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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바 속초투어 뒷이야기

아네2005.09.26 23:43조회 수 1675추천 수 3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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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중 기억용량의 한계로 약간의 오류가 있을 수 있으며, 특히 거리라든가 시간은 속도계 셋팅의 문제로 개인별 차이가 존재할 수 있음을 말씀드립니다. 또한 높임말을 사용치 않은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 양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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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시 : 9월 25일(일)
○ 코스 : 속초 대명콘도-미시령-원통-광치령(광치터널)-양구선착장-추곡령(추곡터널)-
             오음리-배후령-세월교-춘천-의암댐-가평-청평-마석-마치터널-금곡-구리시청-
             워커힐-잠실대교-잠실 선착장
○ 출발/도착시간 : 04:30분/21:10분(16시간 40분)
○ 순수 라이딩 시간 : 10시간 27분
○ 총 주행거리 : 216.43km
○ Avg. Speed : 20.96km/h
○ 라이딩 참가자 : 락헤드, 이슬(女), 땀뻘뻘(땀님), 마이클, 말근육, 아빠곰(곰님),
                          아프로뒤뚱(女, 뒤뚱님), 아네 이상 8명
○ 지원/촬영조 : 페토야, 관광잔차(잔차)/파전

가을이다….
모든 라이더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계절이다. 오토바이 탈 때도 그러했고 MTB를 타는 지금도 그러하다. “올 가을엔 여기는 꼭 가봐야지… 올 가을엔 이런 건 꼭 도전해 봐야지…”라고 결심한 것 중에 하나가 서울-속초간 라이딩이었다. 마누라와 아이의 눈치를 보며 주말에는 연습라이딩을 하려고 노력했고, 덕분에 설거지 쿠폰을 남발해야 했다.ㅠㅠ

9월 24일 토요일 왠지 마음이 바쁘다. 침대에서 일어나 시계를 보니 새벽 6시. 옆에선 마누라가 고이 자고 있다. 괜히 심술이 나서 코를 한번 비틀어 준다.

오전 10시쯤 잠실 선착장에서 락헤드님, 이슬님, 땀님, 파전님을 만나 땀님 승용차에 자전거 5대, 사람 5명, 촬영장비를 실고(엄청난 과적이다) 목적지인 속초 대명콘도로 향한다. 도착 후 자전거 점검을 거의 마칠 무렵 말근육님과 뒤뚱님이 도착한다. 이분들은 고속버스로 속초터미널에 도착해 자전거를 타고 대명콘도까지 왔다.(애구 불쌍해라…^^) 곧 곰님이 속초 터미널에 도착했다는 전화가 온다. 차로 픽업해 동명항에 위치한 엄청 큰 바다(태평*) 횟집으로 향한다. 맛있는 회로 저녁을 먹고 술은 라이딩을 위해 1인당 소주 4잔으로 제한했다.(사실 더 먹으라 해도 라이딩 전 몸사리기로… )

마지막으로 서울을 출발한 페토야님, 마이클님, 잔차님이 밤 10시가 넘은 시간에 콘도에 도착했다. 또 술판이 벌어진다. 회와 소주 그리고 맥주… 시계를 보니 12시가 넘어간다. 이 시점에서 내 마음을 살짝 들여다보자.^^ “아휴 이 웬수들… 걍 모였다하면 술로 날밤을 새니. 이러구두 라이딩하는걸 보면 철인들이여 철인… 궁시렁 궁시렁” 타고난 잠보인 나는 1시쯤 잠자리에 든다.(앗싸 그래도 나는 2시간이나 잤다^^) 담날 들은 애기지만 다른 분들은 새벽 2시 30분경 잠자리에 들었다는…(겨우 30분 잤네ㅠㅠ)

새벽 3시 핸드폰 알람이 여기저기서 울리기 시작한다. 모두들 일어나 세수하고 밥 먹고 부산을 떤다. 4시 30분 대명콘도를 떠나 미시령 업힐을 시작한다. 칠흑 같은 어둠을 라이트 몇 개가 밝힐 뿐이다. 사실 업힐에는 이런 환경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주변이 보이지 않아 얼마나 빡센 업힐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모든 분들이 무리지어 쉽게 미시령 정상 휴게소에 도착한다.

