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쌩 초보의 세번째 투어(?)

인자요산2004.11.07 19:15조회 수 898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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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 2004년 11월 6일 토요일
장소 : 강릉-대관령-강릉
라이딩 거리 : 45키로
라이딩 시간 : 2시간 30분
총 소요시간 : 3시간
최고속도 : 60키로
평균속도 : 20키로

이번주엔 어딜가나...? 라는 고민이 필요 없이 마눌님이 옆에서 일주일 전부터 이번 주 장모님 생신에 꼭 가야한다 라는 압력을 넣는다. 당연히 가야하는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껀수만 있으면 바로 퉈 버리는 내 성질 파악된지 오래인 울 마누라...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던 중...
번개 같이 떠오른 생각이 있었으니..
바로 대관령 업힐 이였다.
아~~~~~ 대관령.....
아흔 아홉 구비를 돌아야 오를 수 있는 대관령... 지금이야 고속도로가 멋지게 뚫혔지만 예전엔 대관령 아흔아홉 구비에서 자동차로 누가 먼저 올라가나 경주도 했던 곳인데...
업힐만 되면 원망스러워지는 엔진 땀시 업힐은 어느새 두려움으로 다가오지만, 안돼면 끌지 머.... 라고 생각해 본다.

아무 내색 안하다가 금욜날 저녁에 강릉에 가려고 짐을 꾸리던 중...
이것저것 부산하게 잔차짐을 싸는 날 보고 한마디 한다..

“그건 왜 싸는데?”
“잔차 가져가려구...”
“강릉 가서 잔차 타게?”
“웅...”
“어디 갈껀데..?”
“대관령...”
“일 안도와 주나?”
“부엌일 내가 할 일이 모 인나... 며느리도 있는데...”
“새언니 늦게 온다는데....”
“그럼 마누라가 쉬엄쉬엄 하믄 되건네...”
“둘째를 임신한 내가?”
“임신 했을 때에도 운동해야 둘 다 건강하데...”

더 이상 얘기 안한다..
벌써 삐졌음이 보인다.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지 못했을 지언정... 싸던 짐을 계속 싼다..

강릉에 도착하기도 전에 어떻게 알았는지...
선배들이 마구 전화한다..
오랜만에 얼굴 좀 보자... 라면서...

아~~~ 내가 요즘 선배들한테 무관심했나 보다...
처갓집에 짐 내려놓기가 무섭게 튀어나가려는 순간...
뒤통수가 뚫리는것 같았으니...

역시나 울 마눌림 가자미 눈이 되어 있다..
형들이 부른다는 핑계에 무시하고 걍 출두...

부어라 마셔라 하는 중 시간은 어느덧 새벽 1시를 가르치고...
마누라가 전화해서 최후 통첩을 한다... 문 안열어준다고...
하긴... 처갓집에 와서 나처럼 놀러 다니는 인간도 흔치는 않을듯..
벌써 다섯 시간째 소주를 부어넣고 있다.
대관령.... 어찌 되겠지 머...

아침...
분위기가 이상함을 감지하고 일어나보니..
며칠전 임신한 마누라가 놀란 적이 있었는데... 병원에 가야할 상황이다..

병원에선 다행이 아무일 없으니 안정하라고 하고...
집에 오자마자 밀렸던 세차를 하는 날 보고 대관령은 안 가겠지 라고 맘 편한 마눌님.

세차를 마치고 주섬주섬 옷을 입는 날 보고 그러면 그렇지... 라고 생각하는 마눌님..

심호흡을 하고 출발...
성산 삼거리까진 평지다...
준비운동이라 생각하고 평속 30키로로 달려본다...

성산 삼거리를 지나 대관령 박물관까지 갈때만 해도 그렇저럭 앞기아 2단으로 유지하면서 페이스 조절하며 괜찮았다...

초코바 먹고, 물 먹고...
심호흡 다시하고 출발...

이후로는 30분에 한번씩은 쉰거 같다.
도대체 이 오르막은 끝이 날줄 모르니...
아흔 아홉 구비중에 반은 왔을려나...
오랜만에 오르는 이길이 도무지 어디가 어딘지 생각나질 않으니...

내려서 쉬고 있는데...
잔차 무리가 우르르 딴힐을 하고 있다...
와~~~~
난생 첨보는 무리 주행에 넋을 잃고...
난생 첨보는 좋은 잔차에 눈이 돌아가고...
아마도 대관령 오신다던 왈바 횐님들이겠거니 생각해 본다...

쫄바지도 입었는데...
왔다갔다 하는 차들 땀시 차마 내려서 끌바 하진 못하겠고...
몸은 이미 기진맥진이고...
다리는 풀리고...
계속 피운 담배탓인지 조금만 타도 숨이 가빠오며...
간식도 떨어져갈 쯔음...
저 멀리 정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정상은 지금의 체력으론 너무나 먼 길이었다.
그나마 직선상으로 보이는 정상이지 도로를 따라 이리저리 돌다보면 언제나 도착할런지...
해는 벌써 뉘엿뉘엿 해지고... 시간은 3시 30분이다.
워낙 출발을 늦게했다... 오후 2시에 출발했으니...
쌩초보가 대관령을 띄엄띄엄 본거다...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춥고, 지치고, 의기소침 해졌는데...
못가믄 담에 또 가지... 하는 생각이 자꾸 유혹한다.
마눌님이 늦어도 5시까지는 오라고 했는데...
내려가는 시간이 적어도 한시간은 걸릴것 같은데...

에라 모르겠다하고... 페달링을 더욱 힘차게 해본다..
오르기전 맘 먹었던 앞기다 2단은 어느새 1단으로 내려가 있고...
뒷기아도 가장큰 스프라켓에 걸려있지만...
마지막 스퍼트를 해본다.

어느덧 눈에 잡힐듯 말듯하는 정상...
정상 바로 밑 신사임당 비에 들리니...

관광객 왈...

“자전거 타고 올라 오셨어여?”
“네...”
“와 대단하다..”
“나 우쭐....”

옆의 매점에서 커피를 판다..
이럴수가...
돈이 없다...
마눌님 눈치 보느라 지갑을 안가져 왔었네....
아띠...

남은 간식 모두 해치우고 딴힐 시작...
코앞이 정상이지만...
5시까지 복귀하려 딴힐 시작...

무작정 딴힐 하다가 언뜻 속도계를 보니...
속도가 55-60키로를 왔다갔다 한다..
이거 넘어지면...x된다...
정신 바짝... 차리고 집까지 복귀...

이런 된장...
2시간을 걸려서 올라갔더니, 내려올땐 30분 밖에 안걸리넹...

다음주엔 어딜 가야 하나?
행복한 고민에 젖어사는 쌩초보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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