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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4~15일 무박 부산 투어 후기.

Hagen2004.08.24 15:21조회 수 1657추천 수 1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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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6월 말경, 내가 활동하고 있는 다음까페 동호회에(즐거운 자전거 하이킹 - 이하 즐자하) ‘서울에서 부산까지 무박투어’라는 글이 올라왔다. 그 글을 올린 성균이 형은 정명선형님과 어디를 가든 그날 갔다가 그날 오는 거리를 정해서 자전거를 타다보니 부산까지 한 번 가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계획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허... 여태껏 동호회에서 1박 2일 투어는 몇 번 참가해본 적이 있었지만 무박이라니... 그렇다면 잠을 자지 않고 달려서 간다는 것이 아닌가. 자전거로 부산까지 여행 간다는 소리는 많이 들어봤지만 무박으로 간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내용인즉슨 8월 14일 토요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출발을 하여 다음날인 8월 15일 일요일 오후까지 부산시청에 도착한다는 예정... 글을 처음 보았을 때 참... 이런 생각을 이런 도전을 하는 사람들도 있구나 하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 충격은 시간이 지나면서 걱정이나 두려움보다는 젊었을 때 정말 해볼 만한 도전이라는 설레임으로 바뀌었고 무작정 해보겠다고 생각을 했다. 물론 패기와 열정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기에 동호회에서 부산투어 참여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나름대로의 훈련을 가지기로 했다.

첫 번째 훈련은 잠실 선착장 -> 행주대교 -> 여의도(40km) 평속 34km
두 번째 훈련은 동대문 운동장 -> 장흥 -> 서울역(60km) 평속 27km
세 번째 훈련은 잠실선착장 -> 남한산성 -> 장호원 -> 남한산성 -> 잠실선착장(200km) 평속 28km 이었다.

그동안 몇 번의 훈련기회가 있었지만 참여하지 못했고 혼자서만 타다가 드디어 7월 28일에 한 세 번째 훈련에 참여하게 되었다. 7월 28일 약속장소인 동대문에 도착했다. 복잡한 상가들 속에서 그때 당시 나는 전화기가 없었기에 근처 전화박스에 들어가서 성균이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근처에 일명 ‘동대문 아저씨’라 불리는 명선이 형님 가게가 있으니 거기로 가서 명선이형님 만난 후에 같이 잠실 쪽으로 오라고 했다. 전화를 끊고 전화박스에서 두리번거리는데 화장품 가게 앞에서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는 자전거가 보였고 그 옆에는 명선이 형님께서 손짓을 하여 나를 부르고 계셨다.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시간이 없으니 곧 출발하자는 말씀에 우리는 자전거에 올랐다. 시내를 통해서 잠실 쪽으로 가기로 했다. 처음부터 무지막지한 속도였다. 시내의 거리를 거의 30~40을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달렸다. 그동안 나름대로 장거리 주행을 해왔다고 생각했지만(집에서 동호회 모임장소는 왕복 100km정도+번개목적지주행) 이런 속도로 계속 유지해서 달린 적은 처음이었다. 거기다가 더 놀라운 것은 앞서서 언덕을 쭉쭉 올라가는 명선이 형님은 평페달 이었다. 죽을힘을 다해 따라붙어서 겨우 잠실역에 도착했다. 오늘 같이 훈련하기로 한 정훈이형과 성균이형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도착 후 가쁜 숨을 고르며 명선이형님께 물었다.

‘오늘 훈련은 계속 이정도 속도인가요?’
‘이 정도는 아니지만 어지간히 속도 내야할거야.’

