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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투어(9박10일/1644km)

maui72006.08.22 16:33조회 수 7580추천 수 17댓글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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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b 전국 투어 (도전과 자아성찰의 라이딩)
라이더: 김남용(삼척9B9B), 김팔용(일상호칭: 김실장)

일 자 : 8월6일~15일(9박10일)

코 스 : 삼척-울진-평해-영덕-흥해-포항-경주-언양-양산-부산-진해-마산-진주-하동-광양-순천-벌교-보성-장흥-강진-완도-제주-목포-무안-함평-영광-고창-부안-김제-익산-강경-논산-공주-천안-평택-오산-수원-신갈-성남(분당)-서울(뚝섬)-구리-양평-홍천-인제-미시령(옛길)-속초-양양-강릉-동해-삼척

작년부터 mtb로 전국투어를 한번 하겠다는 생각으로 평소에 WILDBIKE의 투어후기를 틈틈이 봐 왔다. 긴 장마로 연습도 못하고, 어느 비온 다음 날 성남(분당)의 맹산에 처음 올랐다가 발목을 삐어서 침을 맞고 한 보름을 쉬다가 수리산을 다녀온 후 이만하면 탈만하다고 생각하고, 전국투어를 계획했다. 이미 뉴스 보도대로 이번 주는 폭염이라는 일기예보를 접하고도 개인적으로 시간도 별로 없고 해서 8월6일 새벽 4시에 함께하기로 한 김실장과 둘이서 내 고향 강원도 삼척을 출발했다. 사실 말이 전국투어이지 어떻게 보면 단무지 라이딩이다. 나와 함께한 김실장은 이미 국내 힐 클라임 대회에서는 널리 알려진 인물 김팔용씨다.


시원한 밤공기를 마시며, 기분 좋게 달리면서 앞으로의 이런 저런 계획들을 서로 나눈다. 잠은 찜질방에서 자기로 했는데, 김실장은 선식(체중감량목적)을 하겠단다. 나도 김실장의  권유로 선식을 하기로 했다. 전국투어하신 분들이 대부분 공감하지만, 삼척에서 울진까지의 7번 국도는 꽤 힘든 코스이다. 한낮의 찌는 더위 속에 울진에서 포항사이의 고속화도로(자전거통행가능)는 가도 가도 주변에 나무그늘 하나 없는 사막과 같다. 코스를 향해 달리는 것이 아니라 그늘을 찾아 달린다고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정말 죽을 것만 같은 폭염 속을 달리고 달려 복숭아 노점상을 만나서 겨우 숨을 돌렸다. 노점상 쥔장도 삼척이 고향이라며, 반갑다고 복숭아를 먹으라고 몇 개 권한다. 복숭아를 먹고, 더위를 피해 이제부터는 지방도로를 탄다. 적당한 그늘의 평상에서 한숨 자려고 눈을 감아도 매미소리가 얼마나 요란한지 잠을 이룰 수가 없다. 그냥 2시간 휴식을 취한 후 부지런히 달려서 경주에 도착하니 6일 밤11시다. (주행거리 211.89km/시간 09:59:22/평속 21.2km/h)

곧장 찜질방으로 들어가 체중을 달아보니 나는 4kg, 김실장은 무려 5kg이 빠졌다. 내일은 일찍 출발하기로 하고 서둘러 빨래를 해서 따뜻한 멍석위에 널어놓고 뻗었다. 아침 7시쯤 일어나 보니, 밥도 안 먹고 선식으로 첫날 라이딩에 더위까지 먹었으니 김실장은 아직도 한 밤중이다. 하여서 일찍 출발하자던 계획은 틀렸고, 9시 30분이 넘어서 뜨거운 태양 아래 찜질방을 나섰다. 선식 이틀째 이다보니 죽을 맛이다. 경주도서관과 경주역을 지나는 길가의 꽃밭에서 기념으로 한 장씩 찍고, 포석정을 지나 언양 가는 국도로 들어섰다.

