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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원장샘의 고민

franthro2008.01.15 21:51조회 수 1208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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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학원에서 잠시 중고생 영어를 가르쳤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의 경험을 통해서 누군가를 가르치는게 전혀 저의 적성과 맞지 않는 일이라는걸 깨달았더랬습니다.

제가 도무지 유머감각이라고는 없는 위인인지라 정말이지 하품나오게 가르치다 보니 저음에 단조로운 톤의 제 강의는 학생들에게 거의 자장가 수준이었다고 봅니다.  게다가 나중에는 이건 교육이 아니라 장사구나라는 느낌이 들어서 나날이 회의스러운 생각만 늘어나는 가운데(제일 충격받았던 일들중에 하나는 중1짜리 입에서 학원 영업이 어쩌구 저쩌구 하는 소리가 나올때였습니다) 저의 중요한 일상중에 하나는 머리속으로 학원내 원장, 선생님들, 학생, 학부모 상호간 역학관계를 분석하는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니, 제쪽에서 그만두기 전에 먼저 짤릴 때도 많았지요.  제가 학원은 교육이 아니라 장사구나라고 언급한데 대해서 이쪽 일에 종사하시는 분들께서는 혹여 기분나쁘게 생각하실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그때는 참 부정적인 인식으로 저렇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사실 사설 학원뿐만 아니라, 대학도 장사가(서비스업이) 되어가는 판이니 학원이 장사라고 까놓고 말해도 그게 무슨 큰 허물이 되겠습니까......너그럽게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관찰하고 느낀 바에 따르면 중소규모 학원을 운영하시는 원장님들의 고민이 정말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 두가지만 적어보자면 첫째는 아이들 관리하는 것이고 둘째는 선생님들 관리하는 것이라고 보는데요.  애들이 보통 혼자서 다니는 경우는 드물고 친구들과 무리를 지어 학원에 등록을 합니다.  설령, 처음에는 혼자서 등록을 했다고 해도 학원에 다니면서 친구들을 사귀고 무리를 짓게 됩니다.  그러니 한명의 학생이 학원을 그만둬도 원장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예민하게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 학생이 자기 친구들을 선동하여(?) 그 무리가 전부 다 함께 다른 학원으로 옮기는 수가 있거든요.  한명 두명 얼굴이 안보이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그 근처의 다른 학원에 걔네들이 모두 다니고 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그 다음으로 선생님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저처럼 애들에게 인기가 젬병인 사람도 뽑아서는 안되겠지만 학생의 인기를 너무 독차지하는 사람도 경계의 대상입니다.  어떤 선생님이 애들의 인기를 너무 한 몸에 받으면 그 선생님이 학원을 그만두거나 다른 학원으로 옮길때 학생들도 따라서 옮겨가려고 하거나 상당히 심하게 동요를 합니다.  학원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겠지만, 그런 여러가지 이유때문에 주기적으로 강사교체를 시도하는 학원 원장님들이 꽤 있었습니다.  뉴페이스를 자꾸 학생들에게 선보이는거지요.  

왜 쌩뚱맞게 학원 얘기를 하는거냐구요...   그냥, 무슨 좋은 사업 아이템이 없을까 하고 여기저기 웹서핑을 하면서 이글 저글 읽다보니 옛날 생각이 나서 적어봤습니다.  어쩌면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는데도 뭔가 공통점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나저나 제가 사는 동네에 있는 유치원 하나는 처음 생긴 이래로 근 10여년간 꾸준히 운영을 잘 해서 아이들 숫자가 늘어나니까 건물신축도 하고 또 다른 건물의 한층을 빌리기도 할 정도로 세를 불려나가는데 저는 그 세월동안 뭐 하나 해놓은게 없다보니까 요새 그 유치원 앞을 지나갈때마다 부러움과 선망의 눈길로 꼭 한번 더 쳐다보고 지나갑니다.  왈바 회원님들께서는 무엇으로 돈을 많이 버시는가요......(이런 질문에 아무 댓글없어도 감수해야겠지요. 저도 그냥 해본 소리입니다.) 글이 안올라오길래 하나 또 적고 갑니다.  

ps1. 저는 지금도 재미있게 가르쳐달라는 요구사항을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아무리 재미있는 개그맨, 개그우먼이라 하더라도 몇달 보면 레파토리 뻔한 것 아닌가요?  하물며 뭔가를 가르치고 배우는데 어떻게 재미있게 하라는건지... 흑흑... 말 한마디를 해도 웃기게 하는 그런 사람은 따로 있습니다. ㅠㅠ
ps2. 공교육에 관한 언급은 왈바에 학교선생님들께서도 많이 계시고 제가 전문가도 아닌지라 언급하기가 껄끄럽지만, 학원에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중에는 학교교사분들도 드물지 않게 있었습니다.  성적이 저조하여 학부모와 전화상담을 할때 서로 주고받는 단골 멘트가 있지요.  아이가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하니 그 부분에 힘을 써달라고... 머리가 좋은게 아니라 너무나도 주의가 산만하고 집중을 못한다는 소리는 차마 대놓고 못하겠더군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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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
  • ㅎㅎ 어떤일이든 사람관리가 가장 힘든거 같아요..
    잘해준다고 했는데 안타까울때가 많아요..ㅋㅋ
    그래도 열심히 해봐야죠~ 화이팅!~
  • 아이들과 스승을 대하는 태도 문제로 때로 충돌합니다.
    이유여하 간에 스승은 무조건적 존경의 대상이라는 생각이
    뼛속까지 깊이 든 제 생각과 달리 현실은 꼭 그렇지만도
    않는 모양입니다.

