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핑이 끝난 뒤 4시경부터 자유 출발하라고 했다. 브리핑을 주의깊게 듣고 야영지에서 필요한 짐을 배낭에 꾸려 운영진에게 위탁한 뒤 출발 준비를 했다. 예전 같으면 출발 사인이 떨어지면 서둘러서 출발했고 혹시나 놓칠까봐 우르르 떠났는데 이번에는 서로 머뭇거리며 떠나지 않았다. 한참 후에 한 팀이 출발했다. 나도 몇 명이 4시 20분경 출발을 했다. 도래기재를 약간 올라가 정상 부근에서 좌회전하자 백두대간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다. 그곳부터 계단을 꾸준히 올라갔고 옥돌봉까지 타다가 걷다가 하면서 옥돌봉 정상에 올랐다. 올라가는 도중 앞서간 팀이 쉬고 있는 것을 보았고 그 뒤부터 나와 산비탈님이 선두에서 앞으로 나아갔다. 바닥은 습기를 머금고 있는데다가 군데군데 두세 개씩 낮은 돌계단이 있어서 제대로 타기 어려웠다. 나도 두어 번 미끄러져 넘어졌으나 별 일은 없었다. 꾸준히 오르다보면 언젠가는 정상에 닿는 법 오르는 길은 항상 힘들지만 오르막이 있기 때문에 내리막을 즐길 수 있다는 마음으로 오르막도 즐거운 마음으로 올랐다. 드디어 옥돌봉 정상에 도착했다. 조금 있으니 뒤를 따르던 사람들이 도착했다. 옥돌봉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이동했다. 이 때부터는 주변이 밝아져 라이트를 껐다. 이제 내리막길이다. 내리막길도 타기에 만만치는 않았다. 무리하게 타지는 않았다. 우리의 목표는 완주이기 때문에 길게 타야 한다. 짧은 곳에서 목숨 건 라이딩을 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바로 내리고, 오르막도 약간 까칠한 곳은 내려서 끌바를 했다. 동네 라이딩처럼 짧은 시간 탄다면 타보겠지만 하루 종일 타야하기 때문에 힘을 아껴야 하므로 힘이 소모될만한 곳에서는 미련없이 내렸다. 한참 내려가다보니 긴 계단이 있었다. 계단을 내려가자 그곳이 제1 체크 포인트 주실령이었다. 그곳에서 홀릭님이 체크를 하고 있었다. 이 때까지 약 2시간 정도 걸렸다. 홀릭님이 거의 예상한 시간에 들어왔다고 했다. 그곳에서 잠시 정렬을 한 뒤 맞은 편 산으로 올라갔는데 지도를 보면 도로를 수직으로 건너도록 표시가 되어 있는데 오만분의 일 지도라 그다지 정밀하지 못해서 길을 찾는데 약간 애를 먹었다. 이후로도 이 지도는 계속 우리를 애먹였다.
주실령에서 문수산으로 오르는 길은 아주 좁은 오솔길이었고 가파른 길이었다. 약 800미터를 오르는데 30분 이상 걸렸다. 초반에 가파른 길을 오르고 나니 능선은 그런대로 탈 만한 길이다. 산비탈님과 선두에서 타다가 끌다가 하면서 진행했다. 산비탈님은 그동안 업무가 바빠서 연습을 별로 못했다고 했는데 강원도 지역에서 워낙 잘 타시는 분이라 조금도 지치지 않고 꾸준히 따라왔다. 뒤 따라 오는 분들과 거리 차이를 두지 않으려고 약간씩 기다렸다. 다들 한 라이딩 하시는 분들이라 조금만 기다리면 바로 따라오셨다. 쉬는 시간에는 간식들을 먹으며 힘을 보충했다. 송현님은 원래 철인 3종을 하신 분이어서 간식도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준비하신 것 같다. 중간 중간 쉴 때마다 주변분들에게 간식을 조금씩 나누어 주며 함께 드셨다. 왈바랠리의 컨셉인 ‘협력’을 그대로 실천하신 분이었다. 그런데 상상님이 상태가 메롱인 것 같았다. 땀을 많이 흘리며 물을 많이 마셨다. 어디에 물이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물을 조절해가며 마셔야 되는데 몸 상태가 좋지 않으니 물을 계속 마셔서 문수봉까지 한참 남았는데 물이 떨어진 것이다. 나는 라이딩할 때 물을 많이 마시지 않는 편이라 상상님과 조금씩 나누어 마시며 진행을 했다. 한참 가는데 처음 알게 된 터보님이 무서운 업힐 실력으로 우리를 따라왔다. 나는 초반에 무리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약간 속도를 조절하며 나아갔다. 문수산 가는 길은 그리 험하지는 않았고 등산로 주변에 오래된 철쭉이 많이 자라고 있어서 철쭉이 필 때는 매우 경치가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선두권에서 나와 산비탈님이 문수산 정상을 찍었고 그 뒤를 이어 터보님과 막타오님 송현님, 금성님, 지친 상상님이 문수산에 올라왔다. 그리고 출발지에서 늦게 출발한 sinawia 님과 박종진님이 도착했다. 문수산 정상에서 촬영을 한 뒤 서로 방향에 대해 논의를 했다. 지도에 표시된 것은 문수산 정상에서 진행 방향을 빼고 양쪽 옆길은 가지 말라고 되어 있었다. 그런데 문수상 정상에서 길은 앞으로 나아가는 길 하나밖에 없었다. 아무리 살펴도 양 옆에 길은 없었다. 그래서 각자 나침반을 놓고 지도를 보며 의견이 분분했다. 문수산 정상에서 문수암 방면으로 정남향으로 내려가려면 앞에 있는 길 하나밖에 없으니 다른 랠리 같으면 당연히 그 길로 내려가겠지만 왈바랠리는 없는 길로 가야하는 경우도 허다해서 지도에는 길을 주의하라는 표시가 있으니 세세히 살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아차 실수하여 길을 잘못 들어 멋모르고 내려가면 다시 올라오기 힘들기 때문에 결국 고생만 찔찔하고 코스 이탈로 실격처리 되는 것이다. 현지에서 코스에 대한 논란이 분분한 것은 왈바랠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사전에 정보가 없다보니 미리 답사를 한다는 것이 불가능하고 지도 또한 그리 정밀하지 않으므로 언제나 코스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는 것이다. 삑사리는 다반사로 일어나고.....
논란이 분분한 중에 오랜 등산 경험으로 길눈이 밝으신 막타오님이 앞쪽에 있는 길이 맞는 것 같다고 해서 그곳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오르막이 힘들었으면 내리막이라도 좋아야 하는데 내리막길도 장난이 아니었다. 험한 절벽같은 길을 로프를 잡고 또는 바위를 잡고 자전거를 둘러메고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조심 내려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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