고속도로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나란히 달려 양산을 지나 부산 감전동에 오니 저녁시간이다. 김실장은  다시 선식을 준비한다. 난 친구에게 “나 이제 선식 못 하겠어! 이거 뭐! 실미도 찍는 것도 아니고 나 밥 먹을래~” 난 이틀 만에 선식을 마치고 뼈다귀해장국에 밥2공기 가볍게 비웠다. 김실장은 역시 선식이다. 부산의 사하공단을 지나 을숙도를 지나 진해를 거쳐 8일 오전1시 45분에 마산에 도착했다. 너무 피곤하다.
(주행거리 155.82km/시간 08:04:48/평속 19.2km/h)

선식으로 체력이 떨어져 새벽 라이딩을 못해서 속도가 매우 부진하다. 그래서 이곳 마산에서는 조금 눈 붙이고 다시 출발하자고 하면서 깨끗해 보이는 sk텔레콤 상가 셔터 앞에서 자리 깔고 누웠다. 노상에서 잔다는 것이 잔차 걱정에  제대로 잠이 오지 않는다. 그냥 뜬눈으로 2시간쯤 보냈다.

새벽 5시쯤 일어나 어둠속에 24시간하는 해장국집에서 아침을 먹고 부지런히 달린다. 어디쯤인지는 몰라도 또 다시 폭염 속에 12시쯤 아이스크림 10개를 사서 시원해 보이는 다리 밑의 복숭아좌판 아주머니들 뒤에 자리를 잡는다. 아주머니들에게 아이스크림 5개를 드리고  잠을 청하는데, 아주머니가 복숭아를 몇 개 깍아 먹으라고 칼과 함께 주신다. 여기서 아마 3~4시간쯤 낮잠으로 피로를 좀 풀고 다시 출발했다.

오늘도 하루 종일 라이딩이다. 9일 새벽 5시경 보성에 쉬려고 들리니 보성에는 찜질방이 없다. 시장기를 달래려 아침을 먹으려고 해도 문을 연 식당이 없다. 물어물어 일찍 문을 연 아주 작은 해장국식당을 찾았다. 곱게 늙으신 할머니께서 반갑게 맞아 주신다. 내가 콩나물해장국을 주문하는데....김실장이“나도 이제 선식 포기 할래요”하면서 같이 콩나물해장국으로 주문한다. 결국 나는 이틀 선식하고 친구는 삼일 선식으로 마감했다. 오랜만에 밥을 먹는 김실장은 해장국이 맛있다고 밥도 한 공기 더한다. 선식하면서 이렇게 노가다 하면 맛없는 음식이 어디 있겠나! 우리의 밥먹는 모습을 지켜보던 할머니! 묻지도 않았는데.....할머니는 “보성 볼 것 없지.”....라고 계속 말씀하시면서 연신 미안해하신다. 그렇게 해장국을 먹고 찜질방이 없으니 모텔에라도 쉬어갈려고 하니, 모두 빈방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 다시 장흥을 지나 강진에 도착하니 9일 오전8시 30분 이었다.(주행거리 250.77km/시간 14:55:03/평속 19.4km/h)

처음부터 선식을 하지 않았으면 오늘 여유있게 완도에서 제주행 배를 탈 수 있었는데, 지금의 몸 상태로는 완도 가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되어 아침이지만 강진의 어느 모텔에 여장을 푼다. 잔차도 3층 방까지 갖고 올라와서 빨래부터 먼저하고 편안한 맘으로 저녁 해질 녘까지 푹 잤다.

저녁 6시쯤 일어났다. 오늘은 말복이라 삼계탕으로 저녁을 먹고, 완도까지는 거리도 짧고, 여유있게 패달링 한다. 완도에 도착하니 9일 밤11시 30분이다.
(주행거리 53.54km/시간 02:43:42/평속 19.6km/h)

이미 늦은 시각이라 식당 찾기 어렵다. 어느 누추한 식당에서 지겨운 해장국을 또 먹고 찜질방에 들어가 역시 빨래를 하고 편하게 누웠다.

다음날 아침 6시에 기상해서 김실장에게 아무래도 오늘 오전 8시 배편으로 일찍 들어가서 오후에 제주에 어디 한곳을 라이딩 하자고하니 흔쾌히 동의한다.