눈앞이 캄캄했다. ‘따라갈 수 있겠지’ 라고 생각하고 왔었는데 그 생각은 점점 ‘방해되면 안되는데...’ 로 바뀌었다. 조금 후에 정훈이형이 도착했고 우리는 음료수 혹은 물을 사고 초코바를 먹으며 남은 멤버인 성균이형을 기다렸다. 그러던 중 성균이형도 도착했고 약간의 정비 후 오늘 훈련의 목적지는 장호원 고개로 가기 위해서 자전거에 올라 페달링을 시작했다. 얘기를 들어보니 3번 국도는 상당히 언덕이 많다고 한다. 우리는 잠실역에서 출발하여 시내를 거쳐 남한산성순환도로 쪽으로 달려갔다. 시작부터 은근히 긴 업힐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아직은 초반이라 그런지 다들 여유롭게 올라갔다. 이후 이어지는 길들도 대부분 업힐과 다운힐이 반복되는 구간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에게 언덕길은 심한 부담으로 다가왔고 강촌대회때 다친 손목도 요철에 충격을 먹으면서 안 좋아 졌다. 점점 다리에는 힘이 빠졌으며 이젠 언덕뿐만 아니라 평지에서의 페달링 조차도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선두 그룹과는 거리가 생기고 곤지암을 지날무렵 나의 체력은 바닥을 드러냈고 결국엔 자전거에서 내려버렸다. 명선이형님께서는 앞에 조금만 가면 시내가 있으니 거기까지 가서 쉬자고 하며 나를 격려하셨고 나는 그 격려에 약간의 힘을 보태 언덕을 넘어가기 시작했다. 힘겹게 힘겹게 올라간 언덕의 내려올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힘이 빠졌기에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명선이형님의 격려속에 나는 앞선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는 이천시내에 도착했고 시내의 한 편의점에서 모두 모여 삼각김밥과 음료로 허기와 목마름을 채우며 휴식을 취했다. 여기서 내가 더 가면 다른 일행들에게 방해가 될 것 이 분명하기에 나는 여기에 남아서 쉬기로 하고 편의점 근처에 있던 PC방에 자전거를 끌고 올라갔고 나머지 일행은 다시 장호원 고개를 다시 페달질을 시작했다. 약 세시간 정도가 걸릴 것 이라는 말에 나는 PC방에서 약간 자두기로 생각했다. 시계는 새벽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달콤한 휴식을 취한지 두 시간쯤이 지났을 무렵 PC방 문이 열리면서 낮익은 얼굴이 보였다. 바로 정훈이형이었다. 예상시간은 세 세간 이었는데 벌써 돌아오다니. 도대체 얼마나 밟고 왔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자전거를 가지고 내려갔다. 밑에선 다시금 삼각김밥과 음료로 보충을 하고 계셨다. 휴식 후 이제는 돌아갈 시간. 돌아가는 길까지 폐를 끼치고 싶진 않았기에 내 다리를 재촉했다. 또한 앞사람 바퀴에서 많이 떨어지지 말라는 명선이형님 말씀에 죽을힘을 다해서 따라붙었다. 얼마나 달렸을까? 벌써 어둠이 물러가고 주위는 점차 환해지고 있었다. 시야도 확 트이고(나는 그때당시 라이트가 없었다.) 시원한 공기에 더욱 힘이 나는 것 같았다. 다시 업힐 다운힐 을 반복하여 남한산성 순환도로로 진입했다. 출발 했을 때의 올라갔던 긴 업힐은 돌아오는 우리에게 편안한 다운힐로 보답을 해주었다. 또한 마지막 부분에선 정말 짜릿한 속도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제한속도 80km 인 곳에서 우리는 자전거로 72km, 78km 의 속도로 내달렸으니... 어쨌든 사고 없이 우리는 무사히 훈련을 끝마쳤고 다음 훈련을 기약하며 각자 집으로 향했다.

