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네잎클로버

靑竹2010.06.09 21:40조회 수 1365댓글 19

    • 글자 크기


 

 ▲52년 만에 처음 찾은 네잎클로버

 

 

 

 

"청죽님은 눈을 아예 감고 다니시나 봐요. 호호호."

 

"엥? 왜요?"

 

"중랑천에 산보를 나갔는데 맞은편에서 달려오시기에

손짓 발짓을 열심히 했는데 못 보시고 그냥 지나가시더라고요."

 

안 그래도 벼멸구가 낀 눈이라고 자처하고 사는 터다.

자주 들리는 샵의 여주인이 눈뜬 장님이라고 놀리자 대답이 궁색해져

 

"거참, 이상하네?"

 

"왜요?"

 

"인물이 어느 정도만 받쳐 줘도 내 눈에 띄지 않을 리가 없는데?"

 

하며 얼버무렸는데

언제나 그러듯 여사께서는 절대로 말싸움에 지지 않는다.

 

"너무 눈이 부셔도 못 보시는 수가 있어요. 호호호홍."

 

 

 

 

 

 

 

 

 ▲한강변에서 세 번째 눈에 띈 네잎클로버. 두 번째 것까진 신기한 마음에 뜯었지만 세 번째부턴

그냥 두고 보기로 했다.

 

 

 

 

 

각설하고,

어려서 촌에서 자랐지만 네잎클로버를 한 번도 발견한 적이 없다. 친구들은 간혹 클로버 군락지를 더듬어 잘도 찾았지만 나의 눈에는 도통 띄지 않았으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서울로 이사온 뒤로도 이따금씩 네잎클로버를 찾아 나섰지만 나이 쉰둘이 되도록 결국 못 찾았는데 얼마 전에 생애 최초로 네잎클로버를 찾았다.

 

정말 부러운 사람들이 있다. 밖에서 한 번 잠시 스친 얼굴을 용케 기억해내고는 정확하게 화판에 스케치하는 사람들인데 이들의 타고난 눈썰미에 정말 감탄한 적이 있다. 여나므 번 이상을 내가 운영했던 가게에 방문해 외상 거래를 튼 거래처 사장을 몰라보고 "첫 거래시니 현금 영수증을 끊어 드려야죠?" 하고 묻다가 타박을 들은 적이 있을 만큼 눈썰미가 꽝인 위인인지라 어찌 그들이 부럽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마도 사물을 들여다 볼 때 하나 하나 차근차근 분별하는 게 아니고 전체를 그냥 막연하게 바라보는 습성 탓에 52년 동안 네잎클로버란 놈이 나의 눈에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석계역에서 바라본 중랑천의 야경. 역시 야간 라이딩은 시원하기 이를데 없다.

 

 

 

 

 

그런데 지천명에 접어든 뒤 사물을 막연하게 보는 시각이 나도 모르게 변했나 보다. 네잎클로버를 한 번 발견한 뒤로 클로버 군락지에 앉아 찾기만 하면 꼭 발견하니 말이다. 시골에서 나고 자랐어도 풀, 꽃, 나무들의 이름을 별로 알지 못한다. 너른 풀밭에도 각기 이름을 가진 야생초들이 즐비하건만 내겐 그냥 한 가지로 보이는 풀밭일 뿐이었다. 꽃도 장미, 튜울립, 코스모스 등, 몇 종류를 빼고는 거의 알지 못한다. 엊그제 상암동까지 다녀오는 길에 중랑천 습지 식물들을 모아서 전시 재배하는 곳(석계역 근방)에서 한 시간 이상을 머물며 평소 막연하게 보고 지나치던 식물들을 찬찬히 들여다 보고 왔다. 

 

 

 

 

 

▲잠수교 아래서. "온바이크님, 제 자전거입니다. 로키마운틴 블리자드죠.ㅎㅎ."

