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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아침 지리산 라이딩(화엄사---성삼재 36km)

dslee2006.01.03 08:28조회 수 507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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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대경 왈바 여러 님들께 새해 인사를 보냅니다.

이번 새해맞이는
나름대로 특별한 계획과 실천 속에서
겪어보고 싶은 생각을 가졌더랬습니다.
그렇게 해서 선택한 것이 지리산에 오르는 일입니다.
수년전 여름 뱀사골 쪽에서 올랐던 적이 있는데
이번 새해엔 구례 화엄사 쪽에서 오르려고 준비했습니다.



이곳은 전남 구례군 마산면 국도변,
노고단으로 오르는 코스를 알려주는 표지판을 지나갑니다.
오늘 날씨는 그리 춥지 않으며
다만 바람이 차디차게 느껴져 발끝이 시렵습니다.
그러나 바이커들에게 이 정도쯤이야
아무런 문제가 아닙니다.



지리산 산악도로 입구로 접어들면
먼저 매표소를 만나게 됩니다.
카우보이 모자를 쓴 젊은 국립공원 직원이
먼저 새해 덕담을 건넵니다.
서로 웃는 얼굴로 환하게 인사를 나눕니다.
항상 이런 분위기라면 세상이 훨씬 아름다울 것입니다.



이곳에서 성삼재까지
자전거로 오르겠다는 계획에 그는 놀랍니다.
아무쪼록 조심해서 라이딩하라는 부탁을 하고 또 합니다.
산간도로에는 성삼재로 오르는 자동차의 행렬이 끊이지 않습니다.
모두 특별한 아침을 맞으려는 사람들입니다.



곧 천은사(泉隱寺)가 나타납니다.
천은사란 절은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곳이지만
지금은 많이 퇴락하여 예전의 규모를 갖추고 있지 못합니다.

시인 고은 선생이 흘러간 20대의 청년 승려 시절
폐결핵을 앓으며 문학의 열병을 심하게 앓던 곳이기도 합니다.
이곳 비구니 주지를 누님이라 부르며
사랑의 시를 써서 마구 보내었던 문학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업힐이 시작됩니다.
하지만 아직은 완만한 경사로서 그리 숨이 가쁘지 않습니다.
한참 페달을 밟아서 오르니 삼일암 가는 길이 보입니다.
하얀 눈에 덮여 호젓한 느낌을 줍니다.



지난번
호남 일대에 내렸던 큰 눈이 아직 녹지 않은 상태라
도로 양켠에는 결빙구간이 많습니다.
바퀴가 빙판을 타넘을 때는 등에 식은 땀이 쭉 쭉 납니다.
하지만 바이커들에게 있어서 험난한 구간은
하나의 시험과도 같습니다.
이런 역경과 고통의 구간을 훌쩍 뛰어넘어야
그 다음의 안정된 시간을 맞이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눈길은 점점 심해져 갑니다.
눈이 녹아있는 부분을 요리조리로 선택하여
마치 줄타기 곡예하듯 빠져 전진해 갑니다.

이렇게 얼마나 올랐을까.
구비구비 산모롱이 길을 돌고 돌아 오르니
드디어 노고단 갈림길이 300m 남았다는 표지판이 보입니다.
지나가던 자동차에서
사람들이 창문으로 격려와 환호의 인사를 보냅니다.
새로 힘이 솟구칩니다.



마음 속으로는 뿌듯한 성취감과 감격으로 물결칩니다.
지리산 뱀사골에서 성삼재까지 3년전에 올랐던 감격이 여전한데
그로부터 3년 뒤인 오늘,
화엄사 쪽에서 성삼재까지 오르는 일에 성공한 것입니다.



아,
마침내 성삼재에 도착했습니다.
새해 새 아침을 지리산에서 맞으려는 많은 인파가 몰려
주차장은 온통 북새통입니다.
하지만 결빙구간 때문에
뱀사골 쪽에서 자동차 진입이 통제되었으므로
그래도 덜 북적이는 편이라고 합니다.



해발 고도를 확인하니 1315m입니다.
노고단으로 오르려는 등산객에게 부탁하여 한 컷 찍었습니다.
서로 웃는 얼굴로 신년 덕담을 주고 받았습니다.



성삼재의 전망대 난간에서
오늘 아침 허우적거리며 올라온 코스를 내려다 봅니다.
저 멀고 아득한 길을
나는 혼자서 올라온 것입니다.
눈과 얼음으로 덮여있는 위험한 코스를
그것도 자전거로 올라온 것입니다.



칼바람이 너무 춥습니다.
체감온도는 영하 10도를 훨씬 밑도는 느낌입니다.
볼이 얼얼하여 견딜 수가 없습니다.
쫓기듯 휴게소로 들어가 뜨끈한 우동 한 그릇을 시킵니다.



흐뭇하고 충만된 기분으로
새해 새 아침의 지리산 라이딩을 돌이켜 봅니다.
인간의 삶이라는 것도
이처럼 험한 시간과 곡절을 하나 하나씩 극복하고 해결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지리산 성삼재에서 새해 인사를 보냅니다.

(사진이 온통 거꾸로 올려졌습니다. 양해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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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일러~~문제인데 샾에가니까~~ (by ettm82) 저도 와일드 바이크 스티커 나누어 드립니다. (by 달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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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 저도 5월에 성삼재를 올랐었는데 감회가 새롭군요. 그때는 짐이 많아서 거의 끌바를 했는데
    대단하십니다. 천은사 지나서 구례쪽으로 가면 평원이 나오는데 보리밭이 넓게 펼쳐진게
    풍경이 좋습니다. 겨울이라서 또다른 맛이 있겠군요
  • dslee님의 라이딩후기는 항상 감동을 주내요...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 교수님의 반짝이는 은박지 속에 주먹밥을 보면, 소박하신 교수님의 속내를 보는것만 같습니다.호남지역에 많은 폭설이 있었다고 하는데,녹다만 눈길 사이로 다니시느라 고생하셨을것같네요...그리고 사진이 거울속의 풍경 인것처럼 보이는군요...(사진이 이상해요?)언제나 건강하셨듯이 자전거인의 표상이 되어 주십시요...
  • 교수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새해 벽두부터 너무 멋지십니다~!
    언제쯤 클로렐라 주먹밥과 고추장을 곁들인 풋고추를 시식시켜주실런지요.^^
    다음에는 교수님과 함께 사진기행 한번 해봤으면 하는게 작은 바램입니다.^^
  • 교수님. 이렇게 서면으로 먼저 인사 올립니다. mbc 총무입니다. 지난 송년회 때 교수님 덕택에 생긴 가방을 메고 교수님 발자취를 따라 도전해 보고 싶군요. 지난 해는 저희 회사 동호회에 다소 어려운 점이 있었으나 새해부터 다시 시작하려 합니다. 항상 교수님의 후기를 보면서 용기를 얻곤 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하십시오.
  • 교수님 !! 힘줄입니다..
    새해 인사가 많이 늦었습니다..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홀로 라이딩 !! 여전하시네요..
    은박지속에 있는 그 주먹밥 탐이 납니다 ..ㅋㅋ 건강하시구요 .
    다음에 한번 찾아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 수고하셨습니다^^
    3년전쯤 교수님과 같이 갔던곳도 보이네요
    새해복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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