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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험난했던 시베리아 바이칼호로의 대장정 라이딩-(5)<<<<<

mandolin2004.08.30 20:21조회 수 1219추천 수 12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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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백미터는 됨직한 긴 내리막을 달려 내려갔다가 바로 3백미터 오르막을 타고 등성이에 올랐는데 뒤에서 또 호각소리다.
펑크났던 말썽의 그 바퀴가 공기량이 많이 줄어 있었다.
그러지 않아도 타이어에 유리 조각 같은 것이 박혀 있나 철저한 점검을 하느라고 비교적 눈 좋은 막내까지 동원 했었는데도 이러니 갑갑한 노릇이다.
하는 수 없어 우선 공기를 보충해 한 고개를 더 가보기로 하고는 또 내가 펌프질을 하는 수 밖에.
그리고 그 다음 고개 정상에서도 여전히 공기압이 줄어 있어 펌프질을 세번째로 할때는 모두가 걱정되어선지 말이 없다.

허나 다음 정상에서는 웬일인지 공기압이 그대로 여서 모두 안도했으나 그 다음 고개 길에서는 이번에는 그 크라인의 체인이 빠지는 통에 정상서 또 그를 기다려줘야 했다.
이런 거듭되는, 불운한 망신살(?)에 그의 체면이 말이 아니어서 이제 그를 쳐다보기도 민망스러웠다.
이렇게 실추된 그의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 친구인 나로서는 이미 여성회 전용 홈피에 서회장 소개글을 올려 놨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을 안하는 막내와 시그마님을 상대로 다시 소개해주는 셈치고 `개인적으로는 동창 친구이나 잔차로는 대선배이고 그래서 심지어 잔차를 처음 구입할때 그의 코치를 받을 정도 였다는 점`을 본인이 있는 자리서 강조하며 추겨 세웠드니 그는 얼굴을 붉히면서 계면쩍어 한다.

앙가라강 하류가 접해있는, 30키로도 못 달려 온 한 지점에 이르러 조그만 휴양요트와 멋진 별장, 그리고 두 낚시꾼이 쪽배의 노를 젓는 그림같은 정경을 발견, 사진을 찍느라고 다리 밑으로 내려가자 일행들도 멈춰서게 되었고 이 참에 이 곳의 잔디밭에 앉아 점심을 먹었는데 여성멤버들이 숙소에서 미리 준비해 온 쌀밥, 전날에 사 둔 시베리아산 상치 그리고 출국전에 한약방에 의뢰해 한약용 진공팩에 넣어 온 김치와 김 멸치고추조림 고추장 된장등의 반찬 맛이 기차 점심이 꿀맛이다.
1인당 10만원씩인가의 공동경비로 운용하던 끼니들은 뒷날에도 이런 수고 덕분에 숙소에서 공식적으로 제공한 아침외의 점심과 저녁도 빵류아닌 밥을 먹는 등으로 별 불편을 안 느꼈지만 이런 때는 여성 멤버들에게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허나 아직도 전도가 많은 만치 우리들은 약속이라도 한듯 반주도 절제하고 밥도 좀 모자랄 정도로 먹고는 자리를 박차고 일으나 다시 최장 5백미터 내리막에 5백미터 오르막도 있는 고개들을 넘고 넘었다.

날씨는 다행히도 계속 좀 흐려서 약간 서늘한 느낌이어서 라이딩에 최적이었다.
달려오는 차들의 승객들이 창문으로 환성을 올리며 격려라도 하는 양 경적을 두번씩 올리는 가하면 어떤 차는 일부러 옆에 바짝 붙어 우리들을 위협하기도 했다.
태극기 깃대봉을 메달고 앞장 선 내 경우는 이제 길 안내역은 신경 쓸일이 없어 그저 앞으로 내 달리기만 하면 되었지만 서회장은 초기에 펑크등으로 속을 썩힌데다 맨 후미를 맡아 제한 속도를 무시하고 줄줄이 마구 달려오는 차량들로부터 우리들을 보호하는 라이딩으로 좀 애를 먹었다.
핼멧에 메달린 백밀러로 차량이 보일때마다 차선 중심쪽으로 파고 드는 라이딩으로 차들을 우리 대형에서 가급적 멀리 떨어져 지나 가게 유도하는, 힘든 라이딩을 해서인지 후반들어서는 고개를 끝까지 다 오르지 못하고 흔히 잔차를 끌고 올라와 우리 넷은 정상에 이를때마다 그를 기다려야 했다.
작년엔가 혼자 속초를 출발, 잔차를 한번도 안 세운 채 곧 바로 한계령에 올랐다던 그가 이 날은 계속 이 지경이니.. 하여튼 이날은 이래저래 그가 망신을 당하는 날이 된셈.

