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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희생....

vr6042003.08.07 03:54조회 수 364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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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8/06 16:19

"국민연금 문제 있다" 연금공단 차장급 직원 자살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근무하던 차장급 직원이 국민연금제도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채 자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10시경 국민연금관리공단 남원지사 가입자관리부 송모차장(40)이 사무실에서 목을 맨 채 숨져있는 것을 부인과 회사 동료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송씨의 부인은 남편이 퇴근 시간이 지났는데도 돌아오지 않자 회사를 찾아왔다가 남편의 시신을 발견했다.





송씨는 '이 세상을 떠나며 마지막으로 남기는 글'이라는 A4용지 2장분량의 유서를 통해 "국민연금에 온지도 벌써 4년 7개월이 지났지만 슬픔이 훨씬 더 많았고, 보람을 느낀 적이 한번도 없었다"면서 "오늘도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했다. 먹고 살기 힘들다는 사람들에게 일방적으로 보험료를 조정하겠다는 문서를 만들었다"며 괴로운 심경을 토로했다.


또 송씨는 유서에서 "정말 소득조정이 필요한 일이라면 법과 제도로 뒷받침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올려놓고 항의하면 깎아주고 큰소리치면 없던 걸로 해주고 지금은 이것이 현실 아닌가"라며 "국민을 위한 국민연금이라면서 지금까지 난 국민연금을 칭찬하는 사람을 한번도 본적이 없다"고 밝혔다.


송씨는 국민연금의 미래에 대해서도 "지난해에는 납부예외율 축소때문에 벙어리 냉가슴을 앓았는데 산을 하나 넘고 나니 소득조정이라는 더 큰 강이 버티고 있다"며 "내가 하는 일이 이렇게 부실한데 5년, 10년 그 뒤에 벌어질 일들을 생각하면 정말 두렵다"고 적었다.


송씨와 함께 근무했던 사무실 직원은 "(송씨가) 쾌활하고 자상한 성격인데다 유머도 있어서 술자리를 주도하는 편이었다"면서 "지금 돌이켜보니 속에 있는 말을 감추느라고 그런 것 같다"고 허탈해했다.


또 다른 직원은 "평소에도 힘들어했다. 팀회의에서는 소득조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면서 "팀원들이 대부분 소득계산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점에 동의했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송씨는 유서의 마지막 부분에 "저 하나 없다고 달라질 것 하나 없겠지만, 제 목숨을 걸고 호소하고 싶습니다"며 "정말 국민들한테 사랑받는 국민연금을 만들어 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내일도 어제처럼, 오늘처럼 산다면 무슨 희망이 있겠습니까?"라며 제도의 개선을 당부했다.


한편 송씨는 가족들에게 "일주일전에 사준 노란 자전거가 아들녀석에게 마지막 선물이 되었다"라며 "이런 아들을 남겨놓고 가려는 제 마음도 미어지고 저절로 눈물이 흐른다"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나타냈다.


송씨는 아내가 몸이 허약해 3차례나 유산을 한 후 어렵게 얻은 6살 짜리 아들이 있으며, 가정은 화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건일 동아닷컴기자 gaegoo99@donga.com




다음은 유서전문.




-이세상을 떠나며 마지막으로 남기는 글




언젠가는 떠나야 할 그 길을 이제 떠나려 합니다.


돌이켜보면 40년, 적지 않은 세월을 살아왔군요.


이제 그 마지막 길을 떠난다 생각하니 좀 쓸쓸한 마음이 드는군요.


항상 죽음이라는 두 글자를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그래 개똥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데 하면서 내일은 좀 나아지겠지 하는 희망을 안고 살아왔지만 역시 인생은 고해인가 봅니다.


죽음이 두렵지는 않습니다.


이세상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고 언젠간 홀로 가야할 그 길을 조금 먼저 떠나려는 것 뿐입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 뜻대로 내 의지대로 살아온 나날들이 얼마나 될까요? 어쩔 수 없이 바람부는 대로 시키는대로 어거지로 살아왔지만 이젠 그렇게 살고 싶지 않습니다.


직장생활 한지도 벌써 14년 9개월이 흘렀고 국민연금에 온지도 벌써 4년 7개월이 지났습니다. 직장생활하면서 기쁨도 있었고 슬픔도 있었지만 슬픔이 훨씬 많았던 것 같습니다. 특히 국민연금에 온 이후로는 더더욱...


전 원래 소심한 성격입니다. 그래서 누가 뭐라고 하면 대들지도 못하고 돌아서서 혼자 눈물만 흘립니다. 크게 울지도 못하고 소리죽여 흐느낄 뿐입니다. 크게 울어본 건 어머니 돌아가셨을 때 뿐이었습니다. 정말 속상하고 힘들어도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그저 혼자서만 울음을 삼키고 또 먹고살기 위해서 또 그렇게 힘겨워 해야 했습니다. 그래도 힘껏 살아보려고 나오지 않는 웃음도 지어 보이고,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 때문에 힘들지 않은 척 애도 많이 쓰면서 내 나름대로는 몸부림쳤지만 그래도 항상 두려웠고 힘들었고 외로웠습니다.