그 후로도 훈련을 몇 번 더 하려 했으나 서로 시간이 맞지 않아서 단체로 훈련하지는 못했고 각자 연습하기로 했다. 하지만 나는 생각만큼 많은 연습을 하지 못했고 게다가 출발 일주일전에 다시 넘어지는 바람에 다친 손목이 또 덧나서 자전거를 많이 타지 못했다. 그러던 와중 시간은 흘러 14일이 밝았고 부산을 향해 가기로한 라이딩팀과 서포터팀은 약속장소인 여의도로 모여야 할 시간이 되었다. 전날 잠을 못자서 그런지 일어나서도 개운하지가 못했다. 전날 챙겨놓은 짐들을 가방에 차곡 차곡 넣어두고 필요한 물품들을 챙겼다. 모임장소인 여의도로 가기전에 송파에 있는 샵에 들러서 필요한 용품을 더 사고 정비도 하기로 생각하고 집을 나서려는데 하늘에선 비가 내리고 있었다. 가방에 레인커버를 씌우고 우비를 입고 출발하기전 힘을 아끼기 위해 지하철로 이동하기로 하고 집에서 가까운 전철역인 구파발역으로 향했다. 구파발역에 도착해서 우비에 있는 물기를 털어내고 접어서 가방에 넣은 후 화장실에서 얼굴에 튄 흙들을 씻은후 자전거를 가지고 지하철을 타러 내려갔다. 조금 기다리니 구파발에서 출발하는 수서행 열차가 도착했다. 맨 앞 칸으로 들어가 옆에 자전거를 기대어 세워놓고 전화기를 만지작 거리며 있자니 곧 목적지에 도착했다. 마침 정훈이형도 샵에 들렀다 간다 하셔서 둘이 만나서 여의도로 가기로 했다. 샵에 도착하니 토요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았다. 안에 들어가서 마음에 드는 져지를 골라보고 져지와 예비용 튜브를 산후 자전거 정비를 했다. 준비를 끝낸 후 정훈이형과 함께 약속장소인 여의도로 향했다. 출발할 때 약간씩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여의도를 향하던 중 비는 어느새 그쳤고 햇살이 그리 따갑지는 않은 날씨가 되었다. 오늘 여의도에 모이기로 한사람은 라이딩팀 정명선(39세) 이정훈(30) 장성균(28) 박신광(나 22) 네명에 서포터팀 정대진(30) 한정미(28) 양동석(26) 김중윤(24) 서미영(24) 다섯명해서 총 아홉명. 차량은 12인승 봉고차가 가기로 했다. 여의도 모임장소에 도착하니 아직은 아무도 오지 않았다. 조금 기다리니 저만치서 손에 뭔가를 잔뜩 들고오는 정미누나가 보였다. 그 잔뜩 들어있는 것은 다름아닌 김밥. 오늘을 위해 집에서 손수 싸왔다고 한다. 고마운 마음으로 맛있게 먹었다. 조금후 성균이형도 도착하였고 각자 자전거를 정비했다.



조금후에 오늘 비디오 촬영을 담당하기로 했던 동석이형과 운전을 해주실 대진이형도 도착했다. 그러던 중 여의도에서 조금 떨어진곳에 도착하셨다는 명선이형님 말씀에 그쪽으로 이동했고 그 근처에 있었던 중윤이형과 미영이누나도 도착하여 드디어 부산투어에 참여하는 라이딩팀 서포터팀이 한자리에 다 모였다. 라이딩팀은 라이딩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품들만 챙기고 나머지 짐들은 정리하여 차에 남겨두었다. 서포터팀은 차를가지고 이동하여 국도에서 우리와 합류하기로 하였고, 워낙 다들 들뜨고 정신이 없어서 단체 사진 찍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우리는 드디어 부산을 향해 첫 페달질을 시작했다. 1번국도를 타고 간다고 했다. 지난번 훈련 때 갔던 3번 국도에 비해서 평탄하고 갓길도 넓은 편이라서 많이 힘들지는 않을 거라고 했다. 다행히도 오후 3시인데도 햇살은 그리 뜨겁지 않았다. 밑에서 올라오고 있다는 태풍의 영향인 듯 했다. 그렇게 우리는 서울을 출발하여 대전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주말이라 그런지 차가 많이 막히고 시내주행이 서포터 차량과는 저녁이 되어 천안대로를 지나 천안을 빠져나가게 될 쯤에야 만나게 되었다. 어둑어둑 한데다 배가 고픈데 나타난 서포터 차량...





어찌나 반가운지... 누나와 형들이 준비해준 김밥과 음료는 정말 맛있었다. 그중에서도 백미는 얼음처럼 차가운 두유였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했다. 이제 국도로 진입했기에 등에 매고 있었던 카멜백은 벗어버리고 야간이기에 라이트를 장착한 후 가벼운 차림으로 다시 길을 나섰다. 서포터들도 비디오카메라와 사진기로 달리는 우리를 멋있게 찍으려고 달리는 차에서 많은 노력을 했다.



서포터들의 그런 모습들이 우리에게 더욱 힘을 실어 주었다. 국도는 시내와는 달리 가로등이 없는 구간이 많아서 라이트가 없는 경우에는 위험할 듯싶었다.



렇게 밤길을 달리던 중 불현듯 졸음이 날 엄습해왔다. 전날 잠을 많이 못잔데다 저녁을 먹고 난후라 그런 것 같다. 결국 130km쯤 되는 지점에서 나는 자전거에서 내려 앞 뒤 바퀴를 분리한 후 차에 넣고 차에 올라타 꿈나라로의 페달링을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꿈나라에서 페달링 하고 있을 무렵 뭔가 소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깜짝 놀래서 일어나보니 정훈이형이 넘어져 있었다. 타이어가 슬립이 일어나면서 옆으로 넘어지신 듯 하다. 무릎은 살이 패여 피가 흐르고 있었고 팔도 쓸려있었다. 물로 상처를 씻어내고 지혈을 한 후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일어나서 자전거에 앉는 정훈이형.



