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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속초-부산투어(우리들두그라미)

두그라미2007.03.21 20:11조회 수 6056추천 수 18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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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의 한달 전부터 이상훈 과장(우리들병원, 자전거 동호회 회장)이 마주칠 때마다 하던 이야기다. 내 귀에는 “작년에도 오셨으니 올해도 오실거지요?”라는 은근한 압박으로 들렸다. 사실 작년처럼 선수가 아닌 스텝으로서 1박 2일의 일정을 사진 찍으며 차 안에만 있는 건 여간 겸연쩍은 일이 아니다. 그래서 올해도 투어를 한다는 말에 덜컥 겁부터 났다. 하지만 이번 자전거 투어 기사는 직접 작성된다는 말에 내심 안심하고 지냈다. 그러던 3월 9일. 그 날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출근했다. 한 10시쯤 되었을까? 두그라미 회장의 방문과 설득에, 서둘러 집에 가서 장비를 챙기고 우리들병원에 5시 도착, 선수와 스텝들과 함께 속초로 향했다.
 3월 10일 새벽 4시 30분. 시계 알람 소리에 눈물이 나왔다. 이상하게도 눈은 잘 떠지지 않는데 입은 잘도 열려서 빵부터 덥석 입에 물고 부랴부랴 준비해 밖으로 나갔다. 예산대로 바깥 날씨가 심상치가 않았다. 이래서 경험이 중요하다고 했던가! 작년에는 추위에 덜덜 떠느라 사진도 제대로 못 찍었는데, 이번에는 4겹의 옷과 두꺼운 목도리. 그리고 장갑까지……. 만반의 준비를 했기에 여유롭게 촬영을 시작했다.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형광조끼.

일기예보에서는 비가 온다고 주의를 주었지만 우리들이 누구인가! 12명의 선수들은 날씨에 굴하지 않고 각오를 다진 기념 촬영을 한 후 목적지로 향했다. 속초를 출발, 동해와 경주를 거쳐 부산까지가 우리 12명 라이더의 완주 목표였다. 중간에 양양의 휴게소에서 영양을 보충하고 70Km를 달려 선교장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8:40분. 초당순두부로 아침식사를 한 후, 안전을 위한 장내점검 등을 위해 한 시간 동안 휴식을 가졌다.



마침내 2차 목적지인 맹방해수욕장. 칼바람을 헤치며 불우이웃을 돕는다는 일념으로 바람을 뚫고 선수들이 하나둘씩 도착하는데……, 앗! 송주의 차장(필라댄스,요리사)이 1등으로 들어왔다. 눈을 비비고 다시 확인해 봐도 작년에 후미그룹을 벗어나지 못해 계속 내 카메라 앵글에 들어왔던 그 송주의 차장!!  “이번에 잘 보세요. 작년에 뒤에서 찍힌 뒤뚱뒤뚱한 사진을 보고 1년을 연습했어요. 글 잘 써 주세요!”라는 말이 뇌리를 스쳤다. 맹방해수욕장에서 된장찌개로 점심식사를 하고 휴식중 이상훈 과장이 이재식 회장에게 천진난만한 얼굴로 “오르막길 끝났죠?”라는 물음에 “아니 이제 시작인데”라는 잔인한 말을 던져 기절초풍하는 모습은 모두에게 큰 웃음도 안겨주었다.

여기까지의 주행거리는 137km…… 원래 일정으로는 170km을 달린 후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바람이 도와주질 않았다. 걱정이다. 날씨는 점점 더 흐려지기 시작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숙소가 있는 영덕으로 향했다.  7번국도로 내려가는 길…… 장호항을 지나 장호리에 있는 갈남항. 우리나라에 이렇게 맑고 투명한 바다가 있었던가! 선수들이 도착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아 잠시 해변으로 내려가 동심으로 돌아갔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날은 어두워지고 바람은 더욱 거세져만 갔다. 야간 주행만으로도 위험한데 이대로라면 투어가 위태로워 보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전거를 싣고 셔틀버스로 합류하는 선수들이 늘어나고, 빗방울까지 떨어지기 시작했다. 속상하다. 하늘이 선수들이 아닌 나를 도울 필요는 없는데……, 쉬는 건 좋긴 한데 이 도움이 반갑지가 않다. 오후 8시. 점점 더 심해져가는 기상악화로 안전을 위해 철수하기로 결정. 13여시간 동안의 라이딩을 끝내고 사우나에 가서 피로를 푼 후 영덕의 명물인 대게를 먹으며 하루를 마감했다. 이튿날. 선수들은 지치지도 않는 걸까.   12시가 넘어 잠을 청했던 것 같은데, 새벽 4시부터 분주하다. 아, 더 자고 싶은데……, 늦잠 잘 주말에 평일보다 더 일찍 일어나야하는 고통이란, 그야말로 고문이 따로 없다.  전날의 경험으로 좀더 부지런히 움직여서 바로 경주로 출발. 이젠 쉬지도 않는다. 선수들은 지구력이 뛰어난 것이 아니라 독한게 아닐까.


앰뷸런스에서 그들의 후미를 바라본지 5시간.도로 상황에 따라서 한 줄이면 한 줄. 두 줄이면 두 줄! 지시하는 대로 대열이 맞춰졌다. 작년엔 후미그룹을 따라가다 보면 카메라 안에 한두 명 밖에 담지 못했는데, 지금은 7개의 그림자와 하나의 뒷모습!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작년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다. 부쩍 늘은 실력과 팀웍에 내가 다 뿌듯해졌다.어제의 안타까움을 하늘도 알아챘는지 이제 날씨가 우리를 도와주기 시작했다. 따뜻한 날씨로 인해 선수들은 가벼운 우리들병원 옷으로 갈아입고 다시 주행을 시작해 예정보다 빠른 속도로 달려 경주에 도착했다. 그곳에선 MBC에서 ‘자전거 500KM의 행복 나눔’ 을 취재하기 위해 취재진이 기다리고 있었다.

최원규 병원장(부산우리들병원, 신경외과)과 이상훈 과장의 몇 번의 NG와는 대조되는 이은주 선생의 한번의 인터뷰! 이날 저녁 선수들의 모습은 MBC 9시 뉴스에 방송되었다. 선수들의 즐거운 인터뷰가 끝나자 자전거가 또 말썽이다. 이재식 회장님의 자전거만 세 번째 펑크다. 작년엔 자전거가 고장이 나면 회장님의 기술을 의지했는데 이제는 모두가 자전거 정비공 수준이다. 장하다 우리 선수들!


정말 작년과 비교해서 놀라운 발전이다. 작년만 해도 다소 따분했던 취재가 지금은 전과 후를 비교하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자전거 500km의 행복나눔! 주행거리만큼 성금을 적립해 불우이웃을 돕는 행사에 12명의 선수가 참가하여 4명의 선수가 완주에 성공했다.



 “다시한번 우리의 가능성과 성취감, 그리고 자신감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라는 최원규 병원장의 인사를 끝으로 대단한 지구력과 뜨거운 가슴을 가진 12명의 선수(김병기, 김창호, 김형석, 박은주, 송주의, 이상훈, 이헌구, 이해석, 이병복, 이재식, 이호재, 최원규)들에게 박수를, 푸짐한 음식과 주말까지 나와서 반갑게 환영해준 부산우리들병원 식구들에게 감사함을 느끼며!우리들병원 화이팅!

글/사진 강수연(우리들병원 C&R팀)


우리들병원 뉴스레터 http://www.woorid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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