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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초보 페토야의 속초 투어(2진) 이야기

페토야2004.05.18 21:06조회 수 1146추천 수 1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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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의 mtb 자전거 경력

2003년 10월쯤 마눌님의 허락을 받고 단순히 회사에서 받은 업무적인 스트레스를 풀고 싶어서 mtb자전거를 샀다.
주로 밤 10시 이후에 퇴근하기 때문에 일요일이나 휴일 외에는 타는 시간이 없었다.
자전거 타는 장소는 나의 집이 송파에 있기 때문에 성내천을 통해 잠실로 나가서 광나루 종점이나 행주대교까지이다. 행주대교까지 갔다 온 것은 2번밖에 없고 주로 성내천 -> 잠실 -> 탄천 -> 훼밀리APT -> 집으로 오는 코스나 그 역코스로 탔다. 평균 속도는 20km 미만이고 맞바람을 받을 때는 평균 시속이 15km 미만이었다. 널널 관광 모드로 타고 쉬고 싶을 때 쉬고…(행주대교까지 갔다가 올 때는 7에서 8번 정도 쉰 것 같음)

2.        속초 투어(2진) 신청

그래도 mtb 자전거를 샀고 wilebike에 등록도 했고 무언가 보람된 일을 찾고자 했기에 속초투어(2진) 신청을 했다.
속초 투어를 신청하기 전의 내 마음의 갈등은 상상할 수 없었다. 내가 과연 완주를 할 수 있을까?
신청 전 마눌님에게 “속초 투어나 한번 갔다 올까” 말한게 화근이 되었다. 아무래도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안가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었는데 말한 다음날부터 매일 한번씩 “속초투어 신청했어” 물어 보는데 나의 대답은 “아직 신청 안했어”라고 되풀이만 했다.(안가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5월 10일쯤 마눌님이 또 물어 보길래 신청이 마감되었다고 거짓말까지 했다. 그랬더니 남자가 그렇게 의자가 약하냐고 비웃기 시작했다. xx를 띠라느니 장교로 군대에 갔다가 온 사람은 그래도 되는 것이냐고…사실 나는 학사 장교 4맥으로 전역 했다. 그런 말까지 들으니 남자로서 자존심이 무척 상했었다. 사실 안가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었던 첫번째 이유는 체력적인 것이고 두번째는 라이딩 스타일이다.
업힐과 다운힐도 모르고 단지 한강 자전거 도로에서만 탔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학사 장교 후보생 시절 영천에서 100Km 행군(7월 뙤약볕에서 행군을 했기에) 보다는 덜 힘들겠지라는 생각을 갖고 레드맨님에게 전화를 했고 Let’s race에 신청했다.

3.        속초 출발

   14일 밤 마음이 설레서 잠이 오지 않는다. 간신히 눈을 붙이고 나서 아침을 먹고 하늘을 본다 날씨가 별로였다. 하늘에 구름이 많아 비가 올 것 같았다. 대충 짐을 정리하고 Hansap님과 만나기로 한 동서울터미날로 갔다. 13시 30분경 Hansap님을 만나 서 속초발 15시 버스에 자전거를 실었다. Hansap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자전거 탄 경력이 나랑 비슷한 것을 알고 약간은 안심이 되었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
Hansap님의 허벅지를 보니 나의 두배, 그리고 나보다 훨씬 젊기에… 마음속으로는 겁이 났다. “나 혼자 퍼지면 어쩌지” 마음속으로 독백을 하면서 버스 창밖을 봤다. 어느덧 미시령으로 고속버스가 꾸물거리며 올라가고 있었다. 버스도 이렇게 어렵게 올라가는데 나 같은 허접 라이더가 과연 올라 갈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선다. 1진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라고 생각하면서… 그때 버스 창밖으로 미시령 휴게소에서 1진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휴식을 마치고 다운 힐을 준비하는 것을 보았다.도착 후 1진과 만나 저녁을 먹고 투어 스토리를 듣는다. 더럭 겁이 났다. 특히 지방간님의 익살스러운 이야기는 재미있기도 했지만 걱정이 앞선다. 대부분의 1진 참가자들이 왕복 투어를 포기하고 차를 타고 가신다고들 한다. 얼마나 힘들면… 1진 참가자들이 부럽다. 나도 저 그룹에 속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16일 새벽 1시 30분쯤 눈을 감았다. 그러나 잠이 오지 않았다. 코고는 소리, 이 가는 소리, 잠꼬대 하는 소리 등이 내 귀가에 스테레오 사운드처럼 들렸다. 눈만 감고 있었지 잠은 오지 않았다. 먼동이 뜨지 말기를 기도하면서 꼬박 밤을 세웠다.