이세상 친구들은 제가 정말 힘들고 어려웠을 때 모두 나를 떠났습니다. 6개월된 아이를 세 번이나 잃었지만 그때마다 제 옆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몸이 아파 누워있는 아내 앞에서 힘들고 외롭다고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내는 저보다 더 아프고 힘든데... 술 한잔도 맘껏 마실 수 없었고 혼자 누워있는 아내 때문에 항상 가시방석이었지만 어찌어찌 그 시절들은 이제 다 지나가고 지금은 재롱동이 까불이 아들녀석이 하나 있지만 이제는 제가 힘들어서 더 이상 버틸 힘이 없군요. 가시고기처럼 아들녀석을 사랑해주고픈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하루하루 어쩔 수 없이 사는 제 모습이 너무도 초라하고 외롭고 쓸쓸해서 이제는 가야할 것 같습니다.


일주일 전에 사준 노란 자전거가 아들녀석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 되었군요. 자전거를 타는 그 녀석을 보면 참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지가 쪼금만 힘들면 밀어주라면서 발만 페달 위에 올려놓고 노래를 부르곤 합니다. 이런 아들녀석을 남겨놓고 가려는 제 마음도 미어지고 저절로 눈물이 흐릅니다. 절 힘들게 했지만 저만을 사랑한다는 아내에게 무거운 짐을 지우고 이 세상을 떠나려는 저는 정말 나쁜 놈이고 바보인걸 저도 알지만 하루하루 산다는 것은 그보다 더한 고통입니다.


오늘도 전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했습니다. 먹고살기도 힘들다는 사람들에게 일방적으로 보험료를 조정하겠다는 문서를 만들었습니다. 일하는 것이 싫은 것이 아니라 기준도 없이 무턱대고 밀어부치는 이 일들이 싫습니다. 정말 소득조정은 필요한 일이고 그렇다면 법과 제도로 뒷받침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올려놓고 항의하면 깎아주고 큰소리치면 없던 걸로 해주고 지금은 이것이 현실 아닌가요? 국민을 위한 국민연금이라면서 지금까지 전 국민연금 칭찬하는 사람을 한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국민연금 와서 한번도 보람을 느꼈던 적이 없습니다. 어디가서 국민연금 다닌다고 말하지도 못합니다. 왜 제가 이렇게 죄인처럼 살아야 하나요? 왜 제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면서 살지 못할까요? 이것이 제 잘못인가요?


한달이면 적게는 천여건 많게는 그 서너배의 일을 어떻게 소신을 가지고 꼼꼼하게 처리할 수 있을까요? 저는 수퍼맨이 아니라 도저히 능력이 부족해서 더 이상은 할 수 없습니다.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줘야 같이 일을 나눠서 할 수 있을 텐데 항상 땜빵만 하고 맙니다. 제가 하는 일이 이렇게 부실한데 5년 10년 그 뒤에 벌어질 일들을 생각하면 정말 두렵습니다.


작년에는 납부예외율 축소 때문에 벙어리 냉가슴을 앓았는데 산을 하나 넘고보니 올해는 소득조정이라는 더 큰 강이 버티고 있네요. 올해 1월 4천여건, 6∼7월 또 한 3천여건, 그래도 아직 5천여건이 남았네요. 삼성 모 회장님도 3천여만원 내고 3년7개월이면 원금 다 찾아먹는 좋은 국민연금인데 왜 국민들은 죽어라 하기 싫어하는 걸까요?


이것이 국민연금 말단 총알받이 직원들이 잘못해서 그런가요? 공단 경영진 아니 이건 국가가 잘못한 것 아닌가요? 그래요 먹고 살려고 월급 받는 죄로 있는 욕 없는 욕 드러운 꼴 다 당해가며 살아왔지만 정말 이건 이래서는 안되는 것 아닌가요? 제가 뭐라고 한다고 해서 고쳐질 일도 아니고 저 하나 없다고 해서 달라질 것 하나도 없겠지만 제 목숨을 걸고 호소하고 싶습니다.


정말 국민들한테 사랑 받는 국민연금을 만들어 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내일도 어제처럼 오늘처럼 산다면 무슨 희망이 있겠습니까?


이제 서서히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오는군요.


두뺨 위로 흐르는 눈물을 닦고 이제는 제 인생을 마감하렵니다.


사무실에서 인생을 마감하면 또 저 때문에 고생하실 분들이 많이 있을 텐데 그분들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병사는 전장에서 죽는 것이 가장 명예롭다는 말을 어디서 줏어들은 것 같네요.




이렇게 살라하네 저렇게 살라하네


바람이 부는대로 그렇게 살라하네


이런게 인생이거늘 풀잎되어 살것을




사랑이 다무엔가 친구는 또무엔가


서러운 내노래는 그누가 들어주리


흐려진 두눈가득히 아들녀석 밟히네




술한잔 따라놓고 담배도 피워물고


쓸쓸히 가는그길 노래도 들어보리


눈물로 하늘보면서 내님조차 잊으리




2003.8.4. 20:50




바보 송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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