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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하니비코스가 초보코스인가요? 가보니 중급코스같던데...

operaman20022004.09.29 12:37조회 수 3935추천 수 9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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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동안 잔차 좀 타볼까해서
한강도 좀 다니고, 우면산도 좀 가보고
그러다가 남한산성에도 올랐습니다.
집에서 가까와서 차를 가지고 가질 않고
양재역에서 잔차로 출발했는데,
생각보다는 많이 걸리더군요.
남한산성 입구까지 가지 힘이 쪽~ 빠져서 그냥 돌아갈까
하는 생각이...
하지만 지난번 미시령 넘을때 너무 힘이 들어서 연습좀 하겠다고
스스로 다짐한 것이 생각나서 그럼 남문까지만 올라가겠다고 해서
낑낑거리며 올라갔지요.
미시령보다는 좀 쉽더군요. (^_^;;)
2번정도 쉬고 올라갈 수 있었으니깐...
끌바는 100미터도 안했습니다.  정말입니다!
하지만 물이 바닥난 것을 모르고 올라가다가
목 말라 죽는 줄 알았네요.
사실 로타리가서 물 마시겠다는 일념이 저를 끝까지 오르게 해준 이유였던 것 같았습니다.

중간 올라가다가 보니 한 무리(?)의 잔차맨들이 신나게 내려오시더군요.
엉겹결에 저도 잔차 돌려서 내려가버리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습니다.

로드 사이클 타고 신나게 내려오시는 분들도 있고...

스코트잔차 타고 쉼없이 오르는 분도 계시고...

암튼 로타리까지 가서 물을 2000cc정도 마시고나니 좀 정신이 들더군요.

돌아갈까 했는데, 그래도 왈바에서 초급코스라고 하는 하니비코스라도 한번 타볼까해서
또다시 잔차 끌고 힘차게 서문쪽으로 페달질.... 100미터 올라가다가 입구에서 주저앉았습니다. T.T

담배한대 물고 이제 그만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난데없이 검은 트랙 8500한대 올라오는 것이었습니다.
한눈에도 산사나이 답게 생긴 분입니다.

잔차를 갖고 이리저리 이야기 하다가
같은 하니비코스를 오른다고 해서 저도 그럼 힘닿는데까지만 따라 갈까하고
같이 출발했습니다.

어라!
가파른 오르막이 장난이 아닙니다.
이건 잔차를 타고 올라가는 길이 아니더군요. 특히 초보자들에게는...
한동안 끌고 올라갔는데, 오르락 내리락 거리는 것이 약간 재미는 있었습니다만,
다시 끌고 힘든 등산길...
가끔씩 보이는 등산객들은 놀라움반, 걱정반 들이었지만,
앞뒤 가릴 처지가 아니었습니다.
일단 힘이 빠질때까지는 올라가보자는 오기로
끌고 오르다가 타고 올라보니,
어느새 벌봉에 닿았습니다.

저는 이제껏 싱글코스라는 데를 제대로 타본 적이 없습니다.
내리막길이라도 임도정도 되는 널찍한 코스나 타보았지,
등산객 한명이 다닐 정도로 좁은 길은 처음이었고,
그것도 50cm정도되는 길인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그리고 한쪽은 거의 절벽 내지는 낭떠러지에 가까운 경사라서
경사면에 비록 나무들이 엉성하게 나있긴 하지만
잘못 삐끗하는 날이면 잔차고 머고, 몸이 성하질 못할 것 같았습니다.

그기다가 달랑 장갑하나 끼고 달려대니,
몸은 자연히 절벽 반대쪽으로 5도는 기울어져서 달리게 되더군요.

이런 코스가 초보코스라면
저는 아직 초보조차도 못된다는 건데,
그래도 초보티는 뗐다 싶은데, 초보코스를 제대로 못 달리니
어찌된 건지... 낮술을 했더니..횡설수설하는구만요...

암튼 트랙8500이 앞에 서시고,
저는 뒤에서 잔차를 질질 끌다시피하고 신나게(?) 내려왔습니다(?)
내려온 건지, 그냥 능선을 타고 저쪽에서 이쪽을 왔는지 모르겠지만,
한참 달려내려온 것 같은데, 또다른 봉우리를 만나서
'이 길이 아닌가벼!'하고는 다시 거꾸로 내려와서는 아래로 하강하는 코스로
내려왔습니다.

