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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약돌 소리(돌.돌.돌)

thebikemon2007.05.28 14:31조회 수 871추천 수 1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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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토록 바람을 잘 말린걸까. 바람은 무척 청량했다.. 나는 토요일 정오를 넘겨서야 한 무리의 속초를 향한 행군에 끼어 들었다. 8시 반을 넘겨 양평서 10 분 전 떠났다는 소식을 아빠곰에게서 듣고선 망설이다 중간에라도 새벽 5시에 떠난 무리를 찾아 나서기로 했다. 지원군은 아내와 애 둘이다.

서울서 차를 몰고 나와 양수리와 앙평구간서 심한 정체로 시간을 다 보냈다. 양평을 벗어나자 밟는데로 차는 달려갈 수 있었다. 앙평과 오렌지휴게소, 거리는 난 모른다. 그저 아는 것은 차의 속도와 자전거의 속도가 차이가 난다는 것말 알 뿐이었다. 차는 토끼, 자전거는 거북이라해도 그대도 아무리 늦다 해도 내리막길 구간을 합치면 순간 최고속도는 차량의 국도 주행속도에 때로 미친다.

길은 길에서만 자란다. 줄기로만 뻗어나가 길중의 길인 엘리트코스만을 따라간다고 할까. 시답지 않은 길은 쳐다도 보지 않았다. 안하무인으로 오만한 자동차는 길을 무시하면서 굴주린 사자처럼 달리는 자전거떼를 추적했다.  

추적을 쉽게 생각한 것은 오만이었다. 가도 가도 유사 잔차패는 보여도 찾고자 하는 그들은 아득히 멀리 간 것 같다. 육로에서도 이정도니 망망대해에서는 누구를 찾아 나서는 것이 2차원레벨에서는 불가능했다. 3차원의 탐색은 비행기나 동원해야 가능할 터.

애들과 아침도 못먹었기에 미안한 마음에 홍천의 화로구이집에 그냥 차를 세우고, 3 인 분을 시켜 먹고, 다시 1인분을 더 시켜 맛나게 화로구이를 먹었다. 공기밥도 한 그릇, 막국수도 한 사발. 아내가 이 정도에서 홍천길 디뎌 봤으니 강원도 온 거로 만족하고 집에 가는게 어떠냐며 농담을 걸었다. 내 마음을 다 알고도 남으면서 멀리 온게 좀 걱정도 되었나 보다. 심약이라고 해야 할까, 배려라 해야 할까. 그래도, 난 이제 가야겠다 싶어 예서 다시 나 혼자 자전거 타고 가겠다고 하자 걱정이 되는지 그리는 못보낸다고 한다. 이 정도면 이건 마눌이고 남편이고를 떠나 배려에 해당된다. 인간성이 드러나는 것이다. 명료하게 내게 멧세지를 건넨다. 인수인계를 하기 전까지는 내려 놓지를 못하겠다고 말한다. 햇살은 따스하게 차장밖에서 아내의 발을 향해 내려 않았다. 강한 햇볕은 그녀의 눈에 잔주름이 지게 했다. 동행한 애들은 한 놈, 두 놈 스르르 잠이든다.

구룡포를 지나 라이더들이 달려간다. 스쳐 지나가며  보아도 이들은 아니었다. 다시 악셀을 밝고 좇아 내리막길을 조금 지나 언덕 전에 긴 행렬이 산산히 때로는 대오를 이룬 것이 아마도 마일드바이크 대상이 아닌가 싶었다. 옆을 지나치며 낯익은 이들도 있고, 초면의 이들도 보이고, 누구를 보았는지 몰라도 이들이 맞는거 같았다.

언덕에 차를 세우고 자전거를 빼고, 어느 정도 추수린 찰라에 퀵실버님과 눈이 마주쳤다. 온거야 하며 쩌렁쩌렁한 음성. 그리고, 이어서 오는 행렬. 몇은 보아도 누군지 몰라 볼 5 개 월 이었을까. 락님과도 마주쳤다.

