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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창원과 양주 시민.

퀵실버2008.07.24 01:43조회 수 1178추천 수 21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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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비가 많이 내리고 있네요.
자전거를 타지 못하고 있으니 일상의 이야기를 올리게 됩니다.
조금만 더 있으면 자전거에 올라갈 수 있을것도 같습니다만.
요즘 지방 출장이 많아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얼마전 창원에 갈 일이 있어서 회사 동료와 같이 다녀왔습니다.
군대에 있을때 창원에 한번 다녀온 이후로는 처음 방문이었습니다.
일단 시내로 진입하니 길 참 넓습니다.
웬간한 도로는 거의 편도 5차선에다가 좁은 이면도로도 길 양 옆으로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는데도 차 두대가 교행하기에 아주 넉넉할 정도입니다.
마침 퇴근시간 무렵에 도착했는데 차량이 꽤 많은데도 거의 정체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더군요.
창원시청 앞에 가니 광장이 있는데 이야~~~  그 광장 한번 넓습니다.
서울시청 앞 광장은 그야말로 조족지혈입니다.
창원 사람들 통 한번 크다 생각하며 목적지로 이동하는데
처음 가는 길이라 도통 찾을길이 없습니다.
역시 현지인에게 물어보는게 가장 빠른길이라 생각하고 신호대기중에 택시기사분에게 물어봅니다.
택시기사 양반 아주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이렇게 저렇게 해서 가면 돼.
하지만 조금 가다가 또 해맵니다.
다시 택시 기사분에게 묻습니다.
요리 조리 해서 가면 돼.
도저히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답답한지 기사양반 이럽니다.
그럼 마 다 치아뿔고 나 따라오소.
앞장 서서 달리는 택시를 혹시 놓칠까 열심히 쫒아갑니다.
한참 가던 택시가 속도를 줄이더니 옆으로 다가와 이럽니다.
여서 우회전 하이소.  쭉 직진한 다음에 고가도로 밑으로 좌회전 하고
쭈욱 직진한 담에 로타리 나오거든예. 거~서.....  까지 듣고 또 헛갈립니다.
일단 감사 인사 드리고 로타리까지 간 다음 다시 물어봅니다.
이번엔 승용차.
이 아저씨 열심히 설명해 주는데 도대체 뭔 말인지 감이 오질 않습니다.
아리송하고 난감한 표정으로 거듭 묻자 이 아자씨 얼굴이 푸르락 해지더니
아~ 거 미치겠네.  마 치아뿔고 나 따라오소.   부우우웅~~~
경상도 사람들 성격 불입니다.
자기가 답답하면 다 따라오랍니다.
자기도 퇴근중 일텐데 무조건 앞서 달리며 쫒아 오라고 손짓합니다.
한참을 쫒아가니 드디어 목적지가 눈에 보입니다.
감사 인사 드리니 그 아저씨 이럽니다.
거 어디서 왔능교?
서울요.  ^^;;
아~ 서울요.  거 네비 없나? 네비.  요즘 필수 아이가?
네.  네비가 없네요.  -,.-
자. 그람 마 가입시더. 하더니 씽~~ 사라집니다.
창원 사람들 통도 크고 성격 급하고 게다가 친절하기까지 하니
아주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창원 시민 여러분. 잘 계시죠?  ^^


