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속초 당일치기

coxswain2006.08.11 23:04조회 수 5392추천 수 21댓글 15

    • 글자 크기


서울 강동구 고덕동 집에서 속초 시외버스 터미널 188.78KM
주행시간: 9시간 19분         평균속도 : 20.2 KM/H
자전거 : KHS FXT-pro         타이어 : WTB 2.1

제목은 당일치기 이지만 올 때는 물론 버스를 타고 왔습니다.
동서울 터미널에 저녁 8시 좀 넘어서 도착 후 집에 오니 8시 30분이네요
씻고 저녁먹고 팥빙수도 먹고 느긋하게 앉아 후기라는 걸 씀니다.
이하 일기 형식을 빌려 쓰기 위해 존어를 생략하니 이해 바랍니다.

3시 30분에 알람이 울리는 순간에도 ‘아 이거 내가 미친 거 아냐? 나 오늘 분명히 더위 머고 홍천 어디쯤에 쓰러져 뼈를 묻을 거야. 더 자자. 더 자’
머리는 이러고 있는데 몸은 이미 입에 칫솔을 꽂고 있었다.
‘에고 그래 가자. 가다가 더위로 입에 거품 물어도 난 모른다’
집을 나선 시간은 4시 16분, 달은 휘엉청 떠 있지만, 내 조그만 LED라이트로는 어둠을 상대하기가 벅찼다.
하남을 지나 팔당대교로 들어설 때만 해도 별 생각이 없었는데, 팔당대교 밑으로 흐르는 검푸른 한강물을 보는 순간 왜 갑자기 온몸의 털이 다 서는지…
한번 졸아든 가슴은 용담대교를 지나서야 평상심을 되찾았다. 뭐니뭐니 해도 압권이었던 것은 제 3터널이었다. 새벽이라 차들도 한산하여 그럭저럭 터널 지나기가 수월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굉음을 울리며 트럭 한대가 터널에 진입 후 내 곁을 지나 갔다.
‘아 되게 시끄럽네’라며 투덜거리는 순간 웬 시커먼 물체가 트럭 조수석을 빠져 나와 터널을 회오리치며 날아다니는 것이었다. ‘으악, 으악, 으악!!!’ 나도 모르게 엄청난 비명을 질러댔는데, 마음을 진정시키고 뭔가 보니 검은색 비닐 주머니였다.
비닐 주머니를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후 남은 터널을 지나는 게 얼마나 힘들던지…

