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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겠죠?..^^::

eyeinthesky72008.02.15 00:27조회 수 884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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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을 아는 두 형님들과 저녁을 먹고 이야길 좀
나누고는 헤어졌습니다.
저는 자출을 했었기에 당연 잔차를 타고 퇴근을 하게 되었구요.

늦은 시간이고 빨레타임데이인지 거시끼데이인지 하는 날이라서 그런지
유독 같은 시간대 임에도 불구하고 동대문 일대나,청계천 주변도로가 막히지도 않고
혼잡하지도 않아 여유롭게 잔차를 타고 오던 중이었습니다.

청계8가쪽 홈플러스 맞은 편의 다리의(고산교) 인도쪽으로 진입을 하게
되었는데(늘 ..자퇴 코스 입니다.)

다리 위 인도상에 까만 점퍼 같은게 있더군요.
"어~? 뭐지...." 스쳐지나가다가 다시 되돌아 보니
그건 점퍼가 아니고 60대 초반쯤 되어 보이시는 분이 하늘을 응시하는 자세로
넘어져 계시더군요.

날이 오늘은 좀 풀렸다고 하지만 저대로 누워 계시면 큰 일 날 것 같기도 하고
어딘가 불편 하시거나 다치신 것 같아 걱정이 되어
다가가서 괜찮으시냐고 손으로 몸을 살짝 흔들며
여쭸습니다.

잠시...정신을 못차리시더니
아...괜 찮아요...하시더군요.
아니 어쩌시다가 이렇게 되신거죠?...했더니.(이미 입가에선 술 냄새가 나더군요.)
내가 술 좀 마셨는데 이 목발집고 가다가 넘어졌어,..
그런데 첨엔 정신을 못차리겠더라구..
하여튼 고맙네....
못일어 나서 누워만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다들 그냥 지나쳐 가버리는데
젊은친구 ...너무 고맙네...하시더군요.

그러시기에...
전 그래도 걱정이 되어 다른데 불편 하신데 없으세요...했더니...
일어 나실 수가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119에 전화해서 응급차를 보내 달라고 했습니다.
5분여가 흐르고 응급차가 도착 하기전...
이 어르신께서 자꾸 괜찮다고 이젠 않불러도 되며
괜히 부담만 주면 어떻게 하냐...119 오지 말게 하라시고는
당신이 10년 전 까지만 해도 사업이 잘 되어 돈을 많이 벌었엇는데
어느 한 순간 망해서 지금까지 이렇게 살고 있다고 하셨지요.

이 어르신은,
제가 본 모습대로 말씀 드리면 흐름한 오리털 검정색 점퍼에
한쪽 발을 다치셨는지 한쪽발 깁스 하신 상태였구요.
약주는 드셨지만 안경을 낀 상태에 말씀 하시는 것은 또렸하셨습니다.

죽을려고 자살도 몇 번 시도 해봤지만 죽어지지도 않았고
괴로워서 이렇게 술만 마시고 있다고 하시더군요.
오늘도 왕십리쪽에서 한 잔 하시고 목발 짚고 오시다가 바로 이 고산교 위의 인도에서
쓰러지셨다고 하십니다.

119응급차가 오기 전까지 이런저런 말씀을 하시며,
너무 고맙다고 내가 이 고마운 젊은이에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고
목소리라도 다시 들어봐야겠다며 자꾸 제 전화번호를 적어 달라 하시더군요.

좋은 일 하고도 이런생각 하면
않되지만 워낙 세상이 험해서 제가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돌리면
그 이야길 들으시다가 다시 ..
내가 뭐 다른 뜻은 없으니 오해는 하지 말고 너무 고마워서 그러네..
전화번호 좀 달라...내 돈은 없지만 밥 한 끼 살 돈은 있다...하시며 전화번호를
계속 종용을 하셔서 119요원이 오면 제가 메모지에 적어서 드릴께요.(사실 있는 명함이 있지만 업무적인 외에는 친한 친구에게 조차 명함을 돌리지 않습니다.)

자꾸만 그러시는게 찜찜해서
119요원분들 오시면 그 분들이 행여라도 문제가 발생이 되면 증인이라도 되어 주실 것 같아
도착하신 요원분들에게 이러이러 해서 어르신께서 전번을 달라고 종용을 하시는데
메모지와 볼펜 좀 있으세요...하고는 얻어서(119요원분들이 가지고 다니시는 명함)
위에 제 이름과 핸폰 번호 적어 드렸습니다.

그러고는 119 응급차에 타시라고 했더니
괜찮다 하시며 왜...부담을 주나...걸을 수 있으니 걸어 가겠네..하시더니
제게 두 손을 내미시면서 나 좀 일으켜 주시게나...하시기에
두 손을 맞잡은 상태로 일으켜 드리고 두 목발을 편히 짚으실 수 있도록 각 각의
손에 쥐어 드렸습니다.

119요원분들도 당사자인 어르신께서 괜찮다고 하니...그냥 가겠다고 하시며
자리를 뜨시더군요.

