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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거기에 있었다.

........2002.01.20 18:28조회 수 833추천 수 2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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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의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의 계획을 미처 세우지못했던 나로서는 그동안의 나태해진 몸과 맘을 다스릴겸, 불현듯 다시 산엘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신년 첫 계획으로 설악산을 가기로 맘을 먹고 준비에 들어갔죠.

88년6월12일 북한산 인수봉에서 암벽등반을 하던중 추락하여 오른쪽 발목 연골이 부서지는 중상을 당하고 약 5년가까이를 보조기와 목발로 지내야 했습니다.(지금도 발목은 정상이 아님)

그후 산을 거의 다니지 못하다가 (발목의 통증때문에) 우연한 기회에 산악자전거를 알게되어 지금껏 이 산악자전거에 빠져서 지내고 있어 더욱 산을 잊고 있었던것입니다.

그러나 산은 어머니의 품속처럼 포근한곳이죠.^^

불현듯 가고싶은산, 바로 설악산,
그것도 남교리 12선녀탕코스에서 서북주능선을 타고 대청봉으로해서
희운각으로~공룡능선~마등령~비선대~설악동의 코스를 잡고 계획을 세웠습니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무리한계획일것 같았죠.
너무 오랫동안 산엘 다니지 않았고,발목도 정상이 아니기때문에 고민도 되었지만,
도전해보리라 다짐하고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정말 몇년만에 등산을 하려니 준비할것이 많더군요.
종로의 등산 장비점에 가서 오랫만에 낯익은 얼굴들도 만나고,이것저것
구입하여 배낭을 꾸리려니 휴~그 짐이 장난이 아닙니다.-_-;;

배낭을 무엇으로 가져갈까 고민을 하다가 아끼고 아끼던 가리모어배낭80리터짜리를 가져가기로 했습니다.
역시 명품은 그진가를 발휘하였다(등반내내 어깨나 허리에 무리를 주지않고,정말 편하게 배낭을 지고 다닐수 있었습니다.)

이것저것 체크하며 배낭꾸리기를 한지 얼마나 지났을까?
이제 자고 새벽에 출발해야지하고 시계를 보니, 허~걱,
새벽 5시입니다.
할수없이 바로 옷챙겨 입고 상봉동 시외버스터미날로 향합니다.

첫째날 1월13일 일요일.

80리터짜리 대형배낭이 모자라 보조배낭까지 더 준비해서 배낭뒤에 달고, 일어서려는데 휘청,
무게가 장난이 아니다. 이거이 내 몸무게가 71키로그람인데,집에있는
저울로 달아보니,37키로그람.
내 몸무게의 반을 넘는 배낭무게(최악의 상태를대비한 준비물과 혼자서 가는것이라 당연히 짐이 많아 질수밖에........)
그리고 프라스틱 고소등반용 2중화(약5키로정도)를 신고 출발을 .........

발목의 약점때문에 준비를 단단히 했습니다..
발목이 꺽이지않는 2중화, 툴리스충격흡수깔창,세라믹발목아대,그리고
48시간 트라스트페치를 발목에 붙이고...........

아무튼,새벽공기를 마시며 버스는 설악산을 향해서 달리고, 준비하느라
한숨도 못잔 나는 잠을 청합니다.
길이좋아져서 어느사이 졸다보니 인제에 도착,
오랫만에 버스를 이용하여가는 여행이라서 실수.
남교리를 가려면 원통에서 내려야 하는데,그만 인제행표를 끊은것입니다.

운전기사 "인제에서 내릴사람들 빨리 내리란다."
기사에게 이차 어디까지 갑니까?
원통까지가야하는데 실수로 인제표를 끊었다고 하니 기사 인상을 쓰며,
빨리내리라고 야단입니다.
얼떨결에 내려서 짐칸에서 배낭을 꺼내어 들고,
거,되게 불친절한 운전사로구나 하면서 떠나가는 버스를 바라보다가,

앗!! 여기서도 말발굽의 건망증은 시작 됩니다.-_-;;.
그만 버스에 장갑을 놓고 내린것이죠.
버스는 떠나고.............
ㅠ.ㅠ 할수없이 택시를 타고 버스를 쫒아가다보니 결국 택시로 원통 버스터미날까지 가게되었고 그버스를 만나 장갑을 찾았습니다..(아깝다 내돈7천원.....-_-;;)
버스운전사는 인상 박박 쓰고,,,,,,,(이쒸,뭐이런 기사가 다있나.)