 

 

 

자전거를 타면서 유구한 세월 반복되는 사계의 변화를 보통 사람들보다 아무래도 가까이서 체감하게 되면서 '누렇게 말라버린 황량한 들판에서 가장 먼저 싹을 틔우는 저 풀은 대체 이름이 뭘까?' 하는 궁금증이 요즘 들어 생기기 시작했는데 고놈들 이름을 알고 만나면 감격이 더할 것 같은데 당최 모르니 답답한 마음이 많았다. 식물도감이라도 하나 사서 차근차근 들여다 볼까 생각 중이었는데 눈에 낀 벼멸구가 나이가 들면서 걷히는 낌새가 드니 이제 꽃, 나무, 풀들의 이름들을 잘만 하면 눈에 새길 수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아주 좋다.

 

(그나저나 네잎클로버가 행운을 가져다 준다던데 요즘 매일 하나씩 찾으니 장차 굴러들 복을 다 어찌 감당할꼬?)

 

 

 

 

 

 

자전거가 좋다

 

 

 



    • 글자 크기
나비 한 마리 (by 구름선비) 재미있는 발명품이네요 (잔차관련 아님, 수영관련) (by Bikeholic)

댓글 달기

댓글 19
  • 네잎클로버의 꽃말이 "행운"이라죠?

    그리고

    세잎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라고 합디다~~~~^^;

    난 초록글씨가 좋다~! ^^

  • 쌀집잔차님께
    靑竹글쓴이
    2010.6.11 20:54 댓글추천 0비추천 0

    예전에 네잎클로버를 찾다 찾다 못 찾아서 서운한 마음에

    '세잎클로버'란 글을 하나 쓴 적이 있습니다.

    세잎클로버의 꽃말이 행복이라면 굳이 네잎클로버를 찾을 이유가 없겠군요.

    이처럼 행복은 항상 손아귀에 있는 걸 모르고 사람들은 대개 뜬구름을 좇는 것 같습니다.

  • 아래에 있는 것 같이 네 잎 클로버의 잎사귀 배치가 같은 각의 것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것도 있네요.
    복이 많이 들어오시면 아랫동네에도 좀 떨궈 주세요.
     

    난 초록글씨가 좋다~! ^^  2

  • 구름선비님께
    靑竹글쓴이
    2010.6.11 20:52 댓글추천 0비추천 0

    남양주까지 복을 담아 나를 수 있는 마땅한 용기를 구하는 중입니다.ㅎㅎㅎ

  • 오~홍~!!^^     한동안 않보이신다 했더니 저 크로몰리 잔차 타시느라

    심취해 계셨구만요....어찌 앞태는(?^^) 좀 정리가 되셨남유?..ㅎ

    그렇잖아도 2주 전에 **바이크에 들려 안부를 여쭸더랬는데 자주 출현 하신다는 언질을 듣고 왔지요..^^

    청죽님과 네잎 클로버 거기에 녹음이 녹아든듯한 서체가 아주 잘 어울리십니다.

    너무 반가워유~!!!^^

  • eyeinthesky7님께
    靑竹글쓴이
    2010.6.11 20:51 댓글추천 0비추천 0

    앞태 정리는 뭘 이르시는 말씀이시어요? ㅋㅋㅋ

    다녀서 가셨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죄송합니다.

  • 학창시절 도덕 재무장이라고 해서 MRA였던가요? 그 단체의 마크가 네잎 클로버였던 것으로 기억 합니다.

  • 잔차나라님께
    靑竹글쓴이
    2010.6.11 20:50 댓글추천 0비추천 0

    네 맞습니다.

    예전엔 중'고교내 특활반에 MRA반이 꼭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 행운을 찾기 위해 행복을 밟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는 네잎 클로버 찾는 일을 접었더랬었지요.

  • 송현님께
    靑竹글쓴이
    2010.6.11 20:48 댓글추천 0비추천 0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말을 들었기에

    세 번째 발견한 것부터는 다른 사람이 발견할 수 있도록 뜯지 않았습니다.

    뭐 꼭 그 말을 믿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기분은 나쁘지 않더군요.ㅎ~

  • 그래도...

     

    부럽심다.

  • 뽀 스님께
    靑竹글쓴이
    2010.6.11 20:47 댓글추천 0비추천 0

    허이고~ 갑장님.

    무에 그리 부럽십니꺼? ㅋㅋㅋ

    남들에게 부러움을 살 만한 구석이 하나도 없는디요.

  • 예전...어릴 때 두번 네잎 클로버를 본 적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직접 풀밭에서 찾아서 책갈피에 끼어 놓았었는데......시간이 지나면서...책조차 분실했다는...

