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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지기 아쉬워 글로쓴 추억..

k7shadow2005.04.05 13:02조회 수 4861추천 수 10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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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았지만 잊혀지기 아쉬운 여름방학의 추억을 다시 되네어 본다..
어렸을때부터 아버지와 함께 자전거타는 것을 좋아했었다. 매주 주말이면 아버지는 나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여의도라는 먼 목적지를 향해 힘찬 패달질을 하였었다.
한번 출발하면 끝장은 보는 성격탓인지 몇 번을 쉬었다 가든 항상 여의도까지는 가는게 보통이었다. 1시간이 넘게 걸려 힘들게 도착한 여의도의 스넥카버스에서 먹는 우동맛이란...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그때부터 자전거타는것을 좋아했던것인지.. 중학교때는 동네에 같이 사는 친구를 뒤에 태우고 함께 등교했었고, 고등학교때 역시 자전거를 타고 등교 했었다. 고등학교 1학년때는 신학기인지라 서로 폼을 재느라고 자전거를 타면 어린애 취급을 했었다. 그러나 2학년이 되면서 친해지고 서로 알만큼 알아가면서 자전거는 취미생활의 한 부분이 되고 있었다. 내가 먼저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서 친구들이 하나씩 같이 타기 시작하여 아침 7시 30분이면 삼익아파트 앞 사거리에 모여서 같이 등교했었다. 아침에는 서로 일어나는 시간도 다르고 집도 거리가 있었기 때문에 시간 맞추기가 어려웠지만 다들 잘 지켜주어서 내심 고마웠다. 학교 앞에 자전거를 묶고 같이 걸어들어가는게 그냥 좋았었다.
고3이 되면서 야간 자율학습이 시작되고 밤 11시 까지 학교에 있어야 했기 때문에 지친 몸때문인지 버스를 타고 통학을 하게 되면서 자전거와는 조금 멀어졌었다.
그러면서 대학을 오게됐고 여유시간이 많아지면서 다시 취미생활을 해보고 싶어서 생각해낸것이 바로 자전거였다.
하지만 취미생활로 하려면 일반 동네에서 타는 자전거보다는 조금 고급스러운 mtb라는 자전거가 있어야 좀 폼이 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mtb를 마련하기 위해선 적어도 4~50만원 정도의 돈이 필요했고 학생인 나로서는 그냥 상상속의 자전거일 뿐이었다.
여름방학이 되면서 평범하게 생활하는게 싫은 나는 ‘그래도 명세기 대학생이나 됐는데 1학년 여름방학을 뭔가 기억에 남는 일로 채울순 없나?’라는 생각을 하게됐고, 생각해낸것이 자전거 여행이었다.
여행을 결정하고서 계획을 세우는것은 참으로 가슴설레고 행복한 일이었다.
우선 자전거 여행을 하려면 자전거가 있어야되고 여행 경비도 있어야 된다. 그리고 자전거가 마련된다면 1주가 되든 2주가 되는 힘들이지 말고 여행식으로 서울에서 멀다면 먼 부산을 자전거 타고 갔다 오자. 이게 내 처음 계획이었다. 하지만 일이 계획대로만 된다면 나는 벌써 백만장자가 되었을 것이었다.
자전거 살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1달이면 7~80만원은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인터넷을 뒤져  마트에도 가보고 백화점, 음식점등 여러곳을 가봤다. 하지만 여름방학 때여서인지 사람이 다 차기도 하고 나와 시간대가 안맞기도 하여서 허탕치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날 밖에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광고지를 보게됐다.
‘서점에서 일한다고 하면 남들이 고상하고 지적이라고 생각하겠지, 뭐 얼마나 힘들겠어..’라고 생각하면서 담당자 한테 물어보니 7월 1일부터 나오면 된다는 것이었다. 시급이 썩 좋은편은 아니었지만 한달동안 꾸준히 일하면 계획에 차질은 없을것이라고 생각하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서점 아르바이트가 그렇게 힘든줄은 몰랐다. 책을 들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무게가 장난이 아니다. 그런 책을 1층에서 지하로, 2층으로 나르다 보니 운동을 안해서 얇아진 팔이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부산을 가는건 가는건데 혼자 갈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물론 내 스타일이 혼자노는걸 좋아하지만 이건 좀 상황이 달랐다. 같이 갈만한 친구를 골라봤다. 고등학교때 같이 자전거를 타고 자전거를 좋아하는 놈만 골라서 3명정도가 리스트에 올라왔다.
K.H.J , K.T.W , C.H.B 이들한테 내 계획을 말하고 어떻냐고 물어보았다.. 그러나 이들은 정상인이었다..
나보고 미친거 아니냐고 그런 뻘짓을 뭣하러 하냐고 구박만 했었다. 그런데 한놈은 좀 긍정적이었다. 이놈역시 자전거를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하는 자식이다. “이럴때 아니면 언제 또 이런 뻘짓을 해보겠냐~, 나이더 먹으면 하래도 못한다 지금이 기회다, 갔다오면은 확실한 추억이 될것이다.”이렇게 꼬셔서 같이 가기로 결정을 했다. 천만 다행이었다. 그런데 이친구 역시 자전거라곤 동네에서 타던것 뿐이니 그걸로 부산까지 간다면 그야말로 기인열전 이 될 것이었다.
그나마 좀 저렴한 mtb로 한 대는 있어야 갈 수 있다고 말하니, 그래. 한번 타고 버릴것도 아닌데 이번 기회에 마련 하는것도 괜찮다는 것이었다. 점점 계획과 가까워지고 있는걸 느끼며 몸은 점점 달궈지고 있었다..ㅡㅡ;
산악자전거 싸이트를 밤낮으로 돌아다니며 중고 자전거로 괜찮은 놈을 찾던 찰나. 괜찮은 놈이 하나 걸렸다.