원통에서 맛없는 해장국한그릇을 먹고 간성가는 버스에 올라탑니다.
남교리에서 내려주지않고 지나치는 운전기사와 말다툼을 하고 수백미터를 지나쳐서 내려 버스기사에게 마구 욕을 합니다.(에라이~평생 시외버스운전사나 해먹어라):: 참고로 속초나 간성등의 동해안쪽으로가는 시외버스는 1개회사밖엔 없으니 참고 하세요.

투덜대며 12선녀탕계곡을향해서 남교리로 갑니다.
이거 어째 시작부터 일진이 안좋구나 생각 하면서.........

매표소에 도착하니 매표소 문이 굳게 닫혀 있다.
등산객들이 없어 아예 직원이 없는 모양 입니다..
1천3백원의 입장료를 내지않고 드디어 12선녀탕계곡(실제는 탕수골이라고함.)
그래도 공짜로 들어가니 기분이 조금은 좋아졌습니다.(역시 공짜는 즐거워.)^^

아침부터내리기 시작한 보슬비는 산으로 올라갈수록 아주가느다란 눈으로 변하여 소리없이 내리고 있습니다.

신년산행이후로 아무도 다닌흔적이 없는것 같았습니다.
눈덮힌 발자국을 따라 꾸역꾸역 올라갑니다.
그러고보니 이번 등산코스는 시작부터 거의 끝까지 업힐뿐이군요.

조용한 산속,
들리는새소리와 뽀드득대는 눈밟는소리와 거친 숨소리,
오로지 산과 나 혼자 뿐이였습니다.

묵묵히 헉헉대며 걷다보니 마지막탕인 복숭아탕이 나오는데 얼음으로 뒤덮혀서 아름다운 모습을 볼수가 없군요.

간간히 무릅까지 빠지는 눈을 헤치며 하염없이 올라만 갑니다.
도대체 왜 이런 힘든 고생을 사서하나?
자문을 해보지만,
역시 산이 있으니깐.........

이제 12선녀탕도끝이나고 대승령을향해 가파른 언덕을 1키로미터이상을 올라가야합니다.

서북능에는 식수가없으므로 이곳에서 물을 준비해서 올라가야 합니다.
1.5리터페트병2개에 물을 가득 채우고 올라갑니다.
배낭의 무개가 40키로가 넘는것 같군요.

가파른 계곡을 지그재그로 올라갑니다.
그러다가 허벅지까지 순간적으로 눈속으로 빠지면 맥이 쫙 빠집니다.
올라가다 쉬다를 여러차례 반복후 드디어
오후4시5분에 1360미터의 대승령 정상에 올라 섭니다.
남교리에서 이곳까지 총거리 7.3키로미터 입니다.
오전10시20분부터 산행을 시작했으니 7.3키로미터가는데 총6시간가까이 걸렸군요.(점심은 행동식으로 대신했구요)

이제 서북능입구까지1.3키로미터는 내리막 길입니다.
가느다란 눈은 계속해서 소리없이 내립니다.
오늘따라 대승령의 그 무시무시한 바람이 불지를 않고 조용하기만 하군요.

곧 어두워 지니 텐트 칠곳을 찾아야 합니다.
드디어 서북능선에 들어 섰습니다.
야영을 할수 있는곳까지 부지런히 가야 합니다.

난코스가 나타 납니다.
절벽을 타고올라야 합니다.
나무뿌리를 잡고 무릅으로 기고,몸을 끌어올려 올라서야 하는데 뒤에서 당기는 배낭의 무게가 장난이 아닙니다.
밑을내려다보니 흐~실수로 미끄러져 떨어지면 사망입니다.-_-;;
여기저기 얼어붙은 곳이 많아 더욱 어려움을 더합니다.