4.        서울로 출발(속초 -> 서울)

           -        업힐의 부담

이제 출발이다. 어제 늦게 오신 퀵실버님, Hansap님, 허접 라이더 페토야(글쓴이), 1
진에서 트윈파파님, 명지 아빠님과 허접 라이더 페토야(글쓴이)가 출발 했다.
퀵실버님, Hansap님을 뒤따라 열심히 페달질을 했다. 미시령 초입부터 숨이 목에 까지 올라 왔다. 도저히 못 올라 갈 것 같다. 퀵실버님, Hansap님이 보이지 않는다. 옆구리가 아파온다.애라 끌고 가자. 내렸다. 뒤따라 오던 지원 차량에서 레드맨님이 사진을 찍는다. 도저히 못탈 것 같다고 하자 자전거 실으란다. 지원 차량에 타면서 무척 x팔렸다. 라이딩한지 얼마 안되서 낙오하니 참가자들에게 미안 했다. 차 안에는 락헤드님과 이슬님이 계셨다. 그런데 락헤드님이 나보고 페달질을 너무 빨리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업힐 방법을 가르쳐 준다. 앞에 가는 라이더를 쫓아 갈 생각을 하지말고 자기 페이스대로 페달 질을 하라고 한다. 조금 올라가서 차에서 내렸다. 이슬님께서 여기까지 왔는데 도전 해보라고 한다. 창피하기도 했지만 엎힐을 한번도 해보지 않은 나로서는 무리가 아닌가 생각 했다. 그래 못먹어도 고라는 심정으로 페달질을 했다. 락헤드님이 하라는 대로 마음속으로 하나, 둘, 하나, 둘 외치면서 페달질을 했다. 처음에 시작할 때보다 훨씬 수월했다. 호흡도 정상화되고 조금 조금씩 올라가는 내 모습을 보고 ‘나도 하면 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자전거는 힘으로 타는게 아니라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얼마나 흘렀을까 미시령 휴게소가 보인다. 죽는 줄 알았다. 휴게소에 도착하자마자 레드맨님께 전화 때렸다. 비록 완주한 업힐은 아니었지만 나에게는 대단한 事件이었다. 퀵실버님이 일착하고 Hansap님, 트윈파파님, 명지아빠님이 도착했다. Hansap님도 중간에 한번 쉬었다고 한다. 잠깐의 휴식 동안 사진을 찍고 아침 먹을 장소까지 갔다. 시속 28에서 32Km로. 내가 한강 도로에서 라이딩시 한번도 이렇게 빡 세게 타 본적이 없다. 분명이 속초 번개 게시판에 25km미만이라 했는데… 속은 느낌이 든다. 이건 초보 라이딩이 아니라 중급이상 라이딩이라고
아침을 먹고 또 한번의 고비가 왔다. 아침을 먹은 시간이 9시 후반 때였으니까. 3-4시간 흘러 신남이라는 지역을 빠져 나오기 직전에 긴 업힐 구간이 있는데(그 전 구간에도 약간의 업 힐 구간이 있어서 마음에 부담이 있었음) 도저히 못 갈 것 같았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끌고 가고 싶었다. 왼쪽 신발의 클릭을 빼려다 밑을 봤다. 갑자기 검은 타이어가 보였다. 놀랐다. 클릭이 안빠지면서 찻길 쪽으로 넘어 졌다. 나중에 알고 보니 트윈파파님의 자전거 앞바퀴였다. 뒤따라 오던 트윈파파님의 자전거의 앞바퀴를 보고 지레 놀랐던 것이다. 트윈파파님도 넘어졌다. 좁은 도로에서 잇따르던 차량들이 섰다. 차와 자전거 사이가 좁았다면, 생각 하기도 싫다. 다리가 벌벌 떨린다. 담배 하나를 피고 마음 안정 시킨 다음 이번 번개에 폐를 끼쳐서 미안하다고 레드맨님께 말했다. 그리고 언덕 꼭대기까지 끌고 바이크 하겠다고 말하고 먼저 가시라고 말씀드렸다. 퀵실버님과 트윈파파님은 자전거를 타고 먼저 가고 나와 레드맨님은 끌고 바이크를 하였다. 정말 정말로 레드맨님께 미안했다. 이 글을 빌어 서 나 때문에 욕보신 트윈파파님, 레드맨님께 진심으로 사죄 드린다.
언덕을 넘자마자 점심을 먹었다. 죄송스러운 마음에 점심이 넘어 가질 않았지만 남은 구간의 라이딩을 위해 먹었다. 아침을 먹고 점심 먹기까지 나를 괴롭힌 것은 업힐하는 구간의 마음의 부담감이다. 평지에서는 그런대로 타겠는데 하여간 언덕만 보면 부담감이 전신을 휘감는다. 이대로 서울까지 간다는 것은 무리였다.