50만원에 중급정도의 기능을 가진 놈이었다. 이거 하나 있으면 부산정도는 갈수 있을거라고 말하니 50만원은 좀 무리가 있지만 그 가격에 그정도 기능이면 괜찮다고 구매를 결정했다. 그런데 이 판매자의 위치는 지방이었다 포항이지 울산인지 되게 먼곳이었다.. 택배를 통해서 거래가 이루어져야하는 상황이었다. 택배의 위험성을 알기 때문에 50만원중에 25만원만 선불로 지급하고 나머지는 물건을 받은다음에 지급하겠다는 조건으로 거래를 마쳤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자전거는 오지를 않고, 판매자의 연락은 두절이 되는게 아닌가.. 점점 불안한 마음으로 기다리던중 싸이트에 글이 하나 올라왔다. 제목은 “요즘 사기가 급증하오니 사기꾼 조심하세요..” 내용에는 우리가 거래하기로 했었던 그 사람의 전화번호와 이름 그리고 사는곳까지 소개가 되며 이놈이 사기꾼이니 조심하라는 내용이었다... 씨바. x됬다! 며칠만에 25만원 이라는 거금을 사기당한것이었다...그 사건 이후 의기소침해진 녀석..
처음 사는 mtb인데 사기를 당했으니.. 작은돈도 아니고 학생한테 25만원씩이나... 맥이 풀리며 의지가 꺽여지는것을 느꼈다. 조금더 돈을 들여서 자전거를 사라는 말을 차마 하지 못했다. 이러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녀석이 빵꾸가 났으니 천상 혼자 움직여야 되는 상황으로 움직였다.
나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전거 부품을 하나하나 모으기 시작했다. 어려서부터 멀쩡한 물걸들을 뜯어서 고장내는게 내 취미였기 때문에 취미생활을 하면서 기계같은것들은 잘 다루게 되었다. 자전거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동네 친구들은 자전거가 고장나면 나한테 먼저 찾아와서 고쳐달라고 까지 했었다..ㅡㅡ;; 이런 실력을 바탕으로 자전거 부품을 하나하나 모아가며 완성될 자전거를 꿈꾸고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도중에는 돈이 없었으므로 알바끝나면 바로 갚겠다는 약속으로 돈을 빌려서 부품을 샀다. 대학교 친구인 C.B.H의 도움이 컸다. 이자로 270원 씩이나 더 붙여줬다.ㅋㅋ 그렇게 왠만한 부품이 모여질때쯤 아르바이트의 한달이 끝나가고 있었다. 이제 조립만 하면 완성된 자전거를 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은 들뜨기 시작했다. 7월 31일로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막바지 부품을 수급하면서 3~4일이 흘렀다. 사당에서 바퀴를 사고, 집에 오는길에 분당에 들려서 브레이크와 핸들을 사는 식으로 바쁘게 움직였다.
자전거 조립은 생각만큼 어렵지 않았다. 전용 도구가 필요한 부분만 자전거가게에 도움을 요청하고 나머지 작업은 내 손으로 직접 할 수가 있었다. 브레이크에서 바퀴, 기어등.. 들뜬 마음으로 조립을 하다보니 2일만에 완성이 되었다. 완성된걸 보고만 있자니 잠이 오질 않았다. 테스트도 할 겸 바로 한강으로 달려나갔다. 모든 부품들이 아직 길이 안들었기 때문에 약간의 소음이 있기는 했지만 곧 나아졌다.
자전거는 생겼겠다. 이제 출발만 하면 되는데 혼자 부산이란 곳은 너무 먼. 다가서기 힘든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쩝.. 어차피 이렇게 된거 포기할수는 없는일이었다.. 2주동안의 친구와 함께 부산여행 대신 2박 3일 동안의 홀로 속초 여행으로 계획을 수정했다.(그놈의 대학교 1학년때의 여름방학의 추억이 뭔지.. 단지 그것만을 위해 이렇게 쌩뚱맞은 계획을 짜고 있었던 것이다. 쿨럭!)
부산이었으면 2주를 계획했기 때문에 여유있게 움직일 계획이었지만 속초는 2박 3일이었기 때문에 결코 여유가 없는, 아니 빡센 여행이 될꺼라고 짐작했다.
