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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조선산 탐험: 경기도 파주 감악산

onbike2009.11.17 11:19조회 수 6820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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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작년 2008년 3월에 다녀온 곳입니다. 말라버린 펌프에 마중물을 들이붓는 기분으로 옛날 2.3에 올렸던 글 다시 올려 봅니다. 이것을 계기로 멈추고 메말랐던 온바이크의 개척질 욕구가 다시 물을 만나게 되기를 빌어봅니다. --

 

 

Prologue

" 바윗길 좋아한다매....파주와서 경기 오악의 하나인 감악을 안와본다는 건

니 이름 넉자에 똥칠하는 짓이쥐..."

환청이 들릴 정도로 간절한 감악산 개척질 욕구를  

이핑계 저핑계로 미루다 셋째 출산으로 좀있으면 가고 싶어도

못가는 시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생각에 3월 1일을 거사일로 잡은 온씨..

그러나

격무와 격음주에 지친 몸뚱아리는 감기 정도에 앓아눕는 지경에까지 이르렀고

결국  또 거사를 포기...

그러나 감기기운으로 사그러져 가던 온씨의 심장에 불을 땡기는

필화사건이 벌어지고야 말았으니...

평소 존경해 마지않던 직진선생께서

자신의 3.1절 개척질 포기 글에 "감기따위로 개척질을 포기하는 그딴 정신으로

무신 개척질이란 말이옷"이라는 취지의 천인공로할 댓글을 단 것.

이 댓글은 앞서 직진선생의 "눈이 와서 짬뿌질을 쉬었노라"는 글에 온씨가

달았던 댓글을 허락도 없이 패러디한 것으로서

댓글의 내용으로 보나 형식으로 보나 온씨의 모욕감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던

것이었따.

하여 온씨는 감깃기운으로 떨리는 가심을 쓸어내리고  직진선생을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는 못했지만 100일 후면 통과할 것이 확실시되는

사이버 모욕죄로 걸어서 메스컴을 타게 해주겠다는 결심을 굳힌 후

그래도 욱하는 심사를 누구러트리지 못하고

일주일 후인 3월 8일 일요일

드디어 감악산 단힐차 끌바를 시작한다....

 

_____________

출근할때 처럼 일어나 아침을 물리고 한달 동안 묵혀뒀던 다운힐차를 베란다에서 꺼낸다. 무게가 새삼스럽다.

언제부턴가 원인을 모르게 뒷바퀴 쪽에서 덜컹거리는 소음이 심하게 들려오는 카니발을 놔두고 엔진 볼링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은 십년지기 액센트 위에 아주 오랜만에 자전거를 올린다.

캐리어에 타이어를 묶으면서 온씨의 손은 애꿎은 긴장으로 가늘게 떨린다. 가래끓는 소리를 내면서 온씨의 액센트는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가 문산으로 향하는 1번 국도를 달리기 시작한다.

문산을 지나자 곧 전곡 방면으로 갈라지는 37번 국도를 만난다. 개척질의 흥분은 이 때가 가장 고조되기 마련이다. 카메라를 꺼내 든 온씨는 차창 밖으로 지나치는 아무 의미 없는 장면에다 대고 자신의 흥분이 묻어나도록 정성스레 셔터를 누른다.



네비게이션이라는 첨단 장비가 없이는 길찾기가 까다로울 법한 경로를 달려 집떠난지 한시간이 채 못돼 감악산 초입 법륜사 입간판 앞에 도착한다. 국도를 버리고 차 두대가 가까스로 교행할 만한 너비의 콘크리트 오르막길로 접어든다.

초입에 2월15일에서 5월15일까지는 산불조심기간으로 입산을 통제한다는 펼침막이 걸려있다. 온씨는 당연히 무시한다. 나를 통제하려면 저 부지기수의 형형색색 삼삼오오 남부여대의 등산객들을 먼저 통제해야할 것이야... 온씨는 자신과 같은 범법자들이 무수히 많다는 사실에 짐짓 용기백배하여 펼침막을 통과한다.

적당한 장소에 차를 세운 온씨는 음지 계곡에 아직 남아있는 잔설위로 스치는 바람이 성성한 보호대 그물망 사이로 차갑게 뚫고들어오는 것을 느끼며 차에서 내린다. 감기가 도질지도 모를 일이다.... 직진선생이 다시한번 얄미워 진다. 감기가 얼마나 무서운 병인데...