겨우 올라서서 다시 부지런히 걷습니다.
드디어 약 1키로미터정도를 더가서야 야영할만한곳을 찾았습니다.
시간은 어느사이 오후5시40분.
부랴부랴 1인용 텐트를 칩니다.
서북주능선의 바람은 대단한 것이라 얼어붙은땅에 단단히 팩을 박고,
텐트를 고정 시킵니다.
좁은텐트속에서 젖은옷을 갈아입고. 메트리스깔고,침낭 피고,아껴야할 물,한모금 마시고는 일단 지친몸을 무조건 침낭속으로 밀어 넣습니다.

밖은 벌써 어두워졌구,
조미료처럼가늘게 내리던눈은 어느사이 진눈깨비로 변해서 후두둑 거리며 내리고 있었습니다.
졸음이쏟아지고............

깜박 잠이 듭니다.
는을뜨고 시계를 보니 밤8시가 지났군요.
저녁준비를 합니다.
뭘 먹을까?
일단 밥을 합니다(내일 아침것 까지....)그리고 라면을 한개 끓여서 밥을넣어 식사를 합니다.
정말정말 거의 10여년만에 해보는 산속에서의 식사.
그기분을 여러분은 아십니까?

오늘 하루종일 산행을 하면서  사람을 한명도 보질 못했다.
이깊은 산속에 작으만한 텐트속에는 오로지 나 말발굽 혼자 뿐인것이다.
간간히 제트기 지나가는것 같은 바람소리와 후두둑 거리며 떨어지는
진눈깨비의소리와 희미하게 흔들거리는 렌턴의 불빛뿐...............

가지고간 소형라디오에서 변진섭의 라이브콘서트 음악이 흘러나온다.
일부러 크게 틀어 놓고 멍하니 누워 있는 나를 느끼며,
새삼 이상한 기분을 느낍니다.

예전엔 이렇게 혼자 산속에서 텐트를 치고 누워있으면 아무런 생각없이 정말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적막하고,쓸쓸함을 느낍니다.
뭔가 허전함을 느끼며,
생각 해 봅니다.

엠티비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산을 누비는 생활을 몇년간 하다보니 그것이 몸에 베인것인지,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것에
무척 허전함을 느낌니다.
이것이 혹시 나이를 먹음으로해서 생기는 외로움은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잠이 듭니다.
여름철같으면 소쩍새가 울어 줄텐데....................

발목의 통증때문에 자다가,깨다를 수차례............
목이 마르다,
그러나 최대한 아껴야 한다,
내일도 물은 필요하니까............

두째날 1월14일 월요일.

새벽 5시25분에 잠에서 깨어 준비를 합니다.
어제밤에 해논 밥에 역시 라면한개를 끓여서 찌게대신 먹고, 짐을 꾸립니다.
여전히 밖에는 진눈깨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밤새도록 내리고 있었죠.
바람이 강하게 붑니다.
텐트밖을 나가기가 싫습니다.

꾸물대다 깜박 잠이다시들고 눈을뜨니 아침7시30분정도,
게으름을 피우면 안된다,다짐하고 텐트밖으로나오니 세상은 온통 잿빛입니다.
흠뻑 젖어버린 텐트를 대충 뚤뚤말아서 비닐 봉지에 넣어서 배낭위에 얹어 맵니다.

오늘이 최고의 힘든 하루가 됩니다.
발목의 통증때문에 갈수가 있을까 걱정을 하며 트라스트를 갈아 붙이고,
진통제를 먹습니다.

자!! 이제 이틑날의 고행이 시작된다. 가자.!

엄청난 강풍이 붑니다.
그무거운 배낭을 메고도 몸을 가누지 못할정도로 강한 바람 입니다.
진눈깨비는 계속내리고,산밑에서 불어 올라오는 개스는(산에서는 안개구름을 개스라고 부름)10미터이상을 보기 힘들정도로 시야확보가 안됩니다.

귀때기청봉을향해 걷는 발걸음은 무겁고,
기상상태가 좋지않습니다.
중간에 또다시 아슬한 절벽이 나타납니다.
이곳에는 로프가 매어져 있습니다.
등산용 스틱(스키스톡처럼 생긴것)이걸리적거려 절벽 아래로 던져 버립니다.
그리고 로프를 잡고 내려갑니다.
발이 미끈, 그러나 로프를 단단히 잡고 버팁니다.
겨우 식으땀 흘리며 절벽아래에도착하여 스틱을 다시주워들고 또다시 눈속을 헤치며 걸어갑니다.