7월 6일. 자전거가 완성되고 자전거의 문제점을 수정하면서 훈련에 들어갔다. 15일날 출발한다는 게획으로 불과 일주일 정도의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해보니 만만한 작업이 아니었다. 훈련이란 우리집에서 여의도까지 40분 내로 들어가는 훈련이었다. 처음 2일 동안은 내 다리가 내 다리가 아닌듯 하고 사타구니쪽의 고질적인 압박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목적지는 결코 여의도가 아닌 속초이기 때문에 이 훈련을 이겨내지 못하면 여행자체가 취소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패달질을 했다. 컨디션이 좋은 일요일날은 아침에 한번 저녁에 또 한번 여의도를 찍고오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면서 점점 자전거와 나는 한몸이 되어가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드디어 디데이.. 부모님은 친구와 같이가는 것이라면 그나마 안심을 하겠는데 혼자 그것도 자전거를타고 멀리 떠나는 나를 걱정하셨다. 하지만 이번 여행만을 위해 1달 하고도 반동안 매진해 온걸 생각해보면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었다. 부모님을 안심시켜 드리고 허락을 받았다. 가방에는 영양보충용인 초코바와 연양갱 5천원어치와 잘 때 입을만한 긴팔티와 속옷, 물, 지도 등으로 꽉 차 있었다. 새벽 6시에 출발을 하였다. 내가 길눈이 남들보다 조금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길을 갈때는 집중에 집중을 더했다. 지도와 이정표를 따라가며 그동안 훈련으로 익숙해진 패달링의 스피드로 맞춰가고 있었다. 자전거를타고는 고속도로를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오로지 국도만 이용해서 가야했다. 하남시를 지나서 팔당호 옆을 지나갈때쯤 터널이 나오기 시작했다. 동네의 차도에서 타던 것을 생각하면서 가려고 해도 국도에서의 차들의 움직임이란 옆에 서있지 않으면 모를 끔찍함으로 다가왔다. 더군다나 터널로 들어가면 차의 소리가 계속 울리기 때문에 어느정도 접근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상황에서 터널의 갓길은 쫍고 거칠기만 하여 옆에 큰 덤프트럭이라도 지나가면 가슴이 덜컹내려 앉았다. 그런데 이런 터널이 5개가 연속으로 되있는건 뭐람~..처음부터 만만치 않은 여행이될 것이란걸 암시라도 해주는것 같았다. 무조건 조심해서 가자 이렇게 가다가 사고라도나면  완전 개죽음당하는 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천천히 조심해서 터널을 빠져나오니 탁 트여진 길이 보인다..이제 속도좀 낼수 있겠는데 하며 페달에 힘을 가한다. 속도계의 숫자가 상쾌지수를 표현하는 것인지 20 30 35 까지 올라가는 것이었다. 내리막 길만 됐어도 더 나오는건데.. 흠! 이렇게 3시간 정도 쉬지않고 달렸으려나 조금 지쳐오기 시작할 때 앞에 휴게소가 나타난다. 이번여행의 컨셉은 무전이다 무전! 보통때 휴개소에서 먹던 우동을 멀리하고 미리 챙겨온 초코바와 양갱으로 영양을 보충한다. 좀 쉬고 나니 이렇게 여행은 시작되었구나 하는 생각에 뭔지모를 감동이 밀려온다.
출발했으면 최선을 다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들뜬 마음으로 휴게소를 빠져나왔다. 이럴때 친구라도 같이 있었으면 의지가 되고 말이라도 하면서 재밌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물은 업질러졌다. 주워담기에는 너무 늦었다. 현실에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패달질을 한다. 어느덧 경기도를 빠져나와 강원도로 들어서고 있다. 강원도에 들어서니 국도길은 좀 시골길 스럽다고 해야되나? 마을이 하나 나오면 그 마을에 파출소 동사무소? 보건소같은것들이 밀집해 있고 그 작은 마을을 빠져나가면 주위가 온통 산에 길만 휑하니 뚤려있다가 더 가면 또 마을이 있고 마을을 지나가면 길만 나오고 이런 패턴의 연속이었다. 양평을 지나 원주 횡성 홍천까지 갔을때 2시가 넘어가면서 배가 고파오기 시작한다. 음식점을 유심히 보며 지나가다가 순대국이라고 써있는 허름한 음식점이 보인다. 원래 내공이 많으면 티를 내지 않는법. 집이 허름할수록 맛이 좋을거라는 생각으로 평소에 좋아하던 순대국을 시켰다. 역시나 예상적중!! 배가많이 고파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여태껏 먹은 순대국 중에서는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다 시골의 인심이란... 순대국에 공기밥은 하나를 더 얹어 2개를 주셨다. 자전거를 타고 서울에서 출발해 속초로 가는 길이라고 말하니 삶은계란 4개를 싸주시는게 아닌가. 서울에서는 좀 보기 힘든 모습이었지만 순대국집의 할머니같은 분 때문에 아직 세상은 살만 한가보다 라는 생각을 했다. 배도 불렀겠다 날씨도 좋겠다. 이제 가는일만 남았다라고 생각하며 속초를 향해 달음질 치고 있었다. 