콘크리트길의 경사는 삼막사나 망해암 오름길보다 족히 두배는 더 가팔랐다. 열걸음을 채 옮기지 못하고 벌써 숨이 가파온다. 기침 발작이 시작되고 걸쭉한 가래가 목구녁을 펌프삼아 퍼올려진다. 감기가 얼마나 무서운 병인데...

약간 땀이 번질 정도로 걷고 나니 드디어 법륜사다. 경내로 들어가지 않고 우회해서 걷노라니 여느 사찰에서 보기 힘든 아담하고 예쁜 선방이 눈에 들어온다. 저곳에서 정진하면 필부라도 해탈에 이를 것 같은 ....



법륜사를 지나자 마자 길은 드디어 악산의 본색을 드러낸다. 흙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오로지 돌무더기들로만 치장된 오름길이 계속 계속 이어진다. 만남의 숲- 감악약수 -어름골재 -감악산 정상까지 갔다가 오른길을 되짚어 내려오는 것이 온씨의 목표였으나, 내심 어름골재에서 정상까지는 자전거를 이고 가야할지도 모르는 구간일 것으로 짐작하고 있던 온씨는 내리막질 불가 구간까지만 끌고 가서 되돌아나오는 것으로 미리 꼬리내릴 준비를 한 터였다.


법륜사 뒤로는 계속 이런 길이 이어졌다.

돌덩이들이 뒤엉켜 있긴 했지만 내려올 때는 천상의 쾌락으로 보상해줄 길임을 온씨는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가끔은 아래와 같은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먹어보기 전엔 모를 구간도 있긴 있었다.  


길은 험하면서도 아름다웠다.



30여분 정도 끌고 오르다 보면 사위가 탁 트이면서 이른바 묵밭 혹은 묵은밭이라고 불리는 개활지에 도착한다. 여기가 유일하게 흙을 볼 수 있는 구간이다.


위 지점에서 직진하지 않고 좌회전하면 가파른 지능선으로 올라붙는 통나무 계단길을 만난다. 이리 오르면 정상에서 까치봉으로 내려오는 능선과 만나게 되는데, 온씨는 이 길을 통해 능선 안부로 올랐다가 그 너머 샛골-소맷골-감악산 휴게소로 이어지는 계곡길도 언젠가 기회가 되면 탐닉해 보리라 다짐한다.

묵은밭을 지나면 길은 폭이 좁은 싱글구간으로 변한다. 바위덩이들은 변함이 없지만 그 사이사이에 낙엽송 이파리들이 켜켜히 쌓인 흙길이 비집고 들어서 내리막질의 재미를 한결 더해줄 것 같았다.







이미 땀은 온몸을 적셨고 기침 따위는 언제인지도 모르게 잦아들었다. 길은 점점 바위틈 사이로 비집고 들어 내리막질 라인을 골라잡기 아주 까다로울 지경으로 변해가고 있었고, 급기야는 잔차를 어께에 져야 할 구간까지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더 가봐야 내려올 때도 끌어야 할 길임에 분명했다. 온씨는 이쯤에서 멈추기로 한다. 굳이 정상에 서봐야 무슨 소용이란 말이냐... 수없이 죽을 힘을 다해 정상을 밟아봤지만 그것은 정상 등극과는 거리가 먼 인생살이에 대한 대리만족이요 살풀이에 지나지 않았던 것... 내려오는 길에서 쾌락으로 보상받을 수 없다면 정상 공략은 어차피 아무 의미도 없는 의례에 불과하다...

온씨는 눈앞에 보이는 조 바위까지만 가서 한숨 돌리고 내리막질을 시작하리라 맘을 굳히고 마지막 힘을 짜냈다. 고맙게도 온씨가 목표삼은 그 바위는 생명샘 같은 약수가 흘러나오는 감악산 약수터였던 것이다. 물을 준비하는 것을 깜빡 잊은 상태불량 개척자 온씨는 천지신명께 감사하며 시린 약수를 양껏 들이켰다.

요기가 바로 약수터... 내리막질의 시작점이다.


