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랠리 후기 마지막편

신바람2008.07.21 16:00조회 수 3184추천 수 32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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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항재에서 숨 돌릴 겨를도 없이 좌측 아랫길로 내려갔다. 어제 새벽에 낑낑대며 올라왔던 길을. 조금 내려가니 함백산 등산로 표지판이 있는 곳으로 들어섰다. 함백산까지 가야한다는 생각에 등산로를 탐색하고 있는데 먼저 도착해서 표지판을 보고 있던 참가자들이 도로로 가는 것이 좋다느니 산으로 가는 것이 낫다느니 논란을 벌이고 있었다. 나는 도로가 나은지 산이 나은지 몰랐다. 지금 다리 상태로는 도로가 나을 수 있으나 도로로 간다면 한참을 돌아서 가야 할 것 같기에 그냥 등산로를 택하기로 했다. 등산로는 처음부터 계단이다. 20-30 계단을 자전거를 메고 갔다. 계단을 교차로 걷기가 힘들다. 무릎 부분이 쿡쿡 찌르는 통증이 계속되었다. 그래서 오른발로 한 계단 오른 뒤  왼발로 같은 계단 밟으며 한 계단씩 올랐다. 주춤주춤 오르려니 왼발 오른발 번갈아 내딛는 것보다 속도가 느렸다. 그렇게 겨우 계단을 올라갔더니 그 앞에 또 돌계단이 있었다. 다른 방법이 없다. 그냥 밀고 올라갈 수밖에. 조금씩 꾸준히 앞으로 나갔다. 그렇게 조그만 언덕을 넘자 내리막길이 나왔다. 그다지 급한 내리막이 아니어서 타고 내려갔다. 비에 젖은 바닥이 미끄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위험을 무릅쓰고 타고 내려갔다. 그런데 내려가는 길이 보통 길이가 아니다. 한참을 내려간다. 이거 길을 잘못든 것 아닌가 하는 불안한 마음이 생겼다. 이 상황에서 길을 잘못 들었다면 그야말로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앞에 자전거 자국도 거의 없다. 한참 내려가다가 어느 풀이 무성하게 우거진 평지에 도착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다. 앞으로 계속 갈까 아니면 뒤돌아 갈까 고민하고 있는데 다른 한 분이 내려왔다. 그 분(아이디가 기억나지 않음) 역시 길을 잘못 들었다는 생각에 약간 불안해 하고 있었다. 그분 다리도 정상이 아니었다. 내가 다리가 아파 천천히 갈거니까 앞서 가시라고 했더니 자기도 뻗정다리라며 같이 가자고 했다. 그래서 그냥 앞으로 전진했다. 조금 전진하는데 차 소리가 들리며 차량 한 대가 지나갔다. 찻길로 나와서 정차되어 있는 차에 가서 함백산 정상 가는 길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이 길을 죽 따라 올라가서 왼쪽 방향으로 가면 된다고 했다. 조금 올라가니 갈림길이 나와서 왼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거기서부터는 경사가 급한 오르막길이었다. 이제 페달질하는데는 조금 익숙해서 통증이 그리 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꾸준히 페달질을 했다. 부평에 공동묘지 둘레가 시멘트 길로 되어 있어서 그곳에서 연습한다는 생각으로 탔다. 공동묘지 연습할 때는 1-2킬로미터가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이 길은 왜 이렇게 먼 거야 투덜거리며 꾸준히 밟아 올라갔다. 경사가 상당히 심했다. 먼저 갔던 참가자들이 내려오면서 힘내라고 외쳤다. 얼마나 남았느냐고 물었더니 조금만 더 가면 된다고 했다. 지금 다시 타라고 하면 금방 올라갈 거리였으나 당시에는 끝없이 이어지는 길이 원망스러웠다. 그러나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다는 말처럼 온 몸이 지쳐갈 때 종료 지점에 도달했다. ‘수고했습니다.’라는 말 한 마디에 모든 피로가 다 날아가는 것 같았다. 이 곳을 밟기 위해 꽤 많은 시간 고민을 하고 준비를 했다. 비용도 많이 들었다. 전날 새벽 4시경부터 시작하여 1000미터가 넘는 산 몇 개를 넘고 계곡을 헤매고 또 고갯길을 달렸다. 오늘은 뼛속까지 쑤셔대는 통증을 이겨내며 기어코 완주를 한 것이다. 특별히 무엇을 바란 것은 아니다. 큰 상금이 걸려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나와의 싸움, 힘듦과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는 의지 등을 시험해 보고 싶었을 뿐이다. 힘들고 거친 왈바랠 리가 내 취향에는 맞는 것 같다. 고통스럽고 포기하고 싶은 내내 아이들 얼굴을 떠올렸다. 어려움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 목표를 이룬 것이다. 남들이 알아주든 말든 나는 힘든 길을 걸어 목표점에 도달한 것이다. 그렇게 제 2회 왈바랠리를 완주했다.
종료 지점에서 체크를 하고 힘들게 올라왔던 길을 다시 내려왔다.
내리막길을 신나게 달려 만항재에 도착을 하니 이제 갈 일이 걱정이었다. 태백산에서 만난 60 어르신과 정비불량님이 막걸리를 마시다가 한 잔 하라고 권해서 한 잔 하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왈바 차량이 도착했다고 해서 짐을 내렸다. 고한에서 인천가는 차량을 알아보니 오후 6시 40분 차라고 한다. 그렇다면 고한까지 대체로 내리막길이니 배낭을 지고 내려가서 못골사우나에서 씻고 막차를 타려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다리가 불편하다보니 그것도 보통 걱정이 아니었다. 집으로 가는 차량편 때문에 이리저리 다니며 알아보고 있는데 mchalo 님이 서대문구 쪽으로 간다고 했다. 그 차에 정병호님이 타고 왔는데 다른 차를 타고 갈 것이니 한 자리가 빌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염치 불구하고 가서 물어보았다. 한 자리가 남는다고 해서 같이 갈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가능하다고 했다. 귀가 차편이 해결되자 갑자기 긴장이 탁 풀렸다.
완주 메달 수여식이 있었고 행운권 추첨이 있었는데 나는 별로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다. 평소에도 로또나 뽑기 등에는 잘 당첨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사람 당첨된 것 축하를 해 주고 있었는데 갑자기 내 이름을 부르기에 나가서 저지를 받았다.
모든 행사가 끝나고 기념 촬영을 하고 mchalo 님의 차를 타고 만항재를 내려왔다. 어제 새벽에 올라올 때는 어두워서 잘 몰랐는데 내려갈 때 보니 경사가 만만치 않았다.
서울에 도착하여 어떻게 할 것이지 걱정이 되었다. 이 무거운 배낭을 메고 자전거를 끌고 전철을 타야하는가 아니면 신촌에 내려서 삼화고속을 타야하는가 몸이 좀 우선하다면 서울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면 좋겠지만 지금 상태로는 무리다. 휴게소에서 잠시 내릴 때도 무릎이 아파서 힘들었다. 걱정을 하고 있는데 mchalo 님이 여기까지 온 김에 부평까지 태워다 주겠다고 했다. 피곤하고 힘든 분께 차마 말씀드리기가 어려웠는데 너무 고맙고 미안했다. mchalo 님의 배려로 부평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mchalo 님이 이 글을 읽고 계시다면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다시 드리고 싶다.
랠리 기간 너무 애를 많이 써 주신 운영진께 감사드리고 고생을 함께 했던 분들의 얼굴을 떠 올리며 후기를 맺는다.
지루한 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모두 왈바인 모두 건강하고 안전하게 라이딩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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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
  • 대단합니다...수고많았읍니다...
  • 홀로 도전 하여, 완주 축하드립니다..
    부평인가 보네요~~
  • 신바람글쓴이
    2008.7.22 10:51 댓글추천 0비추천 0
    네 부평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 신바람님 현실감있는 후기 잘 읽었습니다.^^

