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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제 6회 280 산악랠리 후기(5) 3구간 던지골 - 숙암리

prollo2005.06.29 15:41조회 수 1944추천 수 3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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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누가 깨우길에 눈을 떴다..
쏘굿님인지 디원바이크님인지 헷갈린다..
나중에 알고 보니 쏘굿님이었다..
"안가세요??"
"가야죠,..!!"
하고 시간을 보니 새벽 4시 37분...
젓됐다.. 너무 늦었다..
4시에 일어나려고 얼람까지 맞춰놨는데 얼람을 씹은 모양이다..
게다가 쏘굿님이 세시반부터 30분간격으로 깨웠을 때 안한다고 버텼단다..
인간이 간사하다...

이젠 힘을내야한다.. 벌떡 일어나서 옷을 챙겼다.. 파워바도 챙겼다..
여분을 분명 꿍쳐 뒀는데 찾아보니 다 사라졌다.. ㅋㅋㅋ...
그게 남아 있을꺼라고 생각한 내가 잘못이었다...
할 수 없이 파워바는 더이상 랠리 진행할 의사가 없는 디프리님한테서 얻었다...
그리고 행동식도 좀 얻었다..
갑자기 생각이 나서 비타민 보충제하고 레모나도 복용했다..

더이상 지체할 여유가 없었다.. 챙길껀 많은데 시간에 쫗겨서 대충 여관을 나왔다...
여관에서 챙겨준 도시락을 들고 나오려 했지만..
영 부실한 반찬에 손이 가지 않았다..
대신 중간에 편의점에 들렸다...
제일 먼저 머리에 떠오른것이 물..
물은 필수 지만.. 아무래도 2%부족하다..
그래서 파워에이드를 1.8리터짜리 두통 사서 물백이 넣었다..
빵도 두개 사서 가방에 넣었다..

이제 던지골을 향해서 출발이다..
달리는 잔차는 나 하나이고.. 주위의 상황을 볼 때 많이 늦은 것이 확실했다...
다른 잔차를 따라서 임도 업힐 구간을 찾으려 했으나 꽝났고 말았다...

급히 디원바이크님에게 전화..
디원바이크님 "왜 먼저 갔어요??"
나 "아직 출발 안하셨어요??"
디원바이크님 "여기 편의점인데요..."
나 "임도 업힐 어디서 시작해요??"
양아님이 얼렁 답해주셨다..
"끝까지 가서 던지골 송어회집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되요.."
송어회집 간판을 보고 계속 달리다 보니.. 김치MTB지원차량이 보인다..
가볍게 인사 때려주고.. 또 달리다 보니.. 왕창님을 만났다..
"왜 이리 늦었서.. 남들은 새벽 두시부터 올라갔는데.."
그리고 아홉시간도 넘게 걸리는 구간이라고 네시에 못끝날 수도 있으니까 빨리 올라가란다...
그 뒤에 몇 마디 더 하신것 같은데.. 대꾸도 안하고 인사도 안하고 그냥 출발했던것 같다..
랠리에 팔려 싸가지가 바가지다...
왕창님 죄송합니다..

ㅋㅋㅋ..
빨리는 올라가고 싶은데 왜 이리 경사가 쎈겨~~
김해에서 오신 분들이 처음 업힐만 오르면 경사가 센 구간이 없을꺼라고 가지고 한다..
그리고 충분히 완주 가능한 시간이니까 서두르지 말라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아직도 심박계의 수치를 보고 달리는 중이라서 따라갈만큼 속도를 못냈다..

천천히 시속 10km이하로 진행이다..
모릿재까지 약 14km 한시간 반만 가면 될 거리이다...
한참 가다보니 예의 낮익은 김치 MTB가 보였다..
인사하고 가는데 저쪽에 19바늘의 여정네가 보였다..
"음.. 포기는 안했군.."
나중에 들은 소식인데.. 김치MTB에서 외솔배기를 새벽 3시가 넘어서 들어섰다고 한다..

좀 더 가니 역시 김치 MTB.. 가볍게 제쳐준다..
ㅋㅋㅋ..
이번 랠리 내내 내 능력으로 가볍게 제친 팀이 아닌가 생각된다..
남부군은 이미 한참 앞서가있어서 더이상 추월당할 일은 없고..
아무튼 누군가에게 상습적으로 추월당하는건 좀 기분이 거시기 하다...