다운힐차는 거의 한달 보름 만에 처음이었고 더구나 이런 돌탱이길은 해가 바뀐 후 처음이다. 온씨는 적잖이 겁이 났다.

그러나 브레이크를 푸는 순간 이미 퇴화해버렸어야 마땅한 오래된 균형감각과 돌파력과 순발력이 온씨의 감기걸린 육신의 구석 구석에서 마구 솓구쳐 나와, 온씨는 그 수많은 돌무더기들을 춤추듯 호령하듯 넘고 또 넘어 눈깜짝할 새 법륜사 앞마당에 도착해버린 자신을 발견한다.

한 순간도 사지의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순도 100% 돌탱이길을 내려온 덕분에 온씨의 팔다리는 이미 제것이 아닌냥 흐물흐물해졌고, 그의 폐에서는 쉴새없이 가래끓는 소리와 더불어 가쁜 숨이 토해져 나왔다. 아직은 이걸 다시 느낄 수 있구나... 온씨는 감기라는 무서운 질병과의 오랜 투병생활 끝에 시나브로 잃어버렸던 삶에 대한 애착과 자신감을 한방에 회복한다.

자전거를 다시 캐리어에 싣고 나서 온씨는 부풀어 오른 뿌듯함을 주체할 길 없어 여기저기 셔터를 눌러댄다.

우선 한달동안 구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제 성능을 발휘해준 자신의 애마 빅힛..



그리고 주인의 특이한 하체 구조로 인해 패달핀의 가격을 왜곡된 방식으로 계속 받아오던 불행한 신발 "파이브텐"의 장렬한 순직..



그리고 돌탱이들이 전해주는 무수한 충격을 너무나도 완벽하게 받아서 걸러준 이넘...



갱생한 온씨는 모든 것이 고맙고 사랑스러울 따름이었다. 

돌아오는 길의 회색빛 풍광 또한 회춘한 온씨에게는 봄 그 자체였다. 이름을 알 수 없는 퇴락한 마을도..



12년 27만킬로미터를 자신과 함께 해주느라 수명을 다한 빨간색 액센트도..



얼음은 녹았으되 아직 그 잿빛 냉랭함은 풀리지 않은 채 남과 북을 갈라 흐르는 임진강의 무심한 물길도...



몹쓸 질병 감기를 단힐질 한방으로 극복한 인간승리의 화신 온씨에게는 기필고 오고야 말 봄이 이제 바로 문밖에 와있음을 알리는 전령들에 다름 아니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 Epilogue

그날 다녀온 코스입니다. 거북바위 휴계소 -> 법륜사 -> 숱가마터 -> 화전민터 -> 만남의 숲 -> 감악약수(요기서 빽) -> 만남의 숲 -> 화전민터 -> 숯가마터 -> 법륜사 -> 거북바위 휴게소

gamak.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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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요즘 돌텡이 길만 보면 가슴에서 스믈스믈 뭔가 올라오는 기운은?....ㅋㅋ

    군시절 감악산 유격장에서 훈련받던 기억이 납니다 ㅎ

  • 모리숱이 그리 간절하오??? ㅋㅋㅋ

    올라갈 땐 숱으로 가고 내려올 땐 다른 숯으로 내려오셨군요. ㅋㅋㅋ

     

    즐겁게 읽기는 했소만...

  • 2009.11.17 18:09 댓글추천 0비추천 0
    라이딩의 긴장감 보다.....글이 더 아름답습니다. 늘어지면서도 긴장감이 있고, 혼자만의 독백이지만, 다정한 사람과의 대화 같은 필체에 더 감동먹었습니다. ^^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 흙 보다는 돌탱이들이 나뒹구는 코스로군요...프리나 딴힐차를 탄다면

    마일드한 곳 보다는 와일드한 돌탱이길이 더 매력적이겠죠.

    근디 돌탱잇길 오래 타면 후멀미 현상으로 몸의 살들이 안장에서 내리면 출렁거리는듯한 느낌이 아니들던가유...>.<

    역시 온바님 특유의 향이나는 컬럼....감사히,즐거히 읽었습니다....

    지두 요즘 코,목감기로 좀 고생하고 있는데 이제 거은 끝무렵으로 가고있어 조심하고 있는데

    감기...조심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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