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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루피가 안겨준 교훈...(04년 인도에서의 경험)

훈이아빠2006.10.25 10:14조회 수 714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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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인도 오르차의 고성입니다.

안녕하세요. 훈이아빱니다.

청명한 가을 하늘을 바라보다보니 기분이 왠지 멜랑꼬리해지는군요.

유난히 맑은 하늘을 보다 보니 인도에서 바라봤던 오르차의 맑은 하늘이 생각이 납디다.

요새 들어 멜랑꼬리해지는 기분을 달래보려 열심히 책 좀 읽고 있는 중입니다.

(뭐, 무르팍이 시원찮아서 자전거 타기도 그렇고^^)

그러던 중, 얼마전 한비야씨가 쓴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라는 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거기서 익숙한 나라가 나오더군요.

다들 인도는 아시죠? 핵보유국, 파키스탄하고 맨날 싸우는 나라, 종교 갈등, 힌두교...

인도로 떠나기 전에 사실 제가 알고 있는 것도 위의 범주를 벗어나지는 못했었습니다.

04년 여름 저희 가족은 배낭을 지고 37일간 그곳에 다녀왔었습니다.

참으로 많은 일들과 속임수와 에피소드들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도 또렷한 기억으로 남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요새 게시판에 가을의 문학수첩 같은 글도 없고 해서 흐흐)

저희 가족이 인도를 여행한지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즈음이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마을의 풍경과 인심이 좋기로 유명한 오르차라고 하는

시골마을로 가기 위해 열차를 타게 되었습니다.

타지마할로 유명한 아그라에서 열차를 타고 중간의 잔시라는 소도시에 내려

다시 차를 갈아타고 가야하는 곳입니다. 뭐 대략 시골동네라 생각하시면...

열차를 타고 5-6시간을 달리자 목도 마르고 먹을 것도 필요하게 되더군요.

다행스럽게도 인도의 기차역에서는 사람들이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먹을 것과 마실 것들을 팔러 다니기 때문에

열차가 서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중

우리가 탄 열차가 시골의 어느 간이역에 정지를 하더군요.

" 탄다 빠니~~!! "

이 말은 우리가 가장 애타게 기다리던 말인데 시원한 물을 말하는 것입니다.

물을 팔고 있는 소년을 불러서 10루피를 지불하고 물을 하나 샀습니다.

그런데 그 물통의 두껑이 뜯어져 있는 것이 아닙니까?

이것은 생수가 아니고 그냥 열차역의 그냥 물을 넣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인도의 물사정이란 것이 녹녹한 것이 아니라서

외국인이 그 물을 그냥 먹고 탈이 나지 않을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재수 없으면 세균성 이질에 걸려서 1주일 이상을 고생하거나 티푸스 등에...

그동안 인도여행에서 너무 많은 속임수를 당해서 맘이 상해있던 저는

히야... 이 맹랑한 녀석 보게 하는 마음에 그 아이를 쫓아가서

아이의 옷자락을 움켜잡게 되었습니다.

그녀석... 태연스럽게 경찰한테 가자고 하더군요.

그러던 그녀석이 갑자기

나를 뿌리치면서 도망을 가려고 했었죠.

아이에겐 보였겠지만 제 뒤에 있던 진짜 경찰관을 못본 저는

그 아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손에 힘을 더했습니다.

그순간 꼬마의 옷자락에 힘을 줬던 제 손 끝에 아주 우울한 느낌이 전해져 왔습니다.

오랫동안 입어서 낡고 남루한 아이의 옷은

잡고 있던 조그마한 힘에 손가락 끝에서 허무하게 그만 부욱~~ 하고

튿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생각하기에 그 아이는 그 옷외에 다른 옷은 넉넉지 않을 것입니다.

보기에 너무나 남루해 보이는 아이였었거든요.

실제로 인도에서는 하루 10루피로 살아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순간, 아차하는 후회감이 물밀 듯 밀려왔습니다.

10루피... 우리나라 돈으로 280원 정도의 작은 돈입니다.

그 아이의 옷이 찢겨나가는 그 슬픈 느낌에 저는 창피함과 후회스러움으로

도로 받은 그 돈을 떠나는 차창 밖으로 던져버렸습니다.

정말 못할 짓을 했다는 후회가 많았습니다.

일주일여후 여행을 마치고 저는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와서도 내 손 끝에 남은 찢겨져 나간 옷의 느낌과

담벼락에 차양막 하나 치고 살아가는 불가촉천민 아이들의 힘없는 눈동자

벽돌공장에서 고사리손으로 반죽을 하며 힘겹게 살아가는 어린이의 아픈 허리가

떠올라 마음이 늘 무거웠습니다.