          
           -        반전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고 레드맨님이 앞장서고 그 뒤를 명지아빠님, Hansap님, 퀵실버님,나, 트윈파파님이 출발했다. 처음에는 조금 마음의 부담감이 있었지만 퀵실버님 뒤를 따라 부지런히 페달 질을 했다. 퀵실버님의 타는 모습을 보면서 그대로 흉내 내려고 노력을 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점점 업힐에 대한 부담감이 없어지면서 점심 먹기 전까지의 힘들었던 나약했던 내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페달링 할 때도 힘이 덜 들고 업힐 구간을 보아도 자신이 있었다. 속초부터 약 90km 지난 구간부터였다. 보통 마라톤을 뛰다 보면 30Km까지 구간은 힘들지만 그 후부터는 힘들지 않다고 한다. 장거리 라이딩시에도 이런 현상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었다.
하여간 라이딩시에 내가 힘들어 했던 그런 부담감이 사라지면서 점점 재미있었다. 시속28 – 32Km로 달리면서도 힘들지 않았다. 업힐 구간에서도 힘차게 페달질을 했다. 앞변속기2와 뒷변속기8로 놓고도 힘들지 않았다.
며느리 고개 전인지 후인지는 모르겠지만 왕복 완주를 목표로 한 트윈파파님과 명지아빠님이 무릎이 아프다고 라이딩을 포기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두 분의 자전거를 차에 실을 때 부럽기도 했지만 완주하는게 나의 목표기 때문에 열심히 페달 질 했다.
19시 30분경 양평 입구의 백xx 휴게소에서 저녁을 먹었다. 어둠이 깔리고 서울로 향하는 자동차 행렬이 눈에 들어왔다. 레드맨님도 라이딩을 포기하셨다.  남은 사람은 퀵실버님, Hansap님, 나만 남았다. 이제 2시간 30분 후 서울에 도착 할 것이다. 자동차의 헤드 라이트의 불빛을 뒤로하고 2진 완주를 목표한 3사람은 열심히 페달 질을 했다. 드디어 팔당대교가 보였다. 30분 후 천호대교 밑 주차장에서 차량 지원 팀과 조우했다. 내가 해낸 것이다.(I did. I did를 마음 속으로 수백번 외친 것 같다) 사실 맞바람과 싸워 이긴 것이다.

