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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에 없던 묻지마

정병호2008.11.24 11:44조회 수 839추천 수 9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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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에 없던 묻지마 한판 해부렀습니다.
원래는 낮기온에 영상으로 올라가길래 가볍게 소풍 삼아 설렁설렁 타고 오자고 나간건데... 이놈의 승질때문에... 우욱~


1 : 잠수교
2 : 둑방길
3 : 거칠치

11.24
13:00 출발
손님들 보낸 다음에 얼른 점심 먹고, 귤 2개 챙겨 출발.
대강 주천강, 서마니강 따라 놀다 온다는 계획입니다.

널널하게 주천강 따라 도로를 타고 가면서 어디로 가나 생각을 하다가, 한번도 안가본 엄둔천을 따라 올라 가기로 내심 맘을 먹습니다.
엄둔천 상단쪽엔 거칠치를 넘는 산판길이 있다는 산행기를 읽은 적이 있어서 운 좋으면 그것도 찾아보고 아님 말고.

1번 잠수교는 원래 지금 난 포장 도로 이전에 있던 강변 길로 가는 곳입니다.
지금은 반대편에 발파도 많이 하면서 길을 새로 냈는데, 전엔 강 따라서 흙길이 있었습니다.
강물과 거의 같은 눈높이로 콧노래를 부르면서 갑니다.

2번 둑방길은 그야말로 데이트길.
강변엔 갈대밭이 펼쳐져 있어 기냥 한번 갈대밭 속으로 자전거 들이대  보기도 하고, 아주 혼자 쇼를 하면서 놉니다.

14:30 엄둔천 입구
엄둔천 입구, 사실 이 입구를 매년 몇번씩 지나치지만 한번도 거슬러 올라간 적이 없습니다.
그냥 입구에 있는 펜션 간판들때문에 개발이 많이 된 완만한 계곡이겠지 하는 생각만 했죠.

거슬러 가려고 했는데 초입부터 은근히 경사가 있습니다.
'이게 힘쓰게 만드네... 나 오늘 소풍이라니까!'
계곡은 거의 말라 있고, 가끔 가다 나오는 풀려있는 송아지만한 개들때문에 깜짝 놀라면서 서서히 가는데... 경사가 안죽습니다.
이런 젠장...
문제는 지도고 뭐고 아무 생각없이 나왔다는 거.
즉, 이 계곡의 길이에 대한 감이 없다는 겁니다.
그냥 예전 지도 본 기억에 아주 짧지는 않았다는 정도인데...
아스팔트 포장이 끝나고 콘크리트 포장이 되면서 힘이 더 들어갑니다.
그때 갑자기 지도에서 엄둔분교터가 있었다는 게 생각납니다.
머여... 지금까지 분교터 같은거 못봤는디... 정말 젠장이네...
하지만 콘크리트길로 바뀌면서 계곡에 넓은 암반과 웅덩이들이 나오면서 경치가 좋아집니다.
어쨌든 좋다~
근데.... 펜션 간판에 2.6km 남았다고 써졌습니다.
얼씨구...
이제 길은 비포장으로 바뀌는데, 다행히 완만해집니다.
"그래, 어차피 이렇게 된거 엄둔천에서 서쪽 능선을 넘는다는 산판길을 찾아 넘어가자."
하지만... 그 산판길엔 암자가 하나 있다는데 지금까지 암자 간판도 없었고 양쪽 능선 모두 산판길이 있을만한 지형도 아닙니다.
점점 마음이 쫓깁니다.

입구에서 거의 10km 다 와 가는 듯 한데, 갑자기 시야가 넓어지면서 웬지 동네가 하나 있을 듯한 생각이 듭니다.
집도 드문드문 하던 계곡이었는데... 저기 삼거리에서 사람 소리가 왁자지껄 들리고 김장을 하고 있습니다.
글고 거기에 분교터가 있습니다.
참, 이런 계곡 끄트머리에 얼마나 사람이 많이 있었길래 분교가 생겼나...

