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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가 좋다?

靑竹2010.04.06 19:52조회 수 1877댓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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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감이 번지듯 누런 잔디밭에도 서서히 초록이 물들기 시작한다.

 

 

 

'자전거가 좋다'

 

같이 라이딩을 즐기던 분들 중 어떤 분은 곧잘 이렇게 말하곤 한다.

 

"아, 거기? 난 싫어. 요즘 임도는 질렸어."

 

"싱글은 원래 싫어하잖아?"

 

"난 도로는 재미가 없어."

 

 

 

 

 

 

 

 

 그렇다면 아마도 그분은 자전거를 타는 행위에

이미 흥미를 잃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값비싼 고급 자전거를 여러 대나 정성스럽게 꾸민

그의 열정이 식어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다.

 

 

 

 

 

 

 자전거와 함께라면 난 임도든, 싱글이든, 도로든,

장거리든, 마실라이딩이든, 시골길이든,

아니면 도심이든 가리지 않고 좋아한다.

 

곰곰 생각해 보면 특별히 흥미가 있는 코스나 장소가

있을 법하지만 미미한 차이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짧지만 강렬한 모습을 보이다 가는 목련도 폭발 직전이다.

 

 

 요즘 라면을 먹을 때면 별다른 맛을 느끼지 못하고 먹는다.

초등학교 6학년 무렵 라면이란 걸 처음 맛보았는데

 

'아, 이 맛이란...이건 아마도 신선들이나 먹는 음식일 거야.'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맛에 감탄했었다.

 

수십 년이 흐른 지금 맛대가리 없는 라면을 억지로 먹으며

대관절 무엇이 변해서 처음 맛보았을 때의 그 황홀한 맛을

느끼지 못하는 걸까 하는 생각에  라면과 나의 입맛에 혐의를 둬 보는데

아무래도 간사한 나의 입맛이 변해서 그럴 거라는 판단이 든다.

아마도 그 판단이 맞을 것이다.

 

 

 

 깡보리밥만 먹던 시절엔

밥에 쌀알이 몇 알만 섞였어도 맛이 기막히도록 좋았다.

그러나 지금은 보리쌀이 귀할 정도로 보기 힘들고 온통 쌀밥뿐인데도

예전의 그 가슴이 뭉클할 정도로 맛있었던 쌀밥의 맛을 느낄 수 없어

억울하기 그지없는 것이다.

 

북한에서 넘어온 새터민들의 자녀들이 처음 먹어 본 라면의 맛에 반해

거의 몇 달 동안을 라면만 먹고 지낸다는 걸 티비 프로에서 본 적이 있다. 

그런 걸 보면 라면의 맛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리라.

 

 

 

 

 

 

자전거를 끔찍하게 좋아하는 나이기에 가끔 이런 걱정을 한다.

 

 

'이거 혹시 나중에 자전거를 타는 일이 재미가 없어지는 건 아닐까?'

 

 

자전거가 싫어진다는 데에 생각이 미치면

그야말로 이만저만한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자전거를 잃어버리는 꿈을 요즘도 자주 꾸고

더구나 지금도 자전거 안장에 올라앉아 페달을 밟노라면

가슴이 여전히 설레이는 걸 보면 기우에 불과한 것 같다.

 

 

 

 

 

 

 

 조그만 몸뚱이 하나 움직이기 위해

엄청난 기름을 태우며 괴물처럼 움직이는 쇳덩어리는 당최 정이 안 간다.

오로지 내가 흘린 땀만큼 정직하게 나를 자연속으로 데려다 주는 자전거를

난 죽기 전까지 사랑하리라.

 

 

 

 

 ▲아, 이 화사함이여!

 

 

 

 

 

 

 

 

 

 

 

 

 

 

 

자전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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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비드BB7 갈리다. (by 선인) 과체중 트랙8500 산행 (by 트랙오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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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9
  • 좋은 글 감사합니다.

    예전 잡지 편집장으로 있을 때 썻던 컬럼 생각이 납니다.

    인간의 감각기관이라는게 역치에 기반을 둔 상대적인 것만 감지한다 하지요. 그리고 뇌의 판단과 기억 조차도 그렇다고들 합니다.

    그래서, 있던 없던 아마 인간이 느낄 수 있는 행복이라는 건, 항상 그 자리에만 있는게 아닌가 봅니다. 어디있던 찾아야 누릴 수 있는 거겠죠.

    즐거운 라이딩 누리시길 기원합니다.

  • cenier님께
    靑竹글쓴이
    2010.4.7 20:35 댓글추천 0비추천 0

    그렇군요.

    어디선가 읽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납니다.

    인간의 탐욕이 멈출 줄 모르는 것도 아마 이와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합니다.

    재물을 아무리 움켜쥐어도 갈증만 더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긍정하면서도 현실은 '무소유'를 실현 불가능한 이상향으로 여기며 

    대부분 사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아침부터 좋은 글 한 편을 읽었습니다.

    오늘부터 잔차타고 수영장 갔다 자출했습니다.

    280 가려면 열심히 연습해야겠습니다.

    그나저나 십자수님이 280 같이 가려나......

