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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애물단지

靑竹2010.04.15 20:16조회 수 1698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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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놈을 데리고 산 지 오래지만 날이 갈수록 속을 썪인다.

 

그렇다고 쫓아내자니 내가 아쉬울 것 같아 그러지도 못한다.

 

모름지기 제자리를 지키는 일은 모두에게 중하다.

 

그런데 이놈은 왜 그리 사방팔방으로 돌아다니며

 

왜 그리도 내 속을 끓이는지 모르겠다.

 

 

왜 뜬금없이 화장실까지 쫓아 들어가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러고는 내가 한참을 찾아도 소식이 없어 집안을 뒤지다 보면

 

요놈이 세제를 얹어 두는 선반에 넙죽 올라가 엎드려 있는 것이다.

 

 

금방까지 나와 같이 있다가 어느 틈에 이불 속에 기어들어가는지

 

기어들어가는 것까지는 좋은데 내가 찾아도 말 한 마디 없이

 

이불 속에서 웅크리고만 있어 화가 난 나머지

 

이불을 확 들추면 그제서야 얼굴을 빼꼼 내미는데

 

별로 미안한 기색도 비치지 않는다.

 

망할 녀석.

 

그러다가 누가 모르고 깔고 앉아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잘 데리고 있다가 밥이라도 먹을라 치면

 

또 따라와 밥상 아래에 숨어드는데

 

또 이놈을 찾느라 난리법석을 한동안 치른다.

 

 

이 애물단지 녀석이 날 호되게 고생시킨 적이 있다.

 

친척들을 배웅할 때  절대 바깥 출입을 해서는 안 될 녀석이

 

기어코 따라나간 뒤 한동안 보이지 않아 정말 오래 찾은 적이 있는데

 

나중에 보니 복도 출입문 밖 계단이 있는 벽 위에 올라앉아 있었다.

 

정말 뺨이라도 한 대 갈기고 싶을 정도였다.

 

 

겨울엔 이놈이 가끔  나의 파커 점퍼 주머니로 들어가기도 한다.

 

업은 아이 삼 년을 찾는다는 말도 있듯이 정말 찾는데 애를 먹는다.

 

움직임이 심한 놈 같으면 금방 낌새를 채겠지만

 

워낙 말수가 없고 움직임도 없이 조용한 놈이라

 

엉뚱한 데를 찾아다니며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베란다에 나가서 숨기도 하고

 

소파 밑에 숨기도 하고

 

냉장고 위에 기어올라가기도 하고

 

가끔은 주방의 열린 찬장에 숨어들기도 한다.

 

 

남들도 이놈처럼 말을 도무지 듣지 않고

 

속만 잔뜩 썩이는 녀석을 데리고들 사시는지 궁금하다.

 

 

쩝..

 

 

쩝...

 

 

 

 

 

 

 

 

이놈 이름은 티비리모컨이다. 

 

 

괘씸한 놈.

 

 

 

 

(그나저나 치매약을 먹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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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5
  • 내....이 주인과 산지 꽤 오래 되었건만....날이 갈 수록 정도가 심해진다...

    그렇다고 집을 나가자니...나가 봐야...내가 아쉬울 것 같기도 하고...

    모름지기 모든 것은 제자리가 있기 마련인데...

    이 주인은 사방팔방으로 마치 개 끌고(?) 다니 듯 ..하면서..

    나를 애닳게 한다.

     

    왜 뜬금없이 냄새나는 화장실로 데불고 들어가는지...

    날 세탁기에 넣을 것도 아닐 터...느닷없이 세제 선반 위에 올려 놓고...

    휭~~하니 나가기 일쑤!!

     

    홀로 잘 지내는 날..왜 갑자기 동침(??)할 모양으로 이불 속으로 끌어 들이더니만....

    여름 끝물의 죽부인 마냥 내팽겨치기도 일쑤!!

    그러다가 다시 아쉬우면.....바람난 한량...첩년(??) 찾듯 이부자리를 제끼기 일쑤!!!

    홀로 밥상 받아 놓고...이리 저리 날 부려 먹고서는...

    눈요기(??) 감이 생기면.. 밥상 아래로 밀어 넣고..그것 조차 발꿈치로 차버렸다가...

