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어젯밤 내 자전거 택시와 부딪치다

........2002.05.24 23:54조회 수 733추천 수 1댓글 0

    • 글자 크기


자전거를 탄 지 얼마가 지났는데 어젯밤과 같은 대형사고는 처음이었습니다. 그 경험을 나누고자, 제가 여러 정보를 얻은 이곳에 사고경험담을 올립니다.
- - - - -

제가 함께하는 모임이 있는 자리인 충정로에 자전거를 타고 갔지요. 늘 그렇듯 느즈막한 시간에 모임은 끝나고, 서로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시간에 쫓겨 돌아설 수밖에 없었지요. 저는 다른 한 분과 길가에서 이야기하다가 시원한 물 한 잔 사마시려다 그냥 자전거를 몰고 집 방향인 종로를 향해 달려갔습니다.

세종문화회관을 왼쪽으로 보면서 큰 사거리를 지났습니다. 그리고 교보문고 지상입구 맞은편을 지나던 때에 저는 제 앞으로 택시가 갑자기 우회전을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찻길 안쪽으로 붙어서 달리던 터라 우회전하는 택시를 피할 틈이 없었습니다. 인도쪽 안쪽길을 따라 달리는 자전거로서는 대처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택시는 뒷거울로 저를 보지 못했습니다.

짧게 제 앞을 가로막는 택시가 눈에 보이고, 그 다음에 머리가 땅에 쿵 하고 팔에 찬 보호대가 아스팔트 바닥에 긁히고 저는 쓰러졌다 주저앉은 채 숨을 쌕쌕 몰아쉬고 있었습니다.

택시 기사가 주저앉아서 고개 숙이고 맥없이 늘어져 있는 제 어깨를 흔들며, '이 사람 괜찮군, 하하' 이렇게 큰소리로 말했습니다. 저는 숨만 몰아쉬고 쓰러져서 아무말도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택시기사는 제 몸을 길 한가운데서 끌어다 인도쪽으로 옮겨놓았습니다. 사람들 눈길이 모아지는 것을 두려워한 까닭입니다. 저는 그 사이에 숨만 몰아쉬며 아무말도 하지 못했지요.

다행히 정신이 들었습니다. 팔다리 느낌을 보아 크게 다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이 놓였습니다. 땅에 머리를 박았을 때, '이제 끝이구나' 하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제가 애지중지하던 빨간 헬멧이 대신 죽었습니다. 평소에는 잘 차고 다니지 않는데 오늘 괜히 찬 팔꿈치 보호대가 팔 전체가 피투성이가 될 뻔한 일을 막아주었습니다. 사고가 난 순간에는 몰랐는데 집에 돌아와 살펴보니, 팔 보호대 프라스틱이 아스팔트에 긁힌 자국이 끔찍했습니다.

집에 돌아와 보니, 왼쪽 어깨 티셔츠가 찢어져 구멍이 나 너덜너덜하더군요. 동생이 어머니에게 알리지 말고 내일 옷은 가방에 싸다가 내버리랍니다. 아픈 어머니가 걱정하면 그게 큰 걱정이거든요.

택시 기사는 좋은 사람은 아닌 듯싶었습니다. 사고를 내고, 두려운 마음에 정신이 없어진 택시운저기사 사정이 짐작되지만, 넉넉하지 않은 택시기사의 살림이 짐작되지만, 그 사람은 너무했습니다. 쓰러진 제게 다가와서 한 말은 '전화번호 적어줄 테니까 내일 아프면 연락하라'였습니다. 그리고 자기는 가도 되겠느냐고 물었습니다. 명백한 책임회피이자 사기행위였습니다.

두발차와 네발차가 길에서 사고나면 무조건 네발차 책임이라는 사실을 그 자신이 저보다 훨씬 더 잘 텐데, 그런 말을 했습니다. 더구나 자동차 사고란, 사고 난 즉시 엑스레이를 찍어보고 사건현장을 확인하고 그래야 하는데, 그 상황을 내던지고 도망치고 싶어만 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제가 경찰을 불러서 사고를 정리시키겠다고 주저앉은 채 말하자, 휴대전화를 거는 제 앞에 서서 '재미 옴 붙었네'라며 위협적인 욕까지 했습니다. 밤 열한 시 반쯤이어서 교보문고 건너편 길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지요. 그때 지나가던 젊은 여자 한 분이, 맥이 풀려서 주저앉아 있는 저에게 다가와 '도와드릴까요'라고 말해주었는데, 그 분께 깊은 마음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그 분께 '경찰을 불러달라'고 부탁했지요. 그 분이 제게 휴대전화를 건네주었답니다.