아니 댁에 까지라도 타고 가시죠?....말씀 드리니...
내가 이렇게 산다고 그 사람들에게 부담을 줘서는 않됀다 하시며 부득불 걸어 가시겠다고
하시며 살살 걸으시더군요.

정말 가실 수 있으시겠냐 했더니,
괜찮다고 하시며 너무 고맙네,...내 고마워서 전화 꼭 하겠네..
고마워....하시며 잘 가시게...젊은이....하시더군요.

잔차 타고 집에 오는 내내
좋은 일 하고도
제 스스로 세상을 못믿는 불신감이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인지...하는 생각과
혹시 메모해서 드린 핸드폰 번호를 이용하여
제가 잔차를 타고 가다가 당신을 친거라고...할까봐...오는 내내
찜찜한 생각이 들더군요...

설마 그런 일은 없겠지요..
그나저나 무사히 잘 귀가나 하셨는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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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3
  • 2008.2.15 00:31 댓글추천 0비추천 0
    역시.. 좋은일 하셨네요..ㅎ ^__^

    그런일이 설마.. 있으리라구요..
    있어도 떳떳하게.. 정말 좋으신 일 하셨으니..
    찜찜한 생각은 거두시고~ ㅎㅎ
  • 우리나라는 정말 술하나는 정말;;;;
    술문화좀약해졌으면 좋겠어요 ㅠㅠ
  • 본래 선행이란 게 앞뒤 정황을 고려하고 살펴서 하는 게 아니고
    무작정 뛰어들게 마련입니다. 타고난 천성의 발로이기도 하죠.
    보편적 인간애의 진정한 가치를 보여 준 '고 김수연'의 경우가
    그 단적인 예죠.

    언젠가 차가운 눈 속에서 잠들어가는 얼어죽기 직전의 취객을 들쳐업고
    사력을 다한 끝에 파출소로 데려갔는데 거의 취조를 받다시피한 기억이 있습니다.
    나중에 파출소측으로부터 각별한 사과를 받긴 했지만
    다소 불편하기까지 한 그런 크고작은 마찰이나 불이익 등으로 인해
    살면서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이 손상을 입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스카이님의 선행은 본받을 만합니다.정말 좋은 일을 하셨군요.
  • 스카이님 말씀따나 좋은일 하고도 불안해 해야하니 이거야원.....
    뭐 그런말있잖습니까?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뒷말이 생각이 안납니다 ㅡㅡㅋ

    동대문근처에 추운데 벌벌떨고 있는 노숙자 분들이 간혹 있습니다.
    하도 추워보여서 마침 앞에 샌드위치 파는 포장마차가 있길래 오뎅국물하고 치즈에계란에
    스팸까지 넣어서 샌드위치를 드시라고 주었더니 안먹어!~! 라고 단호하게 가버리더군요 ㅡㅡ;;
    그 분한테는 저의 순간의 호의가 본인한테는 습관이 된다는 생각을 하는거 같더군요~~

    스카이님이 도와주신 그 분은 정말 고마워서 그러신거 같으니 개념치 마세요~
    정말 좋은일 하신겁니다 ^^
  • 이런~!!!
    '고 이수현 님'을 김수연으로 잘못 쓰는 불경을 저질렀군요.
    제가 이렇게 덜렁대는 성격이랍니다.
  • 청죽님의 덜렁이나...
    수카이의 덜렁이나...
    저의 껄덕거림이나...

    수로 치자면 제가 한 수 ...^^*
  • 좋은일 하셨는데 진정고마워서 하시는 말씀같아요.
    멋지십니다.
  • 어제 그런일이 있었구만요.......좋은일 하셨소..^^
  • 흠.....
    좋은 일 하시고도...찜찜한 기분.....
    세상이 하수상하여.....
    남을 의심하고 또 의심하고....

    그런 기분 털어 버리시고....산뜻한 주말을.....
  • 이런 저런 이유로 좋은 일 하기에도 망설여지는 현실을 탓해봅니다.
    좋은일 하셨습니다. 행복한 하루되십시요~~
  • 2008.2.15 12:43 댓글추천 0비추천 0
    좋은일 하셨다면 좋은쪽으로 생각하세요 ^^ 사람은 양심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도움받고도 나쁜생각을 했다면 ....^^;;
  • 음...제대로 걸리셨군요

    민정시찰 나온 천사가 아닐까요?
    전화 꼭 붙들고 계세요.
    오매불망 찾으시는 이쁜 신부감 하나 보내 주실지 ㅋㅋㅋ
  • eyeinthesky7글쓴이
    2008.2.16 13:26 댓글추천 0비추천 0
    제 스스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그 날의 일이었지요.

    예전엔,
    앞,뒤 생각 하지않고 그러한 일들이 있으면 달려 들고
    후에도 그러한 부정적인 생각들을 하지 않았었는데 그 날의 제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된게
    제가 그 전과는 많이 변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지요.
    그렇게 함에 대해 너무도 창피스럽고 저를 돌아 보는 일이었습니다.

    지금 몇 일이 지났는데
    전화가 오질않아 걱정이 되더군요.
    어찌 되셨는지.....

    댖글다신모든분들의 행복과 건강하심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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