5.        투어 후기

페달링 하는 방법과 정신적으로 도움을 주고, ‘자전거는 힘으로 타는 것이 아니다’라는 깨달음을 주신 락헤드님, 조금이라도 편안한 휴식 시간을 마련해 주고 끝까지 완주하라고 격려한 이슬님, 번장이면서 나를 끝까지 이끌어 주신 레드맨님, 그리고 묵묵히 완주 때까지 앞장 선 퀵실버님, 무릎이 아픈데도 라이딩 했던 트윈파파님, 명주아빠님, 끝까지 나와 같이 완주한 Hansap님과 나만의 성취감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그리고 나의 완주를 물심양면 도와 주신 모든 분들게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이제 허접한 완전 초보 라이더인 페토야의 속초투어(2진) 이야기를 마침니다.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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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속초 이야기... (by beck) 자전거에 얽힌 과거와 현재.. (by 주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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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 정말 죄송합니다. --;; 소리지른 죄를 어찌 보상해야 하는지를^^ 속초 투어 진짜 고생하셨고요 어디가셔서 초보라는 말 쓰지 마십시요^^
  • 우후죽순!!!
    비온뒤 쑥쑥 자라는 대나무의 어린 줄기처럼
    고난과 어려운 도전 속에서 파랗게 성장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볼때의 그 기쁨!
    페토야님.
    한시간 전과 그 이후가 분명히 다를거라고 말씀드렸는데
    몸으로 느끼셔서 다행입니다.
    다음번엔 또 달라질겁니다.
    끝까지 보여준 투혼에 경의와 박수를... ^^
    함께 달려서 행복했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 음..완전 새로운 스타일(?)의 후기 탄생을 보았습니다. 이건 기승전결.. 에 반전이라.. 간만에 느껴보는......ㅎㅎ
    학사장교 출신이시니 행군 해보신 경험하고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 보이는뎁쇼? ㅎㅎ 아무생각없이 패달링만 하믄서.. 앞사람 엉덩이(?)만 보고 가기만 하염없이 가게되는.. 일단 장거리에 대한 자신감은 얻으셨을것이고.. 어느정도 감(?)을 느끼시면 실력은 눈부시게 업(!)될것이라 확신합니다. ㅎㅎ
  • 페토야님 정말 수고많았습니다. - 배신자지방간씀 ㅋㅋ -
  • 어이구.. 지금도 가슴이 콩닥 콩닥 뜁니다..^^;
    무사히 완주하신걸 정말 축하드립니다. 담엔 왕복하셔야죠? ^^
  • 푹 쉬셨어요? 근데 저 미시령에서 한번 쉬지 않았습다.
    한 4번은....
    페토야님 글을 너무 잘 쓰셔서 저기에 있는 Hansap이란 놈도 대견 스레 느껴 집니다.ㅋㅋㅋ 또 뵙죠..
  • 페토야님의 완벽한 승리입니다
    축하합니다....
  • 완주 축하드립니다.
    뒤에서 보며 오자니, 조마조마 한것은 사실이었어요.
    저의 모습을 보는것 처럼, 그래도 장하십니다*^^*
  • 아!!!!!! 모두들 대단 하십니다, 무척 고생들 하셨구요.
    저도 이번 기회에 인생 반전을 위해 도전 해 보고픈 생각이었는데 사정상 같이할수 없었던것에 대하여 후회가 막심 합니다, 다음에 이런 기회가 오면 꼭 참석하여 여러분들이 느끼는 지금의 그 희열에 동참하고 싶습니다.
    저와 안면이있는 분은 파파님과 양지님 분이지만 이번 투어에 참석 하신 모든 분들 같은 라이더로서 존경하옵나이다.항상 안전 라이딩 하시옵고 다시 한번 모든분들 아무런 사고없이 이번 투어마치신것 축하드립니다.......
    파파님 양지님 좋았겠수...^^^^^^
  • 컴에 들어올 시간이없어 이제 리플 답니다
    축하합니다 내년 이맘때면 고수 반열에 드실것 같습니다
beck
2004.05.18 조회 1043
tensimi
2004.05.15 조회 1995
DUCATI
2004.05.08 조회 1520
뽀스
2004.05.06 조회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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