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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자전거' 속초투어 후기

osamu212005.04.09 11:15조회 수 3569추천 수 4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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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투어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고양, 일산을 중심으로 뭉친 아름다운 자전거는 4월2일 일찌감치 속초에 다녀와 이렇게 글 남깁니다... 자전거를 좋아해서 모였지만, 이젠 사람이 더 좋아집니다!

http://cafe.daum.net/bikeline





삶의 무게가 나이가 들어갈수록 조금씩 조금씩 무거워져 내 어깨를 짓누른다~

라이딩을 일주일쯤 앞두고 그 전날 마신 술로 절은 몸을 이끌고 꾸역꾸역 잔차를 끌고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서려고 하자, 집사람이 묻는다. '왜 그렇게 힘들어하면서 굳이 속초에 갈려 그래?' 정신이 번쩍 든다. '그래, 내가 왜 속초에 갈려는 거지!' 나 자신에게 답을 찾기 위해 묻는다. 우리 아자에서 정한 거니깐 그냥 가는 걸까? 아니면, 남들 다 가는 분위기니깐 빠지기 뭐해서 가는 걸까? 아니다. 분명 그런 건 아니다.
나에게 가해진 삶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속초에 덜어놓고 오고 싶었던 게다.



근 한달 가량을 속초 생각만 했다. 과연 어떤 곳일까? 어떤 느낌일까? 갈 수 있을까? 낙오되지나 않을까?  성공하고 마시는 회 한 접시와 소주는 얼마나 달콤할까? 온통 머릿속이 속초로 가득했다. 3주전부터 나름대로 열심히 출퇴근도 하고, 토요 벙개에도 참석해서 훈련을 했다. 실력이 조금씩 향상되는 걸 느끼며 약간의 자신감도 생겼다. '해볼만 하겠는걸...'

라이딩 전날 9시부터 자리에 누웠지만, 요즘 불면증 기미도 있던 차에 잠이 올 리가 없다. 필사적으로 잠을 청해 보지만, 온갖 망상만 떠오를 뿐이다. 12시가 넘어서야 겨우겨우 잠이 들었지만, 1시 40분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 나의 예민함에 진절머리가 난다. 준비하고 걸어서 팬텀샵으로 갔다. 응원차 나오신 비키라님과 국선씨가 무척이나 반갑다. 자! 이제 정말이지 출발이다!!!

미사리에서 잔차 셋팅하고 컴컴한 암흑 속을 헤치며 4시 40분 출발! 예상외로 새벽공기가 차갑고, 강바람이 매섭다... 아무리 달려도 몸에 한기가 느껴지며, 겨울철 라이딩보다 더 손발이 시렵다. 양평터널에 들어갔을 땐 터널안이 넘 따뜻해서 나가고 싶지가 않았다. 그러나, 활시위는 떠났고, 우리는 그저 묵묵히 달릴 뿐이다. 하지만, 악조건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홍천을 지나 부대찌게로 아침식사를 하고 나니 추위가 한결 가시고, 라이딩하기 좋은 날씨로 변해 있었다. 그래! 이제부턴 정말 한번 달려 보는 거야!

생각했던 예상 시간보다 상당히 앞서고 있었다. 잠실이 아닌 미사리에서 출발했기 때문일까~ 홍천을 훌쩍 지나, 신남을 향하고 있을 때, 컨디션은 괜찮았고, 좋은 예감이 들었다. 그러나, 서서히 걱정했던 무릎의 통증이 느껴져 온다... 그 전부터 무리한 라이딩엔 속절없이 따라오던 오른쪽 무릎관절의 통증이 강도를 높여온다. 아! 무릎아! 오늘 하루만 비켜가 주면 안 되는 거니... 신남 쯤에서 순욱님, 노짱님, 푸우님, 모범님 등이 치고 나가실 때, 2진으로 쳐졌다. 무릎도 무릎이지만, 체력을 비축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행히, 신지님이 2진에 계셔서 무조건 신지님 뒤만 따라갔다. 토요벙개 등에서 신지님과 호흡을 많이 맞춰서 편하다.

인제에 다다랐을 때 오른쪽 무릎의 통증이 극심해지고, 오른쪽 무릎대신 왼쪽무릎 위주로 페달링을 하니 왼쪽도 무리가 온다. 열량보충시간에 생각했다. 차에 잔차실고, 미시령 입구까지만 가서 미시령만 어떻게 넘어볼까... 엄청난 유혹이었다. 그런다고 누가 뭐라 그러는 것도 아니잖아~ 하지만, 결국 진통제 2알을 택했다. 어떻게든 가보는 거다. 어떻게 되겠지...

인제를 지나 용대삼거리로 향했다. 진통제가 듣는 건지, 무감각해진 건지, 무릎은 견딜 만 했다. 그래, 이제 식구들도 따라 올 거고, 모두들 잘하고 있는데, 나도 할 수 있다. 용대삼거리에서 열량 보충 및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미시령 입구에 들어섰다. 미시령 정상까지 7킬로란다. 업힐은 고통이다. 숨이 넘어가고, 허벅지 근육이 굳어 버리며, 종아리의 세포 하나 하나가 터져 나갈 것 같다. 그래서 난 그 고통을 조금이라도 단축시키기 위해 선두로 치고 나갔다. 끝없는 업힐을 앞에 서서 생각 없이 페달을 굴릴 뿐이다. 정상기점 1킬로에서 한계가 온다. 내리고 싶다. 쉬고 싶다. 하지만, 쉰다고 뭐가 달라지겠는가~ 그저 오를 뿐이다. 신지님이 다시 앞으로 서서 끌어 주신다. 조금 후 집사람과 아이들이 일산에서 차로 부지런히 달려와 절묘한 타이밍에 응원을 해준다. 그 힘으로 마지막 500미터를 단숨에 차고 올랐다..

이런 기분이었구나! 나를 이기고 정상에 선다는 게... 그 뿌듯함은 이루 말 할 수가 없다~
한 명씩 한 명씩 정상을 향해 올라온다. 난 파이팅을 외치고, 박수를 보낸다. 우리 팀원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75를 향해님, 순욱님, 노짱님, 홍돈님, 신지님, 제닉스님, 모범운전님, 푸우님, 정말이지 너무너무 자랑스럽다. 특히, 팬텀님, 미키님 잔차를 타지 못해 아쉽겠지만, 우린 모두 다 같이 완주한 거라고 생각한다...



다시, 팍팍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삶의 무게가 한결 가벼워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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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hehe1004
2007.01.27 조회 3719
미니메드
2008.07.06 조회 3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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