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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문 4개월, 속초에 가다

yoonsil2004.08.22 22:50조회 수 3249추천 수 5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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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 고민고민하다 타사자라 사서 출퇴근이나 하던
생활자전거인입니다. 남들 산에 간다길래 슬금 슬금
산에 갔다 위험한 거 같애서 헬멧도 하나 사고, 속도계도
달아 보며, 조금씩 자전거의 멋을 알게 됐습니다.

8월에 휴가도 못가고 해서, 토요일 휴가를 내고 가든
못가든 속초나 가보자하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불가능할
것도 같고 그랬는데 이곳 게시판을 보니 그냥 하루만에 간다더군요.

그래서 금요일 회사를 마치고 물백이 달린 자전거 가방을 사고
지도책을 사고, 구미젤리랑 칼로리 바란스, 리쪼, 육포이런 것들을
사서 소풍가기 전날 초등마냥 가방을 잘 싸놓고 잠들었습니다.

토요일 아침에 침대에서 눈을 뜨니, 그냥 잠이나 자고 집에서
영화나 보면서 푹쉬고 싶다는 유혹이 막들었습니다. 속초간다는
게 스스로 생각해도 황당했는데, 침대밑에 잘 싸놓은 간식 가득든
가방을 보니 그냥 나가게 되더군요.

출발했습니다.  한시간 정도 달리니 양평이 보이더군요. 터널을 많이
지나고 양수리 다리를 건너니 경치가 좋은게 슬슬 신이 났습니다.
마음이 꼭 속초로 갈것만 같았습니다.  좀 가다보니 홍천이라고
써 있더군요. 길 찾기는 쉬웠습니다. 속초라고 써있는 표지판만
보고 가길로 쑥 달리면 되더군요.

그렇게 홀로 갓길을 탈탈가고 있는데, 싸이클 타신분이 씽하고
지나갔습니다. 쓸쓸했는데 일행이 생기나 보다 했는데, 싸이클은
너무 빠르더군요. 따라잡아 말이나 붙여 보려 했는데, 씽 지나간
후로 다시는 못 봤습니다.

남들은 서울서 속초까지 7시간에도 간다더니, 저런 속도로 가야 되나
보다 싶었습니다.

저는 아침 8시에 출발했는데, 넉넉잡고 12간이면 도착할 줄 알았습니다.  
이 시점에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마지막 고비가 미시령이라던데 깜깜
하면 어쩌나 하는 고민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빨리 가야 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엉덩이가 너무 아팠습니다.
쉬면 안 아파서 자주 쉬었습니다.
자전거 옷은 아직 못사서 그냥 반바지 입고  나갔는데,
엉덩이가 너무 아팠습니다. 제일 힘든 점은 엉덩이가 아픈일입니다.
멀리 갈 때는 자전거 옷 입어야 겠습니다.

휴게소에서 쉬는데 어떤 고수 분이 펑크를 때우고 계시더군요. 보호대에
풀샥 아주 좋은 자전거, 거기에 멋진 옷 한눈에 고수 같앴는데, 저한테
도움을 청하더군요. 나도 잘 모르는데 하며 튜브없는 타이어 분해 작업을
도와 주고 제 펌프도 빌려줘서 그분 자전거는 고쳐졌습니다. 저는 점심을
안 먹고 해서 밥 먹고 가려고 그분께 자전거도 풀샥이고 하니
먼쳐 출발하시라고 했습니다. 제가 나중에 앞서서 또 뵙자고 인사하면서,
10분후쯤 출발했는데 그후로 그분도 다시는 못 뵜습니다.  
제가 속도가 느렸나 봅니다.

목이 너무 말랐습니다. 물백에 2리터 생수를 가득 채웠습니다. 무겁더군요.
더 힘들어서 물을 쪽쪽 빨아 계속 뱉어 내며 갔습니다. 짐은 되도록
가볍게 꾸려야 겠습니다. 비옷까지 챙겼는데 다행이 비는 오지 않았습니다.

아 비가 왔습니다. 미시령에서만,  중간에 펑크도 났었고 인제에선 번지점프
구경하다가 좀 늦었나 봅니다. 해가 곧 질 것 같은 상황에서 대망의 미시령에
도착했습니다.

듣던것 보다 언덕이 더 심했습니다. 망우산 정도는 한방에  올라가서 제가 잘
올라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초장에 드러누웠습니다.

해가 지더군요. 비도 와서 시원했는데, 다시 자전거를 타고 오를 힘은 없었습
니다. 정말 깜깜했습니다. 무섭고 힘들고 높은곳에 있고,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갓길로 딱 붙어 조심스레 걸었습니다. 꼭대기는 보이지도 않고 아주 많이
걸어서 꼭대기에 도착했습니다. 휴게소가 있더군요. 담배를 태우며 처량히 앉
아 있자니 사람들 눈빛에 창피한 생각도 들더군요. 미쳤구나 위험하게 이 밤에
뭐하는 짓이냐 하는 눈초리 같았습니다. 꼭 살아돌아 가자는 다짐도 생겼습니
다.

내려갈 일도 걱정입니다. 후레쉬는 깜빡등 기능 뿐이 안 되는 건데, 앞이나 보
일까 싶었습니다.  후레쉬빛으로 바깥차선의 흰선만 겨우 보이더군요. 브레이
크 꽉 잡고 느리게 갔습니다. 금방 내려가겠구나, 이제 속초구나란 생각이 들었
습니다. 그런데 덜덜덜하더니, 펑크가 났습니다. 브레이크를 너무 꽉 잡았는 지
진짜 운도 없습니다. 깜깜한데, 또 걸어야 되나 보다 싶었습니다. 눈물도 나려
고 하는데 조금 가다보니 펑크를 수리할 만한 땅이 보였습니다. 눈물을 머금고
펑크 때우고 내려왔습니다.