일주일 정도의 훈련으로는 조금 부족했는지 페달이 점점 무거워졌고 기어 단수를 낮춰가니 속도계의 숫자는 20을 선회하고 있었다. 첫날 어디까지 가야만 한다는 목표는 없었다. 첫날 페이스에 따라 2박3일의 여행이 될 수도 있고 3박 4일의 여행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포기하지는 않았다. 속도는 느려졌지만 여전히 전진하고 있는 상태였다. 돌아가지만 않는다면 목적은 이룰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패달링에 전념했다. 때는 8월 15일.. 광복절.. 여름이 거의 지나갈 무렵이었고 강원도 산골이의 어둠은 서울보다 부지런 한 것 같았다. 5시가 넘어가면서 슬슬 어두워지고 있었다. 얼른 하룻밤 묵고 갈 곳을 찾아야 했다. 조금은 무리를 해서 왔던 탓인지 어느덧 현재 위치는 강원도 설악산 백담사 입구였다. 첫날 177km라는 거리를 자전거를 이용해 온 것이다. 이정도면 뜻밖의 수확이었다. 첫날 힘들면 둘째날 셋째날이 조금더 편해진다는것을 알았기 때문에 조금은 마음이 놓여졌다. 여름의 햇볕을 받으며 자전거를 탄 상태인지라 몸은 그야말로 땀범벅이 된 짐승이었다. 얼른 24시간 사우나를 찾아 목욕도 하고 잠도 자야되는데.. 하며 사우나를 찾았지만 백담사 입구에는 적어도 24시간 사우나가 없는 것이었다. 있을리도 만무할것이 산 초입새에 무슨 목욕탕이 있겠냐는 것이었다. 씻을곳을 찾던중 산자락부터 내려오는 시내가 보여다. 몸은 씻어야 겠고 목욕탕은 없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흐르는 내에서 몸을 씻는것.. 주위를 살펴보니 인적이 없는듯 했다. 얼른 땀에 쩔은 옷을 벗고 냇물로 들어갔다. 으~~~ 약간은 차갑기도 하고 발에 미끄덩거리는 이끼의 느낌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맑은 물에 이렇게 목욕해보는 것을 누가 해볼것이며 얼마나 해볼것이겠냐는 생각에 마냥 즐겁기만 했다. 머리도 행구고 온몸 구석구석 잘 닦았다. 아! 시원하다~.. 목욕을 마치고 물기를 닦은후 챙겨온 긴팔티와 긴바지로 갈아입고 잠 잘 곳을 찾았다. 그런데 하필 이런곳에 음식점은 많은데 교회도 없는것인가~ 교회라도 있으면 들어가서 부탁이나 해보겠는데 그 흔한 교회조차 없으니.. 하늘도 무심하시지.. 누울곳을 찾던중 냇가를 가로지르는 다리가 하나 있었다. 그 다리밑은 왠지 아늑해 보이는 느낌이 들었다. 바닥은 잘게 부서진 자갈들로 되있고 불빛을 막아주어 잠자기는 좋을듯 했다. 어느정도 자갈들을 고른다음에 누워보았다. 이상하리만큼 편한 자세가 나왔다. 심심할까봐 가져온 엠피쓰리를 귀에  꼽고 손으로는 핸드폰을 만지며 친구들한테 문자를 보냈다. 문자를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완연한 밤이 되었다. 그런데 허걱! 머리 위로 고양이가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집근처의 도둑 고양이들은 사람이 다가가면 피하지만 그곳에 고양이는 나를 무시하는듯 했다. 그렇지만 고양이들이랑 같이 잘수는 없는일이었다. 황급히 짐을 챙겨서 다리위로 도망쳐 올라와서는 다시 누울곳을 찾았다. 유후~ 스테이지 발견! 놀이터가 보였다. 놀이터에는 벤치가 ㅁ자 모양으로 있었다. 한쪽에는 자전거를 기대어놓고 한쪽에는 가방을 풀고 한쪽에는 내가 누웠다. 하늘을 보니 별들이 쏟아질듯 보였다. 별자리를 알지는 못하지만 큰곰자리를 찾아보겠다고 멍하니 보고 있는데 슬슬 졸려오기 시작한다. 내일을 위해서 자야될것 같아서 잠을 청하는데 졸리기는 한데 잠이 오질 않는다. 추위 때문에 잠이 오질 않는것이었다. 서울 같았으면 열대야니 뭐니 해서 한강에서 돗자리 피고 반팔에 반바지 입고 자는 사람이 수두룩 할텐데 이곳은 서울과 사정이 달랐다. 긴팔에 긴바지를 입고 있는데도 닥살이 돋을 정도로 추워서 잠은 커녕 누워있는것도 힘들어졌다. 그런 상태에 모기들은 왜이렇게 전투력이 향상이 되었는지 옷정도는 우습다는 듯이 뚫고 들어온다. 점심때 먹은 순대국은 이미 소화 완료상태로 배까지 고파오니 상태는 최악 그 자체였다. 배고픔은 초코바로 해결할수 있었지만 추위는 심각했다. 다시 쉴곳을 찾아 방황하던때에 공중 화장실이 보이는 것이었다. 그곳은 관광지 이기 때문에 화장실에도 신경을 많이 쓴듯 굉장히 깨끗하였다. 사람도 없고 실내라 바람도 막아주고 불빛도 있어서 금상첨화였다. 지친몸은 잠을 원하고 있지만 변기에 앚아서 자는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었다. 버스에서 앉아서 자기. 대학교 4층 휴개실에서 의자3개 붙여좋고 누워서자기등은 통달했지만 좌변기에서의 잠은 난이도가 좀 높았다. 몇시간 뒤척이니 새벽 2시가 넘어간다. 그래도 잠은 잘수 없었다. 에잇 어차피 이렇게 된거 잠은 포기하고 자전거나 손좀 봐야지. 마음먹고 자전거를 손보기 시작한다. 기름이 필요한 부분에 기름칠도 해주고 브레이크선과 기어선등의 길이도 다시 조절해주고 바람도 적당하게 다시 맞춰주면서 작업을 했더니 시간이 잘 갔다. 4시가 넘고 있었다. 이제 좀만 있으면 동이 트겠다 기대하고 뜬눈으로 밤을 새고 있었다. 모기와의 혈투를 벌이면서 시간을 보내기란 고문과도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시간은 흘러 동이 트기 시작하면서 움직일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제 배가 고파지는것이었다. 