10일 아침 8시 완도발 제주행 ‘온바다페리1호’에 몸을 실었다.

10시 50분쯤 추자도에 도착했다. 선상에 나와 추자를 바라보며, 20여 년 전 낚시에 빠져서 추자도에서 한 달쯤 겨울을 보내기도 했던 아련한 추억의 편린에 잠시 젖어본다.

오후 1시 20분경 ‘온다바페리1호’는 제주항에 도착했다. 이미 약속한대로 제주의 한라mtb 친구가 캐리어가 장착된 자동차로 대기 중이다.

제주친구는 항상 단골로 다니던 시내에서 자리돔물회로 소문난 식당으로 안내한다.
근데 제주친구 “형님 얼굴이 왜 이렇게 깨끗하지”한다. 새까맣게 탄 얼굴인줄 알았는데
둘 다 흰걸 보니 조금은 배신감을 느낀 모양이다. “응 나는 그 동안 주로 선크림을 사용했는데 이번에 마스크를 사용해보니 효과가 아주 좋아... 앞으로 마스크 사용해”라고 하니,,..갸우뚱 한다. 점심식사 후 오후시간에 어디 적당한 라이딩 코스를 부탁했다.

제주친구 “그럼 교래 코스를 한번 탑시다.”한다. 이 코스는 숲속이라 해가 들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교래 숲을 도는데 현무암 돌밭 엄청 험하다. 결국 펑크도 2번이나 나고 그렇게 돌고 제주친구는 제주시내로 가고, 김실장은 1100고지를 한번 오르자고 한다(지난 7월 1일 제1회 제주1100도로힐클라이밍챌린지 대회에서 전체 클래스 통합 1위를 했던 선수다).

난 내일 또 제주일주(200km)를 해야 하기에 1100타기에는 무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리는 벌써 어리목(해발 약900m)을 향해서 오르고 있다. 김실장 엔진 정말 좋다. 벌써 저 멀리 가는데 난 아까부터 참아오던 뒤가 급하다. 어느 정도 오르다가 적당한 해우소를 찾아 볼일을 보고 김실장에게 휴대폰으로 어디쯤이냐고 하니 지금 어리목에 도착했다고 한다. 오늘 더하면 나는 내일 제주일주가 무리라고 생각해서 어리목을 조금 남겨두고 같이 내려가기로 했다. 어리목에서 신제주 시내까지의 야간의 다운 힐은 경사가 얼마나 센지 정말 위험하다. 신제주초등학교 후문 부근의 한라싸이클샵에 들러 제주친구와 그리고 한라싸이클 사장님과 함께 된장찌개로 저녁식사를 하고 사라봉 앞 어느 모텔(10일 밤9시)에서 여장을 풀었다.(주행거리 53.12km/시간 03:09:50/평속 16.7km/h)

우리는 아침 6시쯤에 일어나 제주일주에 나섰다. 먼저 제주에서 서일주-용두암쪽으로 돌기로 했다. 제주에서는 관광모드로 전환해서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라이딩하기로 했다.

아침을 먹고 라이딩 중에 김실장이 휴대폰으로 한참을 통화 후에(10:15분/46km지점) “아무래도 업무상 급히 먼저 떠나야 할 것 같다”고한다. 지금 곧장 제주항으로 가서 배를 타고 서울로 가서 삼척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할 수 없지 어떡해! 그럼 빨리 출발해~” 하고 난 김실장을 떠나  보내고, 잠시 생각하니 오히려 혼자 하는 여행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니 두려움도 떨쳤다.

이제는 홀로 라이딩이다!

