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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자전거가 시작되는 곳! 와일드바이크



2011.11.01 21:21

금연과 자전거

조회 수 1037 추천 수 0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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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자전거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몇 년 전 금연하게 됐던 가장 커다란 동기가 업힐을 잘 하기 위해서였으니 좀 우습긴 하다.분명 다리엔 힘이 남아 있는데 호흡이 꽉 막혀 도중에 낙마하다 보니 화가 났었다. '젠장 호흡만 터져 주면 충분히 올라갈 만한 코스인데 열받네'하는 생각이 자주 들다가 급기야 끊게 되고 일 년 하고도 반 년을 잘 참아냈다. '에휴, 다시 피울 건 뭐람.'  다시 피우게 되니 그간 못 피운 걸 벌충이라도 하려는지 전보다 훨씬 심각한 헤비 스모커가 되어 있는 날 발견하고는 소름이 돋았다. 예전엔 많이 피워야 하루 두 갑 정도였는데 다시 피운 뒤로는 보통 하루 세 갑에 심할 땐 그 이상도 피워댔다. 오죽하면 현관 앞에 있는 종이류 쓰레기 분리수거함에 빈 담뱃갑이 산더미처럼 쌓여 "어휴~영감태기 때문에 내가 동네 창피해서 못 살아요. 담뱃갑이 어느 정도라야지 참내."하며 계속되는 마누라의 푸념에 귀에 따그랭이가 앉을 지경이었다.

 

 

 

▲오뚜기령을 넘으며.

 

 

자, 어차피 피운 건 할 수 없고 다시 담배 없는 세상으로 가는 거다. 담배 없는 세상이 어디 있겠냐만 내가 없으면 우주도 없는 법, 내가 피우지 않아서 손댈 일이 없으면 이 세상에 담배는 없는 것이다. 금연을 시작할 때의 사뭇 절박했던 심정은 시간이 점차 지나면서(아주 짧은 시간)'한 개비만 피웠으면'하는 간절한 욕구에 점점 희미해지며 '까짓 몰래 한 개비만 피울까?' '평생 벗이었는데 굳이 끊을 필요까지 있을까?' '어쩌면 식후에 한 개비씩만 피워서 하루 3개비로 견딜 수도 있을 거야.'(<----요거 천만에다.) '에이, 사람이 살면 얼마나 산다고 이 낭만적인 담배를 끊으려고 한담?' 하는 등의 온갖 속삭임이 악마처럼 파고들어 그 속삭임에 넘어가는 자기 기만을 저지르게 되어 대부분 금연에 실패한다.

 

 

▲지난 8월초 강원도 자전거 여행 중 정선의 아우라지에서.

 

 

자, 이번이 35년 골초 인생에서 두 번째 시도하는 금연이다. 하루 피워댔던 세 갑을 금액으로 환산했더니 에구구. 일 년에 무려 270여만 원이란 거액이다. 거금을 들여 몸을 망치는 4대강(4대강이 갑자기 나오냐..ㅡ,.ㅡ) 아니, 바보같은 일을 저지르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담배를 끊어 절약할 수 있는 돈으로 이웃 돕기 등, 얼마나 바람직하고 보람찬 일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내가 꼭 필요한 물건이나 가족들 선물을 살 수도 있을 것이고. 어쨌든 담배를 끊어서 생기는 건강의 호전, 또는 금전적인 이익을 비롯한 여러 가지 즐거운 일들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 있다.