그러고 보니 그는 전보다 몸이 많이 부태스럽게 보였고 또 그만큼 중량감이 드러나 보였다.
이때서야 인천공항서 그의 부인과 모처럼의 인사를 나눌 때 그 와의 비교감에서 그랬던지 내게 `왜 살이 많이 빠졌어요?`고 했고 이에 나는 `살이 쪘는데요...`라는 서로 엇갈린 대화를 나눴던 일이 생각났다.
MTB경력 9개월로, 뒤에 `이날 기어 조작공부를 많이 한셈`이라고 했던 막내도 중반들어 힘에 부친듯 뒤로 쳐져서 너무 지루해선지 장난 삼아 무겁지도 않은 베낭을 대신 메주기도 한 서회장과 후미그룹이 돼 함께 올라 오기도 했었는데 새까만 대 선배 서회장에게 배가 좀 나왔다고 해서 `임신 5개월`이라며 놀려 먹기도 했다.

여성들 가운데 유일하게 크릿트 패달을 사용하는 김총무는 그 갸냘픈 몸매로도 용케 지구력을 보여 가끔 맨 앞으로 나설 정도였고 농담인지는 몰라도 이번 라이딩에 대비, 보약으로 녹용까지 먹고 왔다는 시그마님은 항상 바로 내 뒤를 바짝 따르는 저력을 보여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선두에 설 수 있는 기세.
중간에 과일 행상들(사진)이 있는 고갯길 정상도 있어 쉴겸 한 봉지 8백원돈 하는 산딸기를 사먹기도 했고 또 맞은 편에서 달려 오는 50대 사나이의 싸이클과 조우, 서로 격려의 화이팅을 외치기도 했다.

한때 가랑비가 내려 날씨는 더 시원해져 모두가 큰 다행이라며 내 경우는 공구로 구입해 베낭에 넣고 간 방한자켙 겸용인 아루미나이트를 꺼내 입는등 모두가 우의를 꺼내 입기도 했는데 서회장은 초대형 안장 백에서 꺼낸, 한 줌밖에 안되는 고급 우의를 꺼내 입는데도 주름도 없고 컬러도 좋아 시선을 끌었다.

큰 고개만 해도 30개나 된다는 곳인 만치 내리막을 달려 내려 갈때는 브레이커 라이닝이 다 닳을까 염려 되어 상체를 안장뒤로 빼고서 최대한 높이 세워 바람 저항을 많게 해 속도를 억제하며 내려 갔고 다시 업해야 할 지점이 가까워지면 탄력을 비축해 그 탄력으로 고개를 가능한 한 더 많이 오르기 위해 체중을 앞쪽으로 쏠리게 하면서도 최대한 숙여 저항을 작게 해 달렸다 .  

50키로 이상 달려 왔을 무렵 쯤인가 눈앞의 고개 너머로 산이 안보여 이제 높은 고개는 다 넘었거니하며 고개 정상에 올라 가 보면 눈앞에 또 무시못할 큰 고개길이 일직선으로 나타나 우리들은 이 고개길 이름을 `까불지 마 고개`로 지었고 또다시 엄청난 고개길이 눈앞에 나타날때는 `환장할 고개`니 `지옥의 고개`니 하는 등의 이름들을 붙여 줬는데 두어개의 고개는 필자와 시그마님(사진)등 다섯명 모두가 정상 코 앞에서 잔차를 끌고 올라가야 했다 .

어느새 시간도 하오 5시가 다 되어가고 일행은 지칠대로 지쳐 있을 무렵 이번에는 직진아닌, 끝머리에 가서 우회전하는 고개길이 전방에 나타나면서 모처럼 한 마을이 나타나 버스정류장에서 잠시 숨을 돌리며 이제까지 열지 않았던 내 베낭까지 열어 마지막으로 비상식인 중국제 삶아 말린 고구마와 양갱, 그리고 양주 포켓병에 담은  40도짜리 오가피주를 꺼내 요기를 하며 기운을 추스리는데 서회장은 전날 숙소에서 이 술을 권했을때는 `약술은 싫어 한다.`며 거절했음에도 피로회복제라는 말에 몇 모금 마셨고 시그마님도 마셨다.
마침 이 동네 주민인듯한 30대의 한 러시아인을 만나 리스트비양카까지 불과 11키로 밖에 안남았다는 얘기를 듣고는 막내가 너무 반가워 무의식중에 그 남자를 포옹할듯한 자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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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업힐기 (by 내장비만) 나의 첫 자전거여행-5편- (by gugja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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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은시절 소설을 통하여 너무나도 강렬한 인상을 받았기에 꼭한번 가보고 싶었던 바이칼호,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실망하고 싶지않아 차마 가 보기가 머뭇거려 지기도 하는 환상의 호수 바이칼호수를, 60대 중반의 나이에, 그것도 자전거로 멋지게 달리는 파래님의 건강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상상할 수 있도록 기행문까지 읽을 수 있는 기회도 준데 대하여 고마움도 표하며, 찬사도 보내고 또 부러움도 느낍니다.-이상은 파래님의 고교동창이며 왕년에 모토로라코리아 부회장이었던 최인학님이 보내온 메일을 대신 올린 겁니다.
내장비만
2004.08.30 조회 2528
operaman2002
2004.09.05 조회 2219
샛별
2004.09.08 조회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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