서귀포에서는 언덕도 왜 그리 많은지 도대체 잔차가 나가지 않는다. 너무 힘이 들어서 바이크 점검중 앞바퀴를 공회전시켜보니 3바퀴가 채 돌지 않는다. 도대체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탄 거야 생각하니 조금 열 받는다. 디스크 패드가 닫는다. 자세히 살펴보니 켈리퍼는 제대로 고정되어 있는데 리바운드가 일정치 않다. 제대로 잡을 실력은 없고, 큐알을 풀어 다시 어떻게 좀 잡아 놓으면 또 그렇고... 그렇게 하기를 여러 번... 할 수 없이 임시방편으로 일단 앞바퀴 공회전 어느 정도 확보 후에는 앞바퀴 브레이크를 사용하지 않으면 탈만했다. 그러나 앞 브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 탄다는 것이 오랫동안 습관이 돼서 쉽지는 않다. 차라리 뒷바퀴 브레이크를 사용하지 않으면 나으련만........떱

그렇게 해서 남원이 가까워 오는데 바다를 보니, 바람이 쫙 깔리면서 찬바람이 불어온다. 흐미 미치겠다. 이 좋은 바람을!...사실 나는 mtb를 접하기 전에 해양스포츠 마니아이다.
(참고: 인터넷 검색에서 “해양스포츠 카이트보딩”을 치면 제가 2005년 10월에 편저한 책)

윈드서핑, 카이트보딩 마니아인 내가 저 바람을 그냥 보고만 있자니 속이 탄다...너무 아쉽다. 그런데 바람 뒤에는 시커먼 먹구름이 함께 보인다. 거스트(돌풍)다. 역시 남원에 도착하니 천둥번개와 함께 장대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할 수 없이 과일판매가게 처마에서 비를 피한다. 그러나 장대비는 그칠 줄을 모른다. 1km쯤 가면 농협 하나로 마트가 있다는데...어차피 그칠 비는 아닌 것 같기에 서둘러 하나로 마트로 달리는데 천둥번개에 정신이 없다. 바로 옆 어디에 떨어진다. 마치 “이라크 폭격 뉴스”를 보는 듯하다. 소방차는 여러 대가 정신없이 비상벨을 울리면서 어디론가 달린다. 난 내가 뭐 특종이라도 잡으려는 종군기자라도 되는 것처럼 바쁘게 달린다. 마트에 도착하니 남원에 변압기 2곳과 농사용전기배전판 1곳에 벼락이 맞아서 화재가 났다고 전해준다. 1000원짜리 우비로 재무장을 하고 서둘러 빗속을 20km 이상을 달려 표선을 지나 성산 쪽으로 나오니 그쪽에는 비한방울 오지 않고 햇살이 쨍쨍하다. 성산 섭지코지에 들러 신양해수욕장의 한(恨)많은 돌무더기를 바라보며, 여러 상념에 잠긴다.

또 신양의 윈드서핑 훈련장도 돌아보고 부지런히 달려, 11일 10시쯤에 제주 삼양해수욕장에 도착하니 돼지 바비큐파티가 벌어지고 있다. 내일 전국윈드서핑대회 전야제이다.
(주행거리 186.33km/시간 09:11:01/평속 20.2km/h)

도착하니 모두들 반긴다. 급하게 삼겹살과 저녁을 챙겨주지만, 어느 정도 몸의 열기가 내려야 식욕이 돌아오는데, 오늘도 더위를 먹어서 챙겨주어도 먹을 수가 없다. 난 호프 500cc 한잔을 들이키고 너무 피곤하여 숙소에 먼저 간다고 하고 자리를 떴다. 여기서 내가 아침에 출발한 사라봉까지는 9km정도가 남았다. 나는 다시 사라봉 부근의 적당한 모텔에서 여장을 풀었다. 비에 쫄딱 맞은지라 신발까지 모두 빨고 선풍기 에어컨 모두 틀어놓고 밥도 먹지 않고 그만 잠이 들었다.
12일 아침이 되니 완전히 얼굴이 노숙자들의 전형적인 눈 부위가 부은 얼굴 모습이다.

