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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풍광의 오키나와 라이딩기<완>

mandolin2006.03.24 18:43조회 수 1729추천 수 7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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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째 되는 날은 역시 일기예보대로 새벽에 비가 내렸으나 아침에는 멈춰 엊저녁에 먹다 남긴 주먹밥 한 개와 스텝 아가씨로부터 서비스 받은 걸죽한 무슨 잎사귀 차 한잔을 마시고는 9시께 부터 다시 계속 329번 도로를 타고 내려가다가 대로변에 弁當(아마 도시락을 가르치는 듯) 350엔 이라고 써놓은 실내 포장마차 형 가게서 100엔짜리 미니 우동을 사 먹어 보기도.

사실 내 홈피에 올려져 있는 라이딩기에는 모두 숙박비는 물론 매 끼니의 밥값이 낱낱이 그대로 명시되어 동호인이나 친구들로부터 ‘왜 먹는 것을 그렇게 밝히느냐?’는 힐문을 받기도 하고 또 ‘잘 사는 분이 왜 싸구려만 찾느냐? ‘는 빈축을 사기도 하지만 그냥 갔다 왔다는 자랑식의 글이 아닌, 때로는 좀 품위가 손상되는 듯도 하지만 실제로 뒤를 이어 앞으로 머지않아 떠날 후배 젊은이들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진정한 정보로 남기기 위한 글임을 인식 못하는 그들이 답답하게 느껴 진 적이 한두 번 아니다.
또 우리나라서 유명한 몇몇 잔차 여행 대가들의 글을 봐도 실질상의 정보로서는 가치가 거의 없는 글들인 경우가 많아 유감스럽기 그지없고 따라서 진정한 라이더들은 항상 보다 친근하고 사실적인 정보에 목말라 하기 마련이다.
실제로 잔차 여행은 그 바탕이 헝그리 정신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 많은 바이커들의 생각이고 또 그 여행 비용이 저렴해야 그 만큼 더 포용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
지난겨울 마산의 한 유복한 고3생이 서울까지의 긴 여정의 무전 잔차여행기를 왈바에 사실 그대로 올린 얘기가 선풍적인 인기와 찬사를 받은 것도 그 좋은 증좌라 할수 있다.

지방도인 이 329번 도로는 왕복 2차선인데다 인도가 매우 좁아 차도가 한가하면 차도로 달리고 붐비면 인도로 탔는데 다행히 차도와 인도사이의 턱은 철저히 없애 넘나들기가 편리했다.
단지 전날 북상 때 탔던 58번 도로의 대부분처럼 바닷가에서 먼 도로여서 좀 지루한 편이었고 간혹 가까운 어촌이 등장할 때만 들어가 보기도 했지만 배만 몇 척 있을 뿐 한적하고 볼거리가 없는데다 이 동쪽 해안은 오키나와 남부의 해안처럼 해수욕장도 하나 없이 밋밋해 그저 일주한다는 의미밖에 없다.
더구나 잔뜩 흐린 날씨여서 언제 비가 내릴지도 모른다는 염려로 서둘러 남하하다보니 11시 반께 나하 시의 숙소까지 불과 40리 정도밖에 안되는 니시하라 시에 도착, 번듯한 대형 쇼핑센터가 나와 1층 식품부로 들어가 쇼 케이스의 화려한 식품들로 군침을 돋궈가며 점심꺼리를 쇼핑했다.

원형 도시락으로 된 7백 엔짜리 회 초밥에 3백 엔짜리 별도의 회 한 접시, 그리고 150엔인 중 크기의 우유 한 팩을 막 고르고 있는데 경비원이 나타나 잔차를 지적한다.
뭐라 하는데 눈치가 ‘밖에 전용 잔차 주차장까지 있는데 이 안에까지 몰고 들어오면 어떻게 하느냐?’는 것 같았다.
이에 나는 영어로 ‘미안하다. 나는 한국서 온 잔차 여행자이고 잔차가 너무 고가품이어서 밖에 둘 수가 없었다. 곧 나가겠다.’는 얘기를 보디랭귀지도 동원해 말하자 이 오키나와는 미군도 많아 모두가 영어를 조금씩은 해서인지 바로 알아듣는 듯 했지만 그는 무선기로 한동안 보고를 하더니 대신 잔차를 지켜 주겠노라며 잔차를 받아 앞장 서 나갔다.
덕분에 다른 식품들도 잠간 더 구경하고 정문으로 되돌아 나와 감사하며 잔차를 넘겨받아 이 건물 전면의 좀 한가로운 벤치에 앉아 배낭에 항상 넣고 다니는 술을 꺼내 반주로 회 초밥을 먹는데 야들야들하고 싱싱한 회가 입안에서 절로 녹는 느낌이다.
이 순간 적어도 몇 달 동안의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날아가는 듯한 행복감에 빠져든다.
왕년의 좋은 시절, 이미 그것도 업무상으로 서울의 1류 음식을 다 먹어 봐 이제 고급 음식에 대한 욕구는 거의 없지만 그래도 이 순간에는 세상에서 어떤 행복한 사람도 결코 부럽지가 않다.
이런 행복한 순간을 사진으로 남겨 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마침 눈앞에서 누구를 기다리는 한 젊은 미녀에게 ‘나는 한국서 온 잔차 여행객’이라며 디카를 내밀며 셔팅을 부탁하자 ‘야~멋있어요.’라는 듯한 환성을 올리며 기꺼이 셔팅을 해 준다.
바로 슬라이드 화면을 확인해보니 프레이밍이 완벽에 가까워 "Wow ! Good shot, Good frame !"이란 칭찬을 해줬더니 알아듣고는 환하게 웃었고 곧 도착한 두 여자친구들이 몰고 온 승용차에 올라 서로 몇 마디 말을 주고받고는 셋이 함께 내게 손을 흔들어 주며 사라졌다.
우유까지 다 마셔 포만감에 나른해 질 무렵 드디어 소나기가 시작되어 멈추기를 기다려야 했다.