거기서 아내와 애들은 차를 돌려 기나긴 3시간 여를 서울로 올라갔다. 집에 도착한 둘째는 바로 다시 곯아 떨어졌다고 한다. 요맘때가 차를 타면 고생을 하는 시긴가 보다. 에어컨을 틀면 춥고, 끄면 숨이 막히게 더운 계절이 바로 지금인가 보다.

점심으로 엔진을 주입한 말바 일행은 내리막 길을 달리고 달려 인제로 넘어간다. 이렇다 할 기억이 없다. 중간에 무임 승차해 합류한 물은 물이 아니다, 그건 물살에 굴러 가는 조약돌이다. 물은 엄연히 서울에서 인제로 흘러온 24인이다. 조약돌 하나 뛰어 든다고 퐁당 소리는 날 일도 없는 그런 흐름이다.

미시령, 사실 차를 몰고 다닐때도 힘겨웠던 고생길이었다 아버지 환갑때에 여행을 잠시 갔던 그 길. 그 밑에서 모두가 쉰다. 정상에 오르기 전 숨고르기 일까. 그 길을 먼저 오르는 사람들. 나도 몇을 좇아 바퀴를 굴렸다. 얼마나 힘들까. 정상은 어딘지도 모르고 그저 오르기로 했다.

바람이 불어왔다. 전면에서 부는 바람은 거의 없었다. 뒤에서 밀어주는 바람이 중턱을 넘어 배꼽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에베레스트가 사람을 선택해 길을 열어 준다고 하듯 미시령도 결국 영물이었다. 그도 배꼽을 넘어서부터는 바람을 측면에서 떄로 사납게 불어댔다. 내 뒤에서 올라가던 파이팅을 외치던 모 싸이클 클럽분은 결국 목부분에서 멈추고 말았다. 그떄 보이던 마일드바이크 번짱의 모습, 바람에 납짝 엎드린 퀵실버님은 꿋꿋이 올라갔다. 나도 결국 그 목에서 숨고르기를 해야 했다. 옆을 미는 바람이 자전거를 옆으로 가게 했고, 잠시 서 고객를 숙인채 아장아장 자전거를 몰고 한 10여 미터를 걸어 올라갔다. 거기서 다시 자전거를 타고 정상을 올랐다. 모퉁이를 돌아서 나오는 퀵실버님의 모습. 힘든 자에게 박수를 쳐주는 여유가 그에겐 있었다. 이건 배려라기 보다는 아름다운 마음의 모습이라 해야 옳다.

나도 그를 흉내내 자전거를 대충 뉘어 놓고 그 바람이 거센 곳을 향해 비틀비틀 걸어갔다. 솔직히 바람이 나를 풍선삼아 바람을 불어 넣으려는 것 같았다. 숨도 쉬기 힘든 그런 바람이다. 마일드 바이크 번짱은 코를 가리지도 않는다. 거긴 바람이 덜 셌을까. 나도 바람을 가린 손을 내린다. 부끄럽지 않은가 하는 심정이 의학적 위기를 누른다. 이슬님이 올라온다. 잠시후 이슬님은 자전거가 가벼운지 이리 저리 쓰려지려 한다. 퀵님이 이슬님을 부축하고, 내가 자전거를 대신 끌고 모퉁이를 돌아 은신처로 향한다.

내리막 길이 걱정이다. 가만이 있어도 굴러갈 내리막길. 바람에 날리면 아득히 벼랑아래다. 시신도 찾기 어려울 아득한 낭떠러지. 그래서 대오의 사령관은 보행을 권령했다(이건 권한것도 아니고 령을 내린 것도 아니여). 터벅터벅 길을 걸어 내린다. 한참을 걷는데 일부는 자전거로 샤샤샥 내려온다. 아 신나라 하는 그들. 잠시 탔다 다시 내린다. 권령을 느끼지 못하면 그건 않되지 않겠는가.

한 이국적인 싸이클리스트가 싸이클로 미시령을 오른다. 그리고 우리가 다시 자전거를 집어 타기도 전에 다시 산을 내려간다. 그는 한참후 마일드바이크일행이 잔차를 몰고 내려가는데 다시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 생각하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가 괴물은 아닐 것이다. 하면 되는거지, 못할게 뭐겠는가.