한참 달리다 보니 평지 비스무레한 업힐과 다운힐이 반복된다..
정말 지루한 코스이다..
그런데 갑자기 엉덩이 부분에서 솔솔 화재가 난다..
안장 요기조기 엉덩이를 옮겨봐도 안아픈데가 없다..
전반적으로 까지고 말았다..
양아님의 바디글라이더 일명 엉덩이크림을 발랐어야 했다는 생각이 엄습했다..
이제는 심박과 다리의 고통과 엉덩이의 고통과 싸워야 한데..
그런데 엉덩이의 고통이 가장 힘들게 한다..

갑자기 전화가 울린다
"프롤로님 저 산타에요~~"
"아이구 어쩐일이세요?"
"프롤로님 어디세요??"
"모릿재로 가고 있어요!!!"
"포기 안하셨어요??!!"
"달린게 아까운데 왜 포기해요!! 혹시 포기했으면 확인사살할려고 전화하셨죠??"
"목동님하고 설악맨님이 전화를 안받으셔서요..."
"꼭 완주하세요.. 응원갈려구요.."
"있다 조동리에서 뵙죠~~"

뒤에서 누군가가 말한다..
"다리 근육이 대단하신데요.."
"뭘요 허접인데요.."
"몇시에 출발했는데 아직 여기서 이러고 있나??"
설악맨님이었다..
이제 일행이 생겼다는 생각은 안들었다..
한동안 따라가려면 오버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아무튼 한동안 내 페이스에 맞춰주는듯 하더니..
역시 쭉쭉 앞서 나간다...
그리고는 사라졌다...

드디어 모릿재로 넘어가는 입구에 도착!!
역시 어느 구간이나 끝은 있다..
그래도 다음 구간에 대한 두려움을 이제 일상이 된 느낌이다...

모릿재를 향해서 삼거리에서 돌자마자 웬 지원차량이 서 있었고..
계란 판이 눈에 보였다..
거지 근성 발동..
"저~~ 계란 하나만 얻을 수 있을까요??"
"그러시죠.."
게눈 감추듯 먹었다..
"방울토마토도 드시죠.."
말로는 "괜찮아요~~" 하면서 이미 말끝나기전에 먹고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대구 경북 왈바에서 온 분들이었다..
단백질을 보충하니 몸이 좀 가벼워졌다..

모릿재 삼거리 바리케이드에 도착하니 설악맨님 목동님 까망수리님 불나방님 네명이서 밥을 먹고 있었다..
여기서 파워바 하나 목동님에게 얻는다.. 불량 쏘세지 하나 주고..
이제 다섯이서 팀라이딩을 한 십초동안 했다..
점점 멀어지는 네명을 뒤에서 바라봐야 했다...

팀라이딩은 물건너 갔다..
이제 정말 혼자만의 라이딩이다..
내 뒤에는 디원바이크님과 양아님이 계시겠지...
두명도 두세시간 후면 추월이 예상되었다...

모릿재부터 한동안은 평탄한 길과 업다운이 반복되더니..
얼마후부터는 계속 업힐이다...
굽이를 돌고 다 올라왔다고 생각하면 다음 고개가 눈에 들어왔다..
이런 고개를 수십개를 지났다..
모두 거리에 지쳐서 서로 만나면 얼마나 남았냐고 묻는게 완전 자동이다..
달려본 경험이 있다는 사람조차 감을 못잡고 세시전에는 끝난다느니.. 시간안에는 완주 꼭 가능하다느니..
의견이 분분하다...
물도 없어서 물 만나기가 정말 하늘의 별따기였다..
다행히 물백에는 아직 파워에이드가 넉넉히 있었다..

파워에이드의 좋은점!!!
먹을때 수분과함께 당분도 보충이 되어 힘을 지속하는데 도움을 준다...
배고플때 많이 마시면 배부르고 좀 견딜만 하다..
물만으로는 2%부족했던게 채워진 느낌이다...

다행히도 아침 안개가 걷히면서 강해지려던 햇살이..
서서히 구름에 가려오기 시작했다...
땀도 훨씬 덜 났다..
그래도 평소와는 다르게 꾸준히 달려와서 몸이 말은 안듣는 정도가 심각하다...
그 긴 업힐 구간에서 무려 세번이나 일이십분씩 길에 드러누워 버렸다..
관악 소방서분들도 치고 나가고...
남은 사람들은 나와 페이스가 비슷한 사람들 한둘이었다...
이제 확실한 팀라이딩이다..
중간에 물도 찾았다.. 하늘의 도우심이었다..
맛을 약간 녹슨 금속맛이 나지만 절대 문제가 안됬다..
파워에이드가 들어있는 물백에다가 걍 퍼부었다..^^