곧바로 다운해서 원통시내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완연히 밝아진 시내를 벗어나 광치령을 향해 내달린다. 아침을 먹어서 인지 광치령도 가뿐하게 넘는다. 다만 여성라이더인 뒤뚱님이 조금 힘들어하는 것 같을 뿐이다. 점심을 배후령 업힐 전에 먹을 것인지 배후령 정상에서 먹을 것인지에 대해 잠시 소란스러웠으나 곧 업힐후 정상에서 먹는 것으로 정리가 된다.

광치령 다운 후 소위 ‘환상의 라이딩 코스’로 내 스스로 명명한 양구선착장 부근 코스를 라이딩 했다. 약한 업힐과 다운으로 이루어진 꾸불꾸불한 도로와 좌측으로 보이는 소양호반… 한마디로 환상적이었다.

약간의 휴식후 ‘추곡령-오음리-배후령’ 코스에 대한 락헤드님의 간략한 설명이 있었다. 여기까지는 별 힘든 것 없이 왔는데 약간의 두려움과 호기심이 같이 발동한다. 추곡령 업힐이 시작됐다. 내가 후미를 보게 되었고, 나와 같이 장거리 초보이신 말근육님과 여성이신 뛰뚱님 이렇게 셋이서 자연스레 후미조가 형성된다.

힘들어하시는 뒤뚱님을 따라서 천천히 오르려니 기어가 점점 낮아진다. 업힐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기어인 2-4와 2-3에서 트러블이 발생한다. 아! 된장 자전거 좀 손보는 건데. 앞 기어를 1단으로 내리고 뒤쪽 기어를 차례로 변속해 보니 트러블이 없다. 다행이다. 곧 말근육님이 뛰뚱님과 천천히 갈테니 먼저 올라가라고 한다. 그러시라고 하면서 본격적인 업힐을 시작한다.

콩알만하게 보이는 선두를 잡기위해선 2단 기어를 써야하는데 트러블이 발생하고… 어쩔 수 없이 1-5와 1-6을 선택하고 페달링을 꾸준하고 빠르게 한다. 결국 곰님 잡고, 이슬님을 보호하시며 천천히 업힐하시는 락헤드님도 추월한다. 선두조였던 마이클님과 땀님은 꽁무니도 못 봤다.ㅠㅠ

추곡터널을 통과할 때쯤 락헤드님이 하신 말씀이 기억난다. ‘직선 다운’이라는… 속에서 악마가 속삭인다. “ㅋㅋㅋ 오늘 최고속도 함 깨보는 거야, 다른 사람들 신경 쓰지 말고 쏴버려….” 결국 악마에게 굴복하고 만다. 선두를 추월하여 3-1로 마구 밟기 시작한다. 시원하다. 어! 그런데 속도계가 먹통이네? 추곡령 정상에서 잠깐 쉴 때 센서 위치가 틀어진 모양이다.ㅠㅠ

곧 오음리를 지나 배후령 업힐을 시작한다. 제일 빡세다는 ‘좌절’과 정상에서 점심을 먹을 수 있다는 ‘희망’이 뒤엉켜 머리 속을 빙글빙글 돈다. 또 한번 후미 보는 임무를 망각하고 뒤뚱님과 말근육님을 배반한 채 업힐을 시작해 본다. 업힐 시작 후 두 번째 굽이를 돌때쯤 밑에서 보기에 그렇게 높은 산이 아닌데 왜 빡세다라고 그러는지 이유를 알게되었다..