이미 시간은 15:30.
이건 하산해야 하는 시간인데, 이제야 산판길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도 이왕 온거, 계곡 끝이 어디인지 알아놔야 직성이 풀립니다.
이놈의 승질..
일단 산판길은 삼거리 서쪽일테니 동쪽길로 가봅니다.
그리 멀리 가지 않아 사방댐이 나오면서 길은 끊기는데, 웬지 사방댐 지나 계곡을 따라가면 구봉대산으로 갈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나중에 다시 올 생각을 하고 삼거리로 되돌아 옵니다.
천천히 서쪽 능선을 살피면서 가는데, 제가 생각해도 참 답답합니다.
유일하게 알고 있는 사실은, 몇년전 한 산행기에서 봤던 문구 몇개인데.
'희미한 능선길로 가는데 갑자기 왼쪽에 뚜렷한 산판길이 있고, 내려가니 암자가 하나 있었다'
뭐, 이런 정도.
하지만 그 암자가 분교터 지나서인지 못가서인지.
암자 이름은 뭔지, 어디쯤인지 아무 것도 모릅니다.
그래도 17:30 까지만 찾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한번 가봅니다.
삼거리 왼쪽으로 죽 가는데, '절로절로 가는길' 이라는 간판이 있고 갈라지는 길입니다.
뭔가 암자 냄새는 나지만 좀 수상합니다.
그냥 무시히고 직진.
삼거리에서 500미터 쯤 가니 길은 끊기고 희미한 등산로 비스무리한 게 보이는데.지도에서 4번 지점입니다.
방금 사람이 지나간 흔적이 있고 그런데로 길이 있습니다.
자전거 두고 좀 가보는데 계곡 따라 난 옛 화전터를 따라 덩쿨을 뚫고 길이 있습니다.
이걸 가 말어... 근데 윗쪽 능선에서 "여기야 여기~" 하는 등산객의 소리가 들립니다.
어, 방금 지나간 자국이 저 사람들 흔적인가 보다.
내려가서 자전거를 메고 올라오는데, 넘어진 나무와 끌어 당기는 덩쿨, 온갖 잡목이 앞을 가립니다.
도저히 안되겠길래 옆 지능선으로 올라가서 지세를 보는데, 아무래도 아닙니다.
결국 퇴각.
다시 4지점으로 와서 아까 '절로절로 가는길' 앞으로 옵니다.
시간은 16:30.
머리속 복잡해집니다.
여기서 길 찾다가 헤매서 17시 넘어가면 엄둔천 따라 내려가서 왔던 길을 돌아가도 야간 도로 주행 하게 되고, 그냥 산판길 찾자니 서사면이라 시간 여유가 얼마 없고.
그래도 30분만 가보자는 생각으로 올라가는데, 타기도 애매한 돌길을 끌고 올라가니... 앗, 암자가 보입니다!
푸하하~~ 역시 나의 동물적 감각은 지대로야~~
글고 암자 왼편으로 산판길이 보입니다.
지도 5번입니다.
ㅋㅋㅋ
이젠 다 끝났다고 생각하며 산판길로 가는데... 어째 분위기가 좀 삭막합니다.
점점 빡빡해지는 잡목과 덩굴들.
20분쯤 진행하니 아예 산판길은 끊기고 웬 수렁 비스무리한 계곡 상단입니다.
아 증말...
다시 지능선으로 올라가 산세를 보니 역시 아무래도 아닙니다.
결국 다시 후퇴... 점점 심난해지는 마음.

암자로 돌아오니 17:00
도로를 따라 내려갈 생각이 갑갑한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암자 동쪽을 찾아보려고 걸어 올라갑니다.
어? 또 산판길 비스무리한게 있습니다.
좀 가보다가 시간도 부족한데 일단 들이밀려고 자전거 가지러 갑니다.
17:10. 마지막 출발.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며 점점 짙어가는 그림자를 뚫고 전진.
웬 갈대밭이 나오고, 낙엽이 수북이 쌓인 산판길을 따라 가는데.. 웬지 능선이 코 앞에 다가오는 듯 한 기분이 듭니다.
흐흐흐... 그때 또 동물적 감각! 뒤를 봐라!
캬캬캬~ 뒤쪽으로 꺽이는 또 하나의 산판길과 그 위 고개를 뚫은 절개지가 희미한 어둠을 뚫고 보이는게 아닙니까!
17:35, 거의 한계선에 도달하고서야 목표 달성!
한달음에 고개를 올라서니 서쪽에 익숙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푸하하~ 이거이 쩜삼 정신 아니겠어~~" 라는 허풍 한번 터뜨려 주고, 낙엽송 잎이 비단처럼 깔린 산판길을 한달음에 내달려 도로로 날아내리고 싶은데, 젠장 간벌한 나무와 쓰러진 거목때문에 걸려 넘어지면서 처음 나오는 집까지 버벅거립니다.

이미 어두워진 도로를 좀 타고, 또 마지막 산판길을 넘어서 18:30에야 천문대로 돌아옵니다.

와서 지도를 보니... 갖고 갔으면 한방에 찾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뇌리를 때리는군요.
결국 올해의 마지막 묻지마는 예정에 없던 산판길 하나 찾으면서 끝났습니다.

하지만... 웬지 올해가 가기전에 작년에 생각해놓은 백덕산 남쪽 능선을 나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이를 우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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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오롯이 싱글질 하는데 (by 빠이어) 2주째... (by onb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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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 1.잠수교 - 지나
    2.둑방길 - 따라 가면
    3.거칠치? - 거친자전거카페가 나오는디 오타아니신감유?
  • 직진의 정의.
    동,서,남,북 상관없이 내가 보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ㅋㅋ
  • 정병호글쓴이
    2008.11.24 19:49 댓글추천 0비추천 0
    빠이어님, 온바님한테 쌍팔년도 유머라고 구박받아유~
  • 저는 왜 지도상의 물레방아가 눈에 먼저 들어올까요?? -.-
  • 빠이어님은 유머가 있으시네..ㅎ
    직진선상님 예정에 없던 묻지마는 반복될 수록 고통과 후회만 쌓이는 법! 올해 쩜삼 연합 묻지마는 물건너 간겅가요????
  • 정병호글쓴이
    2008.11.25 09:49 댓글추천 0비추천 0
    그 물레방아가 버스종점 물레방아여유.
    쩜삼 연합 묻지마는 온바님의 일욜 정시퇴근 끝나야 가능하지 않겠어유??
  • 작년에 피곤해서 뻗었던 정자는 무너지지 않았는지 궁금합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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