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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남 둘이 일본 가다 (5) - 살아 숨쉬는 지구의 호흡점 '阿蘇'

훈이아빠2007.09.08 21:50조회 수 487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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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들 하세요.

오늘 이하선이 상당히 많이 부어 장터 라이딩은 못하고

하루 종일 쉬었습니다.

옵션으로 배드민턴을 시작했는데 요넘도 장난 아닌가 봅니다.

어쨋거나 오늘 쉬는 김에 사진 정리하고, 여행기 올립니다.


아소의 뜻을 아시나요?

아소의 阿는 언덕을 이루고 蘇는 깨어난다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언덕이 깨어나는 곳, 깨어난 언덕? 이렇게 해석을 할 수 있겠군요.

자고 있던 지구가 숨을 한 번 크게 내쉬며 일어날 때

언덕과 산들이 생기고 만들어진다는 상상이니 상당히 흥미로운 지명이더군요.

오늘은 이곳 아소산을 아들과 관광라이딩의 정석으로 오를 예정입니다.

트레일러도 떼어냈겠다. 짐도 다 내려놓았겠다.

진정 관광라이딩으로 오를 생각입니다.

할머니께 물어보니 오르막만 16킬로미터라고 하더군요.

자전거의 자물쇠를 풀고 바라본 하늘을 푸르기만 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색깔이군요.



할머니의 배웅을 받으며 기분 좋은 출발을 합니다.

트레일러는 떼어놓고 나니 정말 날아갈 것 같은 기분입니다.

하늘의 태양을 가려주는 고마운 삼나무 길을 업힐합니다.






아소로 올라가는 도로는 총 3가지 경로가 있습니다.

남아소로 올라가는 방법, 그리고 적수라는 곳에서 올라가는 방법

그리고 저처럼 아소시에서 오르는 방법, 이렇게 말이죠.

관광버스는 대부분 남아소 방향에서 올라오기 때문에

매연과 차량의 간섭이 제일 적은 코스가 제가 오른 방향 같았습니다.

삼나무 숲을 나오자 전망이 확! 트이면서

화산과 초원이 보입니다. 이곳이 아소산은 아닙니다.^^







이곳에서 재훈이를 잠시 기다립니다.

넘어진 상처가 덧나고 염증이 생겨서 고름이 나면서

상처부위가 많이 커져 오르막에서 쓰라려 하네요.

게다가 제가 공부를 하느라고

연습 별로 못시키고 온데다가 어제의 업힐로 다리까지 뭉쳐서 괴로워 합니다.

"아빠, 힘은 남고 넘치는데 다리가 너무 아파서 힘들어요"

"힘 내거라, 어차피 니 두 다리로 올라야 한다. 아빠가 도와주는 것은 응원 밖에"

"네..."

힘없는 재훈이의 대답을 뒤로 하고 출발!!!

아소산 등산도로 언덕의 경사도는 그리 높지 않습니다.

초원을 지나면 조금 높아지기는 합니다만

자갈치의 웬만한 분이면 2시간 안에 충분할 거 같다는 생각입니다.

이제 본격적인 초원이 펼쳐집니다.
















하늘, 구름, 산, 초원, 도로가 잘 어우러져

이국적 풍경의 감동이 일본 온 이후로 최고로 진하게 몰려옵니다.










아소산을 등지고 뒤로 돌면 구주고원이 펼쳐집니다.







대략 1300-400 정도의 고만고만한 산으로 이루어진

화산고원인데 그 모습이 장관입니다.

벳부로 가려면 저 고원을 넘어가면 되는데

이곳을 큐슈 사람들은 큐슈 넘버원코스라고 칭합니다.

오토바이크를 타는 사람들이 애용하는 길이라고 하더군요.

자전거는? 충분하겠단 생각입니다. 80킬로미터 정도니까

40킬로미터 업힐에 40킬로미터 다운힐쯤 되겠지요?^^

뚜르드 배냇골 정도의 수준이 되겠네요.

저희는 무더위와 트레일러의 압박감으로 오이타현은 포기하고

나가사키현을 선택했습니다. ㅜ.ㅜ

구주고원의 파노라마를 감상하고 다시 오르막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조금 더 오르면 목장들이 나옵니다.

이 목장에서는 소를 키우고 있습니다.

이전에 일본인들이 육류는 즐기지 않고 어류를 많이 즐겼는데

요즘 육류 구이가 하나의 선풍적 인기를 모으고 있답니다.

실제로 시내에 나가보면 燒肉 이라는 불고기집이 많이 보입니다.







본격적 오르막이 시작되고 헥헥거리고 오르면 만나는 화산탄!!

아마 근래에 아소가 분화할 때 날아와서 박힌 돌 같습니다.

이거 맞으면...




저어기 아래에 재훈이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구비를 돌면 또 언덕, 돌면 또 언덕

아주 풍경이 그저 그만입니다.










아저씨! 여기 뭐하러 왔남유? 힘들게 자전거 타고?

하면서 쳐다보는 한우 아니 일우 녀석입니다.




그리고 봉곳하게 이쁘게 솟은 기생 화산

진짜 기생처럼 이쁘게 생기지 않았나요? ^^







그리고 또 오르막 이제 10킬로미터 정도 올라왔습니다.

앞쪽으로 아까 말한 적수 방향에서 올라오는 길이 보이는군요.

관광버스들이 줄줄이 올라옵니다.




여전히 재훈이의 힘들지만 보람찬 업힐은 계속 됩니다.