서둘러 제주친구를 불러 한라싸이클샵에서 부족한 장비를 보충하고 아침을 먹고 오후 2시에 전국윈드서핑대회의 개회식에서 축사를 하고(구두와 양복은 미리 택배로 부쳤다)내빈들과 헤어진 후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제주항으로 달린다. 제주발 목포행(카페리레인보우) 오후5시 30분 3등석은 모두 매진 2등석으로 구입하고 터미널 식당에서 점심으로 지겹지만 또 감자탕으로 요기를 했다. 완도에서 올 때는 갑판에 적당한 위치에 바이크를 잘 묶으라고 하였는데.....이번 목포행은 아래 자동차 싣는 곳의 일정한 장소에 잘 고정시키라고 한다. 내 것을 포함 자전거가 6대다. 1만6천 톤이라 배의 크기가 무척 크다. 9시쯤 선상에서 라이브 음악을 들으면서 야간 라이딩을 위해 저녁으로 김치찌개백반으로 배를 채웠다. 혼자 갑판에 나와 여러 상념에 젖어 본다.

서서히 카페리레인보우가 목포항으로 들어서고 있다. 예전에 제주와 추자를 오갈 때 자주 이용하던 목포항이지만 색색의 조명으로 불을 밝힌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위장 전술로 유명한 노적봉의 유달산...그리고 그 밑의 고화도 역시 온통 조명으로 야간관광 효과를 위해 새롭게 변신했다. 유달산과 고화도 사이로 카페리레인보우는 미끄러져 들어간다.
12일 밤10시 10분 목포항여객선터미널에 도착했다.

미리 준비하고 갑문이 열리자 제일 먼저 나온다. 서둘러 목포를 떠나 계획했던 23번 국도를 따라 무안을 거쳐 함평 영광으로 간다. 30분~1시간 정도 지나야 자동차 1대가 지나가는 정도이다. 홀로 라이딩! 밤이라 무서워서 달리고, 외로워서 달리고, 잘 곳이 없어서 달리고, 배고파 식당 찾아 달리고, 계속 달리다 보니 어느덧 날이 밝았다. 익산에 도착하니 203km를 달려 왔다. 이 정도면 서울까지 반 이상은 왔으니 쉬고 싶어서 찜질방에 들려서 바이크를 안전하게 안에다 보관하자고 하니 안 된다고 한다. 할 수 없이 그냥 나와서 적당히 요기를 하고 다시 달렸다. 괜히 거리만 10km이상 손해 봤다.

계속 달리다 209km지점에서 너무 피곤하여 23번국도 어느 다리 밑에서 3시간정도 휴식을 취했다. 이상하게도 피곤하면서도 잠은 별로오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또 달린다. 날은 어둡고 천안을 지나 평택이 다가 온다. 그 동안은 도로표지판을 잘 보고 왔는데...평택에서 잘못하여 평택시내로 들어섰다. 아뿔싸! 평택, 오산, 수원 이렇게 세 곳에서 얼마나 헤매었는지 엄청 열 받았다. 아마도 거리로 최소한 25km이상 손해를 본 것 같다.

이상하게도 평택에서부터는 아무리 언덕이 높아도 그냥 단숨에 올라간다. 평택에서부터 성남까지 이상하게 다리가 힘든 줄 모른다. 아마도 이것이 mtb의 러너스 하이(runners' high)가 아닌가 생각된다. 암튼 이렇게 14일 새벽5시 40분 성남 분당에 도착했다.
(주행거리 375.66km/시간 20:31:47/평속 20.3km/h)