많이 아플텐데... 우리는 파이팅을 외치며 정훈이형을 응원했다. 그 후에는 다행히도 부산까지 사고는 없었다. 잠시 후 우리는 대전 유성쯤에 도착했다. 한적한 신개발지구 같았다. 도착시간은 14일 밤 11시쯤. 어느 편의점 앞에서 다시 정미누나가 싸온 김밥과 계란 그리고 라면으로 허기를 채웠다.



음식을 먹으면서 손과 발에 뭔가 따끔한 느낌. 모기가 엄청나게 많았다. 모기에게 이곳저곳 물려가며 음식을 먹고 건물 화장실에서 돌아가며 몸을 씻은 후 옷을 갈아입고 12시쯤 다시 출발. 대전을 지나서 부턴 4번 국도를 타고 옥척 -> 영동 -> 김천 -> 대구 이런 코스로 계획을 잡았다. 대전부터 본격적인 야간 라이딩이 시작되었는데 참 이상한 일이 계속 생겨UT다. 대전을 벗어나서 옥천을 지나 영동을 지날 때 까지 계속 한적한 산악지형의 코스였는데 연속적으로 펑크가 난 것이다. 그것도 모두지 알 수 없는 그런 펑크였다. 차안에 있던 나는 튜브를 갈아 끼운 후 펑크 난 튜브와 타이어를 살펴보았지만 도저히 어딘지 찾을 수가 없었다.



계속 이런 현상이 벌어지자 펑크가 난사람과 안 난 사람사이에 간격이 많이 벌어지고 말았다. 계속 앞사람과의 간격이 벌어지면 힘들어지기에 성균이형의 싸이클을 분리해서 차에 넣고 성균이형은 차에 있던 내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했다. 하지만 자전거 싸이즈가 맞지 않아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 할 수 없다며 몸에 맞지 않은 자전거로 힘들게 달리기 시작했다.



그때부턴 다시 졸음과의 싸움이었다고 형들은 말했다. 목이마르거나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것 보다 졸음이 더욱 힘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추풍령을 넘기전 날이 밝으면서 산속의 맑은 공기와 하늘에서 내려오는 빗줄기에 우리를 괴롭히던 졸음은 사라져버렸다. 추풍령을 지나 잠시 휴식시간 성균이형의 펑크가 해결이 되고 나도 다시 라이딩에 합류하기로 했다. 그때부터 줄기차게 달려 우리는 15일 오전 9시경 대구에 도착했다. 여기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가기로 했다. 뜨거운 것을 먹으면 더 힘들거라는 명선이형님 말씀에 라이딩팀은 삼각김밥과 음료로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하기로 했고 서포터팀은 근처에 있는 음식점에서 콩나물 해장국으로 허기진 배를 달래주었다.(참고로 난 배신을 때리고 콩나물 해장국 먹었다...)







그렇게 아침식사를 마치고 약간의 휴식 후 서포터팀은 근처 마트에서 필요한 것을 더 사서 따라오기로 하고 라이딩팀은 먼저 출발하기로 했다. 오전 10시 쯤 우리는 25번 국도를 타고 부산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그치고 이제는 해가 조금씩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해는 점점 높아지면서 아침햇살 치고는 따가운 햇살을 내려주었다.



경산을 지나 청도쯤 긴 업힐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많이 더워진 날씨에 힘들었지만 우리는 한발 한발씩 올라갔다. 그렇게 올라간 후 다운힐에선 언제 힘들었냐는 듯이 4대의 자전거와 사람은 무서운 속도로 내려가고 있었다. 그렇게 가던 중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약간 휴식을 취했다. 주유소 근처엔 동네 주민처럼 보이시는 할머님들께서 복숭아를 팔고 계셨다. 그 할머님들은 우리를 보시더니 그 복숭아로 푸근한 정을 나누어 주셨다. 정말 꿀맛이었다. 그 온정에 감동 받은 명선이형님께선 그 자리에서 바로 복숭아 1박스를 사셨고 라이딩팀과 서포터팀 그 복숭아를 먹으며 즐거워했다.