 

 

산악자전거에 미친 나 같은 인간에게 헤비 스모킹은 그야말로 독이다. 내가 좋아하는 가파른 산길을 오르는 데 있어서 가장 장애가 되는 게 흡연이니까. 다리에 아무리 힘이 남아도 숨이 콱 막혀 그야말로 죽음이다. 집 뒤에 산사가 하나 있는데 거의 매일 일과처럼 해거름에 자전거로 오르곤 하는데 일 주일 정도 계속 오르다 보면 다리 근육이 뭉쳐서 허벅지며 종아리에 뻐근한 통증이 몰려오는데 밤에 편히 잠들기 어려울 정도다. 그런데 금연하게 되면 평소 통증을 느끼던 근육 부위가 무슨 약한 전기에 감전이라도 되듯 찌릿찌릿해지며 간질간질한 느낌이 드는데 아픈 것보다 훨씬 기분이 좋으면서 잠도 잘 온다. 생체학에 아는 건 없지만 아마도 세포들에 산소 공급이 원활해지는 탓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금연 후 호전되는 증상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다.

 

 

걱정은 있다. 군에서 제대하고 직장에 다니는 아들놈이 꿋꿋하게 내 뒤를 이어 골초다.(망할 녀석. 가업도 아닌데.)놈의 방에 가면 언제나 싱싱하고 희고 늘씬한 미녀들이 알록달록한 종이 포장지 안에 다소곳이 도열해 있다. 그걸 부디 극복해야 한다. 같이 끊자고 구슬러 보기도 했지만 '알았다'는 대답뿐이니 머리가 여문 녀석을 두들겨 팰 수도 없고 에효효.

 

난이도로 보면 전국적으로 순위에 드는 업힐 코스가 하나 있는데 흡연할 때는 등정이 불가능하다. 조만간(올해가 가기 전에!!!!) 거기에 도전하리라. 금연 만세다.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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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은다리 2011.11.02 07:28

    구구절절~ 옳은 말씀이십니다.

    한번 끊었다가 다시 피게되면 영락없이 헤비 스모커가 되더군요,

    저두 3번에 걸펴서 1년 반씩 끊었었는데, 그것도 군대에서 처음 끊었죠.ㅎ

    다시 피우게된 첫번째 이유는 복학한 학교생활이 군대보다 더 버거워서 피우게 되었고...

    두번째는 사귀던 여자 친구가 담배를 피워서 친해질려다 보니 흡연을 하게 되었고...

    마지막은 카페를 할적에 손님들의 비유를 맞추느라고 피우게 되었드랬죠..ㅎ

    이제, 완전히 저의 결심이라고는 할 수 는 없지만, 10개월째 금연에 성공중입니다.

    저두 말씀대로 앞으로 담배없는 세상에 안착하고 싶군요...근대 몸무게가 불어서

    오히려 담배 피울때보다 자전거는 거북이가 되었습니다.

    금연에 성공하더라도 비만이라는 녀석이 만만치 않은 기세로 기다리고 있습죠..ㅎㅎ

    여하튼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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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靑竹 2011.11.02 22:29

    이 시간쯤이면 제 글이 하단부로 밀려나 있을 줄 알았는데요.ㅋㅋ

     

    10개월이나 참고 계시다니 매우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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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땀뻘뻘 2011.11.02 09:08

    저두 26년 피우던 담배를 청죽님과 똑같은 이유로 끊은지(?) 3년짼데...

    정말 한 2달정도는 업힐할 때 확실히 숨이 덜차더군요...ㅎㅎ

    요즘 술마시거나 스트레스받으면 담배 엄청 땡깁니다.

    주변에 말리는 사람 없으면 가끔 한대씩 피우기도....

    아직까지는 와장창 안무너지고 단단히 마음먹고 견디고 있는데...

    하여튼 비만과 금연은 제 인생의 영원한 숙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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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靑竹 2011.11.02 22:31

    가끔 한 대씩 피우시면 끊기 어려우실 \텐데요.ㅋㅋ

    남들은 사람 만나서 대화할 때 많이 피운다고 하던데

    저는 혼자 있을 때 줄담배랍니다.

    자전거를 탈 때는 오히려 안 피우는 편이죠.

    좌우간 이번에는 꼭 끊을 생각입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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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는돌 2011.11.02 09:24

    정선 여량의 아우라지. 중학생 때 저곳을 나룻배로 건너며 학교를 다녔습니다.