분당 집에 도착하여 땀으로 암모니아 냄새나는 몸을 너무 피곤하여 씻지 않고 그냥 돗자리를 베개로 그대로 쭉 뻗었다. 일어나니 오전11시가 다 되어 간다. 서둘러 샤워를 하고 세탁기에 빨래를 하고 건조까지 처리했다. 3시쯤에 집을 나서서 정자역 주변 바이크샵에서 바이크 정비를 받고 펑크 점검하고, 아침 겸 점심을 먹고 그리고 서울 뚝섬의 윈드서핑장의 사무실에 들러서 간단한 업무를 보고, 구리를 거쳐 양평을 향해 달린다. 팔당 마지막 터널에서 또다시 펑크다. 터널 밖 불과 10m 정도 되는 곳에서 튜브 교체하는데 긴장된다. 대형화물차들 겁나게 달린다. 양평에서 홍천행 6번국도 접어들기 전에 양평선지해장국으로 저녁을 먹고 홍천을 향해서 달린다. 홍천을 지나고 인제... 북면에 들어서니 만해 한용운 선생이 “님의 침묵”을 집필한 백담사와 황태덕장으로 유명한 용대리 마을이 보인다. 적당한 계곡에서 몸을 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늦으면 더위 속에 힘든 라이딩이 싫어 마음을 접고 부지런히 오른다. 용대리를 지나 처음부터 미시령 옛길을 선택했다. 미시령 옛길 입구 왼쪽 초입에 허름한 가게...찰옥수수와 감자떡을 팔려고 이른 새벽부터 할머니가 부산하다. 여기서 감자떡 한 접시(3000원)로 아침 요기를 때우는데, 생목이 치민다. 김치라도 있으면 좋으련만....다시 오른다. 정상까지 3km 표지판!...경사가 엄청 세다. 빡세게 패달질 하다가 1.5km 정도에서 한번 쉰다. 다음은 정상까지 가려니 했는데, 그 동안 장거리 여행에 쓸린 엉덩이 고통이 너무 커서 결국 한 번 더 쉬고 정상에 올랐다. 마지막 500m정도는 그렇게 세지 않아서 처음에 1.7km 정도만 잘 오르면 한번 쉬고 오를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정상에서 아래 지나온 경사를 보니 엄청난 포스가 느껴진다.

미시령 휴게소에 도착하여 기념사진을 찍고 전망대에서 속초를 잠시 바라보고 즉시 출발한다.

시원한 새벽공기를 마시며 한 반쯤 내려가니 싸이클을 타고 누군가 열심히 올라온다. 또 한참을 내려가다 보니 또 한분이 오른다. 아래 삼거리에 도착하니 아침 7시 벌써 햇살이 뜨겁다. 팔 토시와 마스크를 사용하려고 준비하는데....삐리리리...삼척에 먼저 도착한 김실장이 지금 어디냐고...장소를 가르쳐 주니 놀란다. 자기는 양양에서 졸음 라이딩으로 도로에서 가볍게 굴러서 찰과상을 입고 헬멧 깨지고, 핸들도 망가졌다고 한다. 괜히 긴장된다. 그래서 될 수 있는 대로 늦더라도 천천히 안라하자고 몇 번을 다짐한다. 양양 막 벗어나는 지점에서 냉면 한 그릇을 비우고 다시 달리는데 너무 덥고 졸린다. 현대아산강릉 병원 앞의 지하차도에 들어가서 그냥 되는대로 노숙자들처럼 한쪽 벽에 기대서 잠을 청했다. 아마도 2시간 정도 눈을 붙인 것 같다. 다시 출발...강릉시청을 3km쯤 지나 도로변에서 소변을 보는데 뒤에서 “여보세요”하는 소리가 들린다. 돌아보니 삼척 mtb친구 김용수씨다. 부인과 함께 강릉터미널에서 휴가 온 아들 배웅하고 내려가는데 열심히 패달질 하는 모습이 내 모습 같아서  조금 앞서 와서 기다렸다고....전국투어 마지막 구간이라고 하니 “형님 빨리 차에 잔차 싣고 빨리 갑시다.”한다. 이 친구 잘 알면서 슬쩍 나를 떠본다. “안돼! 다된 일 망치려고~” 하니 씩~ 웃으면서 그럼 “뒤에 오세요.”하면서 떠난다.

또 다시 힘을 내어 정동진에서 평소에 입에 대지 않던 콜라를 또 마시고 정동진 언덕을 오른다. 정동진 정상에 오르니....이번에는 서울 mtb친구한데서 지금 어디쯤이냐고 묻는다. 위치를 알려주니 놀라면서 성공을 빈다고 격려를 한다.

망상해수욕장 앞에서 또 다시 펑크다. 할 수없이 도로변에서 다시 튜브 교체 후 출발...
묵호역 앞을 지나 동해역을 지나 15일 오후 5시 20분에 삼척 집에 도착했다.
(주행거리 354.31km/시간 19:01:06/평속 20.6km/h)

집에서 미리 부탁한 냉장 복숭아 통조림 한통을 비우고.....감격에 겨워 복 바치는 감정을 겨우 추스르고 다시 바이크프라자 샵로 향했다. 도착하니 모두들 놀란다.