내리막길은 구불구불했으나, 속도를 내기에 그리 불가능 한게 아니었다. 아빠곰님을 추격하기로 했다. 쏜 살 같이 튀어 나가는 아빠곰은 이미 신분이 곰이 아니었다, 변신한 용이다. 그 구불구불한 곳을 거의 노브레이크로 가는 듯 했다. 점점 거리가 멀어져 간다. 골목을 돌면 겨우 나타나다 다시 꼬리만 보이고 사라지는 몸통. 실체를 잡기가 힘든, 그 날렵함. 과연 아빠곰이 정체가 맞는가.

조금 있다 김영종님이 내려 오신다. 그리곤 아빠곰과 김영종님, 그리고 나는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다시 머리를 돌려 미시령을 올랐다. 조금 있다 내려오는 3인의 자전거 행객들에게 혹시 위에 무슨일이 없는지 묻자 대략난감히 설명도 멋없이 한다. 뭔가 있는거 같애 하면서 본 광경. 다행히 아무일도 없었고(無事), 마무리를 간략히 하고, 모두는 그 자리를 뜬다. 팀차에 남는 자리에 잔차를 동여매고, 모두들 예약한 콘도로 향했다.

장거리를 온 그들은 무척 지친듯 했다. 숙소로 오르는 언덕길이 가장 힘들더라는 농담도 횟집에서 여담으로 했다. 소주에서 맥주로 전향한 땀님. 이제 맥주 동무 하나 생긴 것 같다. 나는 그 동안 들지 않던 소주를 몇잔이나 넙죽 털어 넣었다. 앞으로는 거의 다시는 소주는 마시지 않을 것이다. 맥주면 맥주, 소주면 소주. 선은 마땅이 그어야 한다. 소주에 맥주를 타면 그게 소준가, 맥준가. 차라리 소주 없는 맥주, 맥주없는 소주를 지향하련다.

횟집서 숙소로 돌아온 뒤 일부는 나뉘어 잠에 떨어지고, 일부는 술로 거의 날밤을 지샜다. 새벽 3시까지 토크쇼를 한 사람들도 그중에 있었다. 나는 그들의 말짱한 음성을 간간이 꿈결에 들었다. 무서운 그들, 낮은 말그대로 낮이고, 밤도 그들에게는 밤행세를 못한다. 밤도 그저 낮이다, 그들이 차지한 곳에서는.

개인적으로 마냥 아쉽다. 다급히 몸을 전주에 홀로 분원리 100km를 거의 20여분 쉬며 다급히 타며 근육을 급히 풀어주고 전날까지 채비를 갖추던 나는 불벼락 같은 소식을 모 자전거 샾을 나오면서 들었다. 속초를 가지 말라는 아버지의 령이 내렸던 것이다. 다행히 다음날 오전 8시30분 넘어 그토록 가고 싶었던 곳을 못가서 어쩌냐는 아버지의 목소리. 요새 참으로 경조사로 다사다난했다. 사실 전주에 아버지 고희였다. 그리고, 아버지 고희 당일을 포함해 둘째아이가 서울대 병원에 3 일 간 입원을 했었다. 그 몇 주 전 외할머니가 그 험한 인생을 다하시고. 이제 속초를 가려던 마당에 막내 이모부가 생의 기로에 처해 못 갈 뻔한 속초길.

아무 생각도 이제 나지 않는다. 너무도 짧은 여로, 아내의 도움에 안전히 합류하게 된 속초 초행길. 생각보다 심심한 양념도 없는 길. 태풍이 경기도를 스쳐 지나가도 바람 속에서 한강을 라이딩할 때 보다 더 험한 강풍. 내리막길에 끌고 가던 자전거 행렬. 그리고 급한 경사진 곳에서 생긴 일. 횟집. 사람들. 자전거를 숙소에 투숙시키기. 구면의 얼굴들. 초면의 사람들. 다시 볼 사람들. 언제 또 기약 없을 사람들. 피로에 지친 홀릭님. 밤을 샐 체력을 지닌 사람들. 밤새 창밖의 포효하는 광풍의 음성. 돌아 온 길에 마중나온 사람의 모습. 가는 길에 상계동을 가시던 김영종님 뒷바퀴에서 아득히 떨어진 지친 내 모습. 군자교 밑에서 잠시 기다려 준 김영종님께 새삼 감사를 드리며 게토레이를 한잔 올렸다.