귀때기청봉의 너덜지대(돌들이 무너져내려 쌓인곳)를 도착하여 짙은 개스속에 잠시 길을 잃고 링반델룽에 걸림(같은곳의 주위를 뱅뱅도는것)
잠시 숨을 돌리고,
주위를 살피니 가이드 리본이 보입니다.
다시길을 찾아서 계속,계속 올라갑니다.

정상인것 같으면 언덕이 또있고,또있기를 반복,
결국 강한 서북능의 바람에 몸을 가누지 못하다가 옆으로 바람에 넘어지며 너덜지대에서 굴릅니다.
다행이 눈들이 있어서 심하게 다치지는 않습니다.
약간의 찰과상을 입었습니다.

악전고투끝에 귀때기 청봉에 올랐습니다.(1577.6 미터)

워낙 바람이 강해 서있질 못하고 큰소리로 이~야~~~~~~~~~하고
소리치고는 한계령정상을 향해 내려갑니다.
정말로 지겨운 너덜지대통과 입니다.
무릅이 시큰거리고 발목이 심하게 아파옵니다.
시간은 어느사이 오후4시가 다되어 갑니다.

빨리 한계령 정상까지가야 합니다.
그전에는 텐트를 칠만한곳이 없습니다.

정신없이 무의식속에 걷습니다.
오후 5시 한계령 정상의 갈림길이 나옵니다.(1355미터)

계속내려가면 우리가 자동차로 올라가는 한계령 휴계소로 나옵니다.
왼쪽길로 올라가면 중청봉을 향해 서북주능이 이어집니다.

이곳에 바람을 적게 맞을수있는곳을 찾아 텐트를 치고 짐을 풉니다.
가장 고되고 힘든 하루였습니다.

텐트속에서 버너를 키고 하루종일 젖은 옷과 텐트를 말립니다.

따뜻한 공기가 텐트안을 감도니 정말 아늑한 기분입니다.
너무 힘든 하루,
빨리 식사를 하고 자야지...........
오늘저녁은 건조된 육게장에 밥입니다. 고추참치를 반찬으로 곁 드립니다.
먹고나후 후식으로 시원한 귤을 두개^^

물이 먹고 싶으나 남은물은  수통하나,
최대한 참아야 합니다.
눈은 너무 오염이되어 녹여마시기엔 엄두가 안납니다.
걸러낼수있는 여과지도 빼놓고온 멍청한 말발굽입니다.
건망증의 댓가 입니다.-_-;;

진통제를 먹고 잠을 청합니다.
오늘도 사람구경 못했습니다.
외로운 등반입니다.
하루종일 진눈깨비와 바람과 씨름하며 여기까지왔군요.

이제 약 6키로미터만더가면 중청봉대피소앞 입니다.

삼일째날 1월15일 화요일.

꾸물대다가 아침 9시가넘어서야 출발을 합니다.
오늘의 코스중 가장 쉬운 코스입니다.
능선을 꾸준히 묵묵히 걷기만 하면 됩니다.

역시 트라스트페치를 갈아붙이고,
진통제를 먹고,
걷기시작 합니다.

오늘도 여전히 날씨는 흐리고 진눈깨비는  비로 변해 내리기시작 합니다.
다행이 바람은 거의 불지 않습니다.
하얀눈의 능선길을 걸어걸어 갑니다.

이제 식량도 많이 줄어서 배낭의 무게도 한결 가벼워 졌습니다.
한겨울에 무더위,
이번산행은 동계등반이 아니라 늦은봄에 산행하는것 같이 덥습니다.

등산용 내의만 입고 걸어도 땀이 무지납니다.
땀하면 또 말발굽 아닙니까(아시는분은 다아시죠?)^^

눈이녹아서 비오고난후의 물 흘러가듯이 눈녹은 물이 소리를 내며 흘러내립니다.
등반시작한지 3일이 됐지만,주변경치는 하나도 못 봤습니다.
계속 날씨가 흐리고 진눈깨비와 비가 내렸으니..............

