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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신월산, 우리들의 이야기..^^

yangah2004.05.10 18:27조회 수 1465추천 수 3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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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끄적거리기가 이리 귀찮아지는지 스스로도 신기할 지경입니다.
그래도 이번만큼은 모두에게 흔하지 않은 경험으로 우리의 머리 속에 남으리라는 마음으로 기록 겸해서 적어봅니다. 제게도 양아들(^^)이 한명 생기는 하루였으니 어찌 그냥 넘길 수가 있겠습니까.

이미 렛쭈레이수에 70건을 훌쩍 넘긴 리플이 예사롭지 않은 주말을 예고하고 나섰습니다. 적벽을 희롱하던 제갈 량의 택일과 독사과도 부사처럼 보이게 만드는 번장의 편안한 카리스마가 만든 대박이었습니다. 레이님의 2004년 5월 8일 ‘신월산 빠른 모드’ 번개. 수많은 리플과 고수님들의 참가 리플은 이미 서스펜스와 스펙터클 그 자체였습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할까요. 30명가까운 분들이 모이니 별일이 다 생깁니다. 체인 끊기, 스포크 해먹기, 빵구내기, 프렘뽀개기의 생활차력에 쁘리족들의 점프와 생쑈 라이딩, 거기에 미디캡님을 포함한 아크로바티쿠 라이더들의 잔차 학대질까지 심심할 틈이 없는 라이딩이었습니다. 거기에 몸뗑이 내던져 분위기 살리고 죽이신 분들도 계셨으니 분위기 죽이는 하루였습니다. 그 선두에 번장이신 레이님이 업힐 20km/h로 내지르는 빡조의 페이스를 죽이기 위해 몸을 던지셨습니다. 낙법에 능하심에도 상체 좌측면으로 던지셨습니다. 얼굴로 동체착륙하셨습니다. 덕분에 페이스가 팍 쉬는 모드로 바뀌었습니다. 일부 고속라이더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 다음 제우스 강님. 절개지에서 절개면으로 구르셨습니다. 그 자이언트 바에 제 촛대뼈 살짝 맞았습니다. 졸라 아픈데 구르신 님 앞에서 제가 무슨 소리를 하겠습니까. 그래도 다치시지는 않았다니 천운입니다.

게으름에 차가 막힌 탓에 30분정도 늦게 출발점으로 가보니 번장과 바벨님 기계수리하고 계시는 폼새가 늦은 놈에겐 사탄의 유혹으로 다가옵니다. 잘하면 앵겨붙어 로드로 이동하면 되것다라는 연산을 끝내는 순간 ‘빨리 가보세요. 작동공원까지 쉬지 말고 가세요.’라는 말에 파블로프의 거시기 마냥 산길로 접어듭니다. 지가 왜가는 지도 모르고 그저 갑니다. 혼자서는 쉬는 재미도 별롭니다. 그냥 꾸역꾸역 갑니다. 어제 마신 술도 올라오고 숨도 올라오고 이 놈의 잔차질은 쉬울 때가 없습니다. 동네 슈퍼 갈때도 힘드니....^^

중간에 시라소니님 만나 작동공원까지 그냥 저냥 갑니다. 그래도 초반에 오버한게 영 맘에 걸립니다. 일각의 페이스 조절 실패는 곧 황홀한 쪽팔림으로 이어지죠. 그래도 사람 많으니 좋습니다. 앞에서 뒷바쿠 헛도는 순간 바로 끌고 바이크로 돌입합니다. 일부 엠티버들은 이해가 잘 안되시것지만 타던 자전거 끌고 메는 순간 또 다른 성불의 길을 맛볼 수 있습니다. 뭐가 좀 안풀린다 주저없이 내리시고 끄세요. 그도 안된다 싶다. 바로 메면 됩니다. 라이딩에 성취의 세계가 있다면 끌바와 멜바에는 구도의 길이 있습니다. 가다보니 짱님 체인을 끊으셨습니다. NRS로 온 산을 헤집고 다니시니 듀라에이스 할애비라도 못견딥니다. 체인핀을 드리고 바로 후회했습니다. 그거 없음 5분은 노는데 핀꼽고 바로 출발합니다.