저요? 저는 노래 부르면서 올라갔습니다.

길이 어찌나 좋던지...(^,.^)

진정한 자유를 느끼고 싶은가요?

40킬로그램 상당의 트레일러 한 몇일 달고 댕기다 떼어 보세요. 흐흐흐









이제 12킬로미터쯤 왔습니다.

악으로 깡으로!! 이빨 악 물고 올라옵니다.

단련 제대로 하는군요 흐흐

좌측으로 활화산 아소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만난 도보 루트... 반갑군요.

좁은 길에서 차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업힐을 계속 했는데

이곳으로 자전거 핸들을 밀어넣습니다.

어제 함께 묵었던 바이크 라이더들을 만났습니다.
















아소 위락지구를 지나서 만나는 마지막 업힐 1.5킬로미터

경사가 제법 발딱 섰습니다.

자전거 통행료는 무료, 단, 인도로만 올라야 합니다.




그리고 드디어 아소

16.5킬로미터의 업힐의 종착점입니다.

자전거 타고 들어가다 안내요원의 제지를 받고 주차를 하고 들어갔습니다.

살아 숨쉬는 아소활화산 구경 좀 하시죠

그리고 우리도 기념 촬영











맛탱이 살짝 간 훈이와 제대로 폼잡은 훈이아빠입니다. 흐흐



그리고 위기시 대피를 위한 대피소.









느닷없이 일어나는 화산활동으로 피해를 볼 때가 있다고 합니다.

가보면 흙이 뜨끈뜨끈합니다. 유황냄새 진동을 하구요.

활화산 분화구는 못보는 경우가 많다던에 운이 좋았네요.

그리고 한국인 관광객분께 부탁해서 찍은 등산기념 사진

저것을 손으로 들고 찍을 수 있게 여러군데 만들어 놓았더군요.

예전에 우리나라도 산에 가면 저런 거 있었는데^^

무시기무시기산 등산 기념 적혀있꼬 거기서 인증샷!!





돌아오는 길 아소 화산 박물관 맞은편에

칼데라호가 있습니다. 소들이 와서 똥싸고 오줌싸고 물 먹는 곳으로 변했지만

한가로운 풍경이 멋지더군요.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다시 한 번 보게 되는

활화산 아소!!




뭉게 뭉게 피어나는 유황기 한 껏 머금은 연기가 인상적입니다.

사진에는 작게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큽니다.

내리막은 사진이 딱 한장입니다.




추워서 빨리 내려와야했습니다.

그리고 슈퍼에 들러서 먹을 것 사서 올라와 휴식 시간!!

오늘 선크림을 바르지 않았더니 재훈이 얼굴 칼라가 다채롭군요^^




즉석 비빔밥, 캔김치, 그리고 아사히 캔으로 만찬을 즐깁니다.









식사를 하고 있으니 외국인 친구들이 아는채를 합니다.

이탈리아인3, 헝가리인1로 오사카 대학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일본에서 만난 서양 여행객들은 대부분 일본에서 일을 하면서

여행온 사람들이었습니다.

맥주를 곁들여 즐거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봅니다.

이번에 집중 연수를 받은 보람이 있더군요.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시간 가는줄 모르고 수다 떨다보니 11시 30분

할머니가 저희들 이야기한다고 11시에 닫는 문을 30분 연기해 주셨습니다.^^

잠자러 가는 중

할머니가 일기 예보를 보니 오늘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다고

별구경을 꼭 하라고 하십니다.



간단하게 씻고 그냥 봐야지 하면서 나간 옥상에서 바라본

아소의 별들은...

정말 쏟아졌었습니다.

제가 경험한 최고의 별풍경의 순위를 나름대로 매겨보자면

5위는 우리 사는 지역에서 갑작스런 정전으로 일부러 밖에 나가서 바라본 도시의 별

우리의 하늘에 이렇게 많은 별이 있었다는 것을 새삼 느끼니 감회가 새롭더군요.

4위는 지리산 계곡에서 본 멋진 별풍경들...

3위는 20년전 봉화 불영계곡 민박집 옥상에서 본 별, 쏟아졌습니다.

아십니까? 별이 쏟아지면 무섭기도 합니다.

2위는 이번에 아소에서 본 별을 꼽고 싶습니다.

별똥들, 은하수의 멋진 풍경, 그리고 준비된 망원경으로 보는 즐거움

그리고...

1위는 뭐니뭐니해도

8시간 낙타 타고 간 인도 타르 사막의 사구에서 하룻밤 자며

하늘을 지붕 삼아 누워 본 별이 최고였습니다.

끊임없는 별똥들... 은하수가 건너가고 우측 하늘엔 마른 번개...

별이 바로 내 눈 30센티미터 앞에 있다고 느낄 정도의 선명함과 압박감!!


쏟아지는 별들에게 반해 재훈이에게 침낭을 가지고 오라고 했습니다.

침낭을 또로로 말아서 덮고 하늘을 바라봅니다.

아... 별은 우리의 어깨에, 다리에, 발등에, 이마에, 그리고 가슴에

무수하게 떨어져 내립니다...

알퐁스 도데의 단편소설이 떠오르는 멋진 밤입니다.

그러나 소녀는 없습니다. 쩝...

별들의 홍수를 겪으며 사르르 하루의 피곤함이 우리를 덮습니다.

행복합니다.




그러나, 그 수많은 별들이 똑딱이에는 이렇게 보입니다. 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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