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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타는 남자

franthro2007.10.08 18:17조회 수 761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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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갑자기 날씨가 써늘해졌습니다.

날이 아직 채 밝기도 전에 새벽같이 학교운동장으로 산책겸 운동을 나가시는 아버지께서 대문을 여시는 소리를 잠결에 듣고 밖에 나가보니 어제와는 완연히 기후가 달라진 것이 아 춥다 싶을 정도였기에, 안되겠다 싶어서 홑겹 잠바를 하나 집어들고 자전거에 올라탔더랬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면으로 된 얇은 티만 입고 나가셨던거 같아서 부리나케 페달을 밟아 그 잠바를 갖다 드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대구에서나 마찬가지로 여기 서울에서도 심심하면 자전거를 타고 동네 한바퀴를 돕니다.  날씨가 좋거나 기분이 내키는 날은 장비를 갖추고 꽤 멀리까지 나가기도 하지만 오늘은 동네 컴퓨터 가게에 볼일이 있어 그냥 마실삼아 설렁설렁 타고 나섰습니다.  그런데 저기 앞에서 베이지색의 잠바를 입은 어떤 백발의 노인이 내쪽으로 걸어오는데 얼굴 골격이라든가 색깔이라든가 하는 모습을 딱 보니 영낙없는 백인(caucasian)이었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가 외국인이 출몰하는 지역이 아닌데 이 사람 어디로 가는가 싶어서 계속해서 그 가는 길을 바라보고 있자니 제 시야에서 사라질때까지 꽤 먼거리를 혼자서 터덜터덜 걸어가더군요.

그런데 갑자기 마음속에서 이유없이 슬픈 생각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그 사람의 불안정한 눈빛때문인지 무엇때문인지 모르겠는데 왜 그리도 처량한 느낌이 드는 것인지...... 대체 저 사람은 이 외국에서 뭘 하고 있는걸까, 혼자서 어디를 그렇게 걸어가는걸까, 우리나라에 왜 온 것이며 가족은 있는지 이런 것들이 궁금하여 과장해서 말하자면 막 뒤를 쫓아가서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오늘 인터넷 신문에 보니까 둔감력이라는 책이 나왔다는 기사가 있더군요.  사람이 사회에서 생존하려면 너무 예민한 것보다 어느 정도는 둔감해야 직장에서 살아남기도 수월하고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기도 쉽고 모든 면에서 유리하답니다.  그런 기사를 읽고나니 이 가을의 초입에 이유없이 센치해지는 저는 생존에 참 불리한 사람이겠구나라는 씁쓸한 마음이 듭니다.   어쩌면 그 백발의 서양 노인을 보면서 마음속에 아버지의 모습과 오버랩이 되었던건 아닌지나 모르겠습니다.  기후변화가 참 심하네요.  환절기에 모두 건강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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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 저는 때로는 화장실에 앉아서도

    "저 나무는 화장실 문이 되어 안되었다
    저 사기로된 변기는 얼마나 고달플까
    저 거미는 왜 저기서 사나
    ..................................."
    청승맞은 고민을 하곤 했습니다.

    감정이 풍부한거 좋은거지요..
  • 생각의 외연이 넓으면 또 다른 생각의 세계를 갖는것 같습니다
    참 부럽습니다.
    건강 조십하시고 자전거 잘 타세요.
  • 어인 일이신지...아니 누구나 그런 상념에 사로잡힐 때가 있지요...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라 봅니다.....
    때론 위에위엣분 말씀처럼 감정이 풍부한거 좋습니다.....나쁘진 않지요....
  • 저도 참 어릴적엔 생각하기를 좋아했었는데...

    사회생활하면서 그런 생각들이 멀어지는게 저만 그런것인지 ...

    사색하는 계절이 왔는데도 그런 시간이 없다는것이 마음 아픕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 !
  • franthro글쓴이
    2007.10.9 09:24 댓글추천 0비추천 0
    혹시 우울증이 아닌가 싶어서 걱정이 되기도 하는데, 너무 많은 생각과 <너무 풍부하게 넘쳐나는 감정>은 때로 신체적으로도 매우 안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습니다. 쓸데없는 생각을 물리치는데는 몸을 바쁘게 움직이는게 최고인듯 합니다. 일이 많아서 바쁜 것도 어느 의미로는 좋은 것이겠고 딱히 할 일이 없다면 일을 만들어서라도 몸을 움직이는게 좋겠지요. 그런 면에서 보자면 자전거 타기는 잡념을 물리칠 수 있는 아주 좋은 육체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날씨가 참 좋으네요. 오늘 하루도 건강하고 보람있게 보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댓글과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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