사실 잔차여행에서는 날씨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면 잔소리다..
장마철에 장거리 여행에 나선 다면 흔히 바보짓이 되는 만치 비를 피하기 위해서는 출발 결정 직전까지 중기예보를 체크해서 출발하느냐. 혹은 연기하느냐를 최종적으로 확정해야 한다.
특히 바닷가를 라이딩 한다면 맑은 날과 비오는 날의 그 느낌 차이는 하늘과 땅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따라서 이런 점을 소홀히 했다가는 원로급 한 바이커의 라이딩기에서 처럼 '비를 몰고 다니는 사람'이라는 자조적인 독백까지 내뱉게 된다.
좀처럼 비가 멈추지 않아 길이 1백m에 가까운 전면의 테라스 밑을 왔다 갔다 하다가 빵집 대형 유리창 안쪽에서 1회용 치즈, 버터, 잼 등이 든 미니 용기를 갖고 노는 귀여운 꼬마와 눈이 마주쳐 유리 창에 디카를 대고 셔팅을 해보기도 했고 뒤편으로 돌아가 화장실 구경도 했다.
이 대형 쇼핑건물은 전면은 물론 좌우 양쪽에 테라스 천정도 길게 나와 있고 또 이 3면에 대형 주차장이 있으며 또 도로와 연이어져 있어 궂은 날에도 테라스에서 우산 없이 바로 승차가 용이하게 설계되어 있다.
이 건물 안 가장자리는 빵집 외에도 피자집, 코피 집, 고급의류점등이 유리벽을 통해 다 보였지만 유난히 남자 손님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는데 나중에 알고 본즉 이 때는 한일 야구 2차전이 벌어 지고 있을 무렵이었다.
이래선지 전날 류큐 촌에서 연자방아를 사진 찍고 나올 때 젊은 직원이 내게 “한국 베이스볼이 매우 강하다. 그리고 어르신도 매우 강한 분인 것 같다.”는 얘기를 건넸었다.

이윽고 소낙비가 멈추기 시작해 다시 나하로 출발, 한 시간 뒤쯤에 시 경계에 이르고 한 야채와 과일 가게가 보여 한국에서와 그 이름과 꼭 같은 큼직한 퍼브리카를 한 보따리 사고 또 숙소부근 슈퍼에서 대형 캔 맥주 몇 개를 사 하오 3시가 좀 넘어 숙소에 들어갔더니 3층 응접실서 요꼬하마상이 2층 손님인 한 일본 30대초의 여성과 TV를 보면서 담소하다가 반겨 줘 또 술판을 벌일 수밖에.
이 여인도 줄담배를 피워 인사대신 ‘한국 담배다.’며 에세 라이트 한 개비를 건넸더니 감사하며 바로 입에 문다.
그가 가져 온 듯한 사뽀로 제 캔 맥주를 들고 있던, 교토에서 왔다는 그녀는 무슨 얘기 끝에 갑자기 윗옷을 두벌이나 연달아 벗었고 얇은 란제리 상의의 어깨걸이 끈까지 끌어 내리며 상체를 돌려 어깨부위를 보여 주는데 요란스럽고 큼지막한 장미송이 문신이 그것도 양편에 요란하다.
그리고 한쪽 종아리의 꼭 같은 문신도 보여주는데 요고하마상은 어느새 가까이 가 손가락으로 문신 부위를 눌러 보며 감탄이다.
비교적 마른편인데도 그녀의 바스트가 유난히 커서 똑바로 쳐다보기가 좀 민망스러울 지경.