그러던 중 마침 제 고등학교 동기가 한비야씨가 일하는

구호단체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실을 기억하고

그 친구에게 결연하여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게 되었지요.

구호단체에 있는 친구의 도움으로 인도 뭄바이 근처에 사는

9살 먹은 아샤라고 하는 소녀와 결연을 하고

그 아이의 학비와 생활비를 조금은 도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11살이 되었군요. 간간히 편지와 그림을 보내주기도 합니다.

이 일로 조금이나마 제게 옷을 찢긴 소년에게 빚을 갚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직도 그 아이의 겁먹은 눈동자와 옷 찢기는 소리와 느낌을 생각하면

후회와 함께 마음이 이내 어두워집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선생 같은 이바구지만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은 아직도 많다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절대빈곤에 시달리는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세계엔 최소한의 복지적인 혜택도 받지 못하는 수많은 아이들이 있습니다.

풍성한 가을, 멋진 수확도 좋지만 나누지 못하고 사는

제 모습이 한심스럽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하지만 노력은 해봐야지요.


그 아이들의 이야기들이 실린 책들이 있습니다.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어떤 부분에선 다소 가식적이고 상투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가을 생각할 거리 하나는 던져주는 것 같습니다.

가을입니다. 책을 많이 읽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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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 가슴이 뭉클해 지네요................ 저도 이제 왈바 끊고 책을 좀 읽어야 되겠습니다 ㅠㅠ
  • 맴이 애잔하군요.... 가을이 천고마비의 계절만은 아니네요.. 독서의 계절!!!
  • 이 가을속의 동화 한편같습니다....아빠님의 훈훈한 맘을 느끼게해 주는 그런 글 임다...
  • 뭐든지 욕심을 내면 사람이 추해지는것 같습니다!
    옛날보다 생각해보면 지금은 엄청 잘 살고 있는데.. 다들 힘들어서 못살겠다고들 하니..

    아~ 나도 왈바랑 운동도 좀 끊고.........(이러면 살찌잖아!! ㅠ,ㅠ)
    독서의 계절.....나도 책좀읽어야 하는데,
  • 감동적이군요- 저하나 먹고 사느라 힘들다는 핑계로
    각종 기금모음에 참가한지가 오래된 기억이로군요.

    후니압화님 같은 분이 계셔서 아직 세상은 살만한가 봅니다-
  • 다음주에 이사할꺼라고 ..진짜 제집으로 입주에...
    그 동안 참아왔던 책소장에 대한 욕구를 해소내지 아이들을 위해 책장을 4개장만했습니다
    그런데 1000권정도 들어갈것 같은데..그 책들을 살려면 풀샥 몇대값은 있어야할것 같네요
    안보시는 책있으시면..ㅋㅋ

    훈이아빠님이 하신것처럼 도울수 있는 방법이 구호단체 월드비젼쇼핑몰에 들어가면
    젖을 매일 먹을수 있는 양한마리가 5만원,닭한마리 얼마,인가 하여튼 기부하면 현지에서 구입하여 전해지는방법이 있더라고요. 저번에 한번 소개할려고 했는데...
    한비야씨가 바람의 딸로 처음 글로 만났는데
    월드비젼에서 일하게 된 것은 참으로 감사하고도 놀라운 일입니다
    여유만 된다면 아이들과 이런 오지로 봉사활동 떠나는 것도 좋은 경험일 것 같습니다
  • 너무 앞만 보고 달리는것같네요...
    한번씩 뒤도 돌아볼 줄 알아야하는데....
  • 인도에서의 일을 아직까지도 기억하고 슬퍼하는 행님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인도를 다녀와서 하나같이 그런추억을 한가지이상씩 가지고오시는것 같네요....
    저는 인도에 가보지 않았지만....
    후회없는 삶을 살기란 정말 힘든것 아니것습니까?
    10루피.....
    불교에서 말하는 "거자필반(去者必返)" 이란 말을 한번 믿어보시고....
    현실을 열심히 살다보면 언젠가는 스친옷깃에 인연과의 만남이 이루어질지도.....^^
  • 2006.10.25 13:29 댓글추천 0비추천 0
    토요일은 장터에 나갑니다. 뭔 물건 하나 팔아들고 훈이아빠님을 찾아 전하고 싶군요.
    .....인도 소년은 아마 아직도 가짜생수를 팔고 있을테고.......-.-?
  • 좋은일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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