3일전에는 의정부 위에 있는 양주에 다녀왔습니다.
땅파고 철재 앵글로 짠 기초박스 3개를 묻으러 갔는데 날씨 후텁지근 해서
땀이 얼마나 흐르는지...
게다가 죽기살기로 삽질을 하자니 더워 환장할 지경입니다.
일단 구덩이 파놓고 시멘트하고 모래를 사러 다니는데 건재상에 시멘트는
많이들 팔면서 모래를 파는 곳이 없더라구요.
건재상에 물어보니 모래 파는 곳을 알려줍니다.
그러면서 이럽니다.
거기 가믄 모래 많아.   겁나게 많을걸.
알려준 곳으로 가니 세상에...
모래 정말 겁나게 많습니다.
모래를 조금 쌓아놓고 파는곳이 아니라 아예 산더미처럼 쌓아 놓고 건설현장에
대주는 모래야적장 입니다.
덤프트럭들이 분주히 들락겁니다.
사무실로 가서 모래 좀 팔라고 했더니 얼마나요? 이럽니다.
한트럭요.
현장소장 양반 우리가 몰고 간 1톤 떠블켑을 보더니 후헤헤~  웃습니다.
저걸로 한트럭?
네.  얼만가요?
다시 피식거리며 무전기를 들더니 야적장에서 일하는 중장비 기사에게 이렇게 외칩니다.
거 따블캡 한대 내려가믄 한바가지 올려줘.
내려가서 그냥 받아가요.
오호~~  이게 뭔 횡재.
좋아라 하며 야적장에 내려가니 거대한 모래푸는 장비가 모래 한바가지를 담고
우릴 기다리고 있습니다.
차를 대니 굉음을 내며 슬슬 다가오는데 이야~  그 바가지 한번 큽니다.
설마 저 많은 모래를 다 쏟아내지는 않겠지 하는데
바가지가 아주 약하게 한번 툭 움직이니 모래가 와르르 쏟아지는데
딱 한번 까딱하니 한트럭입니다.
야적장을 빠져 나와 시내로 접어들어 조금 가다보니 기분이 이상해져서
이게 뭔가 골똘히 생각하다가 전화기가 없어진걸 알아냅니다.
동료의 전화로 내 전화기에 통화를 하니 저쪽에서 이럽니다.
아따~ 이양반들 모래 공짜로 줬더니 전화기로 값을 치루네.
부리나케 달려가 전화기 무사히 찾았습니다.
시멘트와 모래를 비벼서 박스를 묻으려 하는데 철재박스가 너무 높아 조금 잘라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
그런데 길거리에서 일을 하다보니 어디 전기를 빌릴만한 곳이 없습니다.
어디가서 부탁을 하나 두리번 거리는데 바로 현장 앞 부동산 하시는 어른이
가만히 보고 계시다가 한마디 하십니다.
전기 쓰게?
네.  
저기 꽂아 써.
일이 거의 마무리 되 가는데 나 이런, 모래가 조금 부족합니다.
이걸 어째야 하나?
뭐 망설일 필요 없습니다.
염치 불구하고 다시 모래야적장으로 갑니다.
중간에 수박 한통 삽니다.
13,000원 줬더니 축구공 두개만한 놈을 줍니다.
다시 모래야적장 사무실에 가서 수박을 슬그머니 내려 놓으며
모래도 그냥 주시고 전화기도 찾아주시고 감사해서요.
에이~ 뭐 이런걸.  잘 먹겠어요.
저기 그런데...
네, 뭐요?
모래가...
모래가 뭐 어째서요?
모잘라서요.
푸하하핫~~  
다시 무전기 들더니
거 아까 그 따블캡 다시 왔다.  한바가지 더 줘.
모래 받아 싣고 다시 현장으로 가 마무리를 합니다.
마지막 철재박스를 묻으려 하는데 이번에는 용접기를 써야하는 상황 발생.
아~  이걸 어쩌나?  하면서 아까 그 부동산 사무실 쪽을 슬그머니 바라보는데
사무실에 앉아 계시던 그 어른 소릴 지릅니다.
전기 쓰게?
아~  네, 그게...
여 꽂아 써.
너무 감사해서 담배 두갑 사드립니다.
일 끝마치고 정리하는데 부동산 사무실 바로 옆 치킨집에서
사장인듯한 분이 나옵니다.
와~ 이 더운데 뭐하는거요?
그러면서 시원한 음료수캔 두개를 쓱~ 내밉니다.
단숨에 들이키니 눈물이 찔끔 나오도록 시원합니다.
장사 잘 되셔요?
에이아이 땜에 죽겄어.  닭을 안먹어들.
이런저런 이야기를 잠깐 나누는데 삶의 고단함과 그래도 어쩔수 없는
작고 소박한 희망의 말들이 오갑니다.

양주시민 여러분 잘 계시죠?


사람사이에 속해 있어서 기분 좋습니다.
아직 촉촉한 분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참 좋습니다.
뜨거운 여름 건강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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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일요 번개 *^^* 수정...또수정 (by 현이) 휴가비용 잔차에 올인 (by 동희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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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
  • 답답한 나라 사정에...
    오랜만에 '사는 맛' 느끼고 갑니다.
    시원하고, 훈훈한 정을 느끼고 갑니다.
  • 창원은 아직도 도로사정이 시원시원한가 바요....
    십오년전쯤에 프로젝트하느라 마산 창원쪽 많이 갔었는데...
    계획도시라 참 반듯하고 깨끗한 도시라고 생각했는데...
    사람 인심도 환경따라 가는 거 맞죠...^^

    저 있잖아요...
    경기도 양주가 제가 태어난 고향입니다...ㅋㅋㅋ
    양주군 주내면...
    *^_^*
  • 쿨럭 쿨럭...
    이슬이 기침하는 소리입니다.
    오뉴월 개가 아니라서 감기 걸려 고생하고 있습니다.
    말바님들 감기 조심하세요 ~~~~~
  • 실버님 살아계시네...ㅋ
    참 훈훈한 이야기네요.
    바쁜일 끝나시면 함 봐요.^^
  • 바이크리도 나름 좋은 사람인데^^
  • 언젠가 대학 선배의 술사준다는 말만 철썩같이 믿고 창원 갔다가 미아될뻔했던 기억이 나네요. 재미나게 잘 읽었습니다. ^^
  • 이슬님은 콜록 콜록 해야 어울리는데...ㅎㅎ
    감기 빨리 나으세요~~
    *^_^*
  • 더운날에~~! 훈훈한 이야기라 .... 더 덥다???ㅎㅎ 그러나 기분은 좋다. 이슬님 퀵님 따라다니면 감기 안걸린다..ㅋㅋㅋ 킉님! 퀵님이 좋은 분이라 복 많이 받고 사시나 봐요. *^!^* 화이팅~~!
  • 사람사는 냄새가 나는군요
    저는 왈바 마창진에서 활동하는 사람입니다
    글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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