절개지 못미쳐 다시 사람들이 모여있습니다. 레이님이 날으셨더군요. 적지않은 부피에 온몸으로 동체착륙했다니 산도 좀 놀랬을 겁니다. 강재구 소령을 생각나게 만드는 장면이었습니다. 수류탄아니길 다행이죠..^^ 곧이어 절개지입니다. 제 차가 좀 큰 탓인지 엉덩이 빼고 나면 조향에 좀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도 빌빌빌 내려가다 중간쯤 피해있는데 제우스 강님 자전거화 함께 절개면으로 날아오십니다. 자전거에 맞는 줄 알았습니다. 다시 도전하시고 산타님 절개지와 또 한판 붙으시고 다들 잘 내려와 절개지에 모였습니다. 많더군요. 여기에서 쁘리선수들 계단 위로 널을 뜁니다. 헉..!! 바벨님, 레기온님, 다룡이 글구 한분. 저는 그런거 안봅니다. 제 생활신조의 하나가 ‘놀다죽으면 하소연할 때도 없다.’입니다.

다시 남서울정보고등학교를 지나 산으로 갑니다. 몇 번을 와도 헉헉거리는 동네죠. 저 앞에서 바이크원님이 카메라를 삼발이에 거치시켜놓고 기다립니다. 표정관리 들어갔지만 결국 모자이크처리 해버렸더군요. 제가 초상권을 주장하는 타잎은 아닌데. 다시 원미산까지 원샷이다를 외치고 가는 순간 베레모님 빵구난거 구경을 핑계 삼아 모두 내립니다. 역시 잔사고는 즐겁습니다. 한 몇 분 갔을까. 이번에 짱님 뒷디레일러 지지하는 프렘 끝이 뽀사졌습니다. 이건 사태가 좀 심각합니다. 체인을 직접 연결해보지만 핀도 없고 링크를 써보지만 불안합니다. 이 기회에 모두 장기체류모드에 돌입합니다. ‘쏘시지 드릴까요.’  그런데 쁘리선수들 그 앞에 있던 유사 웨이브에서 난리를 피웁니다. 붕 붕. 바벨님 온몸으로 착지하는거 다봤습니다. 스팅키랑 같이.

한국의 산들이 우리에게 주는 위대한 교훈이 있죠. ‘죽으나 사나 언젠가는 올라간다.’ ‘먹고 살래면 내려가야 한다.’ 아예 궁뎅이 비비고 앉을려는 맘이 굴뚝같은데 목동님이 가시잡니다. 그렇죠. 아! 네! 이미 빡조는 원미산 기슭을 헤맬 것이고 널조도 마지막 고개만 넘으면 되는데.. 아! 빗방울!! 비오면 잔차 못탑니다. 큰 사고의 원인입니다. 항상 자연에 대한 외경심을 유지해야하기에. 연장자들께서 철수를 제안하시고 다수가 따릅니다. ‘더가도 되는데’를 연발하면 붙습니다.. 먼저가신 목동님을 찾아야된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그냥 도로로 해서 서부터미널 앞 슈퍼에서 노가리에 죽때리기로 일행을 기다립니다.

많은 분들이 부모님과의 저녁을 위해 일찍가셨지만 저는 저녁먹고 오라는 말에 삼겹살까지 부담없이 갑니다. 삼겹살집에만 15명이라니 대박은 대박이죠. 이리저리 소주잔이 돌고 이런 저런 말이 오가다 제가 레이님한테 코를 꿰여 몇분이 저희 아파트 앞마당까지 오시고 말았습니다. 천덕꾸러기로 남아있던 프레임과 부속들을 일괄 처분하기로 합의를 교환하고 아예 뿌리를 뽑자고 한 것이죠. 그런데 부속 많더군요. 아낌없습니다. 다 드리고 지티오님이 바로 조립들어가 뚝딱 뚝딱 10시 반 넘어 잔차 한대가 완성됐습니다. 다룡이 잔차.(다룡님 디카로 올려봐요.)