아침일찍 문 연곳이면 아무곳이나 들어가자 하면서 그 일대 음식점을 찾아보았다. 순두부집에 6시 30분에 문을 여는것이었다 잽싸게 들어가서 그나마 저렴한 순두부 백반을 시켰다. 매콤한 국물에 순두부가 섞여있는 국을 예상했지만 백반은 그게 아니었다. 국은 허여멀건한 맹탕에 간장을 타서 먹는것이었고, 반찬들은 멸치에 김치에 고추등.. 영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이 찬밥 더운밥 가릴때가 아니었다. 우선 먹고 보자. 그래서 단숨에 한그릇을 뚝딱 하고 밖으로 나오니 해가뜨면서 온도가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한다. 밥 먹고 바로 운동하는것은 나쁘다고 하는데 좀만 쉬었다 가자 생각한뒤 어제쉬던 놀이터 벤치로 갔다. 배도부르고 날씨도 따뜻해지면서 몸이 나른함을 느꼈다. 쉴때편하게쉬자라는 마음으로 벤치에 누우니, 눈은 스르르 감겨온다. 무거운 눈꺼플은 들어올려지지 않았다. 그대로 잠이 들었다. 얼마나 흘렀을까 눈을 떠보니 1시간이 흘른 8시였다. 입 주위에는 열심히 잤다는 표시로 침이 흥건하게 고여있었다.^^;  침을 흘리면서 잘 정도로 깊이 1시간을 자고 나니 몸이 한결 개운해 진것 같았다. 갈길이 멀었기에 잠은 그걸로 정리를 하고 다시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 속초를 향해 재출발했다. 2일째의 여정은 우리나라의 등줄기인 태백산맥을 넘어가야 하는 난코스 였다. 차를 타고서도 넘기 힘들다는 미시령과 한계령이 오늘의 목표로 잡혔다. 산줄기를 올라가는 일은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초입새 까지는 타고 올라가지만 경사가 급해지면서는 차마 타고갈 엄두를 내지 못햇다. 젠장 끌고 바이크라니.. 한참을 걸었을까 어느정도 왔겠지 생각하며 이정표를보면 정상 10km라는 표시는 줄어들줄을 모른다. 어제의 170km는 평지였기에 편했지만 언덕의 10km는 인내력와 지구력을 요했다. 걸어가고 걸어가고 또 걸어갔다. 차를 타고 올라가는 사람들이 파이팅을 왜쳐준다. 텔레비전에서 보면 선수들한테나 해주는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내가 이렇게 파이팅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하기도 하며 힘이 좀 나는듯 했다. 2시간을 넘게 걸어올라가니 정상이 보일듯 산이 구름으로 둘러싸여있었다. 구름을 뚫고서 걸어가는것도 매력적인 일이었다. 지쳐있는 몸을 시원한 구름이 매만져주니 굉장히 시원했다. 조금더 올라가니 정상이 보였다. 아~!! 이 정상을 보기위해 2시간을 고생을 했구나. 목표를 이뤘다는 생각으로 정상을 보고나니 여태까지의 고통은 금방 사그러 들었다.. 구름위의 산에서의 공기란 말로 표현 못할만큼 맑았던것 같았다. 상쾌한 공기를 마시고 이젠 자전거를 탔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법 이젠 신나게 내려가면 되는것이었다. 페달을 구르지 않아도 속도는 40을 넘기고 있었다.. 속도감을 느끼며 타는 주행이 역시 스릴있었다~ 2시간의 등정은 단 15분만이 끝났다. 15분동안 신나게 내려오니 이정표에 속초라는 글씨가 보인다. 고지가 멀지 않았다. 좀만 더 힘을 내자. 속초라는 이정표를 따라 40분쯤 갔을까? 속초해수욕장이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바로 내 목적지인 곳이다. 조금 더 가니 속초해수욕장에 들어설수 있었다. 넓게 트인 바다를 보니 역시 이번 여행이 헛된것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가지 왔는데 바닷물 한번 만져보고 가야지. 모래사장으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갔다 바퀴가 얇아서인지 끌고가는것도 힘들었다 바닷물에 손을 담그고 잠시 바다를 느끼고 있을때 해수욕장 경비대원이 묻는다. “자전거 좋아보여요~?” “아. 아니 그렇게 좋은것은 아니고..” “얼마정도 해요?” “다 합쳐서 한 50만원 정도 들었어요..” “아~ 그래요.. 근데 군대 갔다 오신거예요??” “커걱!!. 이런 미친xx 지금 갓 대학들와서 1학기 마친 신입생 한태 군대 갔다 왔냐니!!" 차라리 조용히나 있지 어디서 군대갔다왔냐는 소리를해서 내 심기를 건드리나.. 하지만 그런 말로 기죽을 내가 아니었다. 대학생이라고 설명을 하고 재빨리 속초 해수욕장을 빠져나왔다.. 이 바다를 보기위해 여태 고생을 했구나 생각하니 여태 힘들었다는 생각보다는 이제 집에 어떻게 갈지 하는 걱정이 앞선다. 바다를 뒤로하고 이젠 집을 향하여 출발했다. 속초를 올때 산을 넘어왔으면 집에갈 때 또한 산을 넘어가야 하는 것이다. 이런 단순한 이치를 모를리 없다만 받아들이기 싫었다. 또 2시간이 넘는 고개길을 가야한다는게 너무 싫었다. 하지만 못넘어가면 더 이상 갈곳이 없기에 다시 고개를 넘어가기 시작한다. 속초를 올때는 미시령을 넘어갔지만 속초를 나갈때는 한계령을 넘어서 나가기로 결정하고 한계령쪽을 향하여 페달질을 했다. 역시 초입새 까지는 자전거를 탈수 있었지만 경사가 심해지면서 또다시 끌고 바이크를 해야만 했다. 역시 파이팅! 소리를 들으며..ㅋ 또 2시간이 흘러 한계령 정상에 도착할때쯤 배가 고파왔다. 