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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X 쉴드자켓

키노2005.11.11 17:54조회 수 6936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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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cm/60kg입니다. 국내 100사이즈 입습니다.

처음엔 미디움(국내 넉넉한 100사이즈)을 구입하려고 했으나 스몰(국내 넉넉한 95사이즈)이 제게 맞더군요. 서구인들의 조상이 긴팔 원숭이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팔이 약간 길군요.

이걸 구입하게된 동기는, 오직 '뽀대'였습니다. 화려하지 않으면서 은근히 멋을 낸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거든요. 죄송합니다. 진정한 잔차인이 아니라서.

어깨와 가슴, 팔꿈치 부분에 색이 다르고 약간 뻣뻣한 천을 덧댄 부분이 특히 시선을 끌었습니다. 진짜 가죽 같았으면 더 좋았을 뻔했는데 가죽은 아니군요. 그냥 폼 같습니다. 별다른 기능이 없는.

다른 잔차 옷처럼 뒤가 약간 길게 만들어졌습니다. 재질은 1백프로 나일론과 1백프로 폴리우레탄으로 안과 겉을 처발랐군요. 전체적으로 빳빳한 것이 개인적으로는 별로입니다. 좀 부드러웠으면 더 좋았을 텐데, 영 어색하군요. 지퍼는 테이핑 처리되어 꼼꼼히 여며놓은 게 좋군요. 하지만 여자용 지퍼처럼 좌우가 거꾸로 되어있습니다.

잔차를 다 팔아치우면 남는 건 아마 옷뿐일 것 같습니다. 죽을 땐 죽더라도 폼나고 싶은, 한 어리석은 남자의 선택이라고 보면 될겁니다.

이런 옷 안 입는다고 해서 얼어죽는 것도 아닐 테고, 잔차가 씽씽 나가는 것도 아닐 테고, 여자가 안 꼬이는 것도 아닐 겁니다. 그냥 제멋일 겁니다. 제멋에 살다가 제멋에 죽는...

처음에 상당히 망설였습니다. 너무 비싸잖아요. 남자가 돈쓸 일이 오죽 많습니까. 근데도 어쩝니까. 이런 것이라도 호사를 부리며 사는 거죠. 참 불쌍합니다.

곁에 있는 여자의 시선이 곱지 않습니다. 너무 비싸고, 너무 멋져보이거든요. 멀리 있는 여자의 시선이 느껴집니다. 폼 나거든요.

실험삼아 이거 입고 높은 빌딩에 오줌 누러 들어가봤습니다. 여자 경호원이 붙잡더군요.

"어, 이거 명품인데..."

여자가 명품 볼줄 모르더군요. 쪽팔렸습니다.

눈비는 아직 안 맞아봤습니다. 물을 한번 뿌려볼까 하다가 뭐 방수된다고 하니까 방수겠죠. 방풍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게 느낌이 잘 안 와닿더군요. 그냥 방풍이 되겠거니 하니까 방풍 같습니다.

선풍기 바람에 색깔있는 연막탄 터뜨려 확인해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헤어 드라이기 찬바람 켜놓고 천 안쪽에 손바닥을 갖다대보려다가 이거 뭐하는 짓인가 생각이 들더군요. 의심이 많은 것도 일종의 병입니다. 그냥 그러려니 하는 게 건강에 좋을 것 같습니다.

나머지 기능은 더 더욱 모르겠습니다. 발수, 투습, 이런 것 말입니다. 다만, 넘어지면 꽤 아플 것 같습니다. 옷 상할까봐.

양겨드랑이 사이에 지퍼 있습니다. 땀 말리는 기능도 하고 그러는 거겠죠. 솔직히 방풍이니 방수니 이런 거 관심없습니다. 추우면 추운 거고, 더우면 더운 거겠죠. 비오면 쫄딱 맞는 거고.. 사실 이런 옷은 축축한 곳에서 깔고 앉기에는 딱이죠. 좀 아까워서 그렇지.