잔차 만들고 나머지 분들 한잔 더 걸치러 가고 저는 집에 들어가 마눌에게 약간의 아부성 접대를 하고 하루를 정리했습니다. 물론 그 다음날 베란다에 창틀에 찌든 때 벗기고 설거지하고 청소기 돌렸지만 다 미래를 위한 포석 아니겠습니까. 그래야 벙개는 지속 될 것이고.

레이님 이하 번개에 참석하시 모든 분들 덕분에 아주 기억에 남는 하루를 보낸 것 같습니다.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산에서 만나는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합니다. 시간이 있으면 좀 더 다듬고 우리의 이야기를 아름답게 풀어놓고 싶지만 재주와 정성의 부족을 변명삼아 내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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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7
  • 양아님~~~
    저가 절개지에서 거꾸로 쳐박힐때
    양아님의 또다른 피해를 입었군요.ㅎ ㅎ ㅎ

    저는 암생각도 안나고 그져 내몸 추수르기 바뻣습니다.
    ㅋㅋㅋ~~~
    그날 처박혀도 너무나 잼있는 롸딩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괜찮치만 레이님의 빠른 쾌차를 빕니다.



  • 레이님 뼈에 금까지 가시다니 한동안 무리 하지 마세요 부러지지 않은게 천만다행 이라고 위안을 삼어시고 쾌차 하십시요
    제우스강님 오시기전에 절개지에서 저도 두번이나 넘어졌습니다 ㅋㅋㅋ 요즘도 자주 처박힌다는... @.@;
    양아님 후기 잘 봤어요 언제나 맛갈 스럽게 쓰시네요
    앞으로도 잼난 후기를 기대 하겠습니다
  • 양아님...
    글 넘 재밌게 읽고가요
    놀다 죽으면 하소연할때도 없다...명언이네요^^*
    제우스강님 레이님 다치신곳 빨랑 나으세요~~~
  • 뼈에 금갔다니까 심각하게 생각하시면 제가 죄송하지요. 약간 금이 간 거예요. 양아님 덕분에 다룡이 잔거가 제대로 만들어져서 큰 짐을 덜어낸 기분입니다.
    그 날 사실 시작부터 굉장히 바빴습니다. 시작도 하지 못하고 씨디송님 빵꾸났다는 말에 다시 수퍼에 가서 빵꾸 때우고 철조망에 오니 바벨님 체인 끊어져서 이십여분 지체하고 업힐 시작하는데 작심삼일님 길 잃어버리셨다고 전화가 와서 거품물고 쫓아가는데 바벨님 체인 또 끊어지고 또 거품물고 작동공원엘 갔는데 현진님 출발하자고 하시고 화장실 잠깐 간신히 들렸다가 빡조에 길을 아시는 분이 없는 것 같아 할 수 없이 올라갔지요. 자빠링 후에 바이크원님으로부터 치료를 받는 중에 지티오님으로부터 전화가 계속와서 마음이 바쁘더라구요. 손이 좀 아프고 장갑을 다시 끼기 힘들었는데 저 때문에 너무 지체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아파트 쪽엘 도착했는데 후미는 안오고 비는 찔끔 찔끔, 빡조는 포도밭 업힐 하러 떠났고 저 혼자 남아 후미 찾으러 간다고 했는데 이 번엔 제 잔거가 빵꾸. 손은 아픈데 빵꾸는 때워야겠고 전화는 자꾸 와서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묻고 저녁 먹으러 가는 곳은 저만 알고 있으니 제가 빨리 수퍼 앞으로 가야한다는 중압감은 들고, 심지어는 번개에 나오지 않은 다크(중학생)에게서까지 전화가 오더군요. 한마디로 비몽사몽이었습니다. 진짜 문제는, 그래도 라이딩이 재미있더라구요. ^^
    그 날의 교훈: 참석인원이 많으면 무조건 널널모드로 움직여야 한다.
  • 정말 고생 많으 셨습니다...레이님...그리고..다른 모든 분들도...
    앞으로도 자주 부탁드리구요...다치신 분들 빨리 쾌차 하시기 바랍니다...
  • !!!!!
    번짱의 고행이 바로....
    난 죽었다.
    !!!!!!
    몸 조심들 하세요.
  • 양아님 글 잘읽었읍니다..
    벙개 후기가 리얼하군요 "이제는 말할수 있다"라는 다큐멘터리 한장면을 보든듯합니다. 한나절 이 짧은 시간에 이토록 많은 사건사고가 일어날수 있다니...열심히 살아야 겠습니다...
  • yangah글쓴이
    2004.5.11 16:17 댓글추천 0비추천 0
    여기는 수원입니다.
    피시가 없어서 이제야 접속을 하네요.
    2.2끼고 로드타는데 거품물었습니다.
    지금도 가가가가...^^
    언제 목동에서 먹/술벙 함하죠. 난 산보다 그게 좋더라구요..^^
  • 먹/술벙 언제라도 좋습니다..연략만 주시면
    신월산파 여러분들 모여서 평일날 산이 아니라 편안한 마음으로 한잔 하죠!!
  • 제가 오늘 감명 깊게 읽은 대사입니다.