용담대교를 지난 후 허기가 느껴져, 파워젤 하나와 쵸코바 하나를 먹고 물을 좀 마시니 다시 배가 든든해졌다. 이후로 동터오는 여명을 즐기며 이런 생각 저런 생각…
몸과 마음이 드디어 일치되기 시작했다. 옅은 안개를 호흡하며 달리고 또 달린다.
용문 휴게소를 지날 즈음 배가 다시 고파졌다. deucal 님이 추천해주신 청국장 집에서 식사를 하려면 홍천을 지나야하는데…
며느리 고개를 앞두고 ‘ 이거 밥 먹고 가야 하는 거 아냐?…’ 라며 몸이 마음에게 물어본다.
아무 말 없는 마음…ㅋㅋ
하는 수없이 며느리 고개 터널로 향한다. 터널을 빠져 나오자, 배고픔이 더욱 심해졌다.
청국장집을 포기 하는 수 밖에…   ‘deucal 님 죄송합니다.어렵게 추천해주셨는데…’
터널 지나 첫번째 휴게소에 소머리 국밥집이 보였다. 한 그릇 뚝딱. 얼마나 맛이 있던지…
속도 채웠겠다 다시 든든한 마음으로 출발. 시계는 8시 33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홍천을 지나 다시 쌩쌩. 드디어 마의 공사 구간으로 들어섰다.
공사로 인해 도로상황이 엉망진창인 고개 하나를 간신히 넘는데 반대차선에 서울 방향으로 도보 순례팀이 지나간다. 덕분에 차들도 서행하기도 거의 서있다시피하여 진행이 더 어렵다.
그래도 그들이 얼마나 반갑던지.
무슨 고개를 넘어선 후 무슨 고개인지 알고 싶어서 공사장 수신호하시는 분에게 물었더니, ‘나 타일랜드 사람, 그래서 몰라’ 이런다.
좀 황당기도 해서 잠시 서서 이것저것을 물었더니 이 친구 신이 나서 날 보내주지 않을 태세다. 그래도 가야지 뭐…ㅋ
멀리 팸파스 휴게소가 보인다. 오늘따라 왜 자꾸 물파스 휴게소로 보일까? 아마도 손목이 좀 시큰거려서 그런가 보다.
이후로 공사 구간이 계속되었다. 하지만 이미 포장이 다 끝났지만 차량을 통제하고 있는 구간들이 꽤 많아 가끔 왕복 4차로를 혼자서 달렸다.
속초가시는 분들은 그런 구간에서 무조건 통제 포장구간을 과감히 타시라고 권합니다.
아무튼 덕분에 시간도 노력도 많이 절약할 수 있었다.
철정휴게소를 지나 무심코 지나치다가 deucal 님이 말씀하신 청국장집이 보였다.
상호는 ‘시골청국장’
아쉽지만 담을 기약해야지 뭐…
통장구간을 가다 보니 공사 인부들이 떼거지로 이동 중인 것이 보였다. 가까이 가보니 진도에서 출발하여 통일 전망대까지 가는 도보 순례팀들이었다. 15일째란다. 대단한 분들이다.
신남 휴게소를 지날 무렵, 햇살에 온몸이 익는다. 휴게소에 들려 썬블럭도 다시 바르고 파워젤도 하나 먹고 다시 출발한다.
드디어 인제, 시계를 보니 어느덧 12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길도 다시 좋아졌고 거칠게 없다. 12시 30분 원통.  아 다시 배가 고프다. 날씨가 다시 흐려지고 빗방울이 한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한다. ‘아 내가 날은 참 잘 잡았네’ 이러며 식당을 찾다가 결국 한계삼거리 휴게소까지 와버렸다. 휴게소 건너편 식당에서 산채비빔밥을 한 그릇 다시 뚝딱.
한계삼거리에서 진부령 미시령 갈라지는 삼거리까지가 그렇게 뭔 줄 오늘 첨 알았다.
가도 가도 끝이 없네..
드디어 미시령터널과 미시령고갯길의 갈림길. 다시 초코바 하나를 먹고 포카리스웨트도 마셔둔다.
정상을 향하여 앞으로~~
정상 4km, 정상 3km, 어 저거 정상아냐? 여기서 정상이 보이네.
뭐 남한산성 오름길하고 비슷하네 뭐…
비슷하긴 개뿔… 입에서 거품이 나온다…
정상 2km를 남겨두고 다시 한무리의 도보순례팀을 만났다. 국민대학교팀들.
자전거타고 올라가니 신기한가보다. 그들은 나에게, 나는 그들에게 파이팅을 외쳐 서로를 격려한다. 한 여대생이 했던 말 ‘아저씨, 끌고 올라가세요. 그게 더 쉬워요.’
드디어 미시령 정상
바람이 엄청 불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전거가 전망대 망원경으로 돌진한다. 몸은 휘청거리고… 음 좀 공포스럽네.
휴게소에 들러 파워에이드를 한 통 사서 느긋하게 즐기고 있는데, 드디어 국민대 팀들 도착, 질러대는 소리에 미시령이 뒤집혀 버릴 지경이다.
젊음은 좋은 것이여…
이후 다운힐… 바로 이 맛이다.
울산바위의 위용을 감상하다 보니 어느 덧 다시 터널에서 내려오는 길과 합류한다.
이제 가야 할 곳은 시외버스터미널.
터미널에 도착, ‘동서울 몇시 버스 있습니까?’물으니 4시 01분이란다. 시계를 보니 3시 45분. 다시 수분을 보충하고 버려야 할 수분은 빼버리고 4시 01분 버스의 의자에 몸을 던졌다. 서울 도착 8시. 광진교를 넘어 한강으로해서 집에 도착한 시간 8시 30분.
근데 느낌이 별로 없다. 내일 일어나면 좀 느낌이 올까?

이렇게 다녀왔습니다.
단독으로 다녀오실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더위 조심하세요.  


    • 글자 크기
간만에 중량천 잔거도로 설렁 바이크... (by 지방간) 2004년 2/28 해병대코스에서 일어난일들.. (by 지방간)

댓글 달기

댓글 15
  • 월요일에 인제군에 출장이 있어 갔습니다만 홍천 공사구간보고 저걸 어케 통과할까...싶었어요..갓길이 없어 차량과 같이 일렬로 라이딩을 해야할 것 같던데...맘이 굴뚝같았는데 공사구간보고 좌절했거든요... coxswain님 글보구 용기가 솟는데,,,어케 당일치기를 하셨는지 대단하세요....

    연휸데 함 시도해 볼까요?^^
  • 대단하십니다. 저도 언젠가 한번 속초에서 오든, 서울서 가든 편도 한번 가보렵니다. 고갯길이 약한 저의 나약한 근육과 호흡. 차분히 다스리고 축적을 해서 님처럼 함 가봐야겠습니다.ㅎㅎ
  • 저두 고덕동 사는데 ㅎㅎ 잘 다녀오셔서 다행이네요.
  • 후기를 읽어보니 지난 5월에 동료들과 함께했던 속초투어가 생각나네요...
    홀로 다녀오셨다니 대단하십니다. 외롭고, 고생 스러우셨겠지만 미시령 정상에서의 감흥은 이루 말할수 없었을 테지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 미시령업힐구간의 기어비좀 알려주세요...
    순간순간 변속을 하시는지...저단으로 설정하여 지속적인 페달링을 하시는지 궁굼합니다.
  • coxswain글쓴이
    2006.8.14 14:30 댓글추천 0비추천 0
    대략 170km를 탄 후라 힘이 남아돌리 만무하니 숨 넘어가지 않을 정도의 spinning으로 올라갔습니다. 제 경우 Lock이 시원치 않은 풀샥 인지라 stand and hammer는 죽으려고 호흡조절할 때만 시도합니다.
    미시령 터널과 고개 갈림길 까지는 워낙 길이 좋아 2-4에서 2-3 사이로 올라갔고, 고갯길 접어들어서는 1-4부터 시작해서 1-3으로. 숨이 넘어간다 싶으면 1-1로 좀 쉬면서 오르고, 좀 숨이 돌아오면 1-2,1-3왔다갔다하면서 그냥 닥치는 데로 올라간 거 같습니다. '앞으로는 rpm을 높이자'하는 각오가 나도 모르게 생기게 됩니다...ㅋㅋ. 제가 고수가 아니라서 설명이 시원치 않습니다. saka73님께 별로 도움이 안될 것 같군요. 죄송합니다.
  • 대단하삼~~사진도 좀 올려주시면 더욱 생동감 있겠는데요...ㅋㅋ
  • 엄청 빨리 가셨네요...
  • 도움이 안된다니요?....감사합니다....
    직접경험하신 분의 실제상황을 알고 싶었거든요...
    암튼 대단하십니다...
  • 후기 잘 읽었습니다. 하루만에 서울 속초 주파라.. 낮에 도착해서 버스타고 오시고.
    멋지십니다.
  • 오우 갑작스레 제 아이디가 등장하여 화들짝 놀랐습니다. 전 집이 일산이라 4시쯤 출발하면 홍천 조금 더 가서 점심을 먹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응당 점심거리로 시골 청국장 추천한 건데.. 2.1 타이어로 10시간 미만 끊으시는 것 보니 정말 무릎이 강철이시군요.
    멋진 후기입니다.
  • 이번달 26일에 직장 동호회원분들과 설~속초간 라이딩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저는 3번이나 속초를 다녀왔는데도 지금도 흥분됩니다. 이번에는 초행인 분들이 많아 걱정도 많이 되구요. 지난번 홍수로 인한 도로 상태가 궁금합니다. 님의 글에는 홍천구간이라고 하셨는데 좀 더 자세히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coxswain글쓴이
    2006.8.16 15:49 댓글추천 0비추천 0
    bongpol님, 서울에서 속초 전 구간 이상 무 입니다. 다만 민예단지 삼거리의 한계령 통제 바리케이트가 맘이 좀 아프더군요. 부디 건강하고 안전하게 잘 다녀오시길 바랍니다.
  • 9월초 속초로 출발할 예정인데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coxswain님 답변 감사합니다.
leey78
2006.04.20 조회 3261
노을
2003.05.22 조회 1039
coxswain
2006.08.11 조회 5392
이전 1 ... 3 4 5 6 7 8 9 10 11 12... 385다음
첨부 (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