이 옷 입고 밖에 나가면 여자가 줄줄 따라다녔으면 좋겠는데.. 일부러 잔차도 안 타고, 신촌/홍대 부근을 어슬렁거리며 걸어보려고 합니다.

솔직히 술집에서 술 한잔 하다가 옆에 여자가 앉으면 은근쓸쩍 말을 걸어보려고 이 옷 샀습니다. 잔차는 무슨..

그러면 여자가 묻겠죠.

"이건 무슨 옷이죠?"

때는 이때다 하고, MTB에 대해서 신나게 이빨깔려고 합니다. 실제 잔차 타는 실력은 형편없지만 이빨로는 뭔 짓인들 못하겠습니까. 록키산맥도 오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자에게 말할 겁니다.

"오늘 밤, 록키산맥에 오를까요?"

다행히 쉴드자켓은 지퍼가 잘 내려지더군요. 허접한 옷은 지퍼가 잘 물리잖아요. 여자와 자려는 중요한 순간에 지퍼가 맞물리면 참으로 난처한 상황일 텐데.. 그 점 쉴드자켓이 참으로 맘에 듭니다.

이상, 허접한 리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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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긴쫄바지 입니다. (by song-kiho) 어머 ~~ 스고이 ! (by mk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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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 2005.11.12 12:29 댓글추천 0비추천 0
    아~~ 리뷰 재밌네요~~ ㅎㅎㅎ
  • ㅋ ㅋ 이런 리뷰는 처음 봅니다... 한 참 웃다 갑니다..
  • 아 잼있어요 ㅋㅋㅋ
  • 맨 마지막 내용중에요 여자와 잘때는 손만잡고 자는거 아니던가요^ ^
    자전거와 지퍼와 쟈켓의 삼각관계라 .........참~
  • 키노글쓴이
    2005.11.15 00:05 댓글추천 0비추천 0
    댓글 달아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허접한 글 읽으시느라 수고가 많으셨는데 언제 한번 뵐 기회가 있으면 커피 쏘겠습니다. 그리고 여성분과 영광스럽게 주무시는데 값비싼 자켓은 아무래도 벗고 자는 게 구김도 방지되고, 잔차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싶어서..^^
  • 전에 야문님이 공구할 때 관심있게 봤던 자켓인데, 그리고, dhbike의 사진란에 이옷을
    입은 분의 사진을 봐도 제 취향이 아니어서 구입을 하지 않았었습니다.
    사진으로 봐선 그리 멋져보이지 않은것같은데, 실제로 입으면 멋진가요? 다시 생각해
    보게 하네요.
  • 키노글쓴이
    2005.11.20 09:13 댓글추천 0비추천 0
    제품 사진이 더 멋집니다. 옷걸이 탓도 있겠지만.
  • 12월 17일 18일 금년들어 제일 추운날씨(영하14도)에 안에다 파워스트레치 등산용상의를 입고 그위에 쉴드쟈켓을 착용한 후 한시간 넘게 탄천길을 라이딩했습니다. 정말고 좋더군요. 바람한점 들어오지않더군요..^^ 제품설명서에서 처럼 극한상황에서의 라이딩을 위해서 만들어 진것 같았습니다. 땀배출도 잘 되는것 같구요... 머리 부분은 땀이 많이 나서인지 라이딩 후 보니 땀이 맺혀있더군요.. 옷의 덧댄부분이 저의 개인취향에는 맘에 들지 않지만 성능에는 정말 만족합니다...^^
  • 저도 여기 글 쓴분의 영향을 받아서 하나 장만하였는데,
    실제로 사진으로 보는것보단 좀 얇은 느낌이었습니다.
    이것저것 여러벌 사 입어봤는데, 만족합니다.
    안에 융져지를 입든지, 날씨가 따뜻할때는 얇은 긴팔 티 하나 입던지 하면
    매우 좋을 듯합니다.
  • 글을 참 재미나게 쓰시네요~~^^
    리뷰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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