경찰이 오고, 구급차에 저는 실려서 백병원으로 갔습니다. 구급차에 실리기 전에 땅바닥에 주저앉은 채 일어서지 못하는 제 앞에서 택시기사는 설쳤습니다. 보다 못한 경찰이 택시기사를 보고 '아저씨 잘한 것 없어요, 이 사고 다 아저씨 책임이에요'라고 혼을 냈습니다. 하는 행동거지가 심하니까 경찰이 여러 마디 하며 핀잔을 주었습니다. 그 택시기사가 한 여러 말은 추하고 화가 나서 옮길 수가 없습니다. 살면서 여러분도 이런 일을 당해보셨을 테니, 상상해주세요, 그 상상 그대로입니다.

백병원에서 머리 어깨 발 사진을 찍고 여러 검사를 했습니다. 큰 이상은 없답니다. 한숨을 쉬며 안도했습니다. 어머니가 아픈데 제가 아프면 저희집은 난리가 아니게 되니까요. 부서진 장비는 택시기사에게 새 물건으로 물어내라고 했습니다. 헬멧과 보호장갑과 위에 있은 옷 두 벌과 자전거 견적을 확인할 겁니다.

사고가 끝나고 집에 오니 생각이 이렇습니다. 왜 그때 하필 내가 그 자리를 지나갔을까? 이런 생각은 짧게 하고 버려야 마음이 편합니다. 그때 하필 그 자리를 지났기에 큰 탈 없이 자전거 사고를 한번 경험했고, 그 덕분에 나중에는 사고를 당하지 않겠지요.

한밤의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세상과 안녕~할 뻔했습니다.
왼쪽 어깨에는 까진 상처가 있고,
오른쪽 어깨가 몹시 쑤십니다.

헬멧 때문에 살았습니다.
고마워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살겠습니다.


- - - - - 사고 상황 정리 - - - - -

(1) 자전거 기종 엘파마 DX560 - 마음에 쏙 드는 제 자전거입니다

(2)보호모자 - 스페셜라이즈 킹 코브라 - 돈값했다는 생각 했습니다. 이 보호모자 없이 사고를 당했다면, 크게 다쳤을 겁니다. 자전거에서 몸이 날라가며 팔뚝과 어깨와 왼쪽 옆머리가 동시에 아스팔트 땅바닥에 부딪쳤나 본데, 머리에 쿵 소리가 나도록 부딪쳤는데, 머리에 충격감이 별로 없었습니다.

(3) 사고가 나면, 택시기사 말 듣지 마세요. 이 사람들은 그 바닥에서 베테랑들이기에, 그 사람들 말에 휘말리면 억울하게 되기 십상입니다. 곧바로 112로 전화해서 사고났는데 중재해달라고 하면 경찰차가 와서 잘해줍니다.

(4) 길에서 네발차와 두발차가 부딪쳐서 사고나면 무조건 네발차가 책임지게 법이 되어있습니다. 택시기사가 위협하고 그래도 상관말고 곧바로 경찰에 연락하세요. 그리고 자전거와 장비피해를 택시기사에게 확인시키고 간단하게 종이에 확인서를 받아두도록 합니다. 자기가 자전거를 산 가게에 가서 견적을 떼어, 수리비를 청구해야 합니다.

(5) 교통사고는 후유증이 무섭습니다. 당장 이상이 없어 보여도 꼭 가까이에 있는 큰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아무래도 밤에 자전거를 타는 일은, 무척 위험합니다.
하필이면 어제 평소 하고 다니지 않던 팔보호대를 해서 피해가 적었습니다. '하필이면'입니다.

모두 건강하고, 즐겁고 건강하게 자전거 타세요.
좋은 정보를 많이 얻어가는 야생자전거에 처음 글을 써보았습니다.

- 송승훈 올림 -


    • 글자 크기
정말로 잘 처리를 하셨읍니다. (by ........) 아주 유쾌한... (by ........)

댓글 달기

첨부 (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