전체적으로는 9박10일 동안에 제주에서의 3일을 제외하면 육지에서의 전국일주는 7일이라는 결과가 나옵니다. 목포에서 성남(분당)까지 흔히 하는 말로 하루에 달렸습니다. 물론 시간은 약32시간이지만, 그리고 성남(분당)에서 뚝섬에 들러, 인제를 거쳐 미시령옛길을 올라 삼척까지 하루(24시간)에 달려왔습니다. 저 자신도 놀랐습니다.

총거리는 1643.99km이고  총시간은 87:36:39

이번 전국투어 결과는 98% 만족합니다. 하지만 과정에서 2% 부족함은

1. 처음부터 선식을 한 것은 투어를 정말 힘들게 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더위로 식욕을 잃을 수 있는데, 뉴트리션을 너무 게을리 했습니다. 카보로딩과 보충제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2. 철저한 계획으로 수면시간을 제대로 지켜야 하는데, 그러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다리 밑에서 잔다는 것도 라이딩 하면서 장소 선택이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3. 평소에 장거리 여행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해 바이크 메케닉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미리 적당한 수준의 정비기술을 익혀두지 못한 것도 못내 아쉬웠습니다.

4. 사진공부를 진즉에 어느 정도 하지 못한 것도 아쉬움의 한 부분이었습니다.

이번 mtb전국투어는 내 마음속의 미움이라는 단어를 어느 정도 지워보고자 기도하는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어려운 업힐 구간과 깊은 밤 홀로 라이딩시에는 그 동안 지나온 나 자신을 속죄하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패달링을 하니 한결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그리고 내 고향 강원도 삼척을 다른 도시와 비교하여 사랑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타지에서 라이딩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고, 또 처음 출발할 때 기대 반 두려움 반 이었던 전국투어도 이만하면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내 가족, 내 이웃에게 더 잘해야지 마음속으로 기도합니다.

다음 기회에는 위의 2% 부족한 부분을 채워서 시원한 가을을 택해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여유 있는 전국투어를 기대해 봅니다.