보통 고개들은 도로의 경사도를 줄이기 위해 꾸불꾸불하게 만들어지고, 구부러진 부분은 경사도가 약하거나 심지어 평평한 곳도 있는데 배후령은 이 부분이 직선도로 이상의 경사를 하고 있었고 지나는 차들도 많았다. 결국 기어를 1-3으로 하고 고개 쳐박고 묵묵히 업힐을 계속했다. 생각해보니 여기까지는 별 힘든거 없이 왔는데 요기는 쩜 힘들다.

속도계를 보니 업힐 시작점에서 3.5km를 지나고 있다. “애휴~ 이제 4.5km 남았네”라고 생각하며 한굽이 돌아 고개를 드니 선두조였던 땀님과 마이클님, 지원조인 페토야님과 파전님이 파이팅을 외치신다. 순간적으로 “이상하다 반밖에 안 왔는데 저기서 쉬시나?!!”하는 생각이 든다. 도착해 물으니 배후령이 반으로 줄었단다.ㅋㅋㅋ “앗싸! 이제 점심시간이다”하며 배후령 정상 휴게소에 들어가니 웬걸 밥이 없단다.ㅠㅠ 결국 다운하여 첫 번째 나오는 음식점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하고 준비한 간식을 허겁지겁 먹는다.

배후령을 신나게 다운 했는데 음식점이 보이지 않는다. 결국 춘천시계로 진입해 점심을 먹었다. 나는 막국수 곱빼기를 먹었다. 아! 이제 기운이 좀 나는 것 같다. 점심 식사후 차가 완연히 많아진 의암호반을 지나 강촌-대성리 코스로 들어선다.

차가 많아지고, 지치다 보니 선두와 후미의 길이가 늘어지고 지원조와 연락이 두절되었다. 이는 곧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을 의미했다. 결국 후미조가 된 곰님과 뒤뚱님 그리고 나는 강촌-대성리 코스에서 큰 사고를 당할 뻔 했다. 봉고차가 갓길로 주행하시던 선두의 곰님을 고의적으로 밀어 버리고 도망을 간 것이다. 넘어졌으면 자칫 큰 사고가 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다행히 넘어지지 않아 사고를 면할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선두조와 대성리 부근에서 합류했고, 여기에서 뒤뚱님이 아쉽게도 라이딩을 마쳤다. 대성리-마석구간은 나머지 7명이 내리막 및 평지에선 35~40km/h로 오르막 구간에서는 15~25km/h 정도로 내달렸다.