가리왕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
그러나 오르고 또 올라도 점점더 빡세진다...
지도를 봐도 감을 못잡겠고..
단지 고도는 점점 올라가는 느낌이었다..
저 멀리 보이던 봉이 손에 잡힐듯 다가와서는 바로 그 봉 사이로 난 길로 지나고 나면 다음 봉이 저 멀이 보이고..
다시 가까와지기를 수차례 반복한 끝에..
웬 발딱 선 콘크리트 업힐과 마주쳤다..
여기서 더 버티지 못하고 가방을 내려 빵을 하나 꺼내먹었다..
그런데 거기가 개미굴이었다.. 빵을 보자 개미떼들이 개떼처럼 달려들었다..
가방에도 엄청나게 들러붙었다..
잔차를 타고 움직이다 보면 가끔 놀란 벌들이 위협적으로 주위를 돈다..
첨엔 신경쓰이더니 물테면 물어라 식으로 그냥 무시하고 진행한다..
이름모를 벌레들이 자꾸 달라붙어 다리를 뜯어댄다.. 첨에는 쫒지만 나중에는 그냥 인정한다...
하물며 아무 해없는 개미야~~
그냥 가방을 들쳐업고 단체 미아로 만들어 버렸다...

발딱 선 콘크리트 업힐을 지나가니..
더이상 잔차를 끌지 않아도 될 만한 구간이 보였다..
현재 잔차를 타는 조건..
길이 좋아야 한다.. 길이 안좋으면 아무리 평지라도 엉덩이를 갉아먹어서 무지 아프다..
내리막이어야 한다.. 안장에 엉덩이를 안붙여도 되니까..
그 외에 길이 조금만 울퉁불퉁해도 끌어야 한다..
너무 아파서 나중에 보니 패드에 피가 묻어 있었다..

잔차를 타다 끌다 계속 진행하다보니..
웬 사람이 정신없이 잔차를 타고 오는것이 보였다..
시간이 두시 이십분정도였는데.. 바로 디원바이크님이었다..
양아님은 뒤에서 오신다고 하고 바로 지나친다..
디원바이크님과 헤어지고 나서 장전삼거리에서 다시 만났다..
인사만 대충하고 계속 끌바로 마항치를 향해서 진행했다..
장전삼거리에서 마항치로 가는 길도 역시 한없는 업힐이었다..
타자니 아프고 안타자니 시간이 아쉽고..
힘은 남아도는데 언제 써야할지 애매했다..
디원바이크님은 먼저 지나가면서 양아님하고 같이오라고 하고..
양아님은 그냥 타고 먼저 지나갔다..

한없이 잔차를 끌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언제 힘을 내야 할지..
시간내에 완주는 할 수 있을지..
완주 못하면 어떻게 할지...

드디어 가리왕산 임도의 최고점에 다다랐는지 딴힐이 시작되었다..
그래!! 여기서부터 쏘자는 생각에..
마구 밟아댔다.. 출중한 몸무게를 최대한 이용해야 시간안에 완주 가능하다...
코너링에서 브레이크 잡는걸 최소화 했다..
다리로 페달 누르기.. 손으로 핸들바누르기에다가 몸으로 잔차 틀면서 회전하기등..
온갖 잡팁으로 코너에서도 30km이상을 유지하면서 우다다 쏴 내렸다..
평속 30km유지할 경우 2분에 1km 초당 약 8.5미터 진행.. 말이 초당 8.5미터이지 1초만에 3층건물에서 떨어지는 것과 같다..
잘못해서 넘어지거나 부딫히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게다가 임도다...
내리막에서도 심박이 150을 훌쩍 넘고 있었다..
그정도로 시간에 쫗기고 긴장하고 있었다...

마항치에 도착했다.. 마항치.. 그렇게 오고싶던 곳인데..
막상 도착하니 가방에 붙은놈들빼고는 개미새끼하나 얼씬하지 않았다..
얼렁 길을 잡아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앞으로 약 한시간 십분정도 남았다..
12km딴힐에 약 2km업힐..
무조건 밟아댔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엉덩이도 안아팠다..
내리막에서 속도 안나면 바로 기어 올리로 페달링으로 쳐버렸다..
예상대로 2분에 1km씩 가는 줄 알았다..
하지만 업힐이나 평지구간이 생각보다 길어서 시간이 많이 걸렸다..
중간에 샛길들이 보였지만 바퀴만 보고 따라갔다..
조금이라도 내리막이면 속도를 내려고 안간힘을 썻고..
업힐에서도 평속 10km는 유지하려고 절대 잔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드디어 마지막 코너를 돌자 낮익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허거덩..처음 업힐 끝난 지점의 통나무집 이었다..
12km만 내려오면 끝인줄 알았는데 앞으로 7km정도를 더 내려가야 한다..
평속 30km유지때 예상 시간 14분..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았다..
"조때따.."
속으로 외쳤다..