속초에 도착했습니다. 어쨌거나 속초에 도착하니 기분이 좋더군요. 왜 왔나 싶
기도 하고, 일단 피곤해서 여관에서 잘까했는데, 그냥 찜질방에서 잤습니다. 돈
을 더드린다는 말까지 하니 자전거는 맡아 주더군요. 올림픽 응원하는 아줌마
처녀들 때문에 제대로 잠을 못 잤습니다. 양궁경기 였나 본데 한발 쏠때 마다
함성을 터트려 잠자기 힘들게 하더군요. 돈 더 쓰더라도 여관에서 잘껄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되도록 짧게 쓰고 싶었는데, 할말이 많았는 지 길게 썼네요.

초보인 저가 어쨌건 하루안에 속초에 갔습니다. 13시간 정도 걸린 거 같네요.
누구나 맘만 제대로 먹는다면 할 수 있는 일 같습니다.
제일 힘들었던건 엉덩이 아픈일 그 다음은 펑크 자주 때운 일, 그 다음은, 깜깜
할 때의 미시령이였습니다.

하루 자고 오늘은 화진포까지 갔다가 간성에서 버스 타고 왔습니다. 오다가
버스가 막혀 양수리쯤인가부터 내려서 또 자전거 타고 왔습니다. 자전거 나름
대로 훌륭한 교통수단입니다. 만약 말타고 다녀야 하는 시대가 온다면 자전거
는 정말 짱 먹을 거 같습니다. 그런 시대라면 자전거도 없겠지만 아무튼 자전
거 최곱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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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잔차질~@ (by gbe) 평생 잊지못할 왕초보의 첫 산행? (b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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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7
  • 아.. 정말 훌륭하고.. 부럽습니다.
    저도 초보인데... 아직 속초 같이 먼곳은 길 엄두도 내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엉덩이 아픈것은 정말 공감합니다.
    저도 집 주변 산에서만 1,2시간만 타다가...
    처음으로 2시간 이상을 도로에서 타니까 정말 엉덩이
    아프더라구요... 그때 2일정도 엉덩이가 얼얼 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패드 잇는 바지 살라구 벼르고 있습니다..
    yoonsil님도 바지 하나 사셔야 되겠군요... 하하
  • 남일같지 않네요~^^ 누구나 엉덩이는 다 아픈것 같아요. 그래도 용기가 대단하시네요~~~~
  • 잘 읽었습니다. 저도 초본데...
    님같은 진짜장거리는 못가봤고 양평왕복, 춘천편도, 원주편도 같은 100Km 내외의 장거리는 가봤습니다.
    엉덩이 문제... 심각하죠.
    저도 패드바지가 없습니다. 걍 반바지 입고 타는데, 장거리여행 갈 땐 젤안장카바를 씌우고 갑니다.
    5시간이 넘어 가면 아프기 시작하지만 그전까진 괜찮더군요. 물론 패드바지와 비교할 바는 못되겠지만요...^^
  • 솔직한 글 재밌게 읽었습니다. 자전거 최곱니다.
  • 초보에게 용기가 되는 글입니다.
    저도 함 도전해보고픈 욕구가...^^
  • 참 겸손하고 차분한 글이군요. 읽다보니 기분이 좋아집니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건강하고 재미있게 자전걸 즐기시길...^^
  • 입문하신지 얼마되지않아 속초 까지 다녀오셨군요 대단하십니다
    될수있는대로 패드 바지를 입고 타세요 엉덩이도 덜아프고 착용감이 좋아 페달링에도 도움이 됩니다
  • 참~~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너무 쉽게 쉽게 글이 이어져, 이글 보고 떠나려는 사람이 꽤 되겠네요...
    음~~ 오랫만에 나도 한번 떠나볼까?
  • 잘 읽었습니다..님의 글을 보니 저도 용기가 생기는 군요
  • 글 잘 읽었읍니다~~ 저는 인천인데 내년쯤에 속초나 강릉을 도전 해보려 합니다~~ 꾸준히 장거리는 연습중이구요~~ yoonsil님 글을 읽으니 용기가 팍팍 생깁니다~~ 행동에 옮기기 까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면 고수가 되겠죠~~ 초보 화이팅입니다~~
  • 정말 대단하십니다!! 저도 곧 떠나는데 힘이솟네요~
    거기에다가...저랑 같은 잔차!! ^^;;
  • 글을 읽으니 용기가 막 나네요. 10월쯤에 한번 가보려고 생각중이거든요. 성공하신 거 축하드립니다. 짝짝!
  • 박수!박수!박수! 짝 짝 짝
  • 저도 입문 4개월 초보입니다. 9월에 투어 예정인데
    용기가 되는 글입니다.
  • 허헛, 이런 우연이 있을까? 제가 다음주에 갈려는 코스를 먼저 가셨군요... 좋은 주행기입니다. 많은 참고 되었어요...
  • 대단하십니다... 저 같은 겁쟁이에게 용기가 되는 글입니다.. ^^;;
  • 참으로 담백한 글입니다. 너무 잘 봤습니다. 화이팅하시고 안전한 라이딩 하시길 바랍니다.
micoll
2003.06.17 조회 1137
........
2002.12.28 조회 626
........
2002.12.31 조회 779
gbe
2002.12.12 조회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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