  • 송현님께
    靑竹글쓴이
    2010.4.7 20:37 댓글추천 0비추천 0

    송현님께서 엄청난 괴력의 소유자시란 걸 몰랐습니다.ㅎㅎㅎ

    꽁생원에 비실비실한 저야 구경이나 가면 모를까..ㅋㅋ

     

  • 靑竹님께

    괴력이라니요.

    그냥 지기 싫어 힘들어도 참고 따라 다니는거지요.

    청죽님 사진같은 경사에서는 절대 따라하지 않습니다.

    그냥 끌지요. ㅎㅎ

  • 어제부터 자꾸...ㅋㅋㅋ

    저와 같이 가게되면 지난해 스스로 제 페이스를 놓쳐서 실패한 것처럼 송현님이 퍼지게 됩니다.

    전 늘상 가긴 갑니다. ㅋㅋㅋ

    1회때 못가고 2005년엔 손가락 부러져서 지원만 하고... 2006년에야 겨우 완주... 그 이듬해와 그 다음해엔 완전

    저질체력으로 1호 탈락의 기록을...

     

    지난해에야 뭐... 지가 자초한 일이니 그렇다 치고 두 달간 몸 만들어 봐야지요.

     

    게다가 이번 코스는 제가 처음 출전했던 고한, 예미, 동강 추억이 어린 코스로군요.

     

    정선 강원랜드에서 도로를 올라서 만항재부터 신나는 내리막질을...ㅋㅋㅋ

  • 그리고 청죽님...요 아래 글 제게 말씀하신 거 아니죠? ㅋㅋㅋ

    ============================

     그렇다면 아마도 그분은 자전거를 타는 행위에

    이미 흥미를 잃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값비싼 고급 자전거를 여러 대나 정성스럽게 꾸민

    그의 열정이 식어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다.

     

    ==================================================================

     

  • 십자수님께
    靑竹글쓴이
    2010.4.7 20:38 댓글추천 0비추천 0

    같이 라이딩을 하신 적이 없으니깐두루

    십자수님을 이른 건 아닐 테지요?

    (발이 저리시긴 저리신 모냥여..켈켈)

  • 새싹, 새봉오리들 생명은 참으로 아름다워요

    십자수님께 남은 건 자전거를 보는 행위에 대한 흥미????

  • kdblaw님께
    靑竹글쓴이
    2010.4.7 20:39 댓글추천 0비추천 0

    50년 이상을 매번 경험하는 것이지만

    자연의 경이로움은 해마다 새롭습니다. ㅎㅎ

  • 저도 어디를 가리지 않고 안장에 올라타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청죽님과의 만남을 기다리며...언젠가는 언젠가는을 돼새깁니다....ㅋㅋㅋ

    오늘 날씨 넘 좋네요...자전거 들고 뛰쳐나가고 싶어지네요...^^

  • 선인님께
    靑竹글쓴이
    2010.4.7 20:40 댓글추천 0비추천 0

    선인님 자전거 좋아하시는 거야 잘 알죠.

    곰솔, 풀翁님과 함께 언제 식사나 한 번 하시죠.

  • 점점 시인이 되가시는듯 합니다....

    사진이 부쩍 늘어난 글도 그렇구여...

    열심히 잔차를 타면 사진 찍을 시간 없잖아요...

    매일 마실 다니시는거 아닙니까요?

    이크... =============333333333333333

  • 仁者樂山님께
    靑竹글쓴이
    2010.4.7 20:41 댓글추천 0비추천 0

    저도 빡세게 탈 줄 압니닷!!!!!!!!!!!!!!!

     

    (체구를 보면 안 그렇게 보이는데 눈치가 보통 빠르신 게 아니란 말씀야.

    투덜투덜..)

  • 매번 처음 자전거 안장에 올라 타려면....가슴이 콩닥콩닥....

    단지 즐겁고 흥분되서는 아니고.....

    이상하리만큼...숨이 가쁜 것이 ...수상쩍었습니다...

    한 5분여를 숨을 참고 달리면..좀 나아지던데....

     

    라이딩을 하다보면....마음은 즐거운데...얼굴은 고통(??)으로 이그러지고....

    그래도 그렇게 수년 간 잔차를 탔었는데....

    요즘은....고통이 두려워져서 점차 멀리 하게 되네요...

     

    예전이나 지금이나...변함없는 청죽님의 자전거 사랑...

    참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하고......

  • 타긴 타야겠는데
    좀처럼 용기(?)가 나질 않습니다.

    그러다 자전거 타는 것 자체를 싫어하게 되는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靑竹님 글이 올라오니까 게시판이 화사해 지는군요.

  • 저는 이렇게 댓글달고 싶군요

    '꼭 자전거가 아니라도 좋다~~~'

  • 아직까지는 애정이 식지 않고 있습니다.

    환경이 열악하다보니 애틋한 느낌이 더하고, 오랜만의 라이딩이 더 즐겁군요.

    80세 생신날 인수봉 딴힐 과업을 꼭 완수하시길..................

  • 자전거에 빠지신 또 한분을 뵈옵니다. 그리고 반갑습니다. 마누라는 맨날 미쳤다고 하고, 주변에서도 비슷한 취급을 받으면서도 굴하지 않고 내 길을 가는 또 한 사람입니다. 이 글을 보니 외롭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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