    짠~~~`

    '놀다죽으면 하소연할 때도 없다.’ -_-;;;

    가슴에 와닿습니다.
  • 안녕하세요 양아님 글 잘 읽었습니다. 글을 읽고 있으니 제 기억속의 영상들과 매치가 됩니다. 정말 실감 나게 잘 쓰셨습니다. 제가 그날 번장이신 레이님의 발목을 많이 잡았던것 같습니다. 죄송 합니다. 그래도 많은 분들과 함께 해서 좋았습니다. ^^
    좋은 하루 되세요~
  • 2004.5.11 21:01 댓글추천 0비추천 0
    "과한것은 모자람만 못하다"
    잔차를 목숨걸고 탈일 없을 듯... 안전한게 최고입니다. 속히 완쾌 바랍니다.
  • 글솜씨가 수준급이시네요...처음부터 끝마무리까지 너무너무 재미있습니다...보는건 글인데 영상이 막 머리에 떠오릅니다....
  • 글 잘읽었습니다. 오랜만의 후기네요.
    기억이 새록새록.....
    잘 찍은 사진으로 올려드렸어야 하는데 죄송하네요.
    (사실 그날은 왠지 사진만 찍으려고 마음먹으면 일이 터져서 사진에 신경쓸 겨를이 없었네요...)
    다음에는 인권보호하는일 없이 원판불변의 법칙을 지켜드릴께요....
  • 양아님!! 소설가 안부럽네요.
    현장에는 없었지만 눈앞에 선합니다.
    그리고 이글 읽고서야 다룡이 자전거 탄생의 비밀을 알았네요. 고맙습니다.
  • 정말 글솜씨가 작가 부럽지않군요.
    먹/술벙 이란 단어에 눈이번쩍뜨이는군요
    언제든지 찬성입니다.
  • 혹시 양쪽에 잔거 세워놓고 계셨던 분들 아니신가요!
    그날 인사느라 정신없었다는...신월산 죽돌인데 그렇게
    많은 인원은 첨 봤습니다..
    여성 라이더님들도 몇분 계셨는데..저 인사하며 지나가는데 까르르 웃으시더군요!^^ 왠지 민망해서 얼굴 시뻘겨졌는데...의외로 다치신분들이 몇분 계셨나 보군요!
    항상 안전라이딩 하시길(불편하시더라도 저처럼 완전 무장 하심,만사 오케이!,그날 산타에 뻘건헬멧썼던 영석이라 하옵니다.)
    그나저나 레이님이 누구신지 용안이라도 함 뵜음!^^
    라이더님들 항상 행복하나 하루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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