사진은 물론 글 솜씨도 없어서 허접한 글 끝까지 읽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바이크 마니아 여러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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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6
  • 아! 삼척분이셨군요. 대단한 도전정신입니다.
    언제 삼척에 들르면 장거리투어에 대한 무용담을 들려주시길 기대합니다
  • maui7글쓴이
    2006.8.22 21:55 댓글추천 0비추천 0
    네. 언제 오시면 연락 주세요....감사합니다...
  • 수고하셔네요 안전하게 완주하셔서 저가 기쁜네요
    앞으로 하시는일 잘돼시길......................................^^*
  • maui7글쓴이
    2006.8.23 07:40 댓글추천 0비추천 0
    선양혜정님 감사합니다. 님의 가정에도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 뭔가 해냈다는 느낌이 드시겠습니다... 불굴의 체력에 박수를 보내고 도전정신에 한번 더 박수를 보냅니다...
  • 고생 많으셨습니다. 우리가 두 바퀴를 굴리는 이유를 제대로 이야기 해주시는 군요.
    혼신의 모습을 다하신 모습, 아름답습니다.
  • "밤이라 무서워서 달리고, 외로워서 달리고, 잘 곳이 없어서 달리고, 배고파 식당 찾아 달리고, 계속 달리다 보니 어느덧 날이 밝았다." 이 대목이 가장 인상적입니다.
  • 정말..정말..대단하십니다..
  • 마음속에 미움을 지우고자 달렸다니 공감이 갑니다 누구를 용서한다는 것이 나를 미움에서 해방시키는 힘이라는 것을 저도 알았습니다 투어후기를 읽고나서 눈물이 핑돌았습니다
  • maui7글쓴이
    2006.8.23 13:28 댓글추천 0비추천 0
    여러분들의 격려에 감사드립니다.....구우벅....
  • 행님! 인자 배는 안타고 잔차만 탈랍니까?
  • maui7글쓴이
    2006.8.23 21:34 댓글추천 0비추천 0
    오~ 우리 삼도리님!.....바람불어 좋은 날은 카이트보딩...지금은 바이크에 푹....
  • 와 대단하세요 완주 축하드려요 제가 사는 충남 서천은 못들리셨군요 ㅋㅋㅋ
    글 잘 읽었습니다 건강하세요
  • 이러한 수기를 읽게 해주시다니.. 감사드립니다.. 좋은 글에 좋은 여행이었습니다.
  • 엄청 부럽고 존경스럽습니다...
    저는 구간을 나누어 마저 이루지 못한 전국투어를 계획 중입니다.
    후기 감명 깊게 보았고
    "밤이라 무서워서 달리고, 외로워서 달리고, 잘 곳이 없어서 달리고, 배고파 식당 찾아 달리고, 계속 달리다 보니 어느덧 날이 밝았다." 는 대목을 읽으면서 철절함을 적실하게 느낌과 동시에 파안대소를 금하지 못하게 하는군요.
    한번더 형님과 같이 라이딩 기대하면서... 제주 동생..
  • 존경합니다... 저도 언젠가는....
  • 제가 리플 달 자격이 될지 떨립니다. 구간별 하루 이동거리가 제겐 며칠 거리군요. 대단하십니다. 거리만 보아도 기에 눌려... 도저히 믿기 어려운 거리입니다. 이 곳은 저와 물이 다르군요. 조심해서 즐라하세요. 짝짝짝.
  • 글을 보면서 13년전 일이 생각납니다. 저도 군대 제대하고 대학교 여름방학에 제주를 제외한 역주행코스로 전국일주를 했지요... 그 때는 쉬엄쉬엄 가느라 3주(21일)이 걸렸는데... 하여튼 그 때 기억이 절로 나네요... 따님의 권유로 이 글을 읽게 되었는데 정말로 존경합니다. 저도 13년전 친구와 나중에 자식들과 함께 또다시 하자고 했는데... 지금부터 천천히 준비해야 할 듯 하네요... 다시금 저와 친구의 약속을 기억나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꾸벅!
  • 안녕하십니까 김민섭입니다...언제 전국투어를 다녀오셨습니까 / 저는 9월3일 강릉-서울계획을 하고 긴장과 두려움에 있는데...전국투어를 성공하신 후기를 읽고 놀라움함께 완주에 박수를 보냅니다...간접 경헙 감사드립니다 큰힘이 됩니다...^*^
  • 대단하십니다 짝~짝~짝
    저는 이제입문한 초보인데 저두 언젠가는 선배님처럼 전국일주에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그럼 안전한 라이딩하세요 화이팅!!!
  • 오우..업힐 귀신처럼 하시던 분이시군요. 대단하십니다.
  • 존경합니다..저도꼭한번 해볼랍니다 전국투어...^^ㅣ
    짝짝짝^^:;

  • 다리엔진이 거의 6백만불 사나이급이시네요... 대단.. 딤승의 경지에 오른것같군요
    저도 언젠가는 전국투어를 해볼겁니다. 지금은 남산과 개화산 한강만 열심히 달리고있지요
  • 사랑한다(9B9B)!!!!!!
    ddojaba | 2006·09·05 10:33 | HIT : 29 | VOTE : 0 |


    훌륭하고 무사히 전국일주를 마친걸 늣게나마 축하를 드린다. ^^::^^
    당신의 후기를 보면서 나두한번 해보고싶은 충동을 받게 만들었고
    하면 된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알게된 게기가 되었다.
    앞으로 많은것을 채험하여 모든이들에게 좋은 자료가되길 바라고 더욱더 영구하고
    발전있는 삶이되길 기도하련다. 안~~~~~~~~~~~~~~~~녕
  • 전. 눈물 나올라구 합니다. 감격...멋지십니다.
  • 진짜 대단 하십니다..
    가슴이찡한 대목 대목이...
    나두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겠다는 맘이 부쩍 들게 하는군요
    전국 투어를 계획만꿈꾸던 나에게 용기를 주신 글...감사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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