    다시 아쉬울 요량이면....다시 찾는..도무지....이해하기 힘든 위인인 주인이기도 하다.

     

    심지어..한겨울...친지들 배웅나가려면 혼자 나가던지...

    애꿎은 나까지 끌고(??) 나가더니...

    아뿔싸!!..기어코...이 잉간이(허걱???..이젠..막 나간다..)

    복도 한구석에 내팽겨치고 들어 간다...

     

    한참을 어둠 속에서 떨게 만들더니...

    겨우 날 찾아 내고서는.....기능(??)이 떨어져..일(??) 보다 제 다리에 오줌 묻힌 늙은이 마냥...

    오히려 나한테 성질낸다...참...어이없는 일이기도 하다...

     

     

    어떤 때는 베란다에 버리고...혹은 본인 주머니에 쑤셔 놓고...

    발꿈치로 차서 소파 밑으로 버리고..

    주방 찻장 속이나...냉장고 위에나....도대체...때와 장소 구별 없이 버리고 찾기 일쑤!!!

     

    이런 사람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내 신세 타령을 오늘도 해본다...

    젠장!!

    젠장!!

    이 주인을 남들은 靑竹이라고 한다...

    (이 중늙은의 치매를 감수하며....살아야 하나???)

     

     

     

  • 풀민님께
    靑竹글쓴이
    2010.4.15 21:17 댓글추천 0비추천 0

    음...세상 바로보기에 당했군요.

     

    그나저나 내 편을 안 드시고 리모컨 편을 드시니

     

    매우 섭섭하외다. 

     

    혹시 드시는 치매약 있으시면 나눠 주시면 안 되겠수?

     

    =3=33=3333=33333333

  • 靑竹님께

    글 쓰신 분이나 댓글 다신 분이나...고수십니다. 마이 웃고 갑니다..

  • 풀민님께

    리모컨의 마음을 정말 잘 표현하셨습니다   ㅎㅎㅎ

  • 풀민님께

    풀민님 댓글 읽고 고소한 생각이 들면 불경스로운 것이지요?

  • ㅋㅋㅋ
    댓글이 더 재밌네요.

    저는 리모콘도 그렇지만
    앵경을 못찾아서 헤맵니다.

  • 도대체 뭘까 나름대로 추리를 하면서 읽었습니다

    고양이 인가 ..

    읽다보니   도마뱀에 가까워서   오호  도마뱀이구나 하였더니

    리모컨 이네요  ~~~

    저도  리모컨을 찾아 다닙니다    안다니는곳이  없는데   어느날은  냉장고에서도 나오고

    어느날은   뜬금없이 애들  책상위에서도  나옵니다     언제 갖다 놓았는지   기억에도 없어요 

  • 줌마님께
    靑竹글쓴이
    2010.4.15 21:29 댓글추천 0비추천 0

    ㅋㅋㅋ

    저만 그런 게 아니로군요.

     

  • TV는 꺼야 되겠는데

    리모콘을 못찾아서 한참을 찾은적이 있죠 ㅠㅠ

    그래서 젠가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있는데

    TV본체에 리모콘 호출 버튼을 만들어서

    누르면  리모콘에서 소리가 나는 그런건 어떨까요?

     

  • 쌀집잔차님께

    저도 그생각 오랫동안 하고 있었습니다...

    제조사들의 관심이 아쉽습니다....

  • 나보다  심하시군요,,,

  • 꺼~~~이

  • 전 담배인줄로 추리를 했는데...ㅋㅋㅋ

     

    예전에 셀폰 모델 중에 SKY에서 나온 알람이 달린 셀폰이 있긴 했었습니다.

    경보기는 무조건 허리에 차고 있어야 하며 셀폰에서 10미터인가 멀어지면 삑삑 울려줌으로써 셀폰 분실을

    예방하게 해줬던.  리모콘에 삐삐를 장착하면 전화로 찾을 수 있을텐데...ㅋㅋㅋ

  • 정말 재미난 댓글이네요

    댓出於원 이라고 할만하네요

    원글에서는 조침문이 생각나기도...

  • 홀릭님 청죽님의 본문과 풀민님의 댓글을 엮어서 명전에 추천합니다. ㅎㅎㅎ

     

    wonskcho님 조침문---->의인법... 적절한 표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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