휴식을 취한 후 이제는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리에 우리는 더욱 더 힘을 내서 달렸다. 그렇게 청도 -> 밀양 을 지나 진영 초입에 들어설 무렵 정훈이형이 약간의 탈수증세를 보였다. 그래서 명선이형님과 성균이형은 먼저 가기로 하고 나는 정훈이형과 함께 가기로 했다. 서포팅 차량과는 길이 엇갈려 만날 수가 없었지만 혹시나 해서 져지 뒷주머니에 챙겨온 전화기와 돈 4000원이 있었기에 우리는 진영 초입쯤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할수 있었다. 단돈 200원 짜리 아이스크림은 너무 시원했다!

휴식 후 다시 출발하는 이정표에 ‘부산’ 이라고 써져있는것이 눈에 들어왔다.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 와 닿았다. 국도를 따라가다가 드디어 서포터 차량과 만날 수 있었다. 다시금 몰려오는 졸음을 시원하게 적신 물수건으로 쫒아보낸 후 물을 보충하고 다시 페달질을 시작했다. 김해를 지나 드디어 부산에 진입했다. 우리가 목표로 잡은 부산 구시청 까지 가려면 언덕을 넘어서 구덕터널을 지나가야 한다고 한다. 상당히 긴 업힐 이었다. 그렇게 올라가서 시원한 다운힐을 기대하고 있을때 구덕터널로 진입하려고 하는 우리는 터널 초입에 있던 근무자에게 제지당했다. 위험하기에 자전거는 통행을 금한다는 말... 하는 수 없이 우리는 자전거에서 내려 차에 자전거를 싣고 차에 올라탄후 터널을 지났다. 터널을 지나 다시 자전거에 오른 우리들. 길을 잘 모르기에 물어가야 했는데 생각보다 설명을 어렵게 해주셔서 약간은 길을 돌아서 도착했다. 속으로 생각해둔 엔딩장면이 있었다.

‘그래 부산 구 시청에 랜스 암스트롱처럼 두 팔을 번쩍 들고 환호성을 지르며 들어가는거야’

하지만 그것은 내 머릿속에서 망상으로만 끝나고 말았다. 우리가 도착했던 부산 구 시청 자리엔 시청건물은 허물어지고 제2 롯데월드 건설 공사가 한창이었다. 약간은 실망스러웠지만 그래도 무사히 목적지까지 왔기에 그 성취감에 우리는 들떠있었다. 어쨌든 우리는 약 28시간의 라이딩 끝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사진촬영도 하고 비디오 촬영도 하고 무사히 도착했다고 집에 전화도 드렸다.





















한편 명선이형님과 성균이형은 엉청난 속도로 1시간 반 전에 이미 부산시청에 도착해서  신 시청까지 갔다 오셨다고 한다. 그 곳은 꽃도 피어있고 시설도 잘 되어있다며 다음엔 그쪽으로 가자는 말씀과 함께.(한마디로 또 가자는 소리네요...) 그렇게 자축을 한 뒤 우리는 자갈치 시장으로 향했다. 완주기념으로 명선이형님께서 회를 사주셨다. 회 이름은 잘 생각나지 않는다.(아마도 도미와 숭어였던 것 같다) 사실 도착했다는 안도감에 성취감에 긴장이 풀려서인지 이때부터는 거의 비몽사몽간을 헤매고 있었다. 자축하는 의미의 소주한잔이 들어가자 눈이 서서히 감긴다.

맛있게 저녁식사를 마친 후 이제는 서울로 돌아와야 할 시간. 각자 짐을 챙겨 배낭에 넣고 차 안을 정리한 후 앞 뒤 바퀴가 분리된 자전거를 차곡 차곡 뒷좌석에 쌓았다. 그 후에 배낭들도 정리를 해서 안에 밀어 넣은 후 아홉명 모두 탑승한 후 서울을 향해 이번엔 페달이 아닌 엑셀레이터를 밟았다.(웃음) 고속도로를 통해 서울로 가는 내내 졸다 깨다 졸다 깨다를 반복했다. 라이딩팀도 서포터팀도 모두 피곤한지 깨어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던 거 같다. 혹은 내가 계속 자느라 못 봤는지도 모르겠다. 에피소드 하나 말하자면 내가 탄 줄의 좌석배치는 [명선이형님 나 정훈이형] 이런 상태였는데 졸다 일어나서 정훈이형쪽에 있는 손잡이를 잡고 있다가 금새 또 졸아버린 것이다. 졸면서 당연히 손잡이를 잡고 있던 손에는 힘이 슬슬 풀렸고 힘없이 떨어진 내 손이 정훈이형 허벅지를 강타했다. 하지만 너무 피곤하신지 다행히도 잠을 깨진 않으셨다.