하지만 정상의 휴개소에서 비싼 밥을 먹는다면 무전여행의 취지는 무너지는 것이다라고 생각하고는 내려가서 저렴하게 해결할 생각으로 곧바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미시령보다 경사가 더 심한듯 했다. 속도계의 숫자는 50을 잡아먹으려 하고 있었다. 마침 주위에 차는 없고 앞으로 쭉 뚫린 내리막길이 펼쳐졌다. 그래 최고속도가 얼마나 나오는지 한번 해보자 라는 마음으로 기어를 최대한 높여서 패달링을 했다. 55..60..65..70.. 이제 이 높은 기어도 헛발질이 되고 있었다. 그때 뒤에서는 무지무시한 덤프트럭이 쫓아오고 있는게 아닌가. 덤프트럭도 차다. 차한테 70km는 아무것도 아닌 속도였다. 하지만 자전거의 70은 너무 빨라서 핸들을 돌릴수도 브레이크를 꽉 잡을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잡아먹을듯 다가오는 덤프트럭소리에 자칫 잘못하면 뉴스에 날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발 쫓아오는 덤프트럭이 멈추기만을 바라며 천천히 속도를 줄여나갔다 속도가 어느정도 줄자 핸들 조작이 가능하게었다. 잠시 갓길로 들어가 속도를 줄이니 덤프트럭은 뭔일 있었냐는듯 내 옆을 유유히 지나가고 있었다. 십년 감수하는 순간이었다. 배가고픈 탓이었는지 음식점을 찾기위해 약간은 무리한듯 타고 가던중 아뿔싸! 뒷바퀴에 바람이 빠지기 시작하는것이 었다. 빵꾸를 떼우는것은 할수 있었지만 여간 귀찮은 작업이 아니었다. 우선 음식점 까지만 어떻게든 가면 밥을 먹을수 있고 그후 천천히 빵꾸를 떼우자라고 생각한뒤, 자전거를 끌고 마을을 찾기 위해 걸어갔다.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도 마을은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제길~! 마을이 언제 나올지도 모르는 노릇이었다. 무작정 걸어갈수 만은 없으니 빵꾸를 떼우기로 결정했다. 다행히 여행을 가기전에 다른 사람들이 여행갔다와서 쓴 여행기를 많이 읽어봤기에 펑크패치와 공기펌프를 챙겨두었었다. 뒷바퀴를 분리하고, 타이어를 분리하고 빵꾸를 떼우고 다시 조립하고.. 악전고투끝이 뒷바퀴를 수리한뒤 다시 음식점을 찾아보았다. 한참을 더 가서야 마을이 나왔다. 이쪽 저쪽 음식점을 찾다가 가족같은 분위기의 한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한쪽에서는 고기를 굽고 있는 소리가 들린다~ 아흠~~. 하지만 이번 여행의 컨셉은 무전!! 여행의 취지를 살려서 다시금 메뉴를 본다. 된장찌개 김치찌개 순두부찌개.. 아침에 순두부에 대한 안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었기게 된장찌개를 먹었다. 가족같은 분위기의 음식점이라 그런지 맛또한 훌륭했다. 텔레비전에서는 한창 올림픽때였는지 북한의 계순이의 유도 경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승패는 기억이 나지않지만 경기를 보면서 옆에 고기먹던 사람들과 같이 응원하면서 친해지게되어 같이 고기를 구어 먹었다. 인생은 도박이라더니 이런게 휑재?인가보다..^^; 밥을 다 먹어갈때쯤 밖에는 비가 오기 시작한다. 아.. ㅅㅂ x됬다! 지금 시간이 4시를 막넘고 있었는데 밖에는 비의 영향인지 약간의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여기서 멈추면 내일 더 힘들어져야된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4시면 아직 시간은 늦지 않았어.. 갈수잇는데 까지만 가자. 재빨리 밖으로 나간뒤 비를 맞으며 열심히 패달링을 시작한다. 배도 부르고 비로인해 날씨도 시원해 져서 몸 컨디션은 최고였지만 젖은 땅을 지나가면서 튀기는 물이 얼굴을 가격하고 있었다. 모래도 같이 튀기면서 눈을 뜨기조차 힘들었다. 제길 고글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고글은 사치라고 생각했기에 준비를 못했지만 이렇게 절실히 필요할줄은 몰랐다. 그렇게 한시간쯤 갔을까. 휴개소가 옆에 나타났다 잠시 쉬고 가자고 생각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휴가철이 지나서인지 휴개소는 안에는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정도의 사람만 있을 뿐이었다. 밖에는 비가 오고 날씨는 어두워 졌고, 오늘은 여기서 하룻밤 묵어 가야겠다. 그래서 약간의 아부격으로 핫바와 고구마 튀김을 사면서 주인아주머니께 여쭙는다. 자전거타고 여행을 왔다가 비를 만나서 움직이기가 힘든데 여기서 하룻밤만 묵어 갈수 있을까요? 아주머니가 표정을 구기신다. 안된다는 말인가~? ”여기가 손님이 그렇게 많지가 않아서 24시간 운영하는 휴개소가 아니예요. 좀 있다 10시에 휴개소 문을 닫아야 돼서요..” 아.. 그러세요.. 할수 없죠머.. 혹시 이근처에 24시간 사우나는 없나요? “여기는 산골이라서 그런시설은 없어요..” 네..  “정 그러면 그냥 밖에서라도 잘 수 있겠어요? 저 앞으로 10분쯤만 가면 문을 닫은 주유소가 하나 있는데 아직 남아있을꺼 예요. 바람하고 비는 피해줄 공간이 있을꺼예요..” 네.. 비만 피할수 있으면 감사하죠. 