손에 감각이 없어질 정도로 쏘고 또 쐈다..
중간에 바퀴가 쓸려서 아찔하기도 했다..
브레이크 잡은 손이 얼얼해져서 할 수 없이 중간에 내릴때 너무 아쉬웠다..
단 몇 분 차이로 희비가 갈릴 순간이었다..
산길을 달리고 달려 우당탕 딴힐하다보니 저 밑에 숙암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숙암리가 보일수록 기쁨은 사라지고 점점 더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급코너와 경사를 고려할때 시속 30km는 자살행위였다..
결국 속도를 줄이기로 결정하고 25km정도로 떨어뜨렸다..
완주는 내년에도 할 수 있지만..
삶은 두번다시 반복할수 없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끝까지 다 내려와서 도로에 들어서니 오히려 맘이 편했다..
4시가 바로 넘었기 때문이었다..
결승선에 도착해서 기쁨의 한마디를 외쳤다..
"완주!!"
독수리님은 "완주 못했어요~"라고 받아쳤지만..
아무튼 시간이 지났어도 완주는 완주였다..
그리고 불과 작년 11월까지 산에서 계단 딴힐도 제대로 못 하던 허접이 280을 완주했다는 사실이 정말 감격스러웠다..
이렇게 나의 280은 숙암리에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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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진널널 신월산 오르기... (by 리발버) 속초 당일 왕복(10/3일) -왈바 두번째 후기- (by 일로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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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2
  • 아... 제가 완주한 것 같네요. 생동감 넘칩니다.
    가쁜 숨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멋집니다.
  • 프롤로님의 완주후기 가슴이 미어져옵니다..ㅎㅎ
    그동안 처절했던 라이딩지가 오늘에서야 완성되었군요 축하합니다.
    다음 배후령 정복을 위하여 빠샤~~~~~~
    목동의 갈굼속에 프롤로님의 도전은 계속됩니다.
    수고했어요...^^
  • ㅋㅋㅋ..넘 길어요..프롤로님...고생하셨습니다.
    왠만하면 같이왔을텐데 중간에 너무 놀아제껴서 좀 급했습니다.
    심박 페이스대로 끌고오리라 확신했기에 바로 마항치로...^^
  • 아 버림받을 때의 기분 ㅋㅋㅋ 잘알죠.
    근데 깊은 산에서 버림받으면 ... 완주 축하드립니다
    부산팀들도 한번 올라가야 하는데 멀다는 핑계로 ㅎㅎ
  • 재미와 울림을 주는 글이네요 사무실에서 매일 야근 철야하다가 힘을 얻고 감사히 읽고갑니다
  • 이런글 읽고나면....
    나 지원조 안할래~~~~내년엔 전투조 할래라고 하며...오버하게 된다니까....
  • 저를 버리고 갔길래 아무거나 걸리기만 하면 좀 씹을려고 다 읽어봤는데
    레이를 버리고 도망간 것을 빼고는 씹을만한 것이 없네요. ㅡ.ㅡ;;
    프롤로님 완주를 축하드립니다. ^^
    인간승리 만쉐이~~~ ^^
  • 정말 대단해요 그렇게 힘들었을텐데 ~~~
    나 같았으면 아무 기억도 안났을텐데
    비상한 머리 ㅋㅋㅋㅋㅋㅋㅋㅋ
  • 섬세하게 잘썼네요. 축하드립니다. 짝짝짝~~
  • 인간의 한계을 극복하고 생과사의 길목에서 인간승리에 박수을 보내며 생생한 감동의 후기에 내년에 꼭 나도 도전 하여 보리라는 마음을 같게한 후기 잘보았구요 다시한번 축하 드립니다
  • 이제 프롤로님도 짐승이 되셨군요^^. 추카드립니다.
  • 훌륭하십니다. 내내 마음 조리며 글 읽었습니다. 김치엠티비 머리 긴 놈입니다 ^^
쏘굿
2005.07.01 조회 2456
baramzon
2003.06.09 조회 983
레드맨
2003.01.12 조회 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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