기나긴 고속도로를 지나(라이딩시간에 비하면 짧은시간이지만) 드디어 서울 톨게이트가 보인다. 이제야 정말 집으로 돌아왔구나 라는 안도감 한편 완주를 하지 못한것에 대한 아쉬움이 마음 한편에 자리 잡는다. 하지만 곧 다음에 또 도전하면 되겠지라며 나를 위로해본다.

정훈이형,대진이형,동석이형은 가락시장에서 중윤이형 미영이누나는 아차산역에서 정미누나는 군자교, 성균이형은 충무로, 나는 무악재에서 각각 자기 자전거와 짐들을 가지고 내렸다. 내릴적에 내 자전거 조립한다고 명선이형님께 인사도 제대로 못드렸는데 죄송하다. 무악재에서 내려 길은 알지만 졸음에 도저히 자전거를 타고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 택시를 잡아서 자전거 앞바퀴를 분리한 후 뒷좌석에 자전거와 바퀴를 싣고 타니 택시기사 아저씨께서 어딜 갔다오시냐고 묻는다. 그간의 이야기를 요약해서 해드리고 피곤함에 목적지를 말씀드리고 눈을 감았다. 중간에 눈을 떠서 곧 도착한다고 집에 전화를 드리고 다시 눈을 감았다 뜨니 벌써 집앞이다. 드디어 집에 돌아왔다. 분리한 자전거를 그대로 들고 올라가 세워두고 집에 들어가니 어머니께서 쌔까매졌다고 놀리신다.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아침식사를 한 후 방에 들어와 눈을 감았다. 다음에 또 도전하리라는 마음과 함께...

Special Thanks

이번 투어... 처음에는 걱정도 많고 성공에 대한 의문이 있었지만 직접 경험해보니 자신감이 생기는군요.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다시 도전하고 싶습니다. 또한 완주하신 명선이형님 정훈이형 성균이형 세분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리고 이번 투어에 있어서 잠까지 설쳐가면서 물심양면으로 응원해주시고 격려해주신 서포터분들이 있었기에 이번 투어가 더욱 빛을 바랬던 것 같습니다. 이틀동안 잠한 숨 못자고 운전해주신 대진이형, 중윤이형, 맛있는 김밥 싸주시고 이것저것 챙겨주신 정미누나 미영이누나의 제리는 환상이었습니다. 그리고 바쁘신데도 시간을 내셔서 우리를 멋있게 찍어주신 동석이형, 정말 모든 분들께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힘이 들때 마다 저희 뒤를 지키며 응원해주신 한마디, 앉아 있기가 무섭게 달려와서 챙겨 주시던 시원한 물 한 모금, 맛있는 음식들이 저희에게 달릴 수 있는 힘을 주셨습니다.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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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 Hagen글쓴이
    2004.8.24 15:48 댓글추천 0비추천 0
    여차여차 해서 겨우 겨우 태그 틀린곳 잡았네요. 사진 제대로 다 나옵니다~
  • 정말로 대단한 전사들의 투어후기군요 잼있게 읽었습니다
  • ㅋ 사진 트래픽 초과라는.....배꼽의 압박이..^^
  • Hagen글쓴이
    2004.8.24 22:37 댓글추천 0비추천 0
    수정 했습니다. 배꼽이 빠지실꺼까지야...--;;; 생각지도 못했던 트래픽초과군요 ㅠㅠ
  • 달자님이시구만.... 잘 읽었어요 ^^
  • 여러분의 도전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냅니다
    대단하십니다 거의 다 젊으신 분들인거 같은데
    젊은 혈기의 대담한 도전에 박수 짝짝짝
    대부분 사람들이 꿈도 꾸지 못하는 거리인데
    하루만에 완주 하셔서 축하드립니다.
    난 언제 엔진 업글해서 도전을 할런지.....
    부럽기만 합니다.

    후기도 생생하게 넘 잘읽었고요 내 자신을 한번더 바라보게 된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많은 도전 ,감동적인 후기 많이 올려주시고요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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