    못가본지도 십수년이 훌쩍 지났군요. 갑자기 그리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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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靑竹 2011.11.02 22:35

    정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유서 깊은 고장이죠.

    웃는 돌 님 고향이 정선이시로군요.

     

    꽤 오래 전에 고려말 충신들의 이야기를 다룬 사극을 보는데

    새로운 왕조를 등진 충신들이 모여 사는 정선의 깊은 골짜기를 향해

    한 선비가 괴나리봇짐을 메고 올라가는데 정선아리랑 가락이

    더할 수 없이 구슬프게 흘러나오는 겁니다.

    한참을 보고 있는데 옆에서 마누라가 "어? 당신 왜 그렇게 울어요?"하는 소리에

    제가 눈물을 흘리고 있는 걸 알았었지요.ㅎㅎㅎ.

     

    지조, 절개, 진한 외로움, 안타까움 등이 배어나오는 장면에

    저도 모르게 보면서 복받쳤었나 봅니다. 

     

    그 뒤로 정선을 지나칠 때면 내려서 둘러보지 못해 아쉬운 적이 참 많았는데

    올여름 제대로 돌아다녔지요. 참 수려한 고장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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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ruce 2011.11.02 14:10

    즐금~하세요. 저도 더이상 미루지 말고 다시 금연 도전 해야 겟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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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靑竹 2011.11.02 22:37

    부디 평금하세요.

    제가 모범이 되어 드리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이번엔 기필코 끊겠습니다.

    bruce님. 가끔 금연 소식 좀 올려 주십시오.

  • ?
    kdblaw 2011.11.03 00:24

    금연 두달째 니코틴의 유혹에 한개피 두개피 넘어가고 있는데

    청죽님의 글을 읽고 다시한번 마음을 다잡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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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靑竹 2011.11.04 20:03

    10년을 끊은 사람에게도 흔히 담배를 피우고 싶은 욕망이 있다고 하더군요.

    다만, 참는 데 좀 더 익숙해진 시기일 뿐이라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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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인 2011.11.03 09:47

    청죽님 부디 성공하시기를 바랍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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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靑竹 2011.11.04 20:04

    와, 선인님 뵌 지 오래네요.

    선인님이야 워낙 크시니 물을 필요 없고 아이들 잘 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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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gugeun 2011.11.03 09:59

    정말 공감가는 글입니다..

    좋지도 않은게 어쩌다 그리 습관이 되어져 버렸는지,,

    저도 다시금 금연의 기회가 찾아왔는데 잘 해내고 싶은데

    시간이 지날수록 의지가 약해지네요,,

    이번엔 꼭 화이팅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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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靑竹 2011.11.04 20:05

    처음 끊을 때는 정말 절실한 심정이게 마련인데

    시간이 흐르면서 그런 감정들이 희석되면서 약해지요.

    인간의 속성이 원래 그런 것이라 도리는 없지만

    그래도 끊고자 단단히 결심했을 때의 상황을 곰곰 떠올리면

    도움이 되긴 하더군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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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yeinthesky7 2011.11.04 11:39

    금연하기가 월매나 힘들고 고충이 심하실지 알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가급적이면, 저 처럼 흡연자들과는 어울리지 마시고 금연에 성공 하시옵길 바라구요.

    지난주에 청죽님 뵈러 캡틴님 샵에 갔었더랬는데 못오신다는 이야기를 듣고(아~하~!! 금연중이시지~!! 생각하고는)

    당분간 청죽님 뵙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빠박님과 둘이서 막걸리 한 잔 하고 왔씨융~!!   내년에나 뵈야쓰겄네유...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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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靑竹 2011.11.04 19:21

    죽을 죄를...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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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아지랑이 2011.11.04 17:23

    금연은 왜 한데오????

    담배는 인류의 적...

    피워서 없애자..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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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靑竹 2011.11.04 19:22

    (헉!)

    아지랭이님. 제 몫까지 좀..켈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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