그런데 여기서 혹시 씻을만한 곳은 없나요? “저 옆으로 돌아가면 화장실이 있는데 호스로 연결되있으니 그쪽에서 씻으세요” 네 감사합니다. 이렇게 대화를 마치고 우선 몸부터 씻은다음에 움직여야겠다 싶어서 화장실로 갔다. 제길 뒤에는 변기, 앞에는 수도꼭지가 있는게 아닌가.. 샤워하다가 사람이라도 들어오면.. 으~~ 그래도 모래로 찌걱거리는 몸을 가만 두고 있을수만은 없었다. 옷을 벗고 샤워를 했다.. 조마조마한 마음에 서둘러서 샤워를 했다. 어떻게 샤워를 했는지도 모르게 샤워가 끝나갔고 다행히 화장실엔 아무도 들어오지 않아서 무사히 샤워를 마칠수 있었다. 다시 10분쯤 자전거를 타고 가야된다는 말에 잠옷으로 갈아입지도 못하고 다시 운동복을 입고 있었다. 으~ 찝찝해.. 하지만 어쩔수 없었다. 옷을 챙겨 입고 10분정도 가야한다는 길로 나섰다. 시간은 얼마 흐르지 않은것 같은데 완전한 밤이 되버린지 오래였다. 컴컴한 밤에 국도에서 자전거를 타는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고, 타기 위해서는 라이트와 깜빡이등이 필수적이었으므로 야간 주행은 내 계획에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잠을 자기 위해서 밤의 라이딩은 필요악이었다. 깜빡이도 라이트도 없는 상태에서 조심스레 도로로 나갔다. 차들이 옆으로 지나가는 속도가 낮의 그것과는 많이 다르다는것을 느꼈다. 앞뒤에서는 빗물과 모레가 튀고, 옆에는 무시무시한 차들이 지나가고.. 자칫 잘못하면 추억 한번 만들어보겠다고 시작한 일이 사고로 허무하게 끝날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조심 또 조심하면서 천천히 목적지를 향해 갔다. 아주머니가 말씀하신 폐주유소는 10분이 넘어도 나오지 않았다. 왠지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자전거를 천천히 타서 아직 안나오는거겠지라고 스스로 격려하려고 애썻지만 눈앞에 보이는것은 막막한 도로만 펼쳐지고 있었다. 믿을것이라곤 아주머니의 말씀뿐이었다. 믿져봐야 본전이다! 계속 앞으로 가자. 굳게 마음먹고 다시 10분쯤? 갔을까 왼쪽으로 컴컴한 공터 하나가 보이는 것이었다. 휴우~ 안도의 한숨이 쉬어졌다. 주유소로 들어가니 사무실 문은 굳게 닺혀있고, 불빛이라곤 멀리 도로쪽의 가로등 불빛이 전부였다. 핸드폰을 꺼네어 들고 조명을 비추며 주위에 뭐가 있는지 살펴보았다. 사무실 옆으로 주차장 비슷하게 만들어 놓은 장소가 눈에 들어왔다. ㄷ자 모양으로 벽이 둘러져 있고, 위로는 천정이 있어서 비와 바람을 막아줄만한 공간이었다. 아쉬운 대로 이정도면 몇시간은 버틸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가방을 풀었다. 누군가 술을 먹고 간듯 술병은 나뒹굴고 있고 널찍한 스티로폼위에는 안주가 담겨 있었던 접시가 널부러져 있었다. 우선 빗물부터 닦아 낸뒤 옷을 갈아입고, 누울만한 곳을 찾았다. 맨바닥에 누워서 쉬느니 좀 더럽더라도 스티로폼위에 눕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티로폼을 엎어 접시들을 떨어뜨린뒤 어젯밤 놀이터에서 주운 모기향을 태워놓았다. 좌, 우, 머리위, 발아래 모기향을 켜놓으니 그나마 좀 안심이 되었다. 밖에는 비가 추적추적 오고, 눈앞은 어두워서 모기향의 불똥만 빨갛게 보이고 있었다. 텔레비전에서 보는 귀신 나오기 딱 좋은 조건이 그대로 갖춰지고 있었다. 그까짓 귀신이 머 대수겠냐고 나 자신을 달래려고 했지만 바람만 살짝 불면 창문들이 덜컹거리며 내 심장을 망치질 하고 있었다. 더러운 스티로폼위에서 뒤쳑여봤자 옷만 더러워질것 같아 몸은 정자세로 고정키시고, 낮에 산을 두 번이나 넘어갔다와서 그런지 몹시 지쳐있었다. 스르르 눈은 감겨오는데 그 눈을 들어올릴 용기가 나지 않았다. 비가 와서 날씨는 더 추워졌을것같아 오늘도 잠자기는 글렀다 생각했지만 보온효과가 뛰어난!! 스티로폼?위에 몸을 올려놓으니 생각했던 추위는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따뜻하다는 생각까지 들으며 눈을 부쳤다. 한참이 지났을까 발가락의 간지러움을 느끼고 뒤척이며 발을 긁다보니 깊은 잠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핸드폰을 열어보니 2시가 넘고 있었다. 모기향이 꺼지고선 모기들한테 헌혈을 해주고 있었다. 제길! 잘 자고 있었는데... 모기향이 없다는게 그렇게 아쉬울수가 없었다. 비몽사몽으로 가방에 있는 물건이란 물건으론 죄다 몸을 덮었다. 2시간만 더 버티자 라고 생각하고 다시 눈을 부쳤다. 모기들도 내 맘을 알았는지 더 이상의 공격은 없었다. 추위, 모기, 비, 바람, 어둠, 외로움등... 여러 가지 악조건 속에서도 그렇게 태평하게 자고서 아침 햇살을 받으며 일어났다. 밝아진 후의 잠자리를 보니 참... 노숙자, 걸인들은 저리가라라는 식으로 앞에 깡통만 하나 있으면 나라도 몇푼 던져주고 갈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맘편이 잠 잘수 있었던 나를 내가 생각해도 이해가 되질 않았다.ㅎㅎ 정리를 하고 나서려고 하니 아랫배가 아파오는게 아닌가.. 음.. 휴지를 챙겨서 건물 뒤로 돌아가니 화장실이 있었다. 활기찬 마음으로 문을 열어보니 덜컹. 닫혀있었다. 화장실이 있다는 기대에는 마음이 편하다가 갑자기 문이 닫혀있다는 어려움에 봉착하니 배는 더 아파오고 있었다. 어제 뒤집었던 반찬 접시를 가져왔다. 