    신바람님과 함께 했던 내리천의 추억은 영원히 잊지 못할것같습니다.ㅎㅎㅎ
    신바람님 짱입니다.!!!
  • 신바람님의 글 덕분에 완주를 조건으로 참가비용을 준 아내에게 생생히 뻥칠 수 있게됐습니다...ㅋㅋㅋ 콜라 잘 마셨습니다...훌륭하신 선생님께 배울 수 있는 제자들이 부럽네요...^^
  • 신바람님 어쩌면 무주쳣을지 모르겟네요, 마지막으로 구사일생 골인한 송도엠팁비 휘바람 입니다.고생많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시간되시면 우리카페한번 구경오세요.(네이버 카페...송도엠티비 입니다)
  • 신바람글쓴이
    2008.7.24 19:21 댓글추천 0비추천 0
    토토님
    늘 건강하십시오. 2.3 멋진 곳이더군요.

    mchalo님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언제 부평에 오시면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열심히 타셔서 내년에는 꼭 완주 메달 손에 쥐시길 당부드립니다.

    limhbking님
    송도 엠티비 카페 들러봤습니다. 다들 열심히 활동하시는 것 같더군요. 참길님 천리마님, 전원님 등은 작년에 뵈어서 알고 있습니다. 전원님은 올해 참석 한 하셨더군요. 작년에 제가 전원님께 전투식량 지원한 적이 있었는데. 휘바람님 얼굴 기억이 납니다. 힘들어도 열심히 타시는 모습이 감동적이었습니다.
  • 신바람님 글 잘 읽었습니다. 실감나는 글 였습니다.
  • ㅎ 잘읽었습니다.
    저도 나중에 혼자 천천히 코스를 돌아보고 싶어집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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