
    2010.7.19 04:23 댓글추천 0비추천 0

    헉! 여태 안 주무셨습니까? ㅋㅋㅋ

     

    어려서 맑은 금강 지류에서 놀면서 많이 실례했지요.ㅋㅋ

     

    원기소(요즘 젊은 분들은 모르는 약일 겨)를 먹고 나온 아이들은

    냇물에 잠긴 채 몰래 소변을 보다가 친구들에게 들키곤 했죠.

    워낙 노랬으니까요. ㅋㅋ

    물이 워낙 맑았을 때라서 물 속을 들여다 보면 노란 아지랑이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듯 표시가 나서 친구들끼리 깔깔거리고 웃곤 했습니다.

  • 어제 중부 지방에는 비가 많이 내렸다고 하던데 우중 라이딩을 하셨군요

    엄청 급하긴 급하셨는가 봅니다 그런 상상을 하실 정도 였으니 말입니다 ㅎㅎ

  • 백팔번뇌님께
    靑竹글쓴이
    2010.7.19 19:59 댓글추천 0비추천 0

    아무리 급해도 참는 데에는 좀 이력이 있는 편이라서

    그런대로 견딜 수 있었습니다.ㅎㅎ

    한이틀 잔뜩 찌푸렸다가 볕이 나니 하늘빛이 그렇게 파랗고 청명할 수 없네요.

    그래도 습도가 워낙 높아서 그런지 가을하늘의 쾌청함은 못했지만요.

    항상 건강하세요.

  • 엘리트 선수들은 잔차를 타다가 신호가 와도 내려서 일보는 시간을 아끼려고 맑은 대낮에도 안장위에서 그냥 처리한다고 하던데,

    따라 해보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않되는걸 보면 엘리트 되기는 애저녁에 글른 일이지 싶습니다.

  • 송현님께
    靑竹글쓴이
    2010.7.19 20:02 댓글추천 0비추천 0

    헉!

    문화인의 긍지를 살렸다고 내심 기뻤는데

    엘리트를 향한 길이었군요.(아깝다.) ㅋㅋㅋㅋㅋ

    예전에 사진에서 보니 달리면서 실례하는 모습이 실재하더군요.

    대단한 기술입니다.ㅎㅎ. 반갑습니다 송현님.

     

    그래도 한 번 잡수신 마음인데 엘리트가 되실 때까지 일단 계속 시도는 해 보셔야...

     

    =3=333=33333

  • 자전거타고 하루 죙일 타다 보면 그러고 싶을 때가 가끔은 생기죠...

    몇년 전에 어느 여름날 밤에 자려고 누웠으나 잠이 오지않아 밤 1시에 살금살금 자전거와 배낭을 챙겨 야반도주를 한 적이 있었지요...

    날밤을 꼬박 새우면서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두어바퀴쯤 돌아다니며 놀다가 오후 1시에 마누라 만나서 집에 들어간 적이 있었지요...

    전이나 지금인마 저는 자전거를 타고 산에 갈 체력이나 체격은 못됩니다... 저한테 자전거는 모름지기 길에서 타야 하는 차입니다... ㅎ~...

    이제는 아침이나 저녁에 출퇴근할때 비가 내리면 타지 않는다는게 한 원칙처럼 되어가고 있습니다. 아직은 자전거에 대한 권태기는 아닌데 전과 같지 않고 체력의 한게 때문에 오는 생각의 차이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 靑竹글쓴이
    2010.7.19 20:04 댓글추천 0비추천 0

    역시..

    저도 거의 미치다시피 했을 때는 의정부 동호회 사람들과 종일 타고

    밤에는 서울의 동호인들을 만나러 가서 또 밤새 자전거로 쏘다닌 적이 무척 많았습니다.

    그 시절에 비하면 지금이야 많이 위축된 편이지요. 어쩌면 그렇게 저와 비슷하십니까요.ㅎㅎㅎ

    사실 저도 이제 무리하지 말고 설렁설렁 즐겨야 될 때가 왔다는 걸

    몸으로나 마음으로나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 청죽님도 차암...

    그정도 융통성이 없으셔서야,,,

    '부르르..." 얼굴 티내지 말고  살짝 해결하믄 어떼서==3=3=333

  • 탑돌이님께
    靑竹글쓴이
    2010.7.19 22:00 댓글추천 0비추천 0

    어쩌면 융통성을 이미 발휘하고

    글에서 시치미를 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엉? )

     

    =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

  • 언제인가는 기억나지 않지만 퇴근길에 비가 가열차게 내리던 때 그대로 볼 일을 본적이 있었는데

    그 느낌이 나쁘지만은 않았던 기억이 볼 일 보기전에 든 생각이 靑竹님과 똑 같았습니다...어차피 내가 빨건데...

    댓글들을 읽다보니 역시 동질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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