이높은 설악산에서 눈이 아닌 비를 맞으며 등산을 하다니.............
하지만,정말 오랫만에 듣는 설악산의 오색딱다구리의 나무찍는 소리가 가늘게 메아리를 칩니다.
따다다다다다다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정말 정겨운 자연의 소리입니다.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장비덕분에 배낭만 무겁고, 날씨는 왜이리 무더운지.

끝청봉을 지나,중청봉산장에 도착을 합니다.
오후2시30분이군요.
드디어 서북주능을 완주하는 순간 입니다.
감격에 눈시울이 적셔지는군요.

예전같으면 그냥 일반적인 동계산행이였겠지만 현재의 나로서는 의미가
큰 산행이였습니다.
중청봉에서 대청봉 올라가는 길엔 눈이 하나도 없이 땅만 축축하게 비가와서 젖어 있습니다.

드디어 사람들을 만날수 있습니다.
희운각쪽에서 올라오는 사람,
오색약수쪽에서 올라 오는사람들........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는 순간 입니다.
외로움과 고독에서(?)벗어나는 느낌 입니다.

다리를 다친후 딱한번 후배와 산에 갈수있나 테스트하기위해 오색약수에서 대청봉을 거쳐 설악동으로 1박2일에 걸쳐 울면서 다리를 끌며,오른후 처음입니다.

드디어 설악산의 최고봉인 대청봉에 섰습니다(1707.9미터)
태극기가 펄럭이며 반겨 줍니다.
사람들이 대청봉에 올라 야호를 외치며 소란 스럽습니다.
산은 거기에 그렇게 변함없이 있었습니다.
글로서는 표현못할정도의 감동을 주면서...............

아내에게 전화를 합니다.
여보 당신의 도움과 격려가 없었으면 완주를 못했을거야. 고마워.
역시 당신은 언제나 든든한 나의 후견자야. 가슴이 찡합니다.

두딸들에게 전화를 합니다.
예들아 아빠가 완주를 했단다,
아빤 우리가족들을 사랑해,(아빠~축하해요. 해낼줄 알았어요.)

기념사진을 찍고 부랴부랴 하산을 시작 합니다.
희운각 내려가는길엔 눈이 녹아서 팥죽처럼 되어 있습니다.
신발이 푹푹 죽속에 빠집니다.
아이젠을 신어도  쭉~미끄러 집니다.

예전같으면 히프썰매를 타며 순식간에 희운각까지 내려갈길을 무릅과 발목에 충격을 주며 걸어서 내려가야 합니다.
한시간가까이를 걸어내려가야하는 힘든코스 입니다.

희운각 산장에 도착하니 온몸이 땀 범벅이가 되어 할수없이 마른옷을 갈아 입습니다.(추워지니까...)
여기서 고민을 합니다.
희운각에서 하루자고,
공룡능선을 가느냐, 아니면 천불동계곡으로 하산을 하느냐........

솔직히 공룡능선을 가기에 현재의 내발목상태로는 무리가 있습니다.
공룡능선은 바위로이루어진코스로서 절벽을 오르내려야하고 바람도 무척 강합니다.
추락사한 사람들도 있지요.
시간은 이미 5시가 되었습니다.
곧 겨울산의계곡은 어둠이 올것 입니다.

결정을 하고 렌턴을 준비합니다.
희운각에서 1박을 할수도 있으나,
야간산행을 하더라도 설악동으로 내려가야겠다는 뭔가 강한느낌이 듭니다.

계속해서 내리는 비를 맞으며 드디어 하산을 결심합니다.
어쩔수없이 공룡능선을 포기합니다.
무리하지 않기로하고............

무너미고개를 넘어서 천불동계곡을 내려갑니다.
그야말로 여름에 비가온후의 계곡 같습니다.
눈녹은물이 소리를내며 흘러내리고, 계곡의 물소리는 급류를 연상케 합니다.
내려오면서 고려대학교 산악부5명을 만납니다.
엄청큰 배낭을 매고 미시령에서부터 출발해서 마등령을지나 공룡능선을 타고 왔답니다.
공룡능선에서 고생 많이 했다더군요.