갈라지는 길이 몇군데 있는데,
어느 길로 가야할 지 좀 막막하더군요.
아무런 표지판도 없고...
암튼 중턱까지는 잘 내려왔는데(저야 조심조심하면서 내려왔지요)
중간에서 성남사시는 트랙님과 헤어지고,
저는 고골방향으로 내려왔습니다.

근데, 길을 잘못 들었는지,
왠 급경사에 돌탱이들만 있는 길로 잔차를 끌고 한참을 내려오니
무덤이 있더군요.
무덤사이로 사람들이 별로 안다니는 길이 보여서 내려오니
채소밭이 있고, 민가로 나가는 길은 보이지도 않습니다.
옆에 개울이 있어서 그쪽으로 내려가면 어쨋든 나갈수 있겠지하고
가는데, 온통 거미줄에 주먹만한 시퍼런 거미들이 달려있어서 섬찟하더군요.

나무를 주워서 거미줄을 다 날려버리고는 개울로 내려오니,
왠 2층 양옥집 안마당으로 연결되어버리더군요.
집안에 커다란 못이 있고, 그곳에 주인인 듯한 사람이 낚시를 하는데,
서로 놀라서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제가 목례를 하니,
그사람도 엉겹결에 목례를 합니다.
저는 재빨리 잔차를 타고 밖으로 쏜살같이 달려 내뺍니다.

어디 깊숙한 마을 같은데, 도무지 어디가 어딘지 알 수도 없습니다.
하남 어디 같은데, 길에는 추석전날이라서 개미한마리도 보이지 않습니다.

멀리 남자 둘이 가길래 반가와서 얼른 쫒아가서
서울 어디로 가냐니깐,
'쏼라쏼라...' 그럽니다.  중국근로자들인 것 같았습니다.
'서울!'하고 외치니  '쏼라쏼라 이쪽 쭈우우우욱~'하네요.
맞습니다.
그길로 쭈욱 가니, 드뎌 표지판이 보입니다.
감복동?
암튼 너무 힘들어서 버스를 타고 서울까지는 가려고 기다렸는데,
버스에 사람들이 많아서 탈 엄두가 안납니다.
'어휴~  이게 왠 사서고생이냐?  내가 미친게지...'
힘 다 빠진 다리로 어떻게 서울까지 가야할 지 앞이 캄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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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아무생각없이 페달질 2시간만에 집까지 도착했습니다.
기진맥진 했습니다.
11시경에 양재역 출발했다가 오후6시에 돌아왔습니다.

그래도 집사람이 힘들었냐고 묻자,
'아냐, 별거 아냐!  이정도쯤이야...'
중년남자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입니다.


하니비코스를 초보코스라고 해서 초보자들이 가보려한다면
저는 말리고 싶습니다.
그정도면 중급자코스 정도는 될거라고 짐작하는데,
고수분들이 보기에는 우습게 보일지는 모릅니다.
그래도 비탈길쪽으로 넘어진다면 데미지가 상당할 것으로 보이고,
싱글도 좁은 편이어서
초보가 갈려면 안전장구 준비는 철저히 하심이 좋겠더군요.

저는 그날 노란색 산타 헤클러에 노란색 저지 입고 갔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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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 저도 추석날 하니비 갔었습니다.가다보니 내려가는 길 지나쳐 거진 마지막 봉우리 까지 왔습니다 .오두막 같은 전망대 있는곳..그앞에서 무덤을 뒤를 지날때 성묘하는 사람들의 절을 받았읍니다.ㅋㅋㅋ(귀신이 된 느낌) 하여간 조금 빠구해서 선불사 앞마당으로 떨어지더군요..코스는 말그대로 좋더군요.
  • 말로만 듣던 허니비랑 슈펴크런치를 몇일전에 가보았는데요..오~~그곳의 낭떠러지 ㅠㅠ;; 몇일밤을 악몽에 시달렸다는^^*
  • 안녕하세요.
    성남 트렉입니다.
    코스끝까지 함께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좀 헤메셨군요.
    암튼 오페라맨님과 허니비라이딩 즐거웠습니다.
  • operaman2002글쓴이
    2004.10.2 11:04 댓글추천 0비추천 0
    아..나뭇골님이셨군요. 저도 역시 끝에서 좀 헤멨습니다. 무덤근처에서 길을 잃어버려서 이상한 곳으로 내려왔네요. 그날 잘 들어가셨는지요? 산행 초보인 저와 함께 하시느라고 신경쓰였을텐데, 친절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기회에 또 함께 라이딩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추석에 한번 가보았는데 중간에 갈림길이 있어서 여차하면 헤매게 되겠더라구요 ㅋㅋ
현이
2009.03.08 조회 3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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