아무도 없는데 머! 에라모르겠다. 응~~.. ㅜ.ㅜ;; 적당히 그 상황을 수습하고는 재빨리 자리를 떳다. 속도 편하겠다 잠도 잘 잤겠다 이제 집으로 가는 길만 남은것이다. 왠지 마음이 편해졌다. 마음이 편하니 페달질 또한 가볍게 되고 있었다. 비가 그친 아침의 강원도는 맑다!. 이 한마디로는 표현이 안되는 상쾌함이 있었다. 다시 지도를 보고 길을 찾아 가다보니 어~! 저기 엊그제 점심먹었던 순대국 집이잖아~? 아침을 안먹은 상태 여서 어차피 먹을꺼 맛있고 인심 좋은데서 다시 먹고 싶어서 들어갔다. 할머니가 반갑게 맞아주셨다. 어제 그 청년 아니냐고 물어보셧다. “네, 속초까지 갔다가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예요.” 허이쿠.. 대단하구만.. “저번에 할머니가 주신 계란 잘 먹었습니다.” 그려~ 잘먹었으니 괞찮네.. 그리고선 다시 공기밥 2개와 순대국을 주셧다.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밥을 먹고 난뒤 할머니께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는 길을 재촉했다. 다시 생각해도 그곳의 순대국 맛은 잊을수가 없다.
이제 집으로가면 끝이라는 생각을 하니 언덕도 평지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속도계의 숫자는 25~30사이를 오가고 있었다. 이정도 페이스라면 저녁안으로는 들어가겠는데? 내심 뿌듯한 생각을 가지며 열심히 밟았다. 3시간이 넘게 쉬지않고 달려오니 팔당이라는 표지판이 나오는것이었다. 아~ 이제 동네에 다 왔네.. 강원도를 갔다오니 팔당이란 글씨만 봐도 이제 거의다 왔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만 더 가면 집이라는 생각에 어디서 나오는 힘인지 페달링이 가볍기만 하다. 하남시를 거쳐 집으로 다시 돌아오니 어머니께서 “아휴~ 우리 한수 고생하고 왔네~”하시며 받아주셨다. 저녁때쯤이면 도착할 것 같았던 내 예상은 처참히 빗나갔다. 집에 오니 시간은 2시를 향해 달음질 치고 있었다.
다시 생각해도 이번 여행을 추억이라는 단어로 단정짓기에는 조금 부족한듯 하다. 멋진 경험과 혼자만의 싸움과 신선한 공기와 넓은 바다를 남 모를 마음속에 담아 놓는다는 것은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여행 파트너가 없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또 파트너가 없었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얻었을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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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관매도 (by bluesee8321) 카약과 잔차로 돌아본 서해와 동해 (by log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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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 잘 읽었습니다. 역시 젊음은 아름답군요. 무모할 정도의 도전이 이리도 아름답게 느껴지다니..... 귀중한 경험과 추억을 늘 되새기며 항상 안라하십시오.
  • 솔직하고, 아름다운 기행문 입니다.
    득륜하셨네요.
    원데이 200키로 ,
    비로소 세계적인 잔차 친구 ,렌스와 맛장을 뜰 수있겠군요.
    축하드리구요, 님의 미래에도 오늘의 멋진 도전이 ,그리고
    할머니의 계란 같은 격려가 계속되길 기원합니다. ^^*
  • 아직 시도해보지 못하고 변변한 자전거 하나 없는 저로서는 정말 끝까지 가슴떨리면서 읽었습니다.^^ 순대국집 할머니의 모습이 제 상상으로 그려지기도 하고 정말 좋은 경험 많이하신거 같네요~^^ 꼭 도전하고픈 맘이 생기는 좋은 기행문이였습니다~
  • 정말 잘읽었습니다 .
  • 훌륭하십니다.
    또한번의 "잊혀지기 아쉬운 추억"(부산기행)
    성사 하십시요
    축하드리고,많은 느낌 가지고 갑니다.
  • 와우~!대단하시네여~^^멋지게 성공하신거 추카드려요~!
    담에 부산까지도 꼭 성공하시길~!
  • k7shadow글쓴이
    2005.4.18 17:58 댓글추천 0비추천 0
    재밌게 읽어주시니 감사 합니다.. 얼마 안있으면 군대갈텐데.. 군대 갔다 와서는 더 멋진 추억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부산도 좋고,, 외국에도 한번 나가보고 싶네요..
  • 정말 님을 후기를 보니 엊그제 다녀온 진부령이 생각나군요 강원도의 그 빡센 구비구비도 생각나구요 우린 너무 지쳐 한계령이나 미시령을 택하지 않고 진부령을 택햇습니다 오를땐 시름시름 내리막에 활사위를 떠난 활촉처럼 달렷지요 ㅎㅎ
초로객
2007.10.29 조회 4956
bluesee8321
2010.05.28 조회 4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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