그들과 헤어져서 부지런히 걷습니다.
캄캄해진 천불동계곡에서 거친 숨소리와 거센 계곡의 물소리,그리고
벅벅대는 나의 신발소리............

헉헉......내려오면서 그동안 마시지 못했던 물을 얼마나 마셔댔는지.......

속으로 외칩니다.
(비선대에가면,시원하고 커다란 콜라를 사서 단숨에 마셔야지.)

힘든산행을 마치고 산을내려와서 비선대에서내리쏟는 물줄기와 장군봉의 금강굴을 바라보며 마시는 콜라맛을 느껴보지 못하신분들은 불행한겁니다.^^

그런생각을 하며 내려오는길이 힘든줄 모릅니다.
그곳엔 콜라가 있다.^^

드디어 비선대의 불빛이 보입니다.
시간은 밤8시가 넘었군요.
순간 허탈감이 밀려옵니다. -_-;;
겨울이라서 그만 비선대 매점들이 전부 문을 닫았군요. ㅠ.ㅠ

힘없는 발걸음을 계속합니다.
캄캄한 길을 희미해져서 가물거리는 렌턴불에 의지하며 드디어 설악동 버스정류장에 도착을 합니다.
9시가 넘었군요.
아~얼마만에 해보는 야간 산행인지..........

결국 콜라는 속초시내에 가서야 마실수 있었습니다.

가족들과 여러사람들에게 전화를 합니다.
무사히 산에서 내려왔다고...............,

이로서 나의 새해 결심한 한가지 계획은 이루어졌습니다.

이제 나의 나이 마흔하고도 아홉에 들어 섰습니다.
내년이면  허......내가 태어난지 오십년이 되는군요.

그동안의 지나온 마흔여덟의해를  돌이켜 봅니다.
잘한것 보다는 못한것이 더 많은 삶.
아웅다웅 바둥거리며  삶을 살아 왔지요.

더 나이를 먹기전에 뭔가를 해보자고 ,할수 있다고 가족들에게 믿음도 주고, 주위 사람들에게 건제함을 보여주기위해서 다소 무리가 있을수도 있었던 설악산 서북주능 겨울 등반을 계획하게 된것이지요.
온전하지못한 발목을 가지고........

계획한 코스를 완주하지는 못했지만 아쉬움은 없습니다.
그래도 해냈으니까요.

설악산은 나를 감싸 안으며 말합니다.

산은 언제나 거기에 있으니까  오고싶을때 언제든 오너라
내 너를 반기리라. 하면서.............

이제 다음의 계획은 와일드바이크에서 매년 진행하는 전국 1200투어에 도전 하는겁니다.
더 나이를 먹기전에............

ps:속초에서 심야 우등버스를 타고 집에 도착하니 새벽 4시쯤 되었더군요.
아침에 뉴스를 들으니 설악산일대에 폭설이내려 대청봉에 53센티가 내렸다는군요.
하루만 늦게 내려왔어도 산속에서 몇일간은 고립되어 있을뻔 했습니다.^^

작은딸아이가 다니는 정형외과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어 봤습니다.
병원장이 더이상 무모한 산행은 하지 말라는 군요.
상태가 좋지 않답니다.
뛰지도 말랍니다.
그런것 보면,저도 참 무식하지요?

하지만 난 할수 있을때까진 합니다.
왜냐구요?
제가 견디질 못하니 까요.

읽으시는라 지루하셨죠?
재미있게 써지질 않네요.^^

여러분 이제 자전거 열심히 타야죠?

라이딩 번개에서 뵙겠습니다.

건강하고 즐거운 생활 되십시요.

또한번의 ps: 사진을 찍긴했지만 디지털카메라가 아닌 일반 카메라로찍어서 보여드리질 못하는군요,

제게 스케너도 없구,

디지털카메라로 다시 되찍어서 올리려고 했는데 여의치 않군요.

무게때문에 삼각대를 못가져 가고  등산용 스틱의 손잡이에 카메라를
달수 있게 잔머리를 굴려서 자동으로 찍긴했지만 상태도 안좋군요.^^

기회있으면 올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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