    물론 절대 다수의 스승은 아이들의 귀감이시겠지만
    그렇지 못한 몇몇의 지식 세일즈맨들 때문에 전체가
    욕을 먹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런 문제로 아이들에게 물러나지 않습니다.

    "너도 나이를 먹어 보아라..선생님이 왜 그러셨는지 이해될 날이 올 거다"
  • 사람이 사람을 가르친다는것 만큼 정말 어려운게 어디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지극히 저 개인적인 주관이지만...요즘세태에... 낯설은 풍경만은 아니라 그냥 이글 보는 저도
    씁쓸하게 웃고 마네요... 가름침에 정도는 없다고 생각이 되네요~^^

    저두 집앞에 초등학교가 하나있는데... 친구 데려 오면.. 10000원을 준다는 얘기를 저두 지나가다 들은적 있는거 같은데...(제친구들 소개 할뻔했습니다~제 친구 저능아들~~ㅋㅋ)

    요즘 세태가 그러니 어찌하겠습니까?? 그래도 가르침은 가르침입니다.. 힘내세요~~^^
  • franthro글쓴이
    2008.1.16 08:09 댓글추천 0비추천 0
    아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교육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고 아무나 해서도 안되는거겠지요.

    haitaik님, 청죽님, gorae0301님 일일이 댓글달아 드리지 못함을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평안하고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 저도 재수생 학원 강사 생활을 20년 가까이 했고, 지금은 학원 원장입니다. 선생도 아니고 장사꾼도 못되는 어정쩡한 직업이 바로 학원 강사 아닌가 합니다. ㅋㅋ 유머와 외모가 받쳐 주지 않아서 빛을 못 보는 좋은 선생님들도 많지요. 하지만, 정말 멋진 선생님은 감동을 주는 선생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코끝이 찡한 감동 없이 교육은 말짱꽝이란 생각이 들어서요.
  • 공부를 잘한다는건 기억력과 집중력이 좋다는 건데요,,, 그런 두뇌특성의 개인적인 부작용도 만만치는 않은 것 같습니다... 분석과 합리적인 사고에는 능하지만 그런 것들은 다 과거를 바탕으로 하는 것들이라서 현재와 미래를 즐기는 능력은 부실해지지 않나 생각합니다.. 또 좋은 집중력때문에 어떤 순간이나 기간의 자기가치에 매몰되어서 이면의 다양성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구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대대로 존경받아왔던 사람들은 기억력이 좋다거나 집중력이 좋은 사람들은 아니었던것 같습니다.. 공부를 잘한다는 개념이 좀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기억력과 집중력이 좋아서 시험성적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오는 것도 좋지만, 이면세계를 잘 볼 줄 아는 사회성이 공부의 개념에 포함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치인들이나 전문직 사람들, 또는 부자들이 대개는 공부를 잘한 사람들이어서 선망의 대상이기는 하지만, 이는 시기와 질투의 선망이지 존경받는 사람은 드물잖아요..
  • franthro글쓴이
    2008.1.16 12:10 댓글추천 0비추천 0
    s5454s님 학원 운영하시는군요. 학교가 방학이니 요새 더 바쁘시겠네요. 전국에 학원에 수없이 많고 학원종사자가 수만, 수십만은 될텐데 저의 좁은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쓰다보니 다소 무리한 내용이나 표현이 없지 않았을텐도 불구하고 좋은 댓글을 달아주시니 감사합니다.

    testo00님 안녕하세요. 한겨레 검색창에서 공부론이라고 입력하여 기사를 찾아보시면 꽤 많은 글들이 시리즈로 나오더군요. 다소 현학적인 내용의 글도 있긴 하지만 testo00님께서 말씀하시는 그런 내용의 글도 있었습니다. 다른 분들께서도 한번 읽어볼만한 글들이라서 소개올립니다.
  • franthro글쓴이
    2008.1.16 12:17 댓글추천 0비추천 0
    testo00님의 글에 한가지 생각을 달리하는 점이 있어서 말씀드리자면, 부자들이 대개 공부를 잘 했던 사람이라는 말씀은 현실과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진짜 큰 부자들은 대개 학교 성적이나 학력과는 관계가 멀고 오히려 공부 잘했던 사람들을 불러다가 자기 밑에서 일하도록 부려먹는다고 들었는데요. 자기는 머리가 나빠도 남의 머리를 빌리는거지요. 그게 더 머리 좋은건지도 모르지요. ^^
  • 중학교때 동네학원에서 국어과목을 수강했었는데, 정말 인기 짱이었죠.
    처음에는 5~6명 수준이었는데, 점점 불어나더니
    몇십명이 몰리더군요.
    나중에는 자리가 없어서 못 받았으니...
    그러던 어느날 다른 학원으로 옮기시더군요.

    하나둘씩 빠져나가더니, 결국에 그 강좌는 폐강되버리더라고요.
    새로오신 선생님께 본의아니게 좀 미안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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