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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사자평에

........2002.05.24 12:51조회 수 333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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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처녀 춘정을 못 이기듯 아트만은 기어코  표충사행 버스를 탔다.
9시14분에 출발하여 약11시 경에 도착하였다.
청도까진 버스 승객이 대 여섯 명 탄 것 같은데 청도서 부터는 아트만이 버스를 전세 내었다. 장사가 안돼 미안한 생각도 들지만 요즘도 이런 버스가 있는지 신기할 정도로 버스가 구형이다. 어릴적 외갓집 갈 때 타고간 버스보다 낳은게 하나도 없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안내양이 없고 대신 시골 정류장을 지나칠 때마다 시내버스처럼 안내방송을 한다는 것이다. 시설은 형편없어도 잠시나마 옛 추억을 생각나게 해주어 고맙게 생각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목적지까지 도착했다.

우선 돌아갈 차시간을 확인하고 간식거리와 물을 샀다. 오광수님이 가르쳐 준대로 정류장 건너편 길로 표충사 쪽으로 올라갔다. 오른 쪽 시멘트 포장길이 있는데 길이 너무 좁다. 아트만의 생각으로는 적어도 짚차가 지날 정도의 길일 텐데 너무 좁아 보인다. 조금 더 올라가니 매표소가 있다. 매표소직원에게 자전거로 사자평까지 오를 수 있는 길이 어디로 가느냐고 물으니 표충사 안쪽으로 들어가서 오른쪽으로 가면 된다고 한다. 길은 여러 개일 수도 있고 새로 닦은 길도 있을지 모르니 매표소 직원이 가장 잘 알지 않을까 싶어 입장권을 사서 들어가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가니 그 길은 쇠사슬로 막혀 있다. 다시 내려와서 물으니 자동차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아 놓았단다. 사람이나 자전거가 통과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단다. 다시 희망을 가지고 올라가니 자전거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있긴 있었다. 그런데 조금 올라가니 그 길은 곧바로 개울로 곤두박질치고 완벽한 등산로로 이어진다. 다시 매표소로 돌아오니 아까 그 직원은 없고 여직원이 지키고 있다. 다시 자전거도 갈 수 있고 짚차
도 갈 수 있는 길을 물으니 그 길은 철문으로 잠겨 있어서 들어갈 수 없단다. 지나가던 노인 한 분이 우리 얘기를 듣고 그 길은 저 밑에 있단다. 내용으로 보아 지나올 때 좁다고 생각했던 바로 그 길이다.

다시 매표소에서 내려와 속도계 셋팅을 하고 업힐을 시작했다. 조금 올라가니 굳게 잠긴 철대문이 나타난다. 다행히도 겨우 자전거가 통과할 수 있는 조그마한 쪽문이 열려있다.
사자평 가는 길의 특징은 돌길이다. 대신 경사는 그렇게 급하지 않다. 돌길인 관계로 테크닉이 많이 요구되는 것 같다. 그리고 끊임없는 업힐이다. 기어를 최저단으로 바꾸고 쉬엄쉬엄 올라가기로  했다.
버스를 전세 내더니만 이번엔 큰 산을 전세 내었다. 숲이 우거져 터널을 만들고 간간이 산고양이도 지나가고 다람쥐도 지나간다. 이곳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라 그들이 주인 것 같다.
3.5.Km 쯤 지나니 경사도 좀 급해진다. 막바지 세멘트 포장길이 나오는데 청계사 세멘트 길 보다 경사도 더 급하며 더 길게 늘어져 있다.
여기가 최대 고비다. 허리가 끊어지는 것 같다.
쉬고 싶지만 쉬었다간 경사가 있어 다시 시동 거는 것이 불가능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를 악물고 계속 올라가는 수밖에 없다. 이 곳 말고는 생각보다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이 고개를 오르니 잘 생긴 느티나무 한 그루가 쉬어가라고 손짓을 한다. 땀을 닦고 물도 마시고 숨도 돌리면서 휴식을 취하던 중에 전방에 이정표가 보인다.
고사리 분교 500M, 재약산1.7Km 이제 힘이 솟구친다.

다시 용기를 내어 조금 올라가니 예전에 보았던 눈에 익은 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바위의 생김새로 보아 여기가 분명히 사자평이 맞는데 동동주 팔고 닭백숙 팔던 집이 보이질 않는다. 여기서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혹시나 싶어 등산로로 올라오는 젊은 아주머니에게 그 쪽에 음식파는 곳이 없더냐고 물어 보니 그 아주머니도 여기 올라오면 먹을 것이 있을 줄 알았는데 맥이 탁 풀린다고 한다. 자세히 살펴보니 집이 있던 흔적이 보인다. 그리고 주변엔 어린 잣나무를 심어놓았다.
한편으로 섭섭한 생각도 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후니씨가 얘기한 것처럼 아트만도 대학시절 사자평에 왔을 때 건너편 임도에서(그때 우린 군사도로 라고 했는데) 낑낑대는 짚차를 본적이 있었다.
이렇게 오늘 자전거를 타고 이곳에 다시 오리라고 꿈엔들 생각했던가. 어쩌면 다시 태어나서 다른 세상을 사는 듯한 묘한 느낌이 든다.
무언가를 새로이 시작하고, 그것을 사랑하고 미친 듯이 푹 빠저 들 때 삶의 진미를 맛보는 것이 아닐까.

이젠 다운힐이다. 올라올 때의 고생을 보상받는 시간이다.
재벌 2세도 부럽지 않고 스키타는 것 보다도 더 짜릿한 순간이다.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고 조그마한 실수도 큰 불행으로 이어질 수
있는, 그러기에 더 매력 있는 다운힐이다.
그러나 아트만은 다운힐에 약하다.
"안전하게 타는 사람이 가장 잘 타는 라이더"라는 것이 그의 신조다.
안전하게 그러면서도 스릴을 즐길 만한 속도로 무사히 다운힐을 마쳤다.
돌길이라서 풀샥이 진가를 발휘하는 코스가 아닌가 생각한다.

다 내려오니 배가 고프다. 음식점을 둘러보니 평일이라서 모두 하나 같이 썰렁하다. 대구 가는 차가 4시 10분에 있고 지금은 1시 50분이다. 2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 아트만은 생각을 바꾸어 밀양까지 패달을 밟기로 했다. 가다가 괞찮은 음식점이 나오면 거기서 점심 먹기로 하고 패달을 밟았다. 밀양까지는 거의 내리막 아니면 평지다. 잘 판단했다는 생각이 든다.

도중에 점심을 먹고 밀양터미널에 도착하니 3시 30분 대구 가는 버스는 4시 50분에 있다.
목욕이나 할까하고 목욕탕을 찾으니 애마를 맡겨 두기가 마땅치 않아 다시 터미널로 돌아왔다.

긴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고맙게 생각합니다.
Jin 사장님, 윤 대장님, 그리고 왈바가족 여러분,
우리 모두 다시 함 갑시다.
지금까지 가장 힘든 코스였지만 가장 보람있는 코스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도움을 주신 오광수 사무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빠른 쾌유를 빕니다.

* 임도입구 - 사자평
  거리: 편도 6.0Km(자로 잰듯이 정확함)
  시간: 업힐: 1시간 34분    다운힐: 35분

*  표충사 - 밀양 약 25Km

*  남부정류장 - 표충사 7,600원
  밀양 - 경산 4,400원
  밀양 - 남부정류장 5,200원 

*  표충사 입장료 1,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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