    그리고 또하나는 전학가면서 옆짝꿍 여학생이 비닐에 접어서 (당시에는 코팅이란 개념이 없었음)

    주었는데...한동안 일기장에 넣었었는데....그 일기장도 없어지고....

     

    중학교 때 담임 선생님(후에 모대학교 국문학과 교수님이 되셨지요)이 그러시더군요... 

    네잎 클로버는 일종의 돌연변이라고....

    요즘 흔하게(??) 발견되는 것은 그만큼 환경의 변화로 변종(??)이 생긴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특히..벼멸구 낀 (??) 청죽님 눈에 띌 정도라면....

  • 풀민님께
    靑竹글쓴이
    2010.6.11 20:46 댓글추천 0비추천 0

    돌연변이란 건 아는데

    그래도 벼멸구가 걷히는 중이라니깐? ㅋㅋㅋ

  • 그러고 보면 저는 네잎클로버를 한번도 본적이 없네요...죽어라고 달리기만 했네요...

    에휴 이제 좀 여유를 가지고 땅을 바라보는데 동전만 보입니다. ㅋㅋㅋ

    산으로 가야 보일라나요? 어디가면 볼 수 있는지요?

    청죽님 잘 계시지요...간다 간다 간다 한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못가고 있습니다...에휴...

  • 선인님께
    靑竹글쓴이
    2010.6.11 20:43 댓글추천 0비추천 0

    뵌 지 오래니 선인님이 어떻게 생기셨나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ㅋㅋㅋ

    언제 한 번 놀러 오세요.

  • 청죽님, 안녕하신지요.

    네 잎 클로버를 본 적은 없지만, 우연이라도 보고 싶습니다.

    잔차 타다 넘어져 옆을 보니 네잎클로버,,,

    아마 좋은 일이 있을 듯합니다.

  • armahot님께
    靑竹글쓴이
    2010.6.11 20:45 댓글추천 0비추천 0

    네, 안녕하세요?

    저도 처음 발견한 게 실로 우연이었습니다.

    길 가에 클로버가 여나므 줄기밖에 없었는데

    한눈에 확 뜨이더군요.

  • 언제가 마음먹고 찾아보니 ....예상보다는 많더군요

     

    사실.....잎이 4개인게 정상은 아닐거라는 생각을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드디어 복구했습니다. 와일드바이크 심폐소생의 변!39 Bikeholic 2019.10.27 2646
184135 고수님들께 질문합니다. XC에서 올마 가는 것....4 lsgdoo 2010.06.16 1675
184134 번식...9 onbike 2010.06.16 1056
184133 이눔아! 나이가 벼슬이여..11 산아지랑이 2010.06.16 1325
184132 더블 버트, 트리플 버트2 초급라이더 2010.06.15 928
184131 살림 정리하다보니 라이트가 왜이리 많은지13 Bikeholic 2010.06.14 1514
184130 왈바 서버 튜닝작업이 조금 진행되었습니다.5 Bikeholic 2010.06.14 1006
184129 비가 오나 눈이 오나6 구름선비 2010.06.14 1156
184128 청송대회 다운힐대회할때 고정로라 습득하신분 호프만놀란 2010.06.13 806
184127 팥빙수는 역시...8 뽀 스 2010.06.13 1292
184126 그 실체(???)를 밝힌다...9 풀민 2010.06.13 1606
184125 월드컵 첫승9 stom(스탐) 2010.06.13 1121
184124 자전거 비상금9 靑竹 2010.06.11 1657
184123 내일 뭐하세요?3 송현 2010.06.11 1069
184122 나비 한 마리2 구름선비 2010.06.11 903
네잎클로버19 靑竹 2010.06.09 1365
184120 재미있는 발명품이네요 (잔차관련 아님, 수영관련)5 Bikeholic 2010.06.09 2176
184119 어떤 사이트에서는 10년 동안...4 뽀 스 2010.06.09 1199
184118 장미꽃 향기 맡으며9 구름선비 2010.06.08 1017
184117 고도화된 보이스피싱?..5 우현 2010.06.08 1323
184116 제가 와일드바이크에 못 들어오는 辨입니다4 자전거다 2010.06.08 1156
첨부 (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