나도 언젠가 내가 배운 수많은 사람들의 배려처럼 남들에게 배려를 베풀 위인이 될 수 있을가. 그릇은 이미 빚을 때부터 다르다. 큰 그릇은 이뤄지지 않는다는 노자의 말씀은 혹시 큰 그릇은 이미 우주처럼 旣成이 아닐까. 이미 이룬게 한참지나면 이룬다는 건 말도 않되지 않을까. ‘종재기’는 종재기대로, 함지박은 함지박대로, 미려한 청자는 그대로 제 그릇만한게 그 역할을 할 뿐이겠지만 말이다.

속초 가는 길은 그저 심심하도록 허무했다. 다만, 속초를 가려 준비하며 급조한 라이딩에서 두 팔뚝이 불타 올랐다 속초를 다녀와 지금 하얗게 꽃처럼 터져 버리고, 잠든 근육을 일깨우고, 안장을 타는 자세를 가다듬고, 토시를 사고, 펄이즈미 하의를 한 복사고, 그동안 준비 못한 타이어 튜브를 샀을 뿐이다. 그리고, 무형으로 자전거를 순간 버리는 배움을 하나 거뒀다.

어쩌면, 자전거를 버리는 덕을 배운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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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는 우리에게 ! (by 현이) 부상의 미안함에... (by 락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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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 배려의 그릇은 따로 만드는 것이 아니어요,
    누구나 그 그릇에 사랑을 조금 담으면 생기는 것이어요.
    짧게나마 속초의 맛을 볼수 있어서 다행이어요.
    다음엔 진 면목을 볼수 있을 거예요 *^^*
  • 첨엔 열었다가 빽빽한 글자에 겁나서 그냥 닫아버렸습니다...ㅋㅋ

    오후에 다시와서 찬찬히 읽어보니 물흐르 듯 읽어내려집니다...

    바이크몬님의 열정 하나만으로도 이미 조약돌은 아니지요...
    시냇물이 모여 큰 강물이 돼듯...
    각지에서 모여든 한분한분이 어느 덧 한 마음, 한 몸뚱아리가 되어 속초를 다녀온 듯 싶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_^*
  • 참! 부상중에도 바이크몬님의 합류에
    유난히 흐믓해하시던 그 분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우리 모두의 마음이지요...
    *^_^*
  • 잠실 출발시 얼굴이 안보여 서운하였는데..
    중간에 합류하여 다시 얼굴 뵈오니 얼마나 좋았는지^^
    그간에 그런일들이 있었군요..
    좋은글 다시읽어도 한편의 수필이군요*^^*
  • 처음 전화가 왔을 때, 달리고 있어서 여러가지는 못 여쭤보고
    3시간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실까~~~~?? 하고 라이딩 내내 걱정을 했습니다.
    차로 오시는 줄 알았다면 마음을 덜 졸이는 건데 그랬네요,, ^^
    달리고 싶은 열정만 있다면 속초는 늘 그자리에 있으니 다음을 기약하면 됩니다.
    중간에라도 오신 건 잘 오신겁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글을 참 잘 쓰십니다..
    그리고, 저~~~~ 곰 맞습니다. ㅎㅎ
  • 여기 자전거 타는데야 신춘문예 쓰는데야 .....
    조약돌 둘 둘 둘 굴러가는 소리가 끝도없네.
    하였튼 오랬만에 바이크몬님 장편소설보니 반갑네요.
  • 쇼부님, 미니메드님, 정상님은 조용하시네요~~~
    열심히 숙제중이신가? ㅎㅎ
  • 바이크몬님 왔다고 락헤드님이 그렇게 좋아하시더라구요~
    만나뵙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 바이크몬님하고 같이 출발못해서 저도 무척 아쉬웠습니다.
    다음에 같이 한번가시죠.
  • 언제나 바른생활맨 몬님.
    못오신다고 해서 얼마나 서운했던지. ^^
    이모부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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