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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차 전국일주 - 13

........2001.01.18 14:43조회 수 328추천 수 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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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1. 13. 토요일

주행 거리 : 125.2 km
적산 주행거리 : 1201.7 km
주행 시간 : 5:54
평균 속도 : 21.2 km/h
최고 속도 : 53 km/h

신남 -> 홍천 -> 양평 -> 팔당 -> 서울

요즘은 계속 늦잠이다. 6시 반에 일어나 8시에는 출발해야 하루의 일정에 여유가 있는데 보통 깨어보면 8시 반이다. 피로가 누적된 때문이 아닌가 한다. 오늘도 10시 반이나 되어 겨우 출발이다. 도로 상태가 워낙 불량할 것으로 생각된다. 양평까지 가는 것도 만만치 않으리라. 그러나 내일 일정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오늘 많이 가야 한다.

추운 날씨는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발가락 손가락이 시렵고 얼굴의 노출된 부분이 금새 꽁꽁 얼어 붙는다. 코에서 뿜어져 나오는 더운 김이 금새 수염과 모자에 허옇게 얼어붙는다. 도로에는 10cm 넘게 얼음이 얼어있어 여간 신경 쓰이는게 아니다. 게다가 여전히 맞바람이다. 맞바람이 심하면 내리막보다 오히려 오르막이 더 주행하기 편하다. 오르막에선 앞에 있는 산이 바람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자동차로 여행할 땐 전혀 느끼지 못하는 바람이 잔차 여행에선 장애도 이런 장애가 없다. 바람아! 제발 멈추어 다오!

힘이 들어서인지 홍천까지도 너무나 멀게 느껴진다.

홍천을 조금 지나 고갯길 정상에 오르니 경기도 팻말이 보인다. 지난 9일 강원도에 들어선 이래로 나흘만에 강원도를 벗어났다. 이제 마지막 구간만 남은 것이다.

요기도 하고 쉬기도 할 겸 안흥 찐빵 간판 앞에 잔차를 세우니 주인장이 문을 열고 나와 반갑게 맞이한다. 더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찐빵이 보기에도 너무나 먹음직스럽다. 여태 서울 근교에서 사 먹은 안흥 찐빵은 맛이 영 아니었는데, 이제야 진짜 안흥 찐빵 맛을 본 것 같다. 안흥의 김옥윤 할머니에게서 직접 가져오는 것이란다. 붕어 낚시만을 즐겨한다는 주인장이 커피를 끓여준다. 어디에서나 훈훈한 인정을 느낄 수 있다. 세상이 척박해지고 인심이 자꾸 각박해지는 것은 자신 스스로가 먼저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그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먼저 마음의 문을 열고 상대를 대하면 상대도 마음을 열고 나를 대하게 된다. 서로 마음을 열고 대화하고 생활한다면 세상은 결코 척박해지지 않고 인심은 더욱 훈훈해 지리라.

양평에 도착하니 5시가 조금 넘었다. 내일 일정을 위해 팔당까지 가기로 한다. 양평을 지나니 강변을 따라 고가도로의 연속이다. 다행히 강바람이 심하지 않아 생각했던 것보다 잔차 운행이 수월하다. 강변 고가도로를 지나니 바로 연속되는 터널 구간이다. 터널 전체가 약간 내리막이고 바람도 없어 가속도가 잘 붙는다. 통행 차량도 많지 않아 바깥 차선 중앙을 차지하고 달린다. 잔차에 달려있는 두개의 경광등을 모두 켜고 달리니 별 말썽없이 터널을 통과할 수 있었다.

팔당대교를 건너니 많으리라던 여관이 하나도 없다. 날은 이미 완전히 어두워졌고 온 몸은 땀에 흠뻑 젖어 피곤하기만 한데 아무리 보아도 숙소를 찾을 수가 없다. 숙소를 찾아 잔차를 달리다 상일 IC를 지나니 *서울특별시*라는 경계가 보인다. 너무 기뻐,
"야! 서울이다!"
라고 외치니 주위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의아하게 쳐다본다.

이제 더 이상 힘이 들지 않는다. 거의 다 왔다는 안도감 때문일까? 페달질에 힘이 절도 들어간다. 차량통행이 어지러워도 마음은 그저 즐겁기만 하다.

천호동에 숙소를 정하고 늦은 저녁을 먹는데 그제서야 피로가 몰려오기 시작한다. 긴장상태에서 125 km를 달려온 것이다. 사진 동호회 후배가 달려 온다는 것을 겨우 만류하고 비몽사몽 숙소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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