마석에서부터 잠실까지는 내가 선두에 섰다. 따라만 다니다가 리드를 하려니 엄청 버벅거린다. 거기다 난시라 밤에 시력이 약화되어 움푹 패인 도로를 못보고 일행들을 몰고 가고… 나야 제일 앞에 있으니 점프해서 뛰어 넘어갔지만 뒤따르던 이슬님이 사고가 날 뻔했다. 결국 속도를 20~27km/h로 제한하고 구리 시내구간을 통과했다. 선두!! 이거 아무나 하는게 아닌가 보다. 차들의 위협운전과 매연을 뚫고 나머지 구간인 구리-동서울-잠실구간을 사고 없이 무사히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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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B란 자고로 산에서 타야 제 맛이라는 다소 엉뚱한 믿음에 로드라이딩을 애써 외면했었던 장거리 초보가 쓴 후기를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울러 끝까지 함께하지 못한 뒤뚱님, 라이딩 내내 우리를 이끌어 주신 락헤드님, 대부분의 구간을 선두에 서서 고생하신 말바 총무 땀님 그리고 완주를 지원해 주신 서포터 페토야님, 잔차님, 파전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또 두분, 하느님과 부처님께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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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유명산소풍 후기 및 홀릭님(?).. (by jayeon) 아차-용마-망우 sync 버전 (by sy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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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
  • 글 잘 읽었습니다.. 글 못쓰신다고 하신 말은 엄살이었네요..^^
    그 봉고차는 잡아서 어루만져('' ;) 줘야하는 건데.. 좀 아쉽습니다...ㅋㅋ
    초보라고 말씀은 하시지만, 이미 초보의 범주에서는 많이 벗어난 실력이신 듯 합니다..
    쳥평에서 먹었던 만두와 찐빵의 맛은 잊지 못할 것 같아요... 또 먹고 싶네요...
  • 그동안의 아네님은 전거탓이었어요.
    엔진은 최상급이었는데...
    이제서야 실력이 나타난거예요.
    함께해서 즐거웠어요 *^^*
  • 10줄까지만 기대했는데. ㅋㅋㅋㅋ
    실감나는 후기, 동영상 편집하다 자주 들러 읽어봐야 겠습니다.
  • 아네님..후기쓰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자전거만 잘타시는줄 알았는데 글솜씨도 보통이 아닙니다.
    생생한 현장중계를 보는듯한 차각에 빠집니다.
  • 그 동안 안돌아 가는 크랭크 돌리시느라 남들보다 운동이 더 된것이 분명합니다...ㅎㅎ
    흔들리지 않고 라이딩하시는 모습이 듬직하니 믿음직 스럽습니다...
    누가 그 모습 보고 초보라 하겠습니까?...후미도 엄청 잘 챙겨주시고...
    카피 한 줄밖에 못쓴다고 하시더니 겸손의 말씀이었군요...ㅎㅎ
    값진 후기 잘 읽었습니다 *^_^*
  • 라이딩시 여유있는 모습 보기 좋았습니다. 이젠 고수의 반열에...
    간결한 문체 또한 투어의 생생함을 다시금 되새겨줌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소양호반 무렵부터 제 후미 봐 주시느라 고생하셨어요.. ^^
    그때부터 근육통이 슬슬 생겼었거든요..
    뒤에서 응원해 주셔서 별로 힘들지 않게 달릴 수 있었습니다!
    역시 숨은 고수는 언제든 표시가 나는 법 인가 봅니다~
    곧 아네님에 이어 모네님도 고수 반열에 오르시길 기대해봅니다
  • 아네님! 글 솜씨가 뛰어납니다. 오랫동안 소중한 기록으로 남을 것입니다.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재능이 많은 좋은 분이라는 것을........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따뜻한 인격의 소유자라는 것을 ......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숨은 고수라는 것을.........

  • 유후~ 공식적(?)인 업무 마감시간에 잠깐 틈내서 정독을 했는데요~ 역시나 감동입니다~
    아빠곰님, 이전에 잠실에서 다치신 이후에는 행운의 여신이 늘 뒤에 따라다니시나봐요..다행히 큰 사고 없이 마치셔서 정말 다행이네요~
    후기 읽고 사진 보면 부러워서 미칠 것만 같은데...열심히 안 한 죄로~ 저는 왠지 부러워도 표현하면 안될 것만 같은데요~ ToT

    정말 다시한번 말바 회원님들 멋쟁이라는 걸 깨닫습니다~!
  • 아네님 너무한데요^^ 글잘 쓰시면서 엄살 부리신것을 보니....
    힘든 여정마치시고 후기까지 쓰시니....잘 읽었습니다
  • 제작년에 가족들과 속초와 설악산을 휴가지로 보내면서 넘든 미시령 고개 엠티비로 그땡여름에 힘겹게,아니 힘차보이게 넘던 그 건각의 1인 라이더 남자를 보면서 나도 잔차 타고왔어야 하는 건데 라고 혼자서 외친 메아리가 다시 떠오르는 군요 자 이제 부터 시작입니다. 그정도의 라이딩에 만족하면 발전없는 것은 다아시겠지요. 랜스의 자서전의 일면을 생각해 본다면 이건 .뭐 아무것도 아니겠지요.~~~~~~~
    건강하고 안전하게 최선의 고통을 이겨낸 최고의 라이더가 되세요.투어 후기 잘읽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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