저녁이 돼 요꼬하마상을 따라 숙소부근 뒷골목의 한 허름한 대중식당에 갔는데 손님이 꾀 붐빈 것은 역시 값이 5백 엔으로 싸고 량이 푸짐하기 때문 인 듯 했다.
그는 물어 보지도 않고 내 대신 양배추와 돼지고기 범벅식의 밥을 주문하고는 먼저 가는 것을 보고는 비로소 나를 위해 일부러 안내를 해줬음을 알았다.
그는 뒤에 숙소에서 로손에서 사 온 아주 작은 량의 국물 없는 우동과 주먹밥 하나로 저녁을 먹었다.
이 날 밤에는 500엔만 더 내면 바로 옆의 넓은 독방에서 잘 수도 있었으나 혼자 자는 것은 보안상의 문제도 있고 또 공항으로 가려면 새벽 5시에 나가야 함에도 이 곳서는 모닝콜도 없 을 것 같아 방을 바꾸지 않았다.

3일간의 연속 라이딩으로 좀 피로감도 있어 좀 일찍 잠자리에 들려 했으나 버스 편으로 잔파 위쪽의 코끼리 바위가 있는 만자모, 그리고 더 위의 에메랄드비치 부근의 입장료 1,800엔인 수족관까지 다녀오느라고 밤늦게 도착한 미스터 성이 캔 맥주를 사와 함께 마시자는 통에 착하게 만 보이는 룸메이트들인 요꼬하마상, 그리고 60대초반의 아오모리상과 남 오키나와상, 또 30대후반의 북오키나와상등 6명과 어울려야 했다.

그리고 이튿날 새벽 잔차에 후랫쉬를 달고 공항으로 달렸고 잔차를 가방에 넣은 뒤 출국장 로비에서 ‘여행박사‘주선 4명의 참가자들 가운데 여성인 서울 강남서 온 모녀 팀을 만나 1인당 10만 원의 비용으로 섬에 까지 들어 가 난생 처음인 스킨 스쿠버를 체험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이번 여행에서 달린 총 거리는 숙소에서 잔파 곶까지의 거리 38km등 도합 150km정도 였고 주머니 돈은 출발 때 15,000엔을 넣고 갔음에도 7,000엔이 남아 있었다.<완>

***다음 홈피로 오시면 보다 잘 교정된 글과 더 많은 사진등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home.megapass.co.kr/~bae106/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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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감) 백두대간 랠리 1차 (060319) (by 알똥) Re: 토요일 번개-기여이 참석을 (b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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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배선생님.. 어제 탄천에서 잠깐 뵈었었죠.
    이번에 일본으로 멋진 잔차여행하고 오셨군요.
    느낌 생생한 선생님의 여행후기를 반갑게 읽었습니다.
    긴글 쓰시느라...
    잔차여행만큼이나 힘드셨을것 같네요.^^
    앞으로도 신나는 잔차여행 많이 하시고
    재미난 투어후기 많이 부탁 드리겠습니다.
    늘 ~ 즐라하시고 건강하십시오!!
    연수드림.
  • 파래님.
    어제전화통화에 이은 문자메시지를 보고 투어 후기를 감상합니다.
    우선 잔차를 바꾸어 가셨네요?
    무슨이유라도?
    하여간 새삼 경의스럽습니다.
    내 자신에게 물어보건데 나도 후에 저처럼할수 있을까?
    물어보면,제자신 명확한 답을 미루네요.
    저도 여건이되면 정말 합류하고 싶읍니다만 목구멍이 포도청인지라,,,,,
    하루하루 살다보면 좋은날도 꼭 오리라생각합니다만,,,,,어떨런지,,,
    후일 만나뵈면 상세히 여쭈어 보기로 하고, 긴글 잘읽고 갑니다.
    안녕히 계십시요
    최우석 올림
  • 귀한 곳을 다녀오셨네요. 잘 읽었습니다. 날이 갈수록 만돌린님의 글이 점점 더 흥미로워집니다.
  • mandolin글쓴이
    2006.3.29 10:13 댓글추천 0비추천 0
    여~이교수님 ! 그 동안 별고 없으십니까? 방문 감사합니다. 전에 제게 술 한잔 사시겠다는 말씀 아직도 잊지않고 있읍니다. ^)^ 연락 염두에 두겠습니다.
    분당MTB 최총무님 ! 꿈은 실현 가능한 것으로 압니다. 더구나 열정이 있으시니 말입니다. 여행때는 항상 부담없는 전 부터 타던 하드테일인 토막을 갖고 가지요.
    연수님 ! 탄천서 지나쳤을 때 점심을 함께 하고싶어 목청껏 불렀지만 이어폰 때문